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여자의 앞을 가로막은 성도윤은 두 손을 차설아의 얇은 어깨를 움켜쥐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웃겨.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어...”차설아는 어깨 위에 올려진 큰 손을 힐끗 쳐다보며 차갑게 경고했다.“놔!”“내가 당신에게 못 알려준 것은 상황이 급박해서였어. 그럼 당신은 나에게 숨긴 게 없어?”성도윤은 차설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깊은 어조로 물었다.차설아는 잠시 불안했다.“다, 당신 무슨 뜻이야?”“당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잖아... 당신 눈에는 내가 그 돼지처럼 멍청한 사람이고 당신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를 몇 년 동안 비웃었는지 몰라. 그렇지?”성도윤은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주었다. 원래 잘생긴 얼굴에 지금은 복잡한 감정이 드러났다. 분노, 고통, 그리고 약간의 무기력함까지... 눈앞의 여자를 어찌할 도리가 없는 무기력함이었다.차설아도 자신이 없었다. 이 녀석이 뭘 발견했는지 몰랐다.‘아이의 일은 절대 도윤 씨에게 들켜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야.’그래서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도윤 씨, 적반하장으로 나오지 마. 내가 당신과 혼인기간 온순하고 아내로서의 본분을 다하며 당신에게 숨긴 일이 하나도 없었어. 당신이 나가 바람피워 모두를 난처하게 했으면서 지금 당신이 오히려 피해자코스프레로 나를 비난하고 있다니. 당신 양심이 아프지도 않아?”“허허, 당신 정말 나한테 숨기는 게 없는 게 확실해?”성도윤의 차가운 눈빛은 차설아를 삼키려 들었다.“내가 까발릴 때까지 기다릴 거야? 내가 까발리면 어떻게 할 건데?”“다, 당신 겁주지 마. 난 지금까지 행실을 똑바로 했고 양심에 부끄럽지도 않아. 당신이 까발리고 싶으면 까발려.”차설아는 겉으로 침착한 듯 보였지만, 속으로는 성도윤 몰래 성도윤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까 봐 당황했다.“당신...”성도윤은 말을 잇지 못하고 막 입을 열려고
켕기는 게 있는 차설아는 초조한 얼굴로 주먹을 날리며 계속 경고했다.“성진, 감히 함부로 말하지 마!”성도윤은 쌀쌀맞게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네가 아는 걸 다 말해.”입꼬리를 말아 올린 성진은 얍삽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성도윤, 내 기억이 맞다면 넌 전 형수와의 결혼을 4년이나 유지했어. 이건 지금 이 사회를 놓고 말하면 짧은 시간이 아닌데 넌 형수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생각해? 넌 전 형수의 진정한 인격이 어떤지 알아?”성도윤은 안색이 좋지 않았고 냉랭한 목소리로 섬뜩하게 말을 이었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자꾸 빙빙 돌리지 마, 난 너랑 잡담할 시간이 많지 않아.”“그냥 내 질문에 대답해. 넌 차설아를 잘 알아? 네 눈에 비친 차설아는 어떤 사람인데? 만약 네가 협조해서 모두 대답한다면, 전 형수가 숨기고 있는 놀라운 비밀이 무엇인지 알려줄게...”성진의 말에 성도윤과 차설아 두 사람은 매우 급했다.하지만 성도윤은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참으며 협조했다.“객관적으로 아내로서 합격이야. 단아하고 온화하며 그 어떤 스캔들도 일으키지 않았고, 설아 씨가 필요한 모든 활동에 참석하며 성씨 가문의 발목을 잡지 않았어.”그의 평가는 정말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며 심지어 칭찬이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 칭찬들은 차설아에게 모욕과 같았다.성도윤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아내’는 그에게 있어 냉장고, 에어컨, 소파처럼 도구로서의 기능적인 역할이 더 컸기 때문이다.여자에게 도구처럼 사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그녀는 다시금 자신이 성도윤과 이혼한 것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전 형수가 마음에 들었나 봐. 아쉽네... 너희들이 4년 동안 같은 침대에서 자고 가난과 부귀를 막론하고 서로를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어도 넌 남편으로서 여전히 형수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의 기본적인 성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니.”성진의 눈빛에 성도윤에 대한 불만과 조롱이 가득했다.성도윤은 냉혹하기 짝이 없
