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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Author: 배시아
저녁이 되자 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헤어져 성도윤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성도윤을 밀고 성씨 저택의 안방까지 찾아간 그녀는 분위기가 애매해진 것을 느꼈다.

“저기, 오늘 피곤했을 텐데 일찍 쉬어. 나도 일찍 쉬러 갈게. 이따가 하인이 당신 씻기러 올 거야.”

차설아는 긴 손가락으로 뺨 옆에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예의 바르게 말하고는 떠날 준비를 했다.

성도윤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덥석 잡더니, 깊은 눈동자에는 마치 불이 난 듯 뜨거운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종일 사랑하는 부부인 척해놓고 지금 가는 게 말이 돼?”

“이 모든 건 전부 연기라고 했잖아? 다들 주무시니까 인제 그만 해도 돼.”

“하지만 난 연기가 아니라 리얼이고 싶어...”

성도윤은 차설아의 손을 잡고 자신의 잘생긴 얼굴에 천천히 올려놓았다. 마치 오만한 표범이 먼저 도도한 자태를 내려놓고 만져달라는 것 같았다.

“당신도 나랑 리얼이고 싶잖아, 아니야?”

“난...”

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남자의 뺨에 난 수염 때문에 그녀의 손바닥이 간지럽고 그녀의 가슴에도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가지 마. 나 당신이랑 자고 싶어... 진짜 부부처럼.”

성도윤의 목소리는 특히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그 깊이가 극에 달했다.

차설아는 불 속에 뛰어든 듯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니 쑥스럽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당신 허리가 이 지경인데 어떻게 자?”

“하하!”

성도윤은 여자의 수줍은 모습에 마음이 살랑살랑 움직였다. 긴 팔로 여자의 허리를 꽉 껴안고 머리를 그녀의 평평한 아랫배에 살며시 갖다 댔다.

“급한 거 알지만 일단은 좀 참아. 허리는 며칠 안에 회복될 거야. 그때는 남편으로서 책임을 다해서 아내의 기쁨을 느끼게 해 줄게. 다만 지금은... 난 정말 단순히 당신과 자고 싶어.”

“변태!”

차설아는 자신이 남자의 뜻을 오래 했다는 것을 알고 얼굴이 더욱 붉어졌고 이를 악물고 변명했다.

“내가 언제 당신이랑 뭐 그러고 싶대? 당신이 말을 애매모호하게 해서 내가 삐뚤어진 생각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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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담히 말하는 차설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성진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렇게 두려워하면서 왜 눈을 팔겠다고 한 거예요? 돈이 필요하면 다른 방법으로도 벌 수 있잖아요. 굳이 여생을 망치면서까지 벌 이유가 따로 있는 거예요?”“그건...”차설아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대꾸했다.“돈이 영혼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영혼이 갇히는 건 그저 심심할 뿐이지만 가난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더라고요.”“얼마가 필요한 거예요? 내가 그 돈 줄게요, 눈 안 팔아도 줄 수 있어요.”“네?”그냥 장난삼아 한 말인데 가난에 찌든 소녀를 구원해주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는 성진에 차설아가 오히려 더 당황하며 물었다.“왜요, 너무 의외예요?”성진은 두 손을 맞잡으며 여전히 감정 없는 투로 말을 이어나갔다.“비도 맞아본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우산을 쥐여준다고 하잖아요. 실명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아니까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굳이 이 길은 가지 않았으면 해서요.”그 말에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하던 차설아가 코를 매만지더니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듣던 거랑은 전혀 다른 분이셨었네요. 엄청 매정한 분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인류애가 넘치시네요. 본인은 지옥을 사시면서 다른 사람은 그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어린 나이에 잘못된 길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해서 한 말이에요.”“잘못된 길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전 돈이 필요해서 눈을 파는 것뿐이에요.”“눈 안 팔아도 돈 준다니까요.”“그건 싫어요.”자꾸만 거절하는 성진에 차설아는 그가 자신이 누군지 알아챈 건가 싶어 조급해하며 말했다.“가난하다고 해서 동정받고 싶지는 않아요. 돈을 받았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죠. 저도 빚지는 걸 싫어해서 돈만 받으면 마음이 불편해요.”“빚지는 걸 싫어한 다라...”그 말을 들은 성진은 추억에 잠긴 듯 슬픈 얼굴을 하고 말했다.“내 친구도 청아 씨처럼 빚지는 걸 아주 싫어했는데 친구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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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어요.”차설아를 데리고 야외정원으로 온 박서영이 성진의 말에 답을 했다.박서영은 이미 차설아를 온전히 믿고 있었다.만약 도망을 가거나 자신의 정체를 밝힐 생각이었다면 진작에라도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정말로 눈을 성진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뜻이었기에 박서영도 더는 그녀를 경계하지 않고 그녀에게 자유를 주었다.“어디 계셔?”“바로 앞에 앉아계시니까 천천히 말씀들 나누세요.”기대에 찬 얼굴로 묻는 성진을 향해 박서영이 차분히 대답했다.야외정원에는 라운지 의자가 두 개 있고 그 사이에는 테이블이 하나 놓여있었는데 둘은 다과가 올려진 그 테이블을 사이 두고 마주 앉아있었다.“서영아, 넌 내려가 있어.”“도련님, 저는 그냥 없는 셈 치고 얘기하세요. 방해 안 할게요.”박서영은 차설아는 완전히 믿지만 혹시나 성진이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릴까 봐 두려웠다.둘을 만나게 하는 것 자체가 아주 모험적인 일인데 만약 자신이 자리에 없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것이기에 박서영은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방해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야.”“난 내가 다른 사람이랑 얘기할 때 옆에 제삼자가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하지만...”“지금 내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거야?”차가운 표정을 한 성진을 보면서도 용기 내 말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더욱더 냉랭해진 태도라 박서영은 어쩔 수 없이 내려갔다.“알겠습니다, 그럼 차라도 가져올게요.”박서영은 내려가기 전에 차설아를 향해 부탁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그녀가 알겠다는 듯 저를 향해 눈썹을 움직여주니 박서영은 한결 안심이 됐다.박서영이 나가고 넓은 정원에는 성진과 차설아만이 남게 되었다.가장 높은 곳에 위치 한 정원이라 협곡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을 그대로 받을 수 있던 그곳에는 부드러운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어 아주 아늑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이름이 뭐예요?”고개를 들고 바람을 느끼던 차설아는 들려오는 성진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 선 이혼, 후 집착   제1440화

