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네 말이 맞아. 성씨 가문에서 우리 도윤이의 대타로 뛸 수 있는 사람은 성진밖에 없지...”성명원은 다소 오만방자한 말을 한 후 또 쐐기를 박았다.“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손자, 손녀가 생겼으니 내가 할아버지로서 두 아이를 잘 키워 장차 우리 도윤이의 뒤를 잇게 할 거니까 성진이가 나설 필요 없을 거야.”성주원 부부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파랗게 질렸지만, 성주혁의 앞에서 감히 경솔하게 행동하지 못했다.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렇게 호락호락 당할 성격이 아니었다. 특히 단사란은 자잘한 일까지 시시콜콜 따지는 여자였다.원래 속에 화가 가득했는데, 지금 온 집안 사람들 앞에서 성명원에게 모욕당했으니 반드시 이 복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형님, 아주버님. 오늘은 좋은 날이니 우리 기분 나쁜 일은 언급하지 말아요. 듣자 하니 도윤이의 색시가 전에 그 조카며느리라고 해서 특별히 제가 선물을 준비했어요.”단사란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손바닥만 한 선물상자를 꺼내 소영금의 손에 쥐여주었다.“이게 뭐죠?”소영금은 이 상자가 꽤 무겁다고 생각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 별로 귀한 것도 아니고 그저 순금 800g으로 만든 자물쇠예요.”“왜 뜬금없이 자물쇠를 선물하는 거죠?”“이건 보통 자물쇠가 아니라 정결을 의미하는 자물쇠예요.”단사란은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도윤이의 색시가 예전에 그 여자라고 했잖아요. 두 사람이 이혼한 지도 꽤 됐는데 그동안 밖에서 얼마나 많은 남자와 만났는지 누가 알겠어요? 그래서 이 정결 자물쇠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니까요. 이걸 착용하기만 하면 앞으로 무조건 성실하고 본분을 지키며 다시는 도망가지 못할 거예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특히 여자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렸다.그녀들은 원래 차설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는 것은 부잣집 사모님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소영금의 앞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단사란이 첫 단추를 꿰니 또 이러쿵저러쿵
“왜 집에 친척분들이 오셨다고 얘기 안 했어? 저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냐고!”차설아는 붉게 상기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또 흐트러진 머리와 꾀죄죄한 차설아의 모습을 성씨 가문 친척들이 보기라도 하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어 피 터지게 욕먹을 것이 뻔했다.“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뭐가 중요해? 당신만 편안하면 되지.”성도윤은 차설아의 어깨를 껴안고 개의치 않는 듯 계단을 내려가 당당하게 인사했다.“다들 안녕하세요, 저랑 설아가 이제 깨어나서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성도윤은 성씨 가문에서 지위와 권력이 성주혁 다음으로 높았기 때문에 그가 입을 열자마자 천하를 다스리는 위엄에 거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다만, 성도윤은 고개를 숙이더니 봄날의 가랑비 같은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품에 안겨 있는 사람을 보며 말했다.“자,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른들께 인사드려.”차설아는 민망하지만 성도윤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인사했다.방금까지 불같이 투덜거리던 친척들은 성도윤을 무서워했기에 찍소리 한 번 하지 못했다.유독 단사란만이 굴하지 않고 계속 투덜거렸다.“어머, 우리 조카며느리 오랜만이야. 어디 보자... 벌써 안 본 지 4년이 되어 가네!”그녀는 웃음을 머금은 호랑이처럼 차설아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그때 도윤이가 너를 집에서 쫓아냈을 때 모두들 박수 치며 환호했지만, 나만 마음이 여려서 네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어...”“동서, 오늘 같이 좋은 날에 굳이 그런 얘기를 해야겠어요? 잠자코 앉아 있어요!”소영금은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었고 하마터면 달려들어 그녀의 입을 찢을 뻔했다.현장 분위기가 급 어색해졌다. 성도윤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재미난 구경을 하는 표정이었다.차설아는 오히려 개의치 않는 듯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제가 속에 담아두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이에 단사란은 더욱 흥분하더니 더