차설아는 화가 나서 성진의 등을 퍽퍽 때렸다.두 사람의 행동은 친밀하고 자연스러우며,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조금도 소원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성도윤의 낯빛은 더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주먹을 세게 꽉 쥐었다.“성도윤, 봤어?... 이게 바로 차설아의 진짜 성격이야. 단정하고 부드럽고 우아하기는. 차설아는 성격이 불같고 다짜고짜 사람을 때려. 나는 만날 때마다 맞는다니까, 차설아는 성질이 사나운 여자야. 너는 이런 모습 본 적 없지?”성진은 비록 맞았지만 매우 기뻤고 심지어 자랑스러워하며 계속해서 의기양양하게 성도윤 앞에서 까불었다.“넌 전 형수와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널 때린 적이 없었겠지? 정말 안타까워... 어느 심리학자가 실험하기를 여자가 어떤 남자 앞에서 가장 진실되고 편안한 상태라면 그건 마음속으로부터 그 남자를 좋아하고 그 남자와 함께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어...”“닥쳐!”성도윤은 이를 악물며 성진의 말을 끊고 차갑게 말했다.“발정하려면 밖에 나가서 발정해. 여기서 쪽팔리게 굴지 말고!”성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성도윤, 너 정말 불쌍하구나. 이렇게 좋은 마누라를 두고 상간녀와 뒹굴다니. 넌 네 전 마누라가 얼마나 멋진지 모르지? 네 전 마누라는 전에 매우 핫한 밴드를 결성했었어. 그녀는 반항적이고 날카롭고 또 삭발도 한 적이 있어. 무대에 서서 기타를 연주할 때는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몰라. 네 상간녀 하고는 전혀 비교가 못 돼... 넌 모르지? 나는 그녀의 가장 충실한 팬이었어. 나는 모든 공연을 다 보았고 모든 앨범을 샀으며 모든 공연을 다 찍었어... 나는 네가 보지 못한 그녀의 많은 모습을 봤다고. 내가 너보다 네 아내에 대해 더 잘 알아. 넌 부끄럽지도 않아?”“성진, 그만해.”차설아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고 난처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젊은 시절에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본 적이 없겠어? 지난 일은 꺼내지 마, 아무 의미 없어.”그녀는 성도윤에게 자신이 예전에
그렇게 차설아와 성진 두 사람만이 남자 화장실에 서 있었는데, 그림이 좀 이상했다.성진은 마침내 목적을 달성한 악마처럼 사악하고 유치한 미소를 지었다.“봐요. 당신이 당신 전남편을 떠나서 손해볼 건 없어요. 그가 원하는 것은 단지 그의 체면을 세워주는 도구일 뿐이니까요. 그는 당신의 진짜 모습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는 당신을 전혀 알지 못하고, 당신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아요. 이건 한 여자에게 있어 완전한... 실패예요.”“고마워, 정신 차리게 해 줘서.”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성진을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며 날카롭게 말했다.“시간이 있으면 너 자신이나 신경 써. 바보처럼 내내 원숭이 취급만 당하지 말고. 지금 쫓겨났는데 아직도 여기서 까불고 있다니.”성진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차설아에게 다가가서 비열하게 물었다.“형수님, 지금 제 걱정하는 거예요?”차설아는 눈을 흘기면서 다리를 들어 남자의 발을 세게 밟았다.“그래, 네 엄마가 걱정이야!”그리고 거만한 백조처럼 턱을 높이 쳐들고 쿨하게 떠났다.“...”성진은 차설아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고 사악하게 웃었다.박력이 넘치는 모습에 그는 더욱 그녀에게 빠졌다.한편, 문밖에서는 화장실에 가고 싶은 남자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유명한 기자들도 많았다.그리고 그 후, 온갖 스캔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새 애인과 옛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성도윤의 전처, 결국 남자 화장실에서 셋이서 그렇고 그런 일을 해.」「성대 그룹 대표 전처를 빼앗기 위해 사촌 동생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져서 사업을 얻고 여자를 잃어.」더욱 황당한 기사제목도 있었다.「성진은 용감하게 전 형수에게 사랑 고백을 했고 남자 화장실에서 청혼에 성공해.」운전 중이던 차설아는 배경윤이 보내준 기사 제목들을 보고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사고를 낼 뻔했다.“이 기자들, 정신 나갔나? 상상력이 꽤 풍부하네. 기사를 쓰려면 잘 써야지, 남자화장실을 자꾸 강조하다니, 내 체면은 생각도 안 하나?”배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 아이 데리러 가야 돼.”차설아는 배경윤의 전화를 끊고 몬테리 유치원으로 향했다.학교 앞은 언제나 차와 사람들로 붐볐다.몬테리 유치원 입구에는 각종 자가용이 길게 늘어서 마치 고급자동차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차설아가 가까스로 주차 자리를 찾아 차를 세워 놓고 내리려는데 민이 이모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여보세요, 아가씨, 오셨나요? 빨리 와요, 큰일 났어요!”