    여한이 없다는 말까지 하는 차설아에 측은지심이 생겨난 박서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나도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데 차설아 씨 말고는 도련님이랑 맞는 눈이 없어요. 그래서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부담 갖지 마요. 이건 내가 진이한테 빚진 거니까 내가 갚을 거라고 했잖아요.”“그럼 내일 오전 두 분 만나게 해드릴게요.”그 말에 박서영은 마음을 독하게 먹으려고 심호흡을 하며 방을 나섰고 그날 밤을 차설아는 뜬 눈으로 새우게 되었다.하지만 잠을 설친 건 성도윤도 마찬가지였다.차설아와 연락이 안 된다는 사도현의 말에 자신도 연락을 해봤지만 차설아는 줄곧 묵묵부답이었다.그래서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을 때 성도윤은 차설아가 올린 새 스토리를 확인하게 되었다.[내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어, 오직 너뿐이야.]해바라기를 안고 활짝 웃는 사진을 저런 문구와 함께 올렸는데 꽃을 사본 사람이라면 해바라기의 꽃말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진심이 가득한 그 스토리를 본 성도윤은 차설아가 자신에게 고백을 하나 싶었다.아무 소식 없다가 갑자기 저런 자신을 올리는 게 자신에게 무언가를 암시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 그는 순간 오만해졌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이유를 알고 싶어 처음으로 그녀의 스토리에 댓글을 달았다.“너 지금 어디야?”하지만 그는 한참을 기다려도 차설아에게서 답장을 받지는 못했다.이미 끝난 사이이니 연락을 할 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답답했던 성도윤은 새벽 두 시에 비서에게 연락했다.“진무열, 차설아 현재 위치 알아보고 나한테 보내.”보스의 전화에 잠에서 깬 탓에 정신이 흐리멍텅했던 진무열은 눈을 비비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보스, 저는 비서지 해커가 아닙니다. 스토리에 올린 사진 한 장 보고 위치를 어떻게 알아냅니까?”“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내일 아침 날 밝기 전까지 무조건 알아내.”말을 마친 성도윤은 전화를 끊어버리고 잠에 들었지만 새벽에 임무를 전달받은 진무열은 자신이 또 뭘 잘못했나 싶어 어리둥절하기만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9화