성도윤의 입은 정말이지 매를 부를 정도로 얄미웠다!단사란과 성주원은 화가 나서 펄쩍 뛰더니 바로 성주혁에게 일러바쳤다.“큰아버지, 들으셨죠? 도윤이가 이렇게 안하무인이랍니다. 사란이가 호의로 선물한 금 자물쇠를 받기는커녕 우리 진이가 자손이 끊긴다고 저주까지 했어요. 반드시 호되게 타일러 주세요.”단사란은 성주혁의 의자 팔걸이에 엎드려 큰 소리로 울었다.성주원은 하다못해 이미 세상을 뜬 자신의 아버지까지 앞세웠다.“제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뜨면서 저를 큰아버지께 맡기셨어요. 저는 조카일 뿐이지만, 늘 큰아버지를 제 아버지로 여겼어요. 그런데 큰아버지는 아들과 손자를 앞세워 저희를 이렇게 괴롭히는 건 아니죠. 만약 우리 집안의 대가 끊긴다면 제 아버지는 황천길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큰아버지를 찾아와 따질 겁니다.”“네 아버지가 너를 나에게 맡긴 것을 알고 있었구나...”성주혁은 세상을 뜬 자신의 친동생을 생각하면서, 성주원 일가의 도 넘는 행동에 늘 양보하고 참아왔다.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나라고 왜 너를 내 친아들로 여기지 않았겠니? 어릴 때부터 너희들을 똑같이 키웠고, 도윤이와 성진, 다른 손자들까지도 함께 키웠어. 누가 성씨 가문의 가업을 물려받는지는 항상 각자의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나눴지.”“도윤이가 성대 그룹을 맡고 진이를 외국 지사로 보낸 일로 너희들이 불만을 품고 계속 잔꾀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눈 감아 줬지만 오늘은 달라...”“오늘 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내 마음대로 해서도 안 돼.”성주혁은 말을 마치고 옆에 있는 집사에게 말했다.“피곤하니까 나 좀 부축해서 방으로 데려가게.”“그게, 무슨 말씀이죠?”단사란은 안절부절했다.‘전에는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항상 우리 편에 섰는데 오늘은 왜 손을 떼실까?’그녀는 서둘러 성주혁의 뒤를 쫓아 눈물 콧물을 짜냈다.“큰아주버님, 이 대로 가시면 어떡해요. 뭐라고 말씀 좀 해주셔야죠...”“사모님, 멈추시지요.”집사는 단사란의 발걸음을 막고 성주
성주원과 단사란은 모두 성도윤의 위협에 화들짝 놀랐다.성도윤의 오만방자한 성격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날뛰는 줄은 몰랐다. 보잘것없는 출신의 여자를 위해 집안 어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마저 지키지 않을 줄이야!이것은 규율이 삼엄한 성씨 가문에 있어서는 대역무도한 죄가 틀림없었다.현장에 있던 다른 어른들은 저마다 불평을 참지 못했다.“도윤아, 어떻게 웃어른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이것이 밖에 알려지면 성가의 체면이 어디 서겠어?”“아무리 두 사람이 잘못했다 해도 그래도 네 숙부, 숙모야. 차근차근 말하면 될 것을 그렇게 화낼 필요 있어?”“당장 두 사람에게 사과해, 도윤아!”성도윤은 그의 오만함으로 인해 단번에 가문의 도마 위에 올랐다.단사란은 더욱 흥이 나서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성명원과 소영금을 향해 비꼬아 말했다.“역시 형님과 아주버님의 교육이 선진적이시군요. 이렇게 제멋대로 날뛰는 아들을 두셨으니. 거북하게 말하자면... 교양이 없는 거죠. 계속 이렇게 내버려 두시면 내일 우리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 오줌이라도 싸겠네요!”“맞아요, 도윤이는 반드시 우리에게 사과해야 해요. 아니면 이 일은 절대 쉽게 끝나지 않을 거예요!”성주원이 끈질기게 말했다.“미안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일이니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사과할지는 알아서 해결하세요. 내 아들은 어른을 공경하기로 유명해요. 하지만 어떤 어른들은 아랫사람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없죠!”소영금은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찰지게 반격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가 아랫사람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단사란은 화가 나서 이미지도 버리고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앞으로 달려들어 소영금과 머리채라도 잡고 싸울 기세였다.이미 두 집안은 사이가 벌어졌으니 체면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유독 차설아만이 조금 난처했다.어쨌든 자신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일어났으니, 이 일로 인해 가족의 분열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단사란의 앞을 가로막고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숙모님,
