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소영금은 눈썹을 치켜들더니 술잔을 내려놓고는 조리 정연하게 말했다.“그럼 저도 솔직해질게요. S시로 온 이유는 바로 내 며느리인 설아를 안전하게 데려가기 위해서예요.”그녀의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소영금은 전혀 겁먹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우리 설아는 어려서부터 해안에서 자랐어요. 해안시는 공기가 쾌적하고 경제가 발달한 지역이에요.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최고만 고집한다고요. 하지만 S시는 다르죠. 내륙 지역이고 위치가 편벽해 교통도 편리하지 않고. 뭐 하나 편한 것 없네요. 여기에 있으면 고생밖에 더 하겠어요? 젊은 나이에 고생을 찾아가려고 하니 제가 두고만 볼 수 있겠어요?”“...”선우 가문 사람들은 모두 싸늘한 눈빛을 보이면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공기 중에는 위험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차설아는 눈치를 보며 소영금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타일렀다.“여사님, 그만 말해요. 왜 지역 차별까지 해요.”‘정말 겁도 없이 말하네. 이 사람들이 무섭지 않은가 봐?’“내가 뭘 지역 차별을 했다고 그래? 사실이잖아. 매년 전 세계 부자 순위를 한 번 봐봐. 거기에 해안시 사람 몇 명 들었고, S시 사람 몇 명 들었어? 원래도 하늘과 땅 차이야. 내가 사실도 말하지 못해?”소영금은 여세를 몰아 차설아의 손을 꽉 잡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설아야, 과거의 원한은 이만 청산하자. 네가 도윤이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보여. 나랑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고!”“여사님, 이러지 마세요!”차설아는 거절하며 차갑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도윤 씨가 말하지 않던가요? 제가 공항에서 똑똑히 말한 것 같은데요. 도윤 씨랑 시원이 사이에서 저는 당연히 시원이 선택하죠. 아니면 시원이랑 S시에 오지도 않았을 거고요. 도윤 씨랑은 이미 끝난 인연이니 각자 삶을 살아가죠. 더 귀찮게 굴면 저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네요.”“그럴 리가 없어. 네 말을 믿지 않아.”소영금은 인형을 쟁탈하는 어린아이처
레스토랑에서 선우 가문으로 돌아갈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선우 가문 저택에는 동서남북 네 개의 방향에 각자 정원 달린 건물이 있었다.네 건물은 인테리어는 다 저만의 스타일이 있었고 정교했기에 분위기가 남달랐다.차설아가 머무를 방은 동쪽에 있는 건물에 있었고, 선우시원의 방 바로 옆이었다.“녀석, 너 설아한테 잘해줘. 소개도 잘하란 말이야. 설아가 이곳을 빨리 익혀야지, 그래야 여길 집이라고 생각할 거 아니야?”양보아는 방에 들어가기 전에 엄숙한 얼굴로 선우시원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제 여자친구는 제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 걱정할 것도 없어요.”“흥, 여자친구니까 같은 방 써야 하는 거 아니야? 왜 각 방을 쓰고 그래? 선을 지키며.”“엄마, 제가 말했었잖아요, 설아가 부끄러워한다니까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왜 한방을 쓰겠어요? 나머지 일은 결혼 후에 다시 얘기해요...”선우시원은 방에서 양보아를 밀어내며 말했다.“얼른 가서 주무세요, 우리 두 사람 방해하지 말고요.”양보아 그 말을 듣더니 드디어 눈치껏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참, 그렇지? 두 사람의 시간을 즐겨. 그리고 너, 잘하란 말이야.”드디어 모든 사람은 떠났고, 방에는 차설아와 선우시원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바람, 솔직히 말해봐. 나 속인 거지?”차설아가 진지한 얼굴을 하며 물었다.“왜 그런 말을 해?”바람은 그저 덤덤하게 미소를 짓더니 물었다.“나보고 여자친구인 척 연기하고 부모님만 만나면 된다고 했잖아. 그런데 일이 왜 이렇게 커지게 된 거야? 군단까지 선물하시고. 이러다가 내가 너와 결혼하지 않는다고 하면 미안해서 어떻게 너희 부모님과 할아버님 얼굴을 봐? 날 너무 난감하게 만드는 거 아니야?”차설아는 주먹을 불끈 쥐며 캐물었다.그녀는 정말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만 갔다.한편으로는, 선우 가문 사람들이 그녀에게 너무 잘해줬지만, 그녀는 그들을 속인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또 다른 한편으로는 선우
