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에 있던 성명원 부부는 어색한 나머지 온몸에 닭살이 돋을 뻔했는데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등을 돌렸다.소영금: "쯧쯧, 우리 아들이지만 정말 못 봐주겠어.”성명원: "크~ 우리 아들이 뭘 좀 아네.”하지만 차설아는 젓 먹던 힘을 다해 성도윤을 자신의 몸에서 걷어차 버렸다.그리고는 얼른 일어나 헝클어진 옷과 머리를 손질하며 성명원과 소영금을 향해 물었다."어머님, 아버님, 혹시... 차 드실래요?”"괜찮아, 괜찮아, 너희 볼일 봐. 우리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였어.”소영금은 그렇게 말하고는 성명원을 잡아끌며 자리를 비켜섰다.“망했어, 내 이미지 완전히 망가졌잖아... 앞으로 너희 부모님, 그리고 친척분들이 날 어떻게 볼 거야!”차설아는 붉게 상기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절규했다.4년 전부터 그녀가 유지했던 ‘완벽한’ 사모님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리지 않았는가!"그들의 눈에는 내가 게으르고 할 줄 아는 거라곤 남자를 홀리는 것밖에 없는 꽃뱀일 거잖아...”"우리 부모님이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 안 하면 되잖아!”이때 성도윤은 소파에 무심코 기대어 있었는데 얇은 입술 언저리에는 그녀의 입술에서 빨아들인 립스틱이 번져있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여자의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그 꽃뱀이 너라면 난 기꺼이 너한테 홀릴 거야.”"헉, 오글거려 죽겠다!”차설아는 그의 말에 소름이 돋아 재빨리 성도윤과 안전거리를 벌리며 손사래를 쳤다."그냥 멀쩡하게 있어, 좀. 너 이러면 나 무서워.”"괜찮아, 곧 익숙해질 거야.”두 사람은 그 후에도 꽁냥거렸고 그제야 성도윤은 만족스러운 눈치였다.그러다 그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는데 시간이 다 된 걸 보고 입을 열었다."가자, 아이들 데리러. 오늘 우리 네 식구 한번 제대로 축하파티를 해야지.”그렇게 두 사람은 차를 몰고 몬테리 유치원 입구에 도착했다.이런 규모의 국제 사립유치원은 모두 권세가 있지 않으면 어마무시한 재부를 갖고 있는 집 자제들이 다니고 있기에 하교 시간도 되기 전
"그러지 뭐!"성도윤의 오기는 마침내 차설아의 부드러움에 눌렸고 그는 한 손으로 핸들을 돌려 방향을 바꾸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차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우리 마누라를 봐서라도 오늘은 저 자식들 봐준다.”그리고 두 사람은 따로따로 움직이기로 상의했다. 성도윤은 먼저 1km 떨어진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가고 차설아는 유치원 앞에 줄을 서 아이들이 나오는 걸 기다리고 아이들을 만나면 성도윤이 다시 차를 몰고 와 이들과 합류하는 거로 말이다.이것도 많은 학부모의 일상이었다.유치원 입구에 주차 공간이 너무 적었기에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의 지위가 얼마나 높던, 한 아이의 부모가 되면 어쩔 수 없이 규칙에 따라야 했다.한편 성도윤이 자리를 피하자 그 파나메라는 ‘부왕’하는 소리와 함께 성도윤이 내준 그 자리에 오만하게 멈춰 섰다.그리고 문이 열렸는데 뽀글뽀글한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온몸에는 샤넬을, 손에는 LV 한정판 가방을 든 젊은 여자가 10인치 높이의 하이힐을 밟고는 안하무인 격으로 차에서 내렸다.한편 유치원 입구에는 벌써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아이들은 하나둘씩 선생님을 따라 학부모 곁으로 갔다.차설아는 좀 늦는 바람에 줄 맨 끝에 섰다.그녀는 까치발을 하고 학교 안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는데 그때 멀리서 원이와 달이, 그리고 다른 남자아이가 사과 선생님께 구석으로 불려가는 것을 보았다. 망했다. 아이들이 또 사고를 치지는 않았겠지?그 모습을 본 그녀는 비록 애가 탔지만 별수 없이 꾹 참고 얌전히 줄을 섰다.그런데 그때 아까 그 뽀글뽀글한 머리를 한 건방진 여인이 차설아를 훌쩍 뛰어넘어 대열의 맨 앞에 서는 것이었다."뭐야, 저 여자?”작은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불만은 많지만 잠자코 입 다물고 있는 학부모가 더 많았다."그만 해요. 저 여자... 보통 사람들은 건드릴 수 없어요.....”"뭐 어차피 처음 새치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참자고요.”“......”대다수 학부모는 차설아와 마찬가지
