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의 반응을 본 소영금은 순간 눈을 번쩍이더니 흥분해서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혹시 뭐라도 생각난 거야? 어서 말해봐!”“역시 내 아들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 없어! 분명 너에게 단서를 남겼어!”차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한 표정으로 허탈해서 말했다.“저한테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친어머니인 사모님도 생사를 모르고 계신다면 전 더더욱 몰라요... 전 지금까지 모두 다른 사람들 입을 통해서 소식을 전해 들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묘지까지 정하셨잖아요, 시신을 어디에 안치해두었는지 알고 계신 거 아닌가요?”소영금은 눈시울을 붉히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사고가 나서 병원에서 죽었다고만 했어. 아주 처참한 모습이라 내가 보면 놀랄까 봐 도윤이 아버지가 밤에 화장을 해버렸지. 그 묘지도 나와 함께 상의해서 선택한 것이지만, 아직 난 절대 믿지 않아.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계획이 있는 것 같아서 눈 감고 같이 연기를 해줬을 뿐이야...”“하지만 지금 성대 그룹은 이미 뒤죽박죽이야. 세상에는 내 아들을 모욕하는 유언비어가 가득하고, 가장 무서운 건 내일 회사를 하찮은 잡종에게 빼앗기게 생겼어. 성대 그룹은 우리 가문이 몇 대에 걸쳐 일궈낸 회사야. 특히 도윤이는 회사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어. 만약 살아 있다면, 진짜 소중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이때, 성진이 방에서 나오더니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회전계단 중앙에 서서, 마치 천하를 내려다보는 왕의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하찮은 잡종?”남자는 비꼬는 듯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큰어머니는 역시 제 가슴을 쿡쿡 찌르는 말만 하시네요.”“성진?”소영금은 이내 비통한 감정을 추스르고 도도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여긴 내 아들 집이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너 같은 출신 없는 사생아는 여기 있을 자격 없어. 당장 나가!”옆에서 듣고 있던 차설아는 간담이 서늘해졌다.‘쯧쯧, 역시
하지만 여전히 온갖 듣기 싫은 말을 쏟아내며 성진의 인내심에 도전했다.차설아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하고 즉시 앞으로 나서 막았다.“성진, 그만해. 그래도 당신 큰어머니잖아. 이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야!”“흥, 이렇게 까칠한 큰어머니를 본 적 있어요? 나를 존중해주지 않은 큰어머니에게 내가 왜 예의를 지켜야죠?”성진은 소영금을 놓아주려는 뜻이 전혀 없었다. 그의 눈빛이 점점 독해지더니 수십 년 동안 쌓인 분노로 소영금의 손을 부러뜨릴 기세였다.“큰어머니는 내가 본 가장 오만하고 안하무인인 여자예요. 자기 두 아들만 잘났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쓰레기 보듯 하죠. 날 오랫동안 모욕했지만 한 번도 따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하필 이 시점에서 내 엄마를 모욕하다니... 지금은 나의 화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대신해 혼내주는 거예요!”“악, 손이 부러질 것 같아. 이 잡종 놈, 권력을 조금 얻었다고 복수하기 시작하는 거야? 나 소영금은 절대 널 가만두지 않아. 나... 아파 죽겠네!”소영금은 초딩처럼 욕을 하며 으르렁거렸다.차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두 사람 진짜 유치하기 짝이 없다니까!’그녀는 성진의 손등에 손을 얹으며 차갑게 말했다.“성진, 당장 그 손 놔. 만약 안 놓는다면...”차설아는 눈알을 굴리며, 어떤 말로 이 미친놈을 협박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 손 안 놓으면 앞으로 너 상대하지 않아!”역시나 효과 있는 협박이었다.성진의 매서운 눈빛이 번쩍이더니 조금 놀란 표정으로 즉시 소영금을 놓아주었고,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그 말은 앞으로 날 상대하겠다는 뜻인가요?”차설아는 성진을 무시하고, 고개를 숙이고는 소영금의 손목을 비틀었다.“손목이 탈구된 것 같아요. 제가 지금 바로 잡아드릴게요. 아플 수 도 있으니 조금만 참으세요.”소영금은 세 살배기 어린아이처럼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희대의 보물을 보는 표정으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우리 며느리가... 접골까지 할 줄 안다고?”