“사과하세요.”성도윤의 말투는 너무 무겁지 않았지만 아주 차가운 명령이었고 단사란에게 한 발짝씩 다가갔다.“뭐 하려는 거야. 오지 마. 너... 너...”단사란은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고 얼굴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당장이라도 울 기세였다.차설아는 남자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나지막이 말했다.“성도윤, 나 괜찮아. 그렇게 사람 잡아먹을 얼굴 하지 마. 그래도 우리가 아랫사람이니까...”“사과하라고 말했습니다!”성도윤은 차설아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매서운 태도로 단사란에게 명령했다.마치 당장이라도 단사란의 목숨을 앗아갈 기세였다.이 상황을 본 성주원은 앞으로 달려들어 대담하게 성도윤을 혼냈다.“도윤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네 둘째 숙모에게 그게 무슨 태도야?”“셋만 셀 테니 두 분 모두 제 아내에게 사과하세요.”성도윤의 얼굴은 이미 살얼음판이나 다름없었고 눈빛은 더욱 매서웠다.“하나, 둘...”마지막 ‘셋’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주원 부부는 두 손을 들고 패배를 인정했다.“미안해, 미안해!”성주원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조카며느리, 오늘은 우리가 장난이 심했어. 만약 기분 상했다면 우리가 정중하게 사과할 테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 앞으로는 말조심 할게.”단사란은 속으로는 억울함이 가득했지만 성도윤과 그 가족들의 노여움을 사는 것이 두려웠다. 특히 성진에게 피해가 갈까 봐 어쩔 수 없이 사과했다.“미안해, 방금은 내가 말을 심하게 했어.”“아니에요, 괜찮아요. 사과는 저희가 해야죠. 저희가 농담도 받아들이지 못해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어요.”차설아는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아 서둘러 이 상황을 넘기려 했다.‘쯧쯧, 오늘이 지나면 이 집 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웃어른이 나에게 사과를 했으니 당연히 규칙도 없고 게으르고 악독한 여자라고 생각하겠지!’성도윤의 안색은 비로소 조금 누그러져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줄곧 두 분을 존경해왔어요. 특히 제 사촌 동생을 그렇게 훌륭하게 키우
성도윤이 으름장을 놓자 더 이상 비꼬는 소리가 나지 않고 아주 화목한 가족 모임이 되었다.예전의 차설아는 온갖 푸대접을 받아 지나가던 개들도 그녀를 밟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모두의 주인공이 되었다.까다로운 어른들이 잇달아 그녀를 둘러싸고 서둘러 칭찬을 하기 바빴다.차설아는 그제야 깨달았다.시댁에서 환영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지는 차설아의 능력과 노력에는 큰 관계가 없이, 모두 남편이 자신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 차설아가 아무리 게으르고 버릇이 없어도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가 되는 것이다.반대로 남편의 홀대를 받으면, 차설아가 아무리 예의 바르고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해도, 그저 누구의 눈에도 찰 수 없는 비천한 존재에 불과했다.모임이 끝나고 차설아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럭셔리한 천장을 바라보았다.“힘들어?”성도윤은 여자의 잘록한 허리에 팔을 두르고 조용히 물었다.“안 힘들겠어?”차설아는 굳어버릴 것 같은 자신의 볼을 꼬집으며 불평했다.“당신들 친척들을 향해 하루 종일 거짓 웃음을 지었는데 힘들지 않은 게 이상하지!”성도윤의 친척들은 모두 순풍에 돛을 다는 사람들이라, 차설아가 성씨 가문에서의 지위가 예전과 다른 것을 보고 모두 그녀를 둘러싸고 아첨하고 환심을 사느라 바빴다. 그런 어른들을 접대하니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수고했어.”성도윤은 여자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애틋하게 말했다.“앞으로는 웃고 싶으면 웃고, 웃고 싶지 않으면 웃지 않아도 돼. 나 성도윤의 아내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니까.”남자의 말에 차설아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차설아는 반짝반짝 빛나는 큰 눈을 깜박이며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눈을 보면서 물었다.“성도윤 씨, 그 말은 듣기 아주 황송하네요. 솔직히 말해 봐. 왜 갑자기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진작 잘해주고 싶었어. 당신이 늘 기회를 주지 않
