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윤은 차설아가 일부러 말을 돌리는 것을 눈치채고는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래, 맞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우리 네 식구, 특별한 곳에 가서 제대로 축하하자고!”말을 하며 그는 핸들을 고쳐잡고는 페달을 힘껏 밟으며 이름 모를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성도윤의 말은 한순간 그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무슨 특별한 날? 특별한 곳은 또 어디고? 미리 힌트라도 주면 안 돼?”“응, 안돼!”성도윤은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능숙하게 차를 운전하여 학교 구역을 빠져나와 해변 도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먼저 눈이라도 붙여. 몇 시간 후면 자연히 알게 돼 있으니까, 너무 급해 하지 말고. 알고 나서 너무 놀라지는 마.”그의 얼굴에는 감추지 못할 유쾌한 기색이 역력했다.그가 운전하는 차에 아내는 조수석, 아이들은 뒷좌석에 앉아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장면이 아니겠는가. 지금이 바로 그가 꿈에 그리던 순간이니 이 순간만큼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았다.차는 해안선을 따라 빠르게 달렸다. 오렌지같은 태양 아래 주홍빛으로 물든 바다 위로 햇살이 물길에 비춰 부서지며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차설아와 두 아이는 피곤했는지 점점 어두워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 차는 바다 위에 있는 헬기장에서 멈춰 섰다.성도윤은 차 내부 등을 켰는데 은은한 불빛이 차설아와 아이들의 얼굴에 하여 더욱 아름답게 보였는데 마치 꿈만 같았다.그는 안전벨트를 풀었고 천천히 차설아한테로 다가가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맞췄다.“어...”차설아는 성도윤의 움직임에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성도윤을 뒤로 밀어내며 아이들이 있으니 조심하자는 눈치를 보냈다.하지만 성도윤은 되려 더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눈을 감고 온전히 그녀의 향기와 현재의 분위기를 느꼈다.“...”성도윤이 멈출 생각이 없자 차설아도 별수 없
이에 원이도 인기척을 듣고는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아까 나쁜 아빠가 또 엄마를 물었어! 그래서 내가 혼쭐을 내줬어! 오빠 말이 맞아. 진짜 나빠, 자꾸 엄마를 괴롭히고... 우리 이 아빠랑 놀지 말자.”달이는 아직 어렸기에 두 사람의 아까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의 눈에는 그저 성도윤이 자기 엄마를 깔고 괴롭히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성도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인내심 있게 그들에게 설명했다.“원이, 달이. 아빠가 여러 번 말했잖아? 그건 괴롭히는 게 아니라 아빠가 엄마를 사랑해서 하는 애정 표현이라고. 이런 걸 키스라고 하는 거야.”“평소에도 어른들이 원이, 달 이한테 뽀뽀하지? 그런 거랑 같은 거야.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거.”“아니야!”달이는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아줌마, 아저씨들이 우리 귀엽다고 할 때는 다 볼에 뽀뽀했지, 나쁜 아빠처럼 입술을 물진 않았다고요! 내가 똑똑히 봤어요! 아빠 나빠요!”달이는 말을 하며 점점 더 흥분했는데 고사리 같은 손을 들어서는 성도윤의 다른 쪽 볼까지 때렸다.이번에는 젖 먹던 힘을 다했는데 성도윤의 양 볼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났고 그 모습이 조금은 우습게 보였다.“달이야, 아빠 말 들어봐. 여러 관계에는 서로 뽀뽀하는 방법이 다 다르단다. 나랑 엄마 같은 경우에는 진정한 사랑이니까, 우리는...”“싫어요, 안 들을래요. 나쁜 아빠 혹시 강아지예요? 왜 그렇게 사람 물기를 좋아해요?”“그건 무는 게 아니라 키스라고 하는 거야. 아빠가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성도윤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려고 머리를 쥐어짰다.“우리 달이도 커서 달이를 사랑하는 남자애를 만나면, 그때면 우리 달이도 아빠가 왜 이랬는지 알게 될 거야. 우리 딸, 그만 화 풀어, 응?”“푸! 하하하.”차설아는 양 볼에 뺨을 맞고도 감히 성질을 내지 못하고 딸아이를 달래는 성도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평소에는 냉철하고 도도한 성 대표님이 이리