차설아는 재빨리 별장을 떠났고, 성진과 소영금이 따라잡을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그녀의 눈에 두 사람은 피차일반으로, 미치기 시작하면 매우 무서웠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기 위해 차설아가 먼저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차설아가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두 아이는 벌써 쿨쿨 자고 있었다.민이 이모는 아직 잠들지 않았고, 두 아이를 대신해 내일 입학할 물품과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바삐 움직이는 민이 이모를 보고 차설아는 너무 감동했다.“이모, 시간이 늦었어요. 얼른 들어가 쉬세요. 남은 건 제가 정리할게요.”민이 이모는 고개를 돌리고, 차설아를 향해 인자하게 웃었다.“아가씨도 참. 이 정도는 일도 아니죠. 아가씨야말로 늦게까지 일하느라 바쁘니 몸조심하셔야 해요. 너무 필사적으로 일하다가 쓰러지면, 두 아이는 어떡해요...”“걱정 마세요. 제가 잘 챙기고 있어요.”요 몇 년 동안, 그녀는 확실히 필사적으로 일했다. 밤을 새우는 것도 일상이었지만, 이번 계획만 성공한다면 앞으로 푹 쉴 수 있었다.민이 이모는 두 녀석의 책가방에 물티슈, 수건, 갈아입을 옷, 마스크 등을 챙겨 넣고 있었다.차설아는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붓과 화반을 가져온 다음 민이 이모 손에 있는 가방을 가져갔다.“아가씨, 뭐 하려는 거예요?”민이 이모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가방이 좀 밋밋한 것 같아서요. 포인트를 주려고요.”차설아는 말하면서 책가방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그림에 소질이 없었지만, 자그마한 포인트를 주니 원래 다소 단조롭고 무미건조하던 책가방이 귀엽게 변신했다.차설아는 두 아이의 책가방에 해바라기 섬을 그렸다. 푸른 바다, 하얀 모래사장, 해바라기 꽃밭, 그리고 그들이 모래 위를 달리는 모습...“아주 따뜻한 그림이네요. 역시 아가씨다워요. 내일 아이들이 일어나서 보면 분명 좋아할 거예요.”민이 이모는 책가방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인자하게 웃더니 또 약간 슬퍼하기 시작했다.“이 그림에 양기가 부족해서 문제죠. 남자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남자가 필요한 순간이 무조건 있어요. 예를 들어 방금 입학 서류를 작성하는데 안에 아버지 이름과 직업 칸이 있더라고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죠?”민이 이모가 또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방금 입학 서류를 작성할 때 곤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차설아에게는 남편이, 두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그냥 없다고 작성하시면 되죠. 세상에 남편을 일찍 잃은 여자들도 많은데 저희라고 그런 상황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차설아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계속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애초에 성도윤과 이혼을 결심하고, 해안을 떠나 해바라기 섬으로 간 순간부터, 그녀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건 안 되죠!”민이 이모는 약간 흥분하더니 말했다.“아가씨, 참 모든 걸 간단하게 생각하시네요. 유치원 선생님들도 모두 사람에 따라 행동하는 법이에요. 만약 달이와 원이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교육적인 면에서나 일상적인 생활면에서도 소홀할 거예요. 만약 반에 알려지면, 반 아이들도 비웃을 거고요. 이건 두 아이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이에요. 그래서 이 칸은 무조건 채워야 해요. 아가씨가 싱글맘이라는 사실은 반드시 숨겨야 해요...”“일단 경수 도련님을 써넣을까요? 두 아이가 경수 도련님을 아빠라고 부르고, 도련님도 믿을만한 사람이잖아요. 만약 아가씨가 경수 도련님과 진지하게 만난다면 전 무조건 찬성이에요!”민이 이모의 마음속에 배경수는 차설아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 집안의 남자 주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되면 민이 이모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차설아는 난처해서 말했다.“경수는 더더욱 안 되죠. 이미 저랑 인연을 끊은 사이에요. 아마 죽을 때까지 왕래하지 않을 거예요.”“그게 무슨 소리예요?”민이 이모는 놀라서 두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두 사람 혼인 신고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부부가 못되더라고 두 분은 평생 친구로 지