계단에 있던 성명원 부부는 어색한 나머지 온몸에 닭살이 돋을 뻔했는데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등을 돌렸다.소영금: "쯧쯧, 우리 아들이지만 정말 못 봐주겠어.”성명원: "크~ 우리 아들이 뭘 좀 아네.”하지만 차설아는 젓 먹던 힘을 다해 성도윤을 자신의 몸에서 걷어차 버렸다.그리고는 얼른 일어나 헝클어진 옷과 머리를 손질하며 성명원과 소영금을 향해 물었다."어머님, 아버님, 혹시... 차 드실래요?”"괜찮아, 괜찮아, 너희 볼일 봐. 우리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였어.”소영금은 그렇게 말하고는 성명원을 잡아끌며 자리를 비켜섰다.“망했어, 내 이미지 완전히 망가졌잖아... 앞으로 너희 부모님, 그리고 친척분들이 날 어떻게 볼 거야!”차설아는 붉게 상기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절규했다.4년 전부터 그녀가 유지했던 ‘완벽한’ 사모님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리지 않았는가!"그들의 눈에는 내가 게으르고 할 줄 아는 거라곤 남자를 홀리는 것밖에 없는 꽃뱀일 거잖아...”"우리 부모님이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 안 하면 되잖아!”이때 성도윤은 소파에 무심코 기대어 있었는데 얇은 입술 언저리에는 그녀의 입술에서 빨아들인 립스틱이 번져있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여자의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그 꽃뱀이 너라면 난 기꺼이 너한테 홀릴 거야.”"헉, 오글거려 죽겠다!”차설아는 그의 말에 소름이 돋아 재빨리 성도윤과 안전거리를 벌리며 손사래를 쳤다."그냥 멀쩡하게 있어, 좀. 너 이러면 나 무서워.”"괜찮아, 곧 익숙해질 거야.”두 사람은 그 후에도 꽁냥거렸고 그제야 성도윤은 만족스러운 눈치였다.그러다 그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는데 시간이 다 된 걸 보고 입을 열었다."가자, 아이들 데리러. 오늘 우리 네 식구 한번 제대로 축하파티를 해야지.”그렇게 두 사람은 차를 몰고 몬테리 유치원 입구에 도착했다.이런 규모의 국제 사립유치원은 모두 권세가 있지 않으면 어마무시한 재부를 갖고 있는 집 자제들이 다니고 있기에 하교 시간도 되기 전
"그러지 뭐!"성도윤의 오기는 마침내 차설아의 부드러움에 눌렸고 그는 한 손으로 핸들을 돌려 방향을 바꾸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차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우리 마누라를 봐서라도 오늘은 저 자식들 봐준다.”그리고 두 사람은 따로따로 움직이기로 상의했다. 성도윤은 먼저 1km 떨어진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가고 차설아는 유치원 앞에 줄을 서 아이들이 나오는 걸 기다리고 아이들을 만나면 성도윤이 다시 차를 몰고 와 이들과 합류하는 거로 말이다.이것도 많은 학부모의 일상이었다.유치원 입구에 주차 공간이 너무 적었기에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의 지위가 얼마나 높던, 한 아이의 부모가 되면 어쩔 수 없이 규칙에 따라야 했다.한편 성도윤이 자리를 피하자 그 파나메라는 ‘부왕’하는 소리와 함께 성도윤이 내준 그 자리에 오만하게 멈춰 섰다.그리고 문이 열렸는데 뽀글뽀글한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온몸에는 샤넬을, 손에는 LV 한정판 가방을 든 젊은 여자가 10인치 높이의 하이힐을 밟고는 안하무인 격으로 차에서 내렸다.한편 유치원 입구에는 벌써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아이들은 하나둘씩 선생님을 따라 학부모 곁으로 갔다.차설아는 좀 늦는 바람에 줄 맨 끝에 섰다.그녀는 까치발을 하고 학교 안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는데 그때 멀리서 원이와 달이, 그리고 다른 남자아이가 사과 선생님께 구석으로 불려가는 것을 보았다. 망했다. 아이들이 또 사고를 치지는 않았겠지?그 모습을 본 그녀는 비록 애가 탔지만 별수 없이 꾹 참고 얌전히 줄을 섰다.그런데 그때 아까 그 뽀글뽀글한 머리를 한 건방진 여인이 차설아를 훌쩍 뛰어넘어 대열의 맨 앞에 서는 것이었다."뭐야, 저 여자?”작은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불만은 많지만 잠자코 입 다물고 있는 학부모가 더 많았다."그만 해요. 저 여자... 보통 사람들은 건드릴 수 없어요.....”"뭐 어차피 처음 새치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참자고요.”“......”대다수 학부모는 차설아와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