    박서영의 망설임을 보아낸 성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왜, 불편해?”“아니요, 불편한 게 아니라... 그분을 꼭 만날 필요가 있을까요?”박서영은 원래 대충 아무 핑계나 대서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아는 성진이라면 단칼에 거절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여겨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 같아 거절 대신 저런 질문을 한 것이다.“당연히 봐야지.”“만약 그 사람이 정말 나한테 눈을 기증해준 사람이라면 나 대신 어두운 여생을 살아가게 될 텐데, 나한테 새로운 삶을 선사해준 그런 은인을 찾아보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자리 마련할게요...”주먹을 꼭 쥐고 말하는 성진의 의지가 강해 보이기도 했고 또 괜히 그에게 의심을 사고 싶지도 않아 박서영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차설아와의 만남은 없을수록 좋겠지만 그래도 수술 전이니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내일 오전 열 시에 별장으로 모셔올 테니까 두 분 얘기 나누세요.”“그래, 수고했어.”처음으로 박서영을 대놓고 칭찬한 성진은 밤바람을 느끼며 내일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달을 향해 고개를 든 그가 깊은숨을 들이마시자 몸속에 갇혀있던 영혼이 움찔거리며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 아름다운 별빛도 얼마 안 있으면 보겠네.”성진을 방으로 데려다준 박서영은 곧바로 지하실로 향했다.차설아는 그곳에 놓인 하얀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있었는데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서도 표정만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장기를 내어주기만을 기다리는 보관창고 같은 모습이었다.“아까 도련님이랑 달구경 좀 했어요. 3일 뒤에 수술하는 거 도련님도 동의하셨어요. 하지만 기증자가 차설아 씨라는 말은 못 했어요.”박서영의 말에 눈을 뜬 차설아가 천장을 보고 웃으며 담담히 답했다.“당연히 말 못 하겠죠. 그 사람이 알면 안 받으려고 할 게 분명하니까요. 그런 사람이니까 그때도 나 위해서 자기 눈을 성도윤한테 내어줬겠죠.”“그러게요.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8화

    “하느님도 도련님의 억울함을 느꼈나 보죠.”“기증자는 어떤 사람인데? 남자야? 여자야? 성씨 가문의 사람이야?”성진은 기쁘긴 했지만, 생각은 꽤 신중했다.세상에 공짜가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 그는 진실부터 파헤쳐 보기로 했다.“그게...”박서영은 성진이 기증자에 이렇게 관심을 가질 줄 예상하지 못했는지 손톱을 뜯으면서 아무렇지않게 말했다.“여대생인데 집안에 돈이 부족해서 저희 모집 정보를 보고 건강 검진 결과를 보내왔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매우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만약 눈을 기증한 사람이 바로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는 차설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조건 수술을 반대할 것이고, 심지어 크게 화를 낼지도 몰랐다.“아, 가난한 여대생이라...”성진은 이에 대해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으니, 누군가는 몸을 팔고, 누군가는 신장을 팔고, 심지어 누군가는 목숨을 팔기도 했다. 한 쌍의 눈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시도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만약 그녀가 정말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면, 돈을 섭섭지 않게 챙겨드려. 가능하다면 그녀와 가족의 남은 인생을 책임지겠다고 해.”성진이 매우 의리 있게 말했다.그는 비록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이다.“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잘 진행될 거예요. 도련님, 수술을 받으실 거예요?”박서영은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줄 몰랐는지 기쁜 마음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안 받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성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내 자신을 사랑해. 그리고 누가 괜히 시각장애인이 되고 싶겠어? 만약 정말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복수해서 설아를 내 곁에 단단히 붙잡아 놓을 거야.”“도련님, 시력을 회복하면 첫번째로 하고 싶은 일이 설아 씨를 되찾는 거예요?”“그럼!”성진의 눈빛은 확고해 보였다.“그동안 난 설아에 대한 마음이 더욱 확고해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7화

    박서영은 이렇게 슬프고 비관적인 성진을 보며 마음이 아파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도련님은 그 여자 때문에 너무 많이 변했어요. 예전의 도련님은 이렇게 비관적이지 않았어요...”울먹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만이 섞여 있었다.“그 여자 때문에 이렇게 변한 것이 아니라,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 거야. 그녀를 만나면서 더욱 나 자신으로 변해버린 거고.”성진은 깊고도 막연한 초점 없는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 차설아를 언급할 때마다 표정이 부드러워지면서 행복감을 감출 수 없었다.“아니잖아요!”박서영은 이해되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렸다.“예전에 도련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없는 감정은 사람을 얽매이게 하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고요. 분명 그때 성도윤 씨는 도련님을 상대로 패배했잖아요. 도련님이 조금만 더 냉정했더라면 지금 성대 그룹은 도련님이 지배하고 있었을 텐데, 결국엔... 그 여자를 위해서 어떻게 성도윤 씨한테 골수와 눈을 내어줄 수 있어요. 그 사람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저희는 구석에서 세월이나 한탄하면서 보름달을 구경하는 것도 사치가 되어버렸잖아요. 너무 억울해요!”박서영의 말을 듣고 있던 성진은 손가락을 움찔하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그렇다. 예전의 그는 사고가 명확하고,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세상의 모든 사랑에 눈이 멀어있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배부른 나머지 할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사랑 때문에 죽지 못해 안달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의 자신이 가장 경멸했던 그런 사람 중의 한명이 될 줄 몰랐다.“도련님, 시간이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와 똑같은 선택을 하실 건가요?”박서영은 흔들리는 성진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잘 모르겠어.”아주 진솔한 대답이었다.“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사랑에 미친다고 하잖아. 나는 이미 그래봤으니까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과연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어쩌면... 완전히 나쁜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6화

