“하하, 방금까지만 해도 나랑 결혼하지 못해 안달이더니 이제는 또 당신네 가문 일이라고?”차설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조금 목이 메어왔다.“만약 할아버지가 갑자기 떠나시면 내가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 본 적은 있어?”성도윤은 차갑게 웃었다.“뭐 어떤 심정이겠어? 당신 눈에 우리 가문은 죄악이 깊으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거 아니야?”“성도윤! 이 나쁜 놈!”차설아는 화가 나서 그의 앞에 달려들어 팔을 치켜올리고 그에게 주먹을 날리려고 했지만 아직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다.“날 대체 어떤 사람으로 여기는 거야? 내가 당신과 같은 냉혈동물인 줄 알아? 내가 친할아버지처럼 여긴다는 걸 알면서 왜 날 속였어? 내가 평생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라?”“당신한테 알려주면 뭐가 달라져?”성도윤의 눈빛은 차갑게 목소리는 시큰둥했다.“지금 당신이 알았다고 해서 뭘 바꿀 수 있는데? 아니면 할아버지가 완쾌하기라도 하셔?”“내가 알았으니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신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게 해드릴 거야...”차설아는 묵묵히 주먹을 쥐더니 단호하고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 성도윤은 대수롭지 않은 듯 물었다.“예를 들면 어떻게?”“뭐겠어? 바보야!”차설아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면서 이 녀석이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고 생각했다.“나 진짜 몰라.”성도윤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성도윤은 복잡한 차설아의 생각을 추측할 수 없었다.“할아버지께서는 늘 우리 재결합을 바라셨어. 어쩌다 보니 지금 혼인신고까지 했으니 할아버지 소원을 이뤄준 거나 마찬가지야. 게다가 원이와 달이의 힘까지 보태면 할아버지가 너무 기쁘셔서 병이 나으실지도 모를 것 같은데?”차설아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그녀는 그동안 성주환의 병세가 이 지경이 된 줄 몰랐기 때문에 그의 앞에서 ‘연기’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보니 이 ‘연기’는 꼭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성주환은 평생 한을 풀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 것이다.“그러니까 나랑 다시 시작하겠
‘혹시 나랑 미스터 Q가 연기한 걸 성도윤이 알고 있을까? 하지만 그때는 두 아이를 속이려고 사랑하는 척 연기한 거니 미스터 Q 본인 외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어!’‘미스터 Q가 자발적으로 성도윤에게 이 사실을 자백했다면 모를까! 만약 그렇다면 두 사람은 무슨 사이일까? 어떤 남모를 비밀을 감추고 있는 걸까?’“당신 무슨 생각해?”“아니, 생각은 무슨.”“진짜 아니야?”“당연하지!”차설아는 끝까지 고집을 피우며 말했다.“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그래, 그럼.”성도윤은 웃는 듯 마는 듯 차설아를 보며 그녀의 속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그녀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성도윤이 미스터 Q라는 사실을 그녀가 알아서는 안 된다. 그녀의 불같은 성격으로 성도윤은 제자리에서 두들겨 맞아 죽을 수도 있다.“성도윤, 내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만약 동의한다면 오늘 밤 큰 집에 가서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자고.”차설아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성도윤과 진지하게 상의하며 눈 밑에 슬픔을 머금었다.성주환이 그녀에게 그렇게 잘해주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차설아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성주환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자기 손자를 볼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시켰으니 실로 잔인했다.아직은 몸이 정정하고 의식이 또렷할 때 그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싶었다.“난 좋아.”성도윤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하지만 우리의 연기가 언젠가는 진실한 감정이 되었으면 좋겠어... 만약 우리가 함께해서 행복할 가능성이 만분의 일이라고 해도 난 용기 내서 시도해 보고 싶어!”이번에는 차설아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해보자.”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차설아는 문득 깨달았다.사람의 한평생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으니 생사 앞에서 놓지 못할 원한이 없었다.만약 그들이 함께해서 진짜 행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시도해 봐야 했다.적