“편하게 말해봐.”성도윤은 가볍게 웃으며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웃었고 차설아를 쳐다보는 그 눈빛은 여우처럼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매력이 있는 듯했다.“내가 키스하는 게 기분 나빴다면 내가 맹세할게. 앞으로 다시는 안 하겠다고.”차설아는 무의식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는데 난처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다.원이는 차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엄마, 너무 겁내지마. 있는 대로 말하면 돼. 절대 누구 때문에 눈치 보거나 할 필요 없어.”“엄마, 걱정하지 말고 그냥 얘기해. 달이랑 오빠가 엄마 지켜줄게요.”달이도 차설아의 손을 꼭 잡았는데 마치 차설아한테 용기를 주려 하는 것 같았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차설아가 가정폭력이라도 당한 줄로 알 판이다.“자기야, 지금 대답하지 않으면 내가 죄인이 될 거 같은데?”성도윤은 양팔을 벌려 아무 잘못 없다는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아, 알았어, 알았어. 대답하면 되잖아...”차설아는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을 이었다.“엄마는 괴롭힘당하지 않았어. 아빠가 키스하는 거... 좋아, 엄마는...”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설아는 너무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하느님, 부처님! 그녀는 더는 성도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두 아이도 마찬가지로 볼 용기가 없었다.“바보, 진작 그렇게 말하지.”성도윤의 입꼬리는 서서히 올라갔고 그는 긴 팔을 벌려 차설아를 끌어 품에 안으며 말했다.“부끄러우면 내 품에 숨던가?”차설아의 교태와 성실함은 그가 한 명의 남자로서 크나큰 만족감이 들게 하는데 충분했고 이는 그가 사업에서의 성공을 이룬 것보다 더욱 성취감 있는 일이었다.“아, 짜증 나. 쪽팔려 죽겠어.”차설아는 얼굴을 남자의 가슴에 묻고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녀는 난생처음 한 남자 앞에서 여린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는데 반전 매력이 흘렀고 귀여웠다.원이와 달이는 눈앞의 광경에 조금은 놀란 듯했는데 서로 쳐다보며 눈치를 볼 뿐이었다.“오빠, 엄마
“이제 진짜 출발이야.”성도윤은 말을 하고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이에 차설아와 아이들도 그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차설아는 차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보아서야 그들이 바다 위에 홀연 떠 있는 헬기장 위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주위에는 끝없이 펼쳐진 망망한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비행장?”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경계심을 높였다.“우리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고?”“한 바퀴 돌고 오자.”성도윤은 그녀에게 눈짓하고는 소형 제트기로 발길을 옮겼다.“성 대표님, 비행기 안전 검사를 마쳤습니다. 각종 기능 모두 정상이고 항로 신청도 이미 통과했습니다. 사모님 모시고 출발하시는 데 문제없습니다.”비행기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성도윤이 다가오자 공손하게 보고했다.“응.”성도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설아와 아이들을 이끌고 비행기로 올랐다.비행기는 너무 크지 않았고 7개의 좌석밖에 없었지만, 충분히 사치스러웠다. 각종 음식과 주류, 없는 게 없었고 아이들 전용 놀이지역까지 겸비했다.두 아이는 단번에 놀이 구에 정신이 팔렸고 성도윤은 곧장 비행기 앞부분에 있는 조종실의 운전석으로 향했다.“뭐야? 비행기 운전도 할 줄 알아?”차설아도 그를 따라 조종실로 왔는데 그가 조종석에 앉는 걸 보고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껌이지. 차 운전보다 쉬워.”성도윤은 한편으로는 능숙하게 비행기를 조종하기 시작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를 돌려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배우고 싶으면 내가 가르쳐줄게.”“당연히 배우고 싶지.”차설아는 게임기처럼 생긴 비행기 조종핸들을 보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엄청 전부터 비행기 조종하는 거 배우고 싶었어, 계속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엄청 멋있는 일이잖아.”시간이 없는 것도 원인이겠지만 돈이 없다는 게 제일 큰 원인이었다.보통 기형은 적어도 600억 정도 하고 이 비행기 같은 기형은 7000억 정도 될 거다.성도윤이 돈이 많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무슨 일인데?”