솔직히 이런 모습의 선우시원은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차설아는 그런 그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남자의 팔을 확 잡아당기더니 오히려 그를 벽에 밀어붙였다.차설아를 벽에 가두었던 선우시원은 순간 그녀에게 제압당했다.“녀석, 이런 농담을 하지 말라고. 어디서 드라마를 찍고 있어. 한 번만 이런 농담을 더 하면 팔을 확 잘라버린다?”“아악! 아파!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제 놔줘!”선우시원은 차설아가 이렇게 대단한 실력의 솜씨를 가지고 있는 걸 몰라 바로 항복했다.그의 비명은 건물을 울렸다.아직 멀리 가지 않은 양보아 그 소리를 듣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잘됐네, 시원이가 지금까지 잘한 일이 없는데 드디어 한 건 했네.”방 안에서.차설아는 선우시원을 제대로 혼내주고야 그를 놓아줬다.“스파크, 넌 여자면서 해커 일도 해, 주짓수도 해, 이렇게 무서워서 누가 감히 너랑 결혼하겠어?”선우시원은 거의 부러질 뻔한 팔을 잡으며 차설아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고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조롱하기 시작했다.“아직 더 혼나고 싶지?”차설아는 팔을 번쩍 들며 차가운 얼굴로 그를 경고했다.“아니...”선우시원은 뒤로 한 발 더 물러서며 말했다.“나 원래 이렇게 말하는 거 버릇이잖아. 처음 알게 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잖아.”“그래, 너는 얻어맞을 짓만 골라 하지.”차설아는 그제야 손을 천천히 내려놓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여사님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선우시원은 몸을 풀더니 무심하고도 진지하게 말했다.“뭘 어떻게 하긴. 제대로 당해봐야 앞으로 더 나대지 않지.”“미친 거 아니야?”차설아는 조금 흥분한 목소리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그 사람은 도윤 씨 어머니라고. 만약 정말 그 사람 건드린다면 성씨 가문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아무리 군대가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 성씨 가문도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그때 가면 두 가문 결국 모두 손해만 볼 거야.”“왜 두
놀랍게도 그 안에는 이미 그녀의 사이즈대로 여러 가지 값비싼 옷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옷과 신발, 가방뿐만 아니라 주얼리도 가득했는데 작은 명품 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만큼 선우 가문 사람들이 정말 그녀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게다가 선우도환은 그녀에게 군단까지 선물했으니, 그녀는 자신이 그야말로 석고대죄를 지은 죄인 같았다.차설아는 소영금을 안전하게 내보낸 후, 바로 선우 가문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생각을 했다.그녀는 눈에 띄지 않은 검은 옷과 흰색 옷을 챙기고는 가위로 좀 잘라내더니 선우 가문 하인들이 입은 흑백 제복과 비슷한 옷 한 벌을 만들었다.옷을 갈아입은 후, 그녀는 또 거울 앞에 앉아 일부러 노티 나는 화장을 하고, 머리를 낮게 묶었다.“나 정말 손재주가 있다니까!”차설아는 거울 앞에 선우 가문 하인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그녀는 완벽 위장을 해낸 자신이 그저 대견스럽기만 했다.밤은 깊어져 갔고.선우 가문의 정원에서.하인들은 일과를 마치고 선우 가문 사람들이 잠든 틈을 타 같이 모여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그거 들었어? 이번에 시원 도련님이 데려온 여자친구가 선우 가문의 미래 여주인이래. 어르신이 엄청 마음에 들어 하셨대. 애지중지 예뻐하신다고 들었어.”“그런데 그 여자, 이혼한 적이 있다면서? 아이를 낳지 못해 버림받았다고 그러던데. 그럼 잘생기고 매너 좋은 시원 도련님이 이혼한 여자랑 결혼하는 거야?”“그러게 말이에요. 다른 사람이 버린 이혼녀랑 결혼한다니. 어르신은 그런 사람을 왜 애지중지 예뻐하는 걸까요?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누구야? 누가 얘기하고 있어?”하인들은 잔뜩 겁을 먹은 채 서로 꼭 껴안았다.차설아가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그녀와 비슷한 또래인 하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보기엔 시원 도련님은 당신들이랑 결혼했어야 해요. 하나 같이 예쁘고 젊은이 아이를 쑥쑥 잘 낳겠어요. 게다가 이혼한
