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상황이요?”“네! 화내지 말고 들으세요!”차설아는 ‘돈줄’에게 미움을 살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가면을 가리키며 말했다.“그 얼굴은 성씨 가문의 둘째 아들과 싸우다가 망가졌다면서요? 그때부터 줄곧 가면을 쓰기 시작했고. 당신의 얼굴을 본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룰까지 내세웠잖아요. 하지만 혼자 많이 힘들었죠? 안심하세요. 해바라기 섬에서는 가면을 벗어도 당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어때요, 미스터 Q에게 안성맞춤이죠?”남자는 묵묵부답이었다.차설아는 남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어 계속 말을 이었다.“그리고, 미스터 Q는 성도윤과 원수사이죠? 저도 그 인간이랑 상극이에요. 이 점만 본다면 우리는 같은 편에 서야 하니,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 왜냐하면 성대 그룹을 상대하기 위해 이 자금이 필요한 거니까요.”“성대 그룹을 상대한다? 당신이?”미스터 Q의 입꼬리는 차설아에 대한 경멸이 가득했다.“안 믿어요? 시간이 지나면 곧 알게 될 거예요. 아니면 저도 이 섬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할 용기가 없겠죠!”차설아는 당연히 자신만의 계획이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성도윤을 미워하나요?”남자는 호기심에 물었다.차설아는 흠칫 놀라더니 어깨를 으쓱했다.“미워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이미...”그녀를 구하기 위해 성도윤이 죽었으니, 아무리 큰 원한이라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아직 성씨 가문에서 성도윤의 죽음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니, 차설아도 더 이상 언급할 수 없었다.지금 소문이 떠들썩하니 미스터 Q도 이미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맞네요, 다들 성도윤이 죽었다고 하던데, 죽은 사람과 따질 필요는 없죠.”미스터 Q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물었다.“이 섬은 제가 받죠. 하지만 2조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 가봐야겠어요.”차설아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어차피 그녀도 마침 민이 이모와 달이를 데리러 가려 했다.“그럼 바로 출발
“네? 저한테 준다고요?”차설아는 갑자기 멍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미스터 Q는 뒤돌아서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싫은가요?”“아니요, 아니요. 당연히 좋죠. 너무 좋아요!”차설아는 그 ‘목동답설도’를 보고, 또 몰래 남자를 쳐다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진짜 가져가는 건... 좀 아니지 않나?”비록 방금 그녀는 그림을 갖고 싶다는 뜻을 담아 말하긴 했지만, 남자가 시원시원하게 바로 내어줄 줄은 몰랐다.“좋아한다면 안 될 것도 없죠!”미스터 Q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그저 한 폭의 그림일 뿐, 전당포에는 다른 작품도 많아요.”“감사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차설아는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당장이라도 돈줄 미스터 Q에게 차도 대접하고, 다리와 어깨도 주물러 주며 시중을 들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가 쓰고 있는 가면까지 매력적으로 보였다.역시, 세상에서 가장 큰 매력은 재력이다!차설아는 갑자기 노인의 말이 떠올랐다.‘설마, 미스터 Q가 하늘이 내려준 나의 운명의 짝? 만약 그렇다면, 말도 안 돼... 성도윤이 내가 자기 원수와 함께한다는 걸 알게 되면 무덤에서 감았던 눈을 번쩍 뜨겠어!’“무슨 생각 해요?”차설아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미스터 Q가 묵묵히 자신을 지켜봤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여자의 다이나믹한 표정에 남자는 호기심이 생겼다.“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차설아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시탐하듯 물었다.“저기,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말하세요.”“혹시 지금, 만나는 분이 있나요? 결혼하셨나요? 아이는 있나요?”차설아는 종래로 남의 사생활에 대해 의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미스터 Q는 자신에게 이상할 정도로 관대해서 ‘의도가 불순’하다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을 오랫동안 짝사랑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미친 성진이 그랬듯이 말이다.