‘81코너’는 전체 해안에서 가장 험하고 굽은 길이 가장 많은 산길이며, 또한 천연적인 레이싱 경주장이기도 했다. 크고 작은 굽은 길을 합하면 모두 81굽이이기 때문에 ‘81코너’라고도 불린다.일부 지하 폭주족들은 81코너에 가서 기술을 익히려다가 목숨을 많이 잃기도 했다.오늘날 그곳은 폭주가 금지되어 있지만, 밤이 되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찾아가곤 했다. 차설아도 그중 한 명이었다.성도윤은 창밖으로 천천히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속도 내고 싶으면 마음껏 달려도 돼. 나 성도윤은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 앞으로 내 앞에서는 참지 말고 온전한 차설아의 모습으로 편하게 지내면 돼.”예전의 차설아는 항상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억누르고 그의 앞에서 완벽한 아내로 분장했다.하지만 성도윤은 그녀가 완벽할수록 더 거부감이 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져 ‘가면’을 쓰고 있는 여자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오히려 지금은, 그녀가 아랑곳하지 않고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니 점점 더 관심이 갔다.“자신을 가장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이성이 바로 평생의 동반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내가 당신에게 그런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 인간 화보나 조각상 같은 존재로 당신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해.”성도윤은 줄곧 말수가 적었고 낯 뜨거운 말도 잘 못 했지만 이 말은 꽤 감동적이었다.차설아는 이 남자의 갑작스러운 ‘투정’에 어리둥절했다.‘이 남자 혹시... 연기가 아니라 진심인 거야?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해. 온몸에 소름이 돋잖아!’“그럼 그런 말은 들어본 적 있어?”차설아는 평온하게 액셀을 밟으며 날카롭게 말했다.“하나의 큰 빙산이 더 이상 차갑지 않고 갑자기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사람을 기분 좋게 하지 않고 오히려 공포 영화 같다는 건 알아?”“그건 당신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성도윤은 덤덤한 것 같지만 열정적으로 말했다.“당신이 익숙해지면 온순한 토끼도 사람을 긁는 길고양이일 수도 있고,
성씨 저택 안.성주환은 감격에 겨워 늙은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는 소영금이 데려온 원이와 달이를 보고 있었다.“얘들아, 이분이 바로 내가 말한 증조할아버지셔. 성씨 가문에서 너희 엄마를 가장 아끼시는 분이고 또 너희 아빠가 가장 무서워하는 분이셔.”소영금은 두 꼬마를 향해 열정적으로 소개했다.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소영금은 이미 아이들의 생각을 확실히 파악했다.차설아에게 잘해주고 성도윤에게 나쁜 사람은 모두 그들의 ‘전우’였다.그래서 소영금은 시간만 나면 자기 아들을 끌어내 비판하면서 아이들의 환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이렇게 소개하면 아이들이 분명 성주환을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다. 역시 늘 신중한 원이가 먼저 성주환에게 다가갔다.원이는 고개를 쳐들고 성주환의 주름진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작은 손으로 노인의 늙고 마른 손가락을 부드럽게 잡고는 어른처럼 진심을 담아 말했다.“증조할아버지는 아주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우리 엄마에게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달이도 덩달아 앞으로 나아가 먼저 원이를 보며 득의양양해서 말했다.“오빠, 드디어 잘생긴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내 생각에 동의한 거야? 우리는 앞으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야 해...”그리고는 다시 돌아서서 부드러운 작은 손으로 성주환의 다른 손을 잡고 달콤하게 웃었다.“증조할아버지, 전 달이라고 해요. 제가 본 중에 가장 자상하게 생긴 어르신이시네요. 젊었을 때 분명히 아주 잘생겼을 거예요. 그래서 할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해요!”“음, 그건...”두 아이의 모습에 큰 풍랑을 겪은 성주환도 어리둥절해서 한참 후에야 반응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아주 좋아. 너희들은 바로 내 증손자야, 우리 가문의 핏줄이라고. 이런 날이 올 줄 생각지도 못했는데...”성주환은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한편으로는 활짝 웃으며 한편으로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화려한 천장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장군님, 이 두 아이가 바로 도윤이와 설아의 아이입니다