차설아는 성도윤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여자의 육감이라는 게 있으니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조종핸들을 가리키며 긴장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조종 안 해도 돼?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비행기는 지금 지면에서 400비트 떨어진 상공에 있고 이제 착륙할 때까지 줄곧 무인 비행이 가능하고... 즉 난 지금부터 자유의 몸이란 뜻이야.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지...”“이 정도라고?”차설아는 비록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매우 놀랐다.하지만 그녀도 전에 뉴스로 접했었던 적이 있었다. 현재 비행기의 무인 비행 기술이 아주 발전했는데 기장의 조종 없이도 비행할 수 있기에 일부 기장은 비행 도중 너무 심심한 나머지 스튜어디스와 그렇고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설마 성도윤이 말한 일이 그 일은 아니겠지?잠깐!차설아는 고개를 흔들어 자신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음란 마귀를 떨쳐버리려 했다. ‘설아야, 이런 생각 좀 그만하자...’성도윤은 천천히 그녀한테로 다가가 그녀를 자리에 가뒀다. 그녀의 붉게 달아오른 볼을 보면서 성도윤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뭐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얼굴이 이렇게 달아올랐어?”“그래? 아니야.”차설아는 냉정한 척 대답하고는 손등을 볼에 갖다 댔는데 역시 아주 뜨거웠다.“진짜 빨개. 체리처럼... 되게 탐스럽게...”“성도윤, 너... 윽!”차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성도윤은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아까 차에서 제대로 못 했으니까 이제 계속하지 뭐.”성도윤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울렸고 이와 동시에 그의 손은 천천히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성도윤, 미쳤어? 우리 지금 하늘 위에 있어, 비행기 조종은 안 하고 지금 뭐 하는 거야?”차설아는 긴장되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겨우 이성의 끈을 붙잡고 가녀린 손으로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만지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그녀는 무서웠다. 조금
그녀는 부끄러워 자리에서 일어나 조종실을 나왔다.“엄마, 나랑 오빠가 한 레고 봐요. 예쁘죠?”달이는 자신과 원이가 몇 시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성과를 가리키며 자랑스레 물었다.“와~ 너무 멋진 성인데? 이렇게나 빨리 만들다니, 정말 대단해~”차설아는 1m가 족히 되는 캐슬을 보며 감탄을 자아냈다.‘이 정도의 모형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내다니, 달이랑 원이는 정말 천잰가 봐.’“엄마, 내가 다 생각해 놨어. 1층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민이 이모가 살고 2층에는 엄마랑 아빠, 그리고 Q 아빠가 살고 3층에는 나랑 오빠가 살게. 그리고 캐슬 앞에는 해바라기들을 심을 거야. 우리 모두 여기서 살면 엄청 행복하겠다, 그렇지?”달이는 고개를 들어 차설아를 바라보며 신이 나서 그녀한테 설명했다.“응, 우리... 우리는 분명 행복할 거야.”차설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최근 그녀와 성도윤이 다시 화해하고 예전으로 돌아간 게 불과 1개월인데 그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미스터 Q와 평생을 함께 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만약 달이가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그 남자를 까맣게 잊고 있었을 거다.차설아, 너 정말 생각하는 남자도 많다.‘엄마, 왜 요즘은 Q 아빠랑 연락 안 해요? 나 Q 아빠 보고 싶은데.”원이의 말투에도 조금은 슬픈 기색이 어려있었다.“원이야, 미안. 엄마도 연락이 안 돼...”“혹시 엄마랑 아빠가 화해한 거 알고 화나서 엄마 연락 안 받는 거 아니에요?”“엄마도 몰라, 갑자기 사라져서...”차설아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원이를 보며 물었다.“원이는 Q 아빠가 더 좋아? 아니면... 엄마가 Q 아빠 버리고 딴 사람이랑 같이 있는 거 같아서 싫어?”“그건 아녜요.”원이는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며 차설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엄마가 누굴 더 좋아하면 나랑 원이도 더 좋아해요. 그냥 원이는 나쁜 아빠가 Q 아빠보다 믿음직스럽지 못할 뿐이죠, 엄마한테 또 상처 줄까 봐.”“걱정 마, 앞으론 엄마