그래서 차설아는 미스터 Q가 자신의 좋은 인연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당신...”미스터 Q는 차설아의 말을 소화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러고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상상력이 참 풍부하네요.”“그럼 제 말이 틀렸나요?”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한 걸음 한 걸음 남자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가슴에 얹었다.미스터 Q는 눈썹을 찡그리며 큰 손으로 막았다.“이게 뭐 하는 짓이죠?”“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저를 보면 심장이 빨리 뛰는지 확인하려는 거예요.”차설아는 고개를 쳐들고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남자는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곧 입꼬리를 올리더니 긴 팔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자신의 품으로 와락 끌어당겼다.“그럼 좀 더 가까이 있어야 잘 느껴지죠.”차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마치 미꾸라지처럼 그의 품에서 빠져나갔다.“당황하지 마요. 제가 당신을 잡아먹나요?”남자는 오히려 차설아를 향해 다가서며 웃었다.“제가 그쪽 전남편의 원수이니, 적의 적은 친구라면서요? 우리가 가까이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죠.”“안 돼요!”차설아는 즉시 손으로 X자 모양을 했다.‘역시, 이 남자는 분명 나한테 딴마음이 있어. 여자의 예감은 늘 정확하단 말이야.’아쉽게도 지금의 차설아는 오로지 사업에만 집중하고 싶었고 남자는 안중에도 없었다.“전 지금 연애에 관심이 없어요. 단념하는 게 좋을 거예요.”남자를 보는 그녀의 예쁜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미스터 Q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안심하세요. 전 당신의 섬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니.”“진심이길 바랄게요.”차설아는 이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믿지 않았다. ‘오해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 너무 깊이 빠져들면 나만 손해야!’미스터 Q는 개인 비행기를 갖고 있었고, 항로를 신청한 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해바라기 섬으로 출발했다.원래 개인 비행기의 소파는 붙어 있었지만, 차설아는 남자와 거리를 두려고 일부러 그와 1미터 떨어져 있었다.비행기가 이륙하자, 그녀는 즉시 이어폰을 끼고 방해하지 말라는 뜻을
차설아는 미스터 Q를 데리고 해바라기 섬의 한복판, 즉 그녀와 아이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곳으로 향했다.그들은 해바라기 꽃밭을 지나야 했다.이 꽃밭의 해바라기들은 줄기마다 쭉쭉 뻗어 사람의 키에 버금가는 높이로 자라 있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두 사람은 꽃밭을 앞뒤로 걸어갔고, 따스한 햇볕이 꽃 사이를 뚫고 그들의 머리카락과 어깨에 떨어졌다. 청춘 영화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화면이었다.꽃밭의 끝에는 귀여운 모자를 쓰고 노란 치마를 입은 달이가 보였다. 녀석은 작은 호미를 손에 들고 허리를 굽힌 채 진흙탕에서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민이 이모는 옆에서 작은 선풍기를 들고 아이에게 바람을 쐬며 걱정했다.“달이 아가씨, 날이 밝았고 기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요. 더위를 먹기 전에 얼른 돌아가세요!”“민이 이모 먼저 돌아가세요, 저는 오늘 반드시 이 빈터에 해바라기 꽃을 다 심을 거예요. 그러면 엄마와 오빠가 돌아올 거예요...”“이 넓은 땅에 꽃을 다 심으려면 저녁까지 심어야 한다고요. 민이 이모 말 들어요. 빨리 돌아가세요.”민이 이모는 아이가 더워서 탈이 날까 봐 저도 모르게 말투가 엄해졌다.차설아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이를 맡긴 이상, 민이 이모는 항상 최선을 다해 보살폈고 한 치의 착오도 용납하지 않았다.“참, 걱정하지 마세요. 달이는 금방 심을 수 있어요...”달이는 발그레한 얼굴을 쳐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갑자기 녀석의 눈이 번쩍 빛나더니 민이 이모의 곁을 ‘휙’ 지나서 나비처럼 쏜살같이 달려갔다.“엄마! 엄마! 드디어 돌아오셨어요!”눈썰미가 좋은 달이는 꽃밭에서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차설아를 단번에 발견했다.차설아도 당연히 달이를 발견했고,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달이야, 엄마의 보물 달이. 너무 보고 싶었어!”그녀는 팔을 벌려 달이를 와락 끌어안았고, 새빨갛게 물든 작은 볼에 대고 마구 뽀뽀를 했다.이 탱글탱글한 촉감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볼이었다.“엄마, 달이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왜 이