“네? 죽었다고요?”민이 이모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멀쩡한 사람이, 그것도 한없이 도도하고 완벽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죽었을까?“맞아요, 죽었어요. 아마 절 구하다가 죽었을 거예요.”차설아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소영금은 자기 아들의 죽음이 라이벌의 소행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지만, 차설아도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었다.만약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다리를 다쳐 목숨이 위태롭지 않았다면, 그 라이벌도 손쉽게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사실이에요?”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성도윤은 누구보다 매정한 사람이고 차설아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차설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니, 분명 오해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저도 사실인지는 정확히 몰라요. 적어도 제가 아는 정보를 종합해볼 때, 저 때문에 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어요. 그래서... 좀 슬퍼요.”차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렸다.그렇다. 그녀는 아주 슬펐다.지금까지 남자의 죽음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듯 괜찮은 척했었다.하지만 깊은 밤 혼자 있을 때면 깊은 슬픔에 얽매이곤 했다.“죄책감에 슬픈 거예요? 아니면 아직 미련이 남아서 슬픈 거예요?”민이 이모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저도 제가 왜 슬픈지 잘 모르겠어요.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이 텅 비어버렸고 깊은 블랙홀이 나를 점점 삼키는 것 같았어요. 점점 나답지 않고, 비이성적으로 변하고 있어요...”차설아는 고통스럽게 몸을 웅크리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으며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민이 이모는 차설아를 꼭 안아주며 어린 시절처럼 부드럽게 달랬다.“괜찮아요, 아가씨. 다 지나간 일이에요. 한동안 부부로 지냈을 뿐이지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어요. 그 사람이 살아있든 말든 우리랑 상관없어요.”“하지만 저를 구하다가 죽었어요. 그래서 너무 괴
민이 이모의 위로를 받은 차설아는 갑자기 밝아지더니 눈물을 닦고, 더 이상 우울하지 말고 정신을 차리리라 다짐했다.그녀는 최면, 피아노와 같은 어떤 외부의 힘도 빌리지 않고 편안히 잠을 잤다.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침 7시가 넘었다.오늘 그녀는 민이 이모와 함께 원이와 달이를 몬테리 유치원에 데려가기로 했다.입학 첫날이고, 두 아이 모두 편입생이니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해서, 차설아는 일찍 가기로 했다.차설아는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났고, 두 아이도 속속 일어났다.두 아이에게 어떤 영양가 있고 맛있는 아침 식사를 만들어 줄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고 보니 그날 심부름꾼이었다.“안녕하세요, 차설아 씨, 아침 식사 맛있게 하세요.”차설아가 더 묻기도 전에 심부름꾼은 바로 사라졌다.할 수 없이 그녀는 보온 통을 열고 안에 있는 아침 식사를 하나씩 꺼냈다.저번보다 아침 식사의 종류는 많이 줄었지만, 비주얼은 훨씬 정교하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엄마, 아침 도착했어요?”게으름을 피우던 원이는 식탁 위의 아침을 보더니 활짝 웃었다.“도착하기는 했는데 진짜 먹을 거야? 지난번의 고통을 벌써 잊은 건 아니지?”차설아는 지난번에 먹었던 음식 맛을 생각하니 아직도 헛구역질이 나는 것 같아 다시 시도할 용기가 없었다.“엄마, 뭐가 두려운 거예요? 그래도 해안에서 유명한 셰프라고요. 가끔 실수하는 것도 정상이죠. 이번에는 분명 맛있을 거예요. 이미 맛있는 냄새가 나잖아요. 안심하고 드세요.”원이는 미스터 Q에게 매우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요 며칠 동안 요리 연습에 매진했으니 분명 크게 발전했을 것이다.“난 못 먹겠어. 원이 먼저 먹을래?”차설아는 위를 만지작거리며 지난번 맛을 떠올리자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저도 못 먹겠어요...”원이는 어깨를 으쓱했다.비록 미스터 Q를 지지하지만, 마음속으로 지지하면 충분하다. 행동으로 지지할 용기는 아직 없었다.저번 미스터 Q의 솜씨 때문에 원이는 하마터면 아침 먹는 습관을 끊을