    “그래요. 그러면 이따 올릴 거니까 일단 로그인해 주세요.”’박서영이 핸드폰을 건네면서 차설아더러 자기 SNS 계정에 로그인하라고 했다.핸드폰을 받아쥔 차설아는 매우 협조적으로 SNS 계정에 로그인했다.구조를 요청할 기회는 많았지만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박서영도 차설아가 진심으로 속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점차 믿게 되었고, 다소 놀라면서 말했다.“생각보다 자기 눈을 내놓을 만큼 결단력 있는 사람이었군요. 그래서 저희 도련님이 당신을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했던 거군요. 당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저에게 주는 칭찬이에요?”차설아가 박서영을 쳐다보면서 피식 웃었다.“저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단지 남에게 빚지는 것을 싫어할 뿐이에요.”“저희 도련님께서 원하는 것이 바로 그거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도련님이 계속 바보 같이 지내는 것을 두고볼수 없어요. 박서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고통은 결국 도련님만 겪는 거잖아요? 이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저는 도련님께서 좀 더 냉정해져서 설아 씨를 곁에 뒀으면 좋겠어요. 예전부터 그래왔으니까요. 연애의 신 같은 건 도련님한테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박서영은 어릴 적부터 성진 부모의 교육을 받아 성진 한 사람만을 위해 헌신하며, 성진을 위해 무조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녀의 기억 속 성진은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그중에서 배회하는 사람이었다.이런 사람은 완전히 흑화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착한 모습을 보이면 끝없는 심연에 빠질 뿐이다.이번에는 박서영이 한눈파는 사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 것이다. 박서영은 이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한때 냉혹하고 교활하며 결단력 있는 성진이 반드시 돌아와야만 했다.차설아는 다소 어두워진 표정으로 박서영에게 물었다.“그동안 성진은 어떻게 지냈나요?”“시각장애인이 뭘 어떻게 지냈겠어요.”박서영은 고개를 저으며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5화

    박서영은 그녀를 믿지 못하겠는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정말 기꺼이 두 눈을 내놓을 생각이 있으신가요?”그녀는 세상에 이렇게 바보 같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분명 무슨 속셈을 꾸미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제가 성진한테 빚진 걸 갚는 거예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어요.”차설아가 말했다.“저를 못 믿겠다면 제가 무사하다는 것을 굳이 알릴 필요 없어요. 다만 그때 가서 일이 커지면 알아서 처리하세요.”거짓말할 마음도 없는 차설아는 진심으로 이 일이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다.항상 성진의 헌신 덕분에 남의 인생을 도둑질한 것처럼 느꼈고, 가끔 즐거울 때도 불안한 마음에 죄책감을 느꼈다.이 기간에 성진에게 연락하지 않았지만, 밤이 깊어질 때마다 그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이 남자가 어떤 어둠 속에 처해있을지, 어떤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를 상상했다. 어쩌면 원수의 손에 잡혔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가능성이 마치 비수처럼 심장에 꽂혀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고통스럽기만 했다.차설아는 더 이상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빚을 한 번에 갚고 싶어 했고, 그렇게 되면 그나마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럼 어떤 방법으로 무사하다고 전할 건데요?”박서영은 차설아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여전히 경계하는 어조로 물었다.“SNS에 올리면 되죠.”차설아가 웃으면서 말했다.“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위험에 처했을 때 SNS를 올릴 마음이 있겠어요? 제가 SNS를 올려버리면 적어도 제가 안전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SNS만 올리게요?”박서영은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SNS면 충분해요.”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차성철도, 배경윤도, 선우 시원도 각자 바빴기 때문에 그녀를 신경쓸 새도 없었다.이럴 때 SNS를 올리면 최소한 무사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좋아요. SNS 올리는 것만은 허락해 줄게요.”박서영이 여러 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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