차설아는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 난처한 표정이었다.만약 해바라기 섬을 사러 온 사람이라고 한다면 달이는 손에 든 호미를 들고 당장 쫓아낼지도 모른다.“엄마가 해안에서 새로 사귄 친구야.”차설아는 어쩔 수 없었는데 이렇게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엄마 친구였어요?”달이는 차설아의 품에서 내려와 미스터 Q의 앞에 다가가더니, 귀여운 얼굴을 쳐들고 배시시 웃으며 남자의 손을 잡고 말했다.“안녕하세요, 엄마 친구는 곧 달이 친구예요. 해바라기 섬에 오신 걸 환영해요.”미스터 Q의 딱딱하던 입꼬리에는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차갑던 마음이 달이에 의해 녹은 것이 분명했다.그는 허리를 굽혀 작은 달이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안녕, 꼬마야. 나는 네 엄마의 친구일 뿐만 아니라 네 오빠의 친구이기도 해. 앞으로 우리 네 사람 아주 즐겁게 지내게 될 거야.”“좋아요!”달이는 눈을 반짝이며 서둘러 말했다.“우리 엄마는 친구가 별로 없어요. 특히 남성 친구는 더더욱. 지난 4년 동안 경수 아빠와 경윤이 이모, 두 친구밖에 없었어요. 저도 엄마가 좀 외롭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 엄마에게 새 친구가 생겼다니. 앞으로 우리 엄마 잘 부탁드립니다!”“경수 아빠?”미스터 Q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그럼 그분이 네 엄마의 남편이야?”“그건 아니에요!”달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우리 엄마는 지금 싱글이에요. 경수 아빠는 저희 친아버지가 아니라 그저 명목상 아버지...”“콜록!”차설아는 이마를 짚고 가볍게 기침을 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됐어, 달아. 그만 말해. 그저 평범한 친구에게 엄마의 모든 사정을 다 말해줄 필요는 없어.”달이는 천사와도 같은 아이였다. 아무런 경각심도 없는 천사 달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머리를 거치지 않고 다 말하는 경향이 있어 차설아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미스터 Q 입가의 미소가 더 짙어지더니 손바닥으로 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섬은 아주 아름답더구나. 아저씨에게 섬 구경 좀
“이모, 뭘 걱정하고 계시는지 편히 말씀하세요.”차설아가 묻자, 민이 이모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아가씨도 알다시피 두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해바라기 섬에서 자랐고 바깥세상을 접한 적이 없어요. 원이 도련님은 워낙 똑똑하고 경계심도 많아서 남에게 쉽게 속지 않겠죠. 하지만 달이 아가씨는 걱정이에요. 천사 같은 아가씨가 바깥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쁜 사람을 만나면 어떡해요...”“무엇보다 달이 아가씨는 타고난 체질 때문에 호흡기가 약해요. 공기 질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죠. 공기가 이렇게 좋은 해바라기 섬에서도 자주 앓는데 이곳을 떠나면 더 큰 일이잖아요?”차설아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러게요. 저도 그 부분이 걱정되긴 했어요. 하지만 달이를 계속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울 수는 없어요. 바깥세상도 경험해야 해요. 해안에서 최대한 환경이 좋은 곳으로 찾아볼게요.” “해안에서 환경이 가장 좋은 곳이라면, 두 지역의 식물 피복률이 가장 높죠. 하나는 차씨 저택의 별장 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성가 저택이 있는 안양구예요.”“이모, 제가 이번에 돌아가 보니, 차씨 저택의 별장 지역이 글쎄 쓰레기 처리 구역으로 지정되었더라고요. 곧 쓰레기 철거장으로 건설된대요...”“뭐라고요?”민이 이모는 놀랍고도 분노했다.“감히 누가 그 땅에 손을 대요?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직접 고르신 땅이에요. 차씨 가문의 명맥과 직결되어있는 귀한 땅을 쓰레기 철거장으로 만든다니요! 어르신이 저세상에서 노하실 거예요.”“이모,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제가 잘 처리할 거예요. 차씨 가문은 해바라기 섬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추억을 담고 있어요. 두 곳 모두 제가 최선을 다해 지킬 거예요.”한편, 달이는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며 미스터 Q의 손을 잡고 그들이 사는 집에 도착했다.“아저씨,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성처럼 생겼죠? 엄마가 저는 성의 공주이고 오빠는 왕자라고 했어요...”미스터 Q는 집을 둘러보았다. 곳곳마다 아늑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였다.조개껍데기로 만든 풍령