“맞아, 내 말이 바로 그거다.”성주환은 녀석들의 말을 들으며 눈시울을 더욱 촉촉하게 적시고 속으로 만감이 교차했다.“역시 우리 설아의 아이들이야. 아주 똑똑해. 네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이해력이 훨씬 뛰어나고, 나무처럼 딱딱한 아버지보다 감정이 풍부해. 성씨 가문은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차씨 가문의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어.”성명원도 손자 손녀의 이해력에 놀랐지만 그래도 자존심을 세워야 했기에 나지막이 말했다.“아버지, 우리 도윤이 유전자도 나쁘지 않아요. 두 아이가 EQ는 설아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지능은 도윤이에게 물려받은 거죠.”“말도 안 되는 소리!”성주환은 그를 흘겨보더니 말했다.“우리 설아가 얼마나 수재였는지 몰라? 몇 등급이나 뛰어올라 단박에 석사 박사까지 따냈다고. 게다가 가장 어려운 물리학을 전공했어. 얼마나 머리를 많이 쓰는 곳인데 어디 도윤이와 비교해? 그 자식은 내가 보기에 사업만 할 줄 알아!”성주환이 한창 투덜대고 있는데 차설아가 성도윤을 밀며 거실로 들어왔고 난처한 장면이 연출되었다.“어머, 설아야. 진짜 도윤이와 함께 올 줄은 몰랐어. 넌 정말 효심이 깊은 착한 아이야.”소영금은 열정적으로 다가가 차설아의 팔짱을 끼며 맞이했지만 휠체어에 앉아 있는 친아들 성도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설아야, 오느라 고생 많았지? 이렇게 큰 짐까지 챙겨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어서 가서 앉으렴. 목은 안 말라? 뭐 좀 마셔.”그녀는 차설아를 잡고 나란히 앉아 하인에게 빨리 최고급 장미 보양차를 준비하라고 분부했다.“저 목 안 마르고 힘들지도 않아요.”차설아는 그녀의 과분한 열정에 대처할 겨를이 없었다. 눈시울을 붉히며 성주환의 방향을 바라보며 울먹였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늦었어요. 할아버지가 아프신 줄도 모르고...”성주환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늦었다니 그게 뭔 말이냐? 나 아직 안 죽었다. 한 끼에 밥도 두 그릇이나 먹으면서 잘 먹고 잘살고 있어. 너희 젊은이들보다 더 건강하고!
“조용히 하세요...”성도윤은 목청을 가다듬더니 덤덤하게 말했다.“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게 있어요.”모두들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지만 표정은 좀 귀찮아 보였다.특히 성주환은 성도윤을 볼 때마다, 불행한 것을 보는 듯 귀찮은 모습이었다.“흥, 네 놈이 무슨 기쁜 소식을 전하겠어? 흥이나 깨지 않으면 다행이지.”소영금도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아들, 아버님은 널 좋아하지 않으시고, 손자 손녀도 널 싫어해. 무엇보다 설아도 널 싫어해... 우리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 얼른 방에 들어가 있어.”성명원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며 재촉했다.“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냐? 간략하게 설명해. 나 지금 원이와 달이에게 호두를 까주고 있단 말이야...”그리고 성명원은 껍질을 벗긴 신선한 호두를 각각 원이와 달이에게 먹이며 두꺼운 목소리를 애써 꼬아서 말했다.“원아, 달아. 호두를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좋아져. 네 아빠처럼 생각 없이 행동하면 안 된다.”성도윤은 할 말을 잃었다.‘이런, 이 두 녀석이 온 후로 가문에서 내 지위는 그야말로 곤두박질쳤어! 난 그저 성씨 가문의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한 도구였던 거야?’“다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이 소식을 발표하면 모두 미친 듯이 기뻐할걸요?”성도윤은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려고 바득바득 애를 썼다. 예쁜 입꼬리를 씩 올리며 뜸을 들였다.모두 그를 3초 동안 차갑게 쳐다본 후 다시 눈을 흘기더니 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저랑 설아 재혼했어요.”성도윤은 턱을 치켜들고 덤덤하게 내뱉었지만 그 위력은 집안 전체를 발칵 뒤집을 정도로 대단했다.“뭐... 뭐라고?”성주환은 비틀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감격에 겨워 성도윤을 바라보았다.“설마 내 귀가 잘못된 거냐? 왜 네가 방금 설아와 재혼했다고 들은 것 같지?”소영금은 놀란 얼굴로 숨을 죽였다.“아버님이 잘못 들으신 게 아니에요. 방금 이놈이 확실히 설아와 재혼했다고 말했어요!”“또 말로만 이 늙은이를