"흥, 알면 됐어!"장윤주는 양팔을 끌어안고 턱을 높이 치켜든 채 오만하게 소리쳤다."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럼 내가 용서해주지.”이를 본 주변의 학부모들은 모두 차설아더러 허리를 굽히라고 권했다.장윤주는 서청송의 오랜 정인이었는데 서청송한테 늦둥이를 낳아주는 바람에 지금처럼 오만하게 날뛸 수 있었다.서씨 집안은 대외적으로는 서청송에게 자식이 서은아 하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내연녀의 자식도 있었는데 이미 네 살 남짓했다.이 아이 덕분에 장윤주는 심지어 서은아의 어머니의 머리 꼭대기에 서서 날뛰었고 밖에서는 천방지축으로 갑질을 해댔다."좋은 생각이야!”차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들며 여왕의 자태를 뽐내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준비가 다 되었으니까 이제 무릎을 꿇어도 좋아.”"무슨 소리야? 네가 무릎을 꿇어야지!”장윤주는 차설아의 태도에 화가 제대로 났고 팔을 치켜들고 차설아의 얼굴을 향해 귀뺨을 날리려 했다.하지만 차설아는 민첩하게 어깨를 살짝 옆으로 젖혔고 날렵하게 그녀의 손을 피했다."아!"차설아가 피하는 바람에 장윤주는 자기 힘을 못 이겨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나가떨어져 치맛자락까지 찢어졌는데 그 꼴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하하하!”주변 학부모들은 이제는 참지 못하고 한둘씩 웃음을 터뜨렸다.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던 내연녀가 끝내 우스운 꼴을 보였으니 그들은 아주 통쾌하고 속 시원했다.장윤주가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것을 본 차설아는 넘어진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경멸의 눈길을 하고는 진담 반 농담 반인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음... 자세는 좀 별로지만 그래도 꿇긴 꿇었으니까 이번엔 넘어가 주지. 앞으로 더 새치기하다가 내 눈에 띄면 그때는 이렇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너...너...그리고 너희, 죽고 싶어?”너무 쪽팔린 장윤주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독한 말을 내뱉었다."다 기다려, 오늘 다 죽었어. 누구도 도망칠 생각하지마!”험한 말을 내뱉은 후 그녀의 요염한 얼굴은 즉시 교태로 변했고 그녀는 핸드폰을 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 때 담임인 사과 선생님이 그들에게 손짓했다."원이, 달이 어머님, 그리고 콩이 어머님, 마침 오늘 두 분 다 계시니 이쪽으로 오셔서 얘기 좀 할까요? 아이들에 대해 말씀드릴 일이 좀 있습니다.”"그래요, 선생님. 지금 가요~”차설아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똥 씹은 듯한 표정이더니 사과 선생님의 말소리가 들리자 얼굴에 금세 미소를 띠였는데 봄바람보다 더 따뜻한 미소였다.장윤주도 잽싸게 땅에서 일어나 몸의 먼지를 툭툭 털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대답했다."사과 선생님, 바로 갈게요!”두 사람이 한순간에 태도를 바꾸고 굽신굽신하는 모습은 적지 않게 우스웠다.하지만 이 또한 별수 없는 일이었다. 요즘 같은 세월에 아이들은 엄마가 사회에 내놓은 인질이고 유치원 선생님은 그 인질을 관리하는 인원이니 어쩔 수 없이 태도를 바로 할 수 밖에...그래서 거의 모든 학부모는 그가 고급정치관원이건 평범한 직장인이건을 막론하고 모두 유치원 선생님 앞에서는 고분고분 말을 들어야 했으며 물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장윤주도 예외는 없다.사과 선생님은 이들을 어린이집 상담실로 안내했고 세 아이도 상담실 벤치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하지만 차설아는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지금 서로 다툼이 일촉즉발 한 상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특히 원이와 콩이는 만약 선생님이 막지 않았다면 벌써 싸웠을 것이다."어머, 사과 선생님, 누가 우리 콩이를 때렸어요? 애 얼굴이 왜 이래요?”장윤주는 호들갑스럽게 자기 아들 앞으로 달려가 위아래로 한바탕 검사한 후 사납게 원이와 달이를 노려보았다."너희 둘이 우리 콩이를 괴롭힌 거야?”"잠깐만요, 콩이 어머님. 잠시 진정하시고 원이 달이 어머님이랑 먼저 앉으시면 안 될까요?”사과 선생님은 눈살을 찌푸리며 앞에 놓인 소파를 가리켰다."그런데 사과 선생님, 우리 콩이......”"걱정하지 마세요, 콩이 어머님, 아이들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그러시는 게 좋을 거예요.”장윤주는 입을 삐죽거리며 마