달이는 흥미진진하게 카드를 나눠주었다. 이것은 예전에 그들이 즐겼던 게임이었다. 매번 이 게임을 할 때마다 차설아와 원이만 이기고 달이와 민이 이모는 졌었다.‘이번에는 가면 아저씨가 있으니 꼭 이겨봐야지!’차설아는 미스터 Q에게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모아 양해를 구했다.“유치하긴 하지만 아이가 좋아해요. 오신 김에 아이랑 좀 놀아주세요, 부탁드려요!”미스터 Q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달이는 곧 카드를 나눠주었고, 세 사람은 카드를 펼쳤다. 흑백 조커는 미스터 Q에게, 컬러 조커는 달이에게 돌아갔다.“와, 이겼어요! 제가 이겼어요!”달이는 처음 이겨서 기뻐서 펄쩍 뛰며 미스터 Q를 한바탕 들볶을 태세였다.하지만 미스터 Q는 손님이고, 또 그들의 ‘돈줄’이라 차설아는 달이에게 일침을 가했다.“달아, 아저씨는 손님이셔.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면 안 돼.”“엄마, 안심하세요. 달이는 절대 손님을 난처하게 하지 않아요.”“그럼 아저씨와 진실 게임을 할 거야, 아니면 왕 게임을 할 거야?”“음... 왕 게임?”“좋아, 난 다 괜찮아.”미스터 Q는 오히려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달이는 미스터 Q를 빤히 쳐다보더니 반짝이는 큰 눈을 깜박거리고 깃털 가면을 가리키며 말했다.“아저씨, 그 가면을 벗어주면 안 돼요?”남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차설아가 더 긴장하여 얼른 제지했다.“이건 안 돼. 다른 거로 바꿔.”미스터 Q의 가면은 금기이며, 그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되면 죽는다고 전에 배경수가 말했었다.비록 현재까지는 사람을 죽이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변태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차설아는 감히 위험을 무릅쓸 수 없었다.정상적으로 보이는 변태가 왕왕 더 무서운 법이다!“하지만 이건 룰이에요. 만약 아저씨께서 룰을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아야 해요.”달이는 두 손을 허리에 집고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미스터 Q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럼 벌을 받지. 어떤 벌을 줄 건데?”“에이, 재미없어.”달이는 실망하여
“그건...”달이는 차설아를 한번 쳐다보더니 우물쭈물하는 모습이었다. 차설아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게임 룰은 지켜야 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져.”미스터 Q는 짙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엄숙한 말투로 달이에게 경고했다.차설아도 흥미를 느끼고 웃으며 달이를 꼬드겼다.“무슨 비밀이 있는지 엄마에게 말해봐. 엄청 궁금한데?”“그럼 제가 말할 테니, 엄마 절대 화내면 안 돼요.”달이는 눈을 껌벅이며 차설아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엄마 화 안 낼게. 사람은 누구나 비밀이 있어. 엄마도 있는걸?”차설아는 자신이 비교적 개방적인 엄마라고 생각했다. 법을 지키는 선에서 아이들에게 독특한 생각이 있다면, 그녀는 무조건 지지하는 편이었다.“좋아요, 그럼 달이가 말할게요.”달이는 심호흡을 하고 부드럽고 작은 손으로 차설아의 손을 잡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엄마, 사실 오빠와 저는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비록 아버지가 없어도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엄마는 계속 말씀하셨지만, 저와 오빠는 만약 아버지가 있다면 더 행복할 것 같아요.”“그래서 말인데요. 저와 오빠에게 아버지를 찾아주면 안 되나요?”차설아는 바로 멍해졌고, 입가에 맴돌던 부드러운 미소도 굳어졌다.달이는 상황을 보고 바로 말을 바꾸었다.“엄마, 장난이에요. 저와 오빠는 아버지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엄마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리고 화도 내지 마시고요.”“아니야, 내가 왜 우리 달이에게 화를 내겠어. 그저...”차설아는 멈칫하더니 조금 슬퍼졌다.“그저 달이와 오빠가 모두 아버지를 원하는 줄 몰랐어!”두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라는 빈자리에 익숙했고, 그들에게 그림책이나 동화 이야기를 들려주면 최대한 아버지 캐릭터를 제외하곤 했다.그래서 아이들은 ‘부성애’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알고 보니,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필요 없는 것이 아니었다. 두 아이가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