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내 말이 바로 그거다.”성주환은 녀석들의 말을 들으며 눈시울을 더욱 촉촉하게 적시고 속으로 만감이 교차했다.“역시 우리 설아의 아이들이야. 아주 똑똑해. 네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이해력이 훨씬 뛰어나고, 나무처럼 딱딱한 아버지보다 감정이 풍부해. 성씨 가문은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차씨 가문의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어.”성명원도 손자 손녀의 이해력에 놀랐지만 그래도 자존심을 세워야 했기에 나지막이 말했다.“아버지, 우리 도윤이 유전자도 나쁘지 않아요. 두 아이가 EQ는 설아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지능은 도윤이에게 물려받은 거죠.”“말도 안 되는 소리!”성주환은 그를 흘겨보더니 말했다.“우리 설아가 얼마나 수재였는지 몰라? 몇 등급이나 뛰어올라 단박에 석사 박사까지 따냈다고. 게다가 가장 어려운 물리학을 전공했어. 얼마나 머리를 많이 쓰는 곳인데 어디 도윤이와 비교해? 그 자식은 내가 보기에 사업만 할 줄 알아!”성주환이 한창 투덜대고 있는데 차설아가 성도윤을 밀며 거실로 들어왔고 난처한 장면이 연출되었다.“어머, 설아야. 진짜 도윤이와 함께 올 줄은 몰랐어. 넌 정말 효심이 깊은 착한 아이야.”소영금은 열정적으로 다가가 차설아의 팔짱을 끼며 맞이했지만 휠체어에 앉아 있는 친아들 성도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설아야, 오느라 고생 많았지? 이렇게 큰 짐까지 챙겨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어서 가서 앉으렴. 목은 안 말라? 뭐 좀 마셔.”그녀는 차설아를 잡고 나란히 앉아 하인에게 빨리 최고급 장미 보양차를 준비하라고 분부했다.“저 목 안 마르고 힘들지도 않아요.”차설아는 그녀의 과분한 열정에 대처할 겨를이 없었다. 눈시울을 붉히며 성주환의 방향을 바라보며 울먹였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늦었어요. 할아버지가 아프신 줄도 모르고...”성주환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늦었다니 그게 뭔 말이냐? 나 아직 안 죽었다. 한 끼에 밥도 두 그릇이나 먹으면서 잘 먹고 잘살고 있어. 너희 젊은이들보다 더 건강하고!
“조용히 하세요...”성도윤은 목청을 가다듬더니 덤덤하게 말했다.“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게 있어요.”모두들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지만 표정은 좀 귀찮아 보였다.특히 성주환은 성도윤을 볼 때마다, 불행한 것을 보는 듯 귀찮은 모습이었다.“흥, 네 놈이 무슨 기쁜 소식을 전하겠어? 흥이나 깨지 않으면 다행이지.”소영금도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아들, 아버님은 널 좋아하지 않으시고, 손자 손녀도 널 싫어해. 무엇보다 설아도 널 싫어해... 우리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 얼른 방에 들어가 있어.”성명원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며 재촉했다.“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냐? 간략하게 설명해. 나 지금 원이와 달이에게 호두를 까주고 있단 말이야...”그리고 성명원은 껍질을 벗긴 신선한 호두를 각각 원이와 달이에게 먹이며 두꺼운 목소리를 애써 꼬아서 말했다.“원아, 달아. 호두를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좋아져. 네 아빠처럼 생각 없이 행동하면 안 된다.”성도윤은 할 말을 잃었다.‘이런, 이 두 녀석이 온 후로 가문에서 내 지위는 그야말로 곤두박질쳤어! 난 그저 성씨 가문의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한 도구였던 거야?’“다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이 소식을 발표하면 모두 미친 듯이 기뻐할걸요?”성도윤은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려고 바득바득 애를 썼다. 예쁜 입꼬리를 씩 올리며 뜸을 들였다.모두 그를 3초 동안 차갑게 쳐다본 후 다시 눈을 흘기더니 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저랑 설아 재혼했어요.”성도윤은 턱을 치켜들고 덤덤하게 내뱉었지만 그 위력은 집안 전체를 발칵 뒤집을 정도로 대단했다.“뭐... 뭐라고?”성주환은 비틀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감격에 겨워 성도윤을 바라보았다.“설마 내 귀가 잘못된 거냐? 왜 네가 방금 설아와 재혼했다고 들은 것 같지?”소영금은 놀란 얼굴로 숨을 죽였다.“아버님이 잘못 들으신 게 아니에요. 방금 이놈이 확실히 설아와 재혼했다고 말했어요!”“또 말로만 이 늙은이를