차설아의 태도는 장윤주의 오만방자한 자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차설아의 말에 사과 선생님은 황급히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아녜요. 원이와 달이는 특히 똑똑해서 제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안타깝게도 일부 아이들이 집에서 너무 오냐오냐 키웠는지 항상 이 아이를 건드리고 저 아이를 괴롭히기를 좋아해서 선생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죠...”사과 선생님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장윤주와 콩이를 차갑게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원이와 달이는 특히 정의감이 있는 아이들이에요. 특히 원이는 우리 반의 모든 소녀의 영웅이에요. 아이들이 다 원이를 좋아하죠.”"오늘 점심에 콩이가 반 여학생의 케이크를 빼앗아 갔어요. 그걸 보고 원이가 여학생을 도와 케이크를 돌려받으려고 하자 콩이가 무슨 말을 해도 돌려주기 싫다고 하면서 케이크를 원이의 몸에 던져버렸죠. 그래서 두 녀석이 싸우기 시작했는데 달이가 이를 보고는 원이를 도와준다고 같이 싸우는 바람에... 지금 이 상황이 된 거예요.”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장윤주는 그 자리에서 화를 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사과 선생님, 어떻게 어린이집 선생님이 된 거예요? 아이들이 싸우도록 그냥 내버려 두다니... 가정교육 안 된 아이들이 연합하여 우리 집 콩이 하나를 괴롭혔잖아요! 정말 지독하군요. 우리 콩이 얼굴을 좀 봐요! 오늘 이 일은 나한테 만족스러운 설명을 하지 않으면 나 그냥 못 넘어가요.”사과 선생님은 장윤주의 높은 목청에 머리가 아파나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콩이 어머니, 제가 방금 분명히 말했겠지만 콩이가 반에서 횡포를 부리면서 종일 아이들을 괴롭힌다고요. 원이는 단지 정의감이 있어서 그걸 막았을 뿐입니다. 어머님은 이럴 때 본인 아이를 먼저 교육하고 너무 짓궂게 굴지 않도록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그들은 선생님으로서 장윤주 같은 학부모를 만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돈과 지위를 믿고 자신의 아이가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다가 결국 큰 사고를 치면 그 책임은 선생님이 져야
장윤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얀 슈트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세네 명의 검은 슈트를 입은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을 데리고 들어왔다.“사모님, 도련님, 괜찮으세요?”하얀 슈트를 입은 남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장윤주를 향해 물었다.“민규 씨, 왜 이제 왔어... 흑흑... 조금만 늦었어도 우리 모자 이 사람들한테 당했을 거야...”장윤주는 그 남자의 팔목을 덥석 잡더니 훌쩍이기 시작했고 그러다 손가락으로 차설아와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저 사람들 다 나랑 우리 콩이를 만만하게 본다고... 글쎄 선생님까지 합세해서 우리 둘을 욕보이잖아!”“우리 콩이 얼굴 좀 봐... 회장님이 보시면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난 몰라, 오늘 꼭 나랑 우리 콩이를 위해 복수해줘. 아니면 우리 회장님 얼굴을 깎는 거 아니겠어?”서청송의 조수인 김민규는 가볍게 장윤주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낮은 소리로 그녀를 달랬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께서 이미 저한테 당부하셨어요. 사모님과 도련님을 건드리는 사람은 모두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요.”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사과 선생님은 두 아이와 차설아 앞에 막아서며 한 무리의 남정네들과 대치를 했다.“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여기 학교라고요. 막 나오면 경찰에 신고하는 수가 있어요.”“신고라고요?”김민규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경찰에 신고하는 게 쓸모가 있으면 우리가 이렇게 쳐들어 왔겠어요? 이 넓은 해안에서 성가를 빼고 우리 회장님을 건들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그쪽 배경이 대단한 건 알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면 안 되죠. 원래도 애들 사이의 일인데 일을 크게 만들 필요도 없잖아요?”사과 선생님도 물론 서가의 세력이 두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설아와 아이들이 당하는 모습을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고 그 또한 많이 난처한 상황이었다.장윤주는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이 오니 더욱 오만방자하게 행동했다.“사과 선생님, 저희도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했죠... 하지만 이렇게 비천한