달이는 고양이처럼 천천히 씹더니 동그랗고 큰 눈이 순간 더 커졌다. 마치 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감격스러워하며 말했다.“와, 아주 맛있는 케이크네요. 달이가 먹어본 케이크 중에 가장 맛있어요!”“진짜?”차설아와 원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트라우마에 짓눌려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원아, 네가 한 번... 먹어볼래?”원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엄마, 맛있는 건 엄마가 먼저 드셔야죠. 원이는 효자니까요.”차설아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맞네, 효성이 지극한 엄마의 착한 아들이지?”차설아는 느릿느릿 케이크를 하나 집어 들고 혀로 조심스럽게 핥아보았다.기억 속의 맛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맛있었다.차설아는 냉큼 한 개를 먹고 또 두 번째 케이크를 집었다.원이도 그 모습을 보고 하나를 집어 들어 맛보았다.“진짜 맛있네요. 공을 꽤 들인 모양이네요. 좋아요. 아주 좋아요.”원이는 먹으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터 Q에 대한 호감도가 또 10점이 많아졌다.차설아는 크림을 입 주위에 가득 묻히고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원이를 보며 물었다.“너 솔직히 말해. 네가 말하는 ‘해안의 유명한 셰프’가 도대체 누구야? 어떻게 알게 됐어? 엄마도 아는 사람이야?”“원이가 얼마 전에 사귄 친구예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소개해줄 거예요...”원이는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신비롭게 말했다.“아주 훌륭한 친구인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소개해주면 엄마가 단번에 빠져버리면 어떡해요. 아직 어떤 결점이 있는지도 모르니 좀 더 지켜봐야 해요. 엄마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시면 돼요. 제가 엄마에게 완벽한 사람을 골라줄 테니까요!”“나를 위해 골라준다고?”“맞아요. 원이가 엄마의 남편을 찾아준다고 했잖아요. 벌써 잊었어요?”“음...”차설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원이가 진짜 자신의 남편감을 찾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그럼 우리 원이가 찾아준 남편은 어떤 사람인지 기대해볼까? 원이 마음에 들었다면
민이 이모도 사실 속으로는 두 아이가 잘 적응하지 못할까 봐, 아버지가 없다고 놀림을 받을까 봐 걱정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해야 했다.만약 민이 이모도 덩달아 걱정한다면, 차설아는 더욱 초조해할 것이다.“그래요, 전 이만 먼저 가볼게요. 오늘 확실히 중요한 일이 있어요.”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민이 이모와 헤어졌다.그녀가 시계를 보니 성진이 말한 기자회견까지 아직 30분 남았다.30분 후, 해안은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아마 많은 거물이 참석할 것이니, 그녀도 당연히 이 특별한 순간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호텔 밖에는 경비가 삼엄하고, 고급 차량이 줄지어 있었다. 경계선 밖에는 기자들로 붐비고,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들도 많이 있었다.차설아의 붉은 색 페라리는 유독 눈에 띄었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순간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저 여자 좀 봐. 아주 예쁘게 생겼어. 전에 핫했던 동영상 속 그 여자 아니야?”“성대 그룹 대표의 조강지처였잖아. 아쉽게 내연녀 때문에 집에서 쫓겨났지만.”간 큰 남자 인플루언서가 휴대폰을 들고 생방송을 하면서 차설아를 향해 쫓아갔다.“여러분들 기다리세요. 성대 그룹의 전 대표 부인과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차설아 씨가 왜 성대 그룹에 나타났을까요?”“여신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깐 인터뷰해도 될까요?”차설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들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시간이 없어서요.”남자 인플루언서는 차설아를 가로막더니 뻔뻔하게 말을 이어갔다.“많은 시간을 빼앗지 않을 테니 팬들과 간단히 인사해 주세요!”“비켜요!”차설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짓을 하는 언론인이었으니, 당연히 좋은 태도를 보일 수 없었다.게다가 기자회견이 곧 시작되니 그녀는 확실히 시간이 촉박했다.남자 인플루언서는 일을 크게 만들수록 자신의 인기가 치솟는다는 것을 알고 즉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아이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