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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성도윤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조금 충격받은 표정이었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

“당신 솜씨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 전혀 놀랍지 않아.”

성도윤은 사실 차설아에게 숨겨진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일찍이 짐작했다.

본분을 지키는 차씨 가문의 아가씨는 그저 외부인에게 보이는 가면에 불과했고, 가면 뒤에 숨겨진 신분은 모든 사람의 인식을 깨뜨렸다.

다만, 성도윤은 그녀의 가면을 찢을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만약 그녀가 오늘 대범하게 고백하려 한다면 그는 오히려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

차설아는 손가락을 맞잡고 꾸드득 소리를 내더니 조금씩 침대로 다가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다음 목표가 당신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지금의 당신은 내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목숨을 앗아갈 수 있어. 그러면 우리 결혼은 자동으로 해지되겠지. 당신과 계속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시간 낭비 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마치 몇 개의 날카로운 칼처럼, 번개 같은 속도로 남자의 목을 겨누더니 계속 말했다.

“사실 마지막으로 내 손에 죽은 남자는 당신보다 더 건장한 백인이었어. 그저 엄지와 식지만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그 사람 목이 비틀어지고 혀가 무려 몇 센티미터나 떨어져 나갔어. 영화 속의 목매달아 죽은 귀신과 똑같은 모습이었다고.”

차설아는 이 실제 사례를 통해 남자가 자신이 얼마나 지독하고 냉혈한 여자인지 알고 결혼을 취소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성도윤은 전혀 겁먹은 기색도 없이 놀라움까지 띤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손가락 두 개만으로 목을 비틀었다고?”

차설아는 어리둥절했다.

‘이 자식,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지? 그게 중점이 아니잖아!’

“내가 알기로 세상에 그런 손가락 힘이 있는 사람은 다섯 명을 넘지 않아. 그 다섯 명 모두 만만한 사람이 아닌데, 설마 당신이 그중 한 명이야?”

성도윤은 한가로이 떠들어대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아주 예리하게 시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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