차설아는 립스틱을 옷 주머니에 넣고 아이들 소리를 따라 창가로 발길을 옮겼다.“여기는...”창밖의 풍경을 본 그녀는 너무 놀라 눈이 커졌고 저도 모르게 손으로 떡 벌어진 입을 가렸다.“엄마, 특별하다는 곳이 해바라기 섬이었어요! 우리한테 너무 잘해주시는 거 아녜요? 앞으로는 나쁜 아빠라고 하지 말아야겠어요.”달이는 비행기가 지나고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기분이 좋아졌는데 성도윤에 대한 호감도가 직속 상승했다.원이도 간만에 성도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게, 이번에는 진짜 신경 좀 썼는데요? 우리가 제일 그리워하는 곳인 것도 알고... 그런데 이곳은 어떻게 안거예요?”“그러게? 여기는 어떻게 안 거지?”차설아는 그녀와 아이들이 4년 동안 생활했던 곳을 보며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그녀는 주머니에 넣어둔 립스틱을 만지며 가슴 한쪽이 먹먹해 옴을 느꼈다.그녀는 정말 알고 싶었다. 성도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인을 데리고 이 비행기를 탔고 또 누구를 데리고 해바라기 섬에 왔었는지? 얼마나 많은 여인과 그런 경험을 했는지...그녀의 이런저런 의문들 속에 비행기는 안전히 착륙했고 해바라기 섬에서 유일하게 대외로 개방된 비행장에 정착했다.“와, 도착했다. 우리가 해바라기 섬에 다시 돌아왔어요! 달이는 여기 엄청 그리웠다고요!”달이는 퐁당퐁당 뛰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 그 모습조차 너무 귀여웠다.“달이야, 얼른 내려가자. 나도 실험실이 너무 가고 싶었어.”원이도 달이 손을 꼭 잡고 얼른 출구 방향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했다.해바라기 섬은 두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담긴 곳이다.이곳은 그들이 태어나 자란 곳이고 너무나도 많은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기에 두 아이가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곳이었다.한편 이와 동시에 성도윤도 조종실에서 걸어 나왔다.“얘들아, 어때? 맘에 들어?”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자상한 미소가 번졌고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했다.“아빠, 완전요! 앞으로는 아빠가 달이한테는 최고의 아빠예요!”
얼굴을 안 본 지 3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차설아가 보고 싶었다.그는 차설아도 그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에서 뜨거운 불이 활활 타오를 줄 알았다.하지만 웬걸, 차설아의 태도는 그토록 냉담했고 성도윤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우리 먼저 내려가자.”차설아의 반응에 성도윤은 오리무중에 빠졌다.왜 갑자기 이렇게 냉랭하게 변한 거지?방금 있었던 그 부끄러운 장면이 아직도 그의 눈앞에 생생한데 벌써 태도를 바꾸다니?당장이라도 이유를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필경 아이들이 있으니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성도윤은 문을 열었고 그들은 차례대로 비행기에서 내렸다.“와~ 너무 예쁘다, 우리가 드디어 다시 돌아왔네!”달이는 크게 공기를 들이쉬며 말했는데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었다.해바라기 섬은 해양성 기후로 일 년 사계절 기온이 20도 좌우를 유지하며 광풍 폭우는 볼 수 없는 살기 좋은 곳이었다.천연으로 생긴 백색의 해변, 울창하게 펼쳐진 야자나무 숲, 차설아와 아이들이 직접 가꾼 해바라기밭, 그리고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에메랄드빛 바다까지... 이곳이 바로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싶었다.“오빠, 우리 가서 조개 잡자! 우리가 여기를 떠난 지도 오래됐으니까 바닷가에 조개가 엄청 많을 거야. 어쩌면 진주도 있을지도 몰라!”“그러자, 그리고 엄마한테 목걸이를 만들어 드리자...”두 꼬마는 예전으로 돌아가 손에 손을 잡고 폭신폭신한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뛰놀았다.개인 섬으로서 그들은 이 섬에서 절대적인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었다.성도윤과 차설아는 천천히 아이들의 뒤를 따랐고 크고 작은 발자국이 백색의 바닷가에 남겨졌다.“그...”몇 번이고 성도윤은 말을 꺼내려고 머뭇거렸다.왜냐하면 그는 차설아의 기분이 변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태도가 달라졌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기분이 안 좋아?”드디어 성도윤은 입을 열었다.“나 기분 안 나빠. 왜 그렇게 물어봐?”차설아는 본인이 4 년 동안이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