“그러면 둘이 짜고서 날 속이는 거냐?”똑똑한 성주환은 단번에 두 사람의 속내를 알아채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고 내 한을 풀어주기 위해 이놈과 짜고 연극을 하려는 거지?”“아,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설아야, 내가 널 모르겠어? 늘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네가 이런 선택을 한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아. 전에도 말했다시피, 할아버지는 꿈에서라도 네가 내 손자와 잘되기를 바라고 있어. 하지만 네가 이놈을 진심으로 용서한 전제하에 다시 사랑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재결합했으면 좋겠어...”성주환은 입이 닳도록 설득한 후 기세 넘치게 말했다.“내 눈을 보고 말하거라. 정말 도윤이를 이미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는 거야?”“저... 할아버지...”차설아는 성주환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주눅이 들었고 성도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도윤 씨에게 물어보세요. 도윤 씨가 모든 걸 알고 있어요.”“안 믿으실 줄 알고 제가 만단의 준비를 해왔죠.”성도윤은 침착하게 말하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혼인 신고서를 꺼내 오만스럽게 말했다.“저희가 방금 받은 혼인 신고서예요. 만약 연기라면 이렇게까지 진지할 필요 없겠죠?”“어디 봐봐!”소영금은 눈이 반짝이더니 혼인 신고서를 빼앗아 찬찬히 보았다. 그리고 감격에 겨워 성명원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흑흑, 여보. 죽기 전에 우리 철없는 아들이 이렇게 장한 일을 한 걸 보게 되네요.너무 흐뭇해요.”성명원도 믿기지 않아 혼인 신고서에 박힌 사진과 도장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진지하게 말했다.“진짜인 것 같아요. 가짜라면 도장이 이렇게 선명하지 않을 거예요.”“어디 한 번 봐봐.”성주환은 희끗희끗한 눈썹을 찡그리고 돋보기를 쓰고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큼지막했던 거실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마치 실험실처럼 그들의 숨소리만 들렸다.오랜 시간 후, 성주환의 엄숙하고 냉철하던 표정은 마침내 약간 온화해지더니 옅은 미소로부터 점점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좋아, 아
“그래, 이제 당신 차례야.”성도윤의 눈빛은 마치 갈고리를 낀 듯 뜨거운 열정이 솟아오르는 한편 애틋함이 섞여 있었다.“저는...”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화로에 몸을 태우는 듯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무엇보다 성주환의 말이 너무 극단적이었기 때문이다.지금 함부로 맹세했다가 앞으로 지키지 못한다면 성주환을 저주하는 것이 되어버린다.“이 녀석, 둘이 진심으로 사랑해서 재결합했다며! 부부가 평생 헤어지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왜 그렇게 힘들어해?”성주환의 방금 펴진 미간이 저도 모르게 또 뒤틀렸다.그는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두 사람이 기뻐하면 따라서 기쁘고, 두 사람 사이에 빨간불이 켜지면 그의 마음도 따라서 조여들었다.“아, 아니에요!”차설아는 애써 침을 삼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짜내며 성도윤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저도 성도윤의 아내로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콜록!”성도윤은 온몸이 굳어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차설아를 바라보며 ‘과도’하게 당황한 나머지 하마터면 침에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차설아가 얼렁뚱땅 넘어갈 줄 알았는데 진짜 이런 말을 내뱉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차설아, 잘 생각했어? 진짜 나랑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이성적인 성도윤은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성주환까지 끌어들이며 강조했다.“만약 앞으로 날 떠나면 할아버지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마찬가지야!”“당연히 잘 생각했지...”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성도윤과 시선을 마주 보며 그 누구와도 상관없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말을 했다.“만약 당신이 좋은 남편이라면 나도 분명 좋은 아내가 될 거야. 당신이 영원히 날 떠나지 않는다면 나도 평생 당신 옆을 지킬 거야.”앞으로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이러한 결정이 모두에게 좋은 것이고, 그녀도 성도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성도윤의 말대로 두