민이 이모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불안이 느껴졌다.“무슨 일이에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요.”차설아는 민이 이모의 마음을 달랬다.“다 제가 못난 탓이에요.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방금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하시길...”전화기 너머의 민이 이모는 너무 조급해서 곧 울 것 같았다.“선생님께서 아이를 이미 데려갔다고 해서 누가 데려갔는가고 물었더니... 원이, 달이 아빠가 데려갔대요.”“뭐라고요?”차설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기다려요, 금방 갈게요.”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차를 세우고 곧장 민이 이모가 있는 유치원 문 앞으로 갔다.멀리서 보니 문 앞에 있는 민이 이모가 사람들 틈에서 선생님의 소매를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딸기 선생님,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원이, 달이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어요. 엄마밖에 없는 애들인데 아빠가 웬 말이에요! 분명 앙심을 품은 나쁜 사람이 데려갔을 거예요! 당신들이 나쁜 놈들에게 아이를 맡겼으니 책임져요. 아이를 돌려줘요.”사과 선생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봐요, 아줌마, 진정해요. 오늘 오후에 아이를 데려간 사람은 확실히 애 아빠예요. 아이들도 아빠라고 불렀고요. 그리고 그분 권력이 센 사람 같았어요. 저희 학교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데 저희도 정말 방법이 없었어요...”“권력이 크면 뭐 어때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나쁜 사람에게 넘길 수 있어요? 무슨 학교가 이래요? 그 사람들이 아이들을 유괴하게 그냥 놔둔 거예요? 저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신고해서
사과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이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는 분명 괜찮을 거예요. 조금 있으면 돌아갈 거예요. 아이들을 데려간 사람은요...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어요.”차설아는 듣고 난 후 꽤나 침착한 편이었다. 다만 묵묵히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냉소했다. “공공연히 남의 아이를 뺏을 만큼 아주 대단한 사람인가 봐요. 친엄마인 나도 알 권리가 없을 정도로요.”“확실히 권력이 컸어요. 온 해안시를 아울러 봐도 감히 그와 맞설 사람이 몇 명 안 돼요, 그래서...”사과 선생님은 잠깐 멈췄다가 다시 더 많은 정보를 흘리며 조용히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 “두 아이 모두 순순히 아빠라고 불렀어요. 그분과 친해 보였어요. 그분은... 성씨 가문과 관계가 있어 보여요.”“성씨 가문요?”차설아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로 사과 선생님의 암시를 자세히 생각해 보았다.답은 이미 나왔다.‘해성시의 대단한 인물, 아이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성씨 가문과 관계가 있다면 바로 성도윤 아닌가!’오늘 남자 화장실에서 성도윤은 그녀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다고 아주 의미심장하게 말했었다.‘그러니까 그는 사실 이미 두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나?’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녀는 성도윤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두 아이를 숨기지 않았다.게다가 전에 원이는 그가 있는 곳에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으니, 분명 그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그가 조금만 조사해도 원이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그는 아마 사적으로 원이와 여러 번 만났을 것이다. 원이가 계속 그녀에게 소개해 주겠다고 했던, 해안시의 유명한 요리사가 그였을지도 모른다.이렇게 생각하니 차설아는 침착할 수가 없었다.“감사해요, 사과 선생님. 제가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알겠어요. 오늘 두 아이 때문에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 다시 유치원에 등교시킬게요.”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떠났