차설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침착하게 말했다.“그래요? 어디가 다른데요? 분명 똑같아 보이는데요?”“디자인은 똑같은데, 원단이 조금 다르잖아...”그녀가 말하고는 손가락으로 차설아의 옷을 만지며 물었다.“이건 실크 원단이야. 왜 이런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하인 옷을 만들어? 그래서 말인데, 너 좀 수상한데?”‘눈썰미가 대단한데!’차설아는 남몰래 감탄을 금치 못했다.역시 선우 가문은 남달랐다. 아무리 하인이라고 해도 눈썰미가 남달랐으니.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당황해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리폼했을 수도 있죠. 선우 가문은 워낙 재산이 어마어마하니 하인들에게 조금 더 좋은 옷을 입힐 수도 있잖아요. 설마 선우 가문의 실력을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니죠?”“그, 그게 아니라!”그녀는 황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선우 가문은 천하제일이야. 난 선우 가문에 충심을 다하고 있다고. 다만 모든 일에 항상 신중할 뿐이야.”“그럼 사모님 찾아가서 한 번 확인할까요? 제복을 리폼한 게 맞는지요.”“그럴 필요 없어!”그녀는 이까짓 일로 양보아를 귀찮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그만 얘기하고 이제 가지!”두 사람은 달빛 아래에서 굽이굽이 한참 가고서야 선우 가문의 대나무 숲속에 있는 초가집에 도착했다.초가집 문패에는 ‘반성실’ 세 글자 쓰여 있었다.“바로 여기야. 조용히 문밖을 지키면 돼. 안에서 무슨 말을 하든, 어떤 난리를 치든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 돼. 위에서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물건도 들여보내면 안 되고.”하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당부했다.“이게 다예요?”차설아는 초라한 초가집을 보더니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선우 가문의 ‘반성실’이 정말 네모나고 심플한 작은 집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너무 초라한 나머지 차설아는 조선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럼?”하녀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어르신이 그러셨어, 한 사람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벌은 육체적인 것이
하인은 차설아가 얌전하고 무슨 사고를 칠 것 같지도 않아 안심하고 자리를 떴다.차설아는 재빨리 초가집으로 달려가 상황을 살폈다.외관은 초가집이었지만, 사실 안에는 모두 고급 재료를 사용했다. 특히 불투명 유리로 만든 벽이 인상적이었다.그녀는 초가집 안의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화가 잔뜩 난 소영금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주먹을 불끈 쥐고 문을 부수더니, 또 바닥에 누워 발을 동동 굴렀다. 심지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코를 파는 등 체통을 잃는 행동을 했다.하지만 초가집 안에 있는 소영금은 외부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새하얀 벽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절망에 빠졌다.“하하하, 여사님. 이제 정신을 차렸겠죠? 그러게 왜 남의 구역까지 찾아와서 도발을 해요? 아주 자업자득이에요!”차설아가 벽에 엎드려 소영금을 한참 바라봤다. 그녀가 불쌍하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물론 소영금이 허세를 부리다가 오히려 망신을 당한 모습도 봤었지만, 이번이야말로 가장 초라한 모습을 보였고, 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차설아는 느긋하게 소영금의 미친 짓을 동영상으로 남겨두고서야 도어락을 여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최첨단 기술을 사용한 도어락이었기 때문에 도난 방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복잡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잠금 해지할 수 있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고, 또 무선 연결 장치를 꺼냈다. 뭔가를 조작하더니 바닥에 미러링으로 키보드가 나타났다.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키보드에 뭔가를 입력하자, 휴대폰에서 ‘찌찍’ 소리와 함께 파일이 잠금 해지 되었다.그리고 ‘띵’ 시스템 소리와 함께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데 성공했다.차설아가 무표정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두께가 몇 미터나 되는 문이 열렸다.난리를 부리며 울부짖고, 옷과 바지를 거의 모두 벗어버린 소영금은 갑자기 소리가 들리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차설아를 보자마자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바로 울음