콩이는 너무 무서워 자리에 서서 옴짝달싹 못 하다 끝내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나 무서워!””너, 우리 아들 건드리지 마. 무슨 일 있으면 나랑 말해.”장윤주는 얼른 콩이를 자신의 뒤로 감췄다. 위풍당당하던 그녀는 김민규 일당이 차설아 앞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물에 젖은 쥐마냥 벌벌 떨며 마른 침을 삼켰다.“무슨 일 있으면 말로 하자.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그쪽에서 먼저 폭력으로 해결하자면서요? 왜요? 내가 아직 덜 폭력적인가?””아, 아니. 그게 아니라...”장윤주는 얼른 부정했고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아이들이니까 옥신각신 할 수도 있는 거고... 이런 일에 어른들이 끼는 건 좀 아니지 않아? 그리고 당신도 애들 보는 앞에서 이렇게 폭력적이진 말아야 하지 않나 싶어서..”“그럼... 우리 폭력으로 해결하지 말고...”여기까지 말한 차설아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허리를 숙여 계속하여 콩이를 웃으며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꼬마야, 네가 누구를 괴롭혔으면 가서 사과해. 아니면 아줌마 화낼 거야? 아줌마 화나면 콩이 엉덩이 때릴 수도 있어?””아 앙...엄마 콩이 무서워... 살려줘...!”콩이는 너무 놀라 거의 대성통곡 할 지경이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장윤주도 두려웠다. 아이를 안고는 차설아를 쳐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차설아가 순간 기분이 안 좋아 그들 모자까지 발차기로 날려 보낼까 봐 두려워서였다.“이미 잘 말한 거 같은데? 아들보고 괴롭혔던 아이들한테 사과하라고 해요.”“알았어, 사... 사과하라고 할게... 지금 당장 하라고 할게.”그렇게 평소에는 오만하기 그지없던 장윤주 모자는 드디어 그 꼿꼿한 고개를 떨구고 평소에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님을 하나하나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같은 반에 다니던 아이들의 학부모들은 모두 통쾌하기 그지없었는데 모두 차설아와 원이, 달이를 정의로운 히어로라 불렀다.“다시 한번 말할게요. 내 이름은 차설아에요. 만약 마음
성도윤은 차설아가 일부러 말을 돌리는 것을 눈치채고는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래, 맞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우리 네 식구, 특별한 곳에 가서 제대로 축하하자고!”말을 하며 그는 핸들을 고쳐잡고는 페달을 힘껏 밟으며 이름 모를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성도윤의 말은 한순간 그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무슨 특별한 날? 특별한 곳은 또 어디고? 미리 힌트라도 주면 안 돼?”“응, 안돼!”성도윤은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능숙하게 차를 운전하여 학교 구역을 빠져나와 해변 도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먼저 눈이라도 붙여. 몇 시간 후면 자연히 알게 돼 있으니까, 너무 급해 하지 말고. 알고 나서 너무 놀라지는 마.”그의 얼굴에는 감추지 못할 유쾌한 기색이 역력했다.그가 운전하는 차에 아내는 조수석, 아이들은 뒷좌석에 앉아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장면이 아니겠는가. 지금이 바로 그가 꿈에 그리던 순간이니 이 순간만큼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았다.차는 해안선을 따라 빠르게 달렸다. 오렌지같은 태양 아래 주홍빛으로 물든 바다 위로 햇살이 물길에 비춰 부서지며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차설아와 두 아이는 피곤했는지 점점 어두워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 차는 바다 위에 있는 헬기장에서 멈춰 섰다.성도윤은 차 내부 등을 켰는데 은은한 불빛이 차설아와 아이들의 얼굴에 하여 더욱 아름답게 보였는데 마치 꿈만 같았다.그는 안전벨트를 풀었고 천천히 차설아한테로 다가가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맞췄다.“어...”차설아는 성도윤의 움직임에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성도윤을 뒤로 밀어내며 아이들이 있으니 조심하자는 눈치를 보냈다.하지만 성도윤은 되려 더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눈을 감고 온전히 그녀의 향기와 현재의 분위기를 느꼈다.“...”성도윤이 멈출 생각이 없자 차설아도 별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