차설아는 다른 하인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위풍당당하게 홀로 들어가서 큰소리로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저도 성씨 가문의 일원이었었고 할아버지를 제 친할아버지라고 생각하여 할아버지를 뵈러 왔는데 저를 말릴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요?”성주혁은 안 그래도 성도윤, 차설아와 성진의 각종 스캔들을 보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성도윤을 혼내주려고 했다.어르신은 차설아의 소리를 듣자, 눈빛이 밝아졌다. 그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설아야, 예쁜 우리 손자며느리. 마침 내가 너 대신 저 녀석을 어떻게 혼내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네가 왔구나... 이 할애비는 너무 기쁘구나. 빨리 오너라, 빨리 와!”그는 차설아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옆 빈자리를 가리키며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차설아의 반대편에는 냉담한 표정을 한 성도윤이 앉아 있었다.하인은 깨끗한 그릇과 수저를 그녀 앞에 놓았다. 차설아는 어르신의 열정을 이기지 못해 난처하게 앉을 수밖에 없었다.화기애애하던 식사는 차설아에 의해 어색해졌다.가족 식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혹시나 말 한마디 잘못하여 어르신이나 성도윤에게 미움을 살까 봐 그저 묵묵히 밥만 먹을 뿐이었다.유독 소영금만은 좋아서 가만있지 못했다.안 그래도 전 며느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지금 전 며느리가 정말 돌아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뻐서 차설아에게 끊임없이 반찬을 집어주었다.“설아야, 잘 생각했다! 잘 돌아왔어! 내가 말했지? 우리 도윤이는 분명 멀쩡할 거라고. 이 녀석, 정말 연기를 잘해서 나뿐만 아니라 너까지 속였다니. 내가 방금 이미 저 녀석을 한 대 때렸어. 네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면 사양하지 말고 세게 한 대 때려서 화풀이를 해.”성주혁이 말했다.“영금아, 네가 성씨 가문에 발을 디딘 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이 몇 마디야 말로가장 사람다운 말이네. 아들이 잘못했다면 맞아도 싸, 남편이 잘못했어도 마찬가지야. 설아야, 난 네가 때리는 걸 지지해.”다른 사람들은 성씨 가
성도윤은 냅킨으로 천천히 입을 닦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나는 당신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모르겠어. 설마 아직 나한테 미련이 남아서 재혼하려는 거야?”“좋아, 너무 좋네.”소영금은 바보처럼 박수를 치며 설레는 표정으로 차설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설아야, 재혼하고 싶으면 재혼하고 싶다고 해. 그렇게 우물쭈물해서 뭐 하니? 넌 전혀 저 바보의 의견을 묻지 않아도 돼. 쟤는 그냥 바보 멍청이야... 이 일 내가 너희 둘을 위해 준비해 줄게. 내가 바로 준비해서 너희들이 전보다 더 성대하고 호화로운 로맨틱한 결혼식을 하게 해줄게.”성주혁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에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설아야, 네가 드디어 잘 생각했구나. 너와 도윤이 진작에 재혼했어야 했어. 할아버지와 성씨 집안 사람들 모두 너희의 재혼을 지지해.”“그, 그런 거 아니에요!”차설아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급해서 말했다.“전 도윤 씨와 재혼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에요. 저와 도윤 씨는 진작에 애정이 식었고 전 평생 솔로로 살 거니까 도윤 씨와 재혼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뭇사람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분위기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성도윤도 웃음을 거두고 차가운 눈빛으로 침묵을 지켰다.성주혁이 말했다.“설아야, 네가 도윤이와 재혼하지 않겠다면 도윤이를 왜 찾는 거냐?”“저는...”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할 수 없었다.성씨 집안이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말해버리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된다.“이건 저와 도윤 씨의 개인적인 일이니,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곤란해요...”차설아는 성도윤을 노려보며 말했다.“도윤 씨가 나한테 몇 분만 시간을 내줬으면 좋겠어. 나가서 얘기해.”성도윤은 턱을 치켜든 채 시종일관 오만한 자세를 취하며 쌀쌀맞게 말했다.“당신이 나와 재혼을 할 것도 아니니 우리 관계를 놓고 본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을것 같아. 다른 사람이 보면 좋지 않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