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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성씨 저택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 텅 비었다. 정원에 꽃도 심어있지 않았고 거실에 불도 안 켜져 별장 내부는 어두컴컴했을 뿐만 아니라 쿰쿰한 냄새까지 났다.

하지만 유독 2층에 있는 성도윤의 방에만 어두운 등이 켜져 있었고, 창문에 큰 체구 남자의 그림자가 위에 비쳤다.

차설아는 거실을 지나고 계단을 따라 살금살금 2층으로 올라갔다.

성도윤의 방문은 반쯤 닫혀 있었다. 문틈 사이로 그녀는 창가에 한 남자가 서 있다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훤칠하고 꼿꼿하고 차가운 뒷모습을 가진 남자가 성도윤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순간 차설아는 오랜만에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다짜고짜 앞으로 걸어가더니 문을 확 열고는 말했다.

“성도윤, 역시 살아있을 줄 알았어!”

창가의 남자가 천천히 몸을 돌리고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형수님, 아쉽게 되었네요. 실망하게 해 죄송합니다. 나는 형수님이 그리워하는 남자가 아닌걸요?”

“성진? 당... 당신이 왜 여기에?”

피가 들끓던 차설아는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본 뒤 곧바로 마음이 식어버렸다.

그녀는 창피한 마음에 이마를 짚었는데 당장이라도 쥐구멍을 찾아 숨고 싶었다.

‘X발, 또 사람을 잘못 본 거야? 정말 너무 부끄러워.’

“내일이면 나는 그 잘난 도윤 형을 대신해 성대 그룹의 대표 자리에 앉게 될 거예요. 그리고 도윤 형이 가졌었던 모든 걸 손에 넣게 되겠죠. 그래서 오늘 밤에 형이 누리던 형의 인생을 미리 느껴보려고 온 거예요. 너무나도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성진의 잘생긴 얼굴에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는데 모든 걸 손에 넣어 두려울 게 없다는 자신이 담겨 있었다.

차설아는 괜히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우쭐댈 게 뭐가 있어. 당신은 결국 성대 그룹이 가장 혼란스러운 틈을 타 대표 자리에 앉은 비겁한 사람일 뿐인데 말이야. 정말 치사하다고. 당신 같은 사람은 절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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