“그러면 둘이 짜고서 날 속이는 거냐?”똑똑한 성주환은 단번에 두 사람의 속내를 알아채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고 내 한을 풀어주기 위해 이놈과 짜고 연극을 하려는 거지?”“아,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설아야, 내가 널 모르겠어? 늘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네가 이런 선택을 한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아. 전에도 말했다시피, 할아버지는 꿈에서라도 네가 내 손자와 잘되기를 바라고 있어. 하지만 네가 이놈을 진심으로 용서한 전제하에 다시 사랑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재결합했으면 좋겠어...”성주환은 입이 닳도록 설득한 후 기세 넘치게 말했다.“내 눈을 보고 말하거라. 정말 도윤이를 이미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는 거야?”“저... 할아버지...”차설아는 성주환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주눅이 들었고 성도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도윤 씨에게 물어보세요. 도윤 씨가 모든 걸 알고 있어요.”“안 믿으실 줄 알고 제가 만단의 준비를 해왔죠.”성도윤은 침착하게 말하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혼인 신고서를 꺼내 오만스럽게 말했다.“저희가 방금 받은 혼인 신고서예요. 만약 연기라면 이렇게까지 진지할 필요 없겠죠?”“어디 봐봐!”소영금은 눈이 반짝이더니 혼인 신고서를 빼앗아 찬찬히 보았다. 그리고 감격에 겨워 성명원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흑흑, 여보. 죽기 전에 우리 철없는 아들이 이렇게 장한 일을 한 걸 보게 되네요.너무 흐뭇해요.”성명원도 믿기지 않아 혼인 신고서에 박힌 사진과 도장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진지하게 말했다.“진짜인 것 같아요. 가짜라면 도장이 이렇게 선명하지 않을 거예요.”“어디 한 번 봐봐.”성주환은 희끗희끗한 눈썹을 찡그리고 돋보기를 쓰고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큼지막했던 거실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마치 실험실처럼 그들의 숨소리만 들렸다.오랜 시간 후, 성주환의 엄숙하고 냉철하던 표정은 마침내 약간 온화해지더니 옅은 미소로부터 점점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좋아, 아
“그래, 이제 당신 차례야.”성도윤의 눈빛은 마치 갈고리를 낀 듯 뜨거운 열정이 솟아오르는 한편 애틋함이 섞여 있었다.“저는...”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화로에 몸을 태우는 듯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무엇보다 성주환의 말이 너무 극단적이었기 때문이다.지금 함부로 맹세했다가 앞으로 지키지 못한다면 성주환을 저주하는 것이 되어버린다.“이 녀석, 둘이 진심으로 사랑해서 재결합했다며! 부부가 평생 헤어지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왜 그렇게 힘들어해?”성주환의 방금 펴진 미간이 저도 모르게 또 뒤틀렸다.그는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두 사람이 기뻐하면 따라서 기쁘고, 두 사람 사이에 빨간불이 켜지면 그의 마음도 따라서 조여들었다.“아, 아니에요!”차설아는 애써 침을 삼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짜내며 성도윤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저도 성도윤의 아내로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콜록!”성도윤은 온몸이 굳어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차설아를 바라보며 ‘과도’하게 당황한 나머지 하마터면 침에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차설아가 얼렁뚱땅 넘어갈 줄 알았는데 진짜 이런 말을 내뱉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차설아, 잘 생각했어? 진짜 나랑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이성적인 성도윤은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성주환까지 끌어들이며 강조했다.“만약 앞으로 날 떠나면 할아버지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마찬가지야!”“당연히 잘 생각했지...”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성도윤과 시선을 마주 보며 그 누구와도 상관없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말을 했다.“만약 당신이 좋은 남편이라면 나도 분명 좋은 아내가 될 거야. 당신이 영원히 날 떠나지 않는다면 나도 평생 당신 옆을 지킬 거야.”앞으로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이러한 결정이 모두에게 좋은 것이고, 그녀도 성도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성도윤의 말대로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