성도윤과 성명원은 할 말을 잃었다.분위기가 약간 코미디로 변했지만 꽤 화목했고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했다.다만 원이의 표정이 조금 엄숙했다.녀석은 발그레한 입술을 삐죽 내밀고 조금 화가 난 듯 계속 애어른처럼 팔뚝을 감싸 안았다.차설아는 소영금과 열띤 토론을 벌인 후, 그제야 아들의 이상한 감정을 발견하고 물었다.“원아, 왜 그래? 엄마는 왜 우리 원이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지?”“엄마는 무책임한 것 같아요.”“어? 내가 무책임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차설아는 어리둥절했고 다른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얼굴로 녀석을 바라보았다.오래 참았던 원이는 결국 자신의 불만을 토로했다.“원래는 미스터 Q와 결혼하기로 해놓고 지금은 왜 갑자기 이 나쁜 놈과 혼인 신고까지 한 거예요? 나쁜 놈이 전에 엄마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벌써 잊었어요?”원이는 차설아가 또 한 번 나쁜 놈에게 속고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했다.“하하, 그건 말이야!”차설아는 약간 난처했지만 성주환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까 봐 서둘러 말했다.“엄마랑 미스터 Q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어. 어떻게 진짜 결혼하겠어. 너희들 친아빠도 아니잖아.”“누가 제 친아버지이든 상관없어요. 엄마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바로 우리들의 아빠인 거예요. 적어도 미스터 Q는 저랑 달이가 엄격하게 고른 남편감이니 절대 엄마를 해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나쁜 아빠는 확신이 서지 않는단 말이에요...”원이가 성도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적개심으로 가득 찼다.“맞아요, 미스터 Q를 버리면 안 돼요. 그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요. 정 안 되면 예쁜 아빠랑 Q 아빠랑 같이 결혼하는 건 어때요?”달이는 앞서 원이와 상의한 방안을 떠올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Q 아빠가 엄마를 돌봐주고 예쁜 아빠가 엄마의 일을 도우면 되잖아요. 남편이 두 사람이면 엄마도 더 이상 힘들지 않을 거예요.”아이들의 천진한 생각에 모두 너털웃음을 지었다.성주환은 호기심에 찬 얼굴로 차설아에게 물었다.“설아야, 애들이 말하는 Q 아빠가
성주환은 이 미스터 Q가 성도윤과 차설아 사이에 가로 놓인 가시가 틀림없다는 것을 짐작하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원이는 훌륭한 지력을 타고났지만 결국 아이인지라 남녀의 감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미스터 Q를 위해 나섰다.“엄마, 난 엄마가 이 나쁜 놈과 결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요. 미스터 Q와 결혼해야죠. 미스터 Q가 백배는 더 훌륭해요...”원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강한 태도를 보였다.“만약 미스터 Q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저는... 저는 엄마랑 말하지 않을 거예요!”성주환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물었다.“원아, 왜 그렇게 미스터 Q를 좋아하는지 이 할아버지에게 말해 줄래? 네 친아버지보다 어디가 그렇게 훌륭한 거냐?”“미스터 Q는 저의 테스트를 통과했어요. 요리도 잘하고, 말도 상냥하게 하고, 노래도 잘하고, 엄마를 즐겁게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보물 집을 갖고 있어요. 그 안에 진귀한 보물들이 가득 있어서 엄마가 기분이 나쁠 때 그 보물 집에 가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고요!”“보물 집?”“맞아요, 영흥 부둣가의 보물 집인데요. 그곳 사람들은 모두 미스터 Q를 존경하고 두려워해요. 얼마나 대단한데요!”원이의 말이 나오자 모두 문득 깨달았다.“그 사람이었구나...”소영금은 턱을 치켜들며 오만하게 말했다.“그러면 그 나쁜 놈이 전에 도윤이에게 참패했다는 건 알고 있어?”성명원도 하찮게 여기는 눈치였다.“흥, 그 녀석은 그때 우리 가문에 패배하고 계속 그 낡은 부둣가에 숨어 지낸다고 하지. 그런데 지금 감히 내 며느리와 손자 손녀를 빼앗을 궁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니 당장 사람을 보내 혼내 줘야겠어!”그 당시, 성씨 가문과 성심 전당포 사이의 갈등은 아주 깊었고 물과 불처럼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세력이었다.그러다 성도윤이 미스터 Q를 제패하고 그의 반쪽 얼굴을 산산이 조각냈다.미스터 Q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수개월 뒤 성도윤이 미