차설아의 말에 고집을 부리던 소영금은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래, 며느리도 중요하지만 아들이 더 중요하지. 아들한테 폐를 끼칠 수 없잖아.”“드디어 깨우치셨군요!”차설아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개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러니까 얼른 가세요.”소영금이 차설아의 손을 꼭 잡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같이 가자... 나 소영금은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야. 나 혼자 살자고 다른 사람 생사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그렇게는 못 해!”“저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심지어 성씨 가문에 있을 때보다 더 보살핌을 받을 거라고요. 선우 가문은 나 어떻게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나랑 여사님이 같이 도망간 걸 알게 된다면 자백한 거나 다름없잖아요...”차설아의 말을 들은 소영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우리 성씨 가문이 정말 너한테 미안한 짓을 많이 했어. 여기서 내가 사과를 할게...”“전에 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었던 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그냥 너랑 도윤이 사이에 감정도 없고, 괜히 두 사람만 더 불행해진 것 같아서 일부러 매정하게 군 거야. 사실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앞으로 다시는 너한테 못되게 굴지 않을게. 아이 낳으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널 재수탱이라고 욕하지도 않을게. 다시 우리 도윤이랑 잘해볼 생각 해보면 안 돼? 우리 성씨 가문으로 돌아오는 건 어때? 우리 성씨 가문은 선우 가문보다 더 잘해주면 잘해줬지. 그리고 난 무조건 네 편을 들 거고!”달빛 아래서 소영금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두 손을 꼭 모아 마구 맹세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정말 잘못을 깨닫고 죄를 뉘우치고 싶은 모양이다. 차설아는 애가 타는 그녀의 모습이 좀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풀렸다.사실 그녀는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소영금을 미워한 적이 없어 일부러 소영금을 놀렸다.“날 계속 재수탱이라고 불러요. 함부로 별명 붙여주는 사람 아니시잖아요. 여사님의 유일무이한 별명을 얻었는데 제가 얼마나 영광스러운 줄 아세요?”“너
차설아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더니 말했다.“난 산책 나왔지. 선우 저택이 워낙 예뻐서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오줌이 마려운 걸 어떻게 해, 그래서...”‘휴,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으려면 나 자신을 더럽힐 수밖에.”“그래?”선우시원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말했다.“진작 올 걸 그랬어, 그럼 재미난 구경을 했을 텐데 말이야.”“변태 아니야?”차설아는 뒤가 켕겨 오히려 적반하장 했다.“또 그런 소리를 하면 나 내일 당장 비행기표 사서 돌아갈 거야. 너랑 연기 그만할 거라고.”“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그런데 옷이 왜 그래? 왜 하인들이 입는 옷 같아? 화장도 어딘가 이상한데...”“뭐가 이상해? 이게 내 생얼이야. 못생겼다고 둘러 말하는 거야? 그리고 이 옷은 옷장에 걸려있던데? 예뻐서 입었어? 지금 나 하인 같다고 놀리는 거야?”“그게 아니라...”선우시원은 말문이 막혔다.“됐어, 설명 필요 없어. 나 피곤하니까 자러 갈게!”차설아가 말하고는 재빠르게 자리를 떴다.선우시원은 점점 멀어져 가는 아담한 여인의 모습을 보고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차설아 대단하네. 겁먹지도 않고. 오히려 적반하장도 하고.’방에 돌아간 차설아는 옷을 바꿔입고 화장을 지운 후 푹 자려고 했다.선우 가문의 침대는 솜처럼 푹신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워 그녀는 매우 빨리 깊은 잠이 들었다.잠을 너무 잘 자서인지 그녀는 꿈까지 꿨다.다만 좋은 꿈이 아니었다, 성도윤이 출연한 악몽이었다.꿈속에서 성도윤은 채찍을 휘두르며 걸상에 꽁꽁 묶인 그녀를 괴롭혔는데, 포악한 얼굴로 협박까지 했다.“차설아, 참 대단하네. 감히 나 배신하고 다른 남자랑 결혼하려고 해? 당장 돌아와, 아니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당신 괴롭힐 거야!”채찍이 한 번 또 한 번 바닥에 부딪혔고, 기름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남자는 검붉게 달군 철 덩이를 들더니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아, 안 돼! 지금 당장 돌아갈게!”차설아가 팔다리를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