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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차설아는 눈썹을 치켜들면서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잘 못 알아듣겠는데?”

“이렇게 말했는데도 모르겠어요?”

성진은 자신이 한때 한없이 동경하던 여신과 가까운 거리를 둔 이 순간을 즐겼다.

그는 겁도 없이 차설아의 가는 허리를 꼭 잡고는 낮은 목소리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사람들이 내가 무능하다고 해도 당신만 얻을 수 있다면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당신에게 바칠 수 있어요.”

차설아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게 무슨 말인데?”

“그러니까 내 여자로 되어주겠다면 성대 그룹을 당신에게 바치겠다고요. 그러면 성대 그룹의 운명은 당신의 손에 쥐어질 수 있어요.”

성진이 냉혹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진이 무능력한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사실은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권력 다툼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전혀 흥미가 없었다.

그동안 성대 그룹의 대표 자리에 오르기 위해, 또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성도윤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한 모든 노력은 오직 눈앞의 여자를 얻기 위해서였다.

만약 차설아가 정말 그녀의 여자로 되어주겠다고 약속한다면 성대 그룹의 대표고 뭐고 안중에도 두지 않을 수 있었다.

“정말이야?”

차설아는 조금 의외인 듯 남자를 바라봤다.

광기가 어린 남자의 눈빛에 차설아는 그가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돈을 버는 거야 쉽지만 진짜 사랑을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요? 모든 사람이 다 로봇 같은 도윤 형처럼 사업, 부, 가족의 명예를 중요시하는 게 아니에요. 나 성진은 그런 욕심이 없어요. 그냥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고 싶다고요.”

성진이 모처럼 진지한 모습을 보였는데 의외로 애틋해 보이기도 했다.

차설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의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웃겨.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니까 내가 들었던 그 어떤 농담보다 더 웃긴데?”

“그래도 믿지 않네요...”

성진이 고개를 젓고는 한숨을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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