저녁이 되자 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헤어져 성도윤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성도윤을 밀고 성씨 저택의 안방까지 찾아간 그녀는 분위기가 애매해진 것을 느꼈다.“저기, 오늘 피곤했을 텐데 일찍 쉬어. 나도 일찍 쉬러 갈게. 이따가 하인이 당신 씻기러 올 거야.”차설아는 긴 손가락으로 뺨 옆에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예의 바르게 말하고는 떠날 준비를 했다.성도윤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덥석 잡더니, 깊은 눈동자에는 마치 불이 난 듯 뜨거운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종일 사랑하는 부부인 척해놓고 지금 가는 게 말이 돼?”“이 모든 건 전부 연기라고 했잖아? 다들 주무시니까 인제 그만 해도 돼.”“하지만 난 연기가 아니라 리얼이고 싶어...”성도윤은 차설아의 손을 잡고 자신의 잘생긴 얼굴에 천천히 올려놓았다. 마치 오만한 표범이 먼저 도도한 자태를 내려놓고 만져달라는 것 같았다.“당신도 나랑 리얼이고 싶잖아, 아니야?”“난...”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남자의 뺨에 난 수염 때문에 그녀의 손바닥이 간지럽고 그녀의 가슴에도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가지 마. 나 당신이랑 자고 싶어... 진짜 부부처럼.”성도윤의 목소리는 특히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그 깊이가 극에 달했다.차설아는 불 속에 뛰어든 듯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니 쑥스럽게 중얼거렸다.“하지만 당신 허리가 이 지경인데 어떻게 자?”“하하!”성도윤은 여자의 수줍은 모습에 마음이 살랑살랑 움직였다. 긴 팔로 여자의 허리를 꽉 껴안고 머리를 그녀의 평평한 아랫배에 살며시 갖다 댔다.“급한 거 알지만 일단은 좀 참아. 허리는 며칠 안에 회복될 거야. 그때는 남편으로서 책임을 다해서 아내의 기쁨을 느끼게 해 줄게. 다만 지금은... 난 정말 단순히 당신과 자고 싶어.”“변태!”차설아는 자신이 남자의 뜻을 오래 했다는 것을 알고 얼굴이 더욱 붉어졌고 이를 악물고 변명했다.“내가 언제 당신이랑 뭐 그러고 싶대? 당신이 말을 애매모호하게 해서 내가 삐뚤어진 생각을 한
일주일 후, 성도윤의 허리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심지어 전보다 훨씬 힘이 세졌다.두 사람의 관계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차설아는 더 이상 그와 어울리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보통 부부처럼 말다툼도 하고, 심술도 부리고 달콤한 일상을 보냈다.성도윤은 지금의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차설아와 함께하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겼다.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건 하느님이 그에게 준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아주 평범한 아침, 따스한 햇볕이 창문을 비추고 새들이 지지배배 울고 잔잔한 바람이 베이지색 커튼에 스쳤다.차설아는 여느 때처럼 따듯한 남자의 품에 안겨 좀처럼 일어나기 싫어했다.“일어나, 이 게으름뱅이야...”성도윤은 여자를 긴 팔로 껴안고 그녀의 아름답고 오뚝한 코를 손가락으로 만지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당신과 아이들을 데리고 제대로 축하하고 싶어.”“윽, 시끄러워. 여긴 너무 따뜻하단 말이야. 나 계속 잘래.”차설아는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주꾸미처럼 성도윤에게 매달렸고, 머리는 남자의 넓고 따듯한 품에 안겨 고양이처럼 이리저리 비비대고 있었다.이것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인데, 마치 포대기 속의 아기처럼 생애 최초의 안정감을 찾은 느낌이었다.너무 오랜 외로움 때문인지 차설아는 매서운 겨울날 이렇게 안전하고 따뜻한 품에 안겨 있으면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래, 그럼 푹 쉬어. 자고 싶을 때까지 잤다가 다시 일어나면 돼.”성도윤은 갓난아기를 달래듯 여자의 등을 토닥이고 잘생긴 눈매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어느새 점심이 되었다.위층의 침실은 조용했지만 아래층의 거실을 아주 시끌벅적했다.성주환은 성씨 가문의 모든 친지를 모아 특별히 풍성한 가족 연회를 마련하여 두 사람이 재혼했다는 소식을 전하려 했다.그래서 성씨 가문의 직계든 방계든 초대받은 사람은 모두 이른 아침에 귀한 선물을 가지고 와서 축하했다.성주환, 성명원과 성씨 가문의 남자들이 한자리에 앉았고 소영금은 동서지간인 친척들과 자리를 함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