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요...”강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단지, 제가 아는 설아 씨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그럴 만한 동기도 없고, 설아 씨에게 의미도 없는 일이죠.”차설아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러게 말이에요. 저한테는 동기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일인데, 진우 씨도 아는 이 뻔한 사실을 성도윤만 모르네요.”“도윤이는 단순해서 복잡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요.”“맞아요, 단순하다 못해 아주 무식하네요.”서로 마주 보며 웃는 두 사람은, 눈빛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사도현은 병상에 누워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전혀 움직이지 못해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강진우와 차설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두 사람 마침 잘 왔어. 나 좀 데리고 나가 줘. 이 감옥 같은 곳에서 1분도 더 있기 싫어!”강진우는 미간을 구기고 엄숙하게 말했다.“다리가 부러졌어. 가만히 있어.”“가만히 못 있어!”사도현은 침대를 두드리며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나 지금 먹고, 화장실 가는 것까지 전부 낯선 사람이 도와주고 있어. 너무 창피하단 말이야. 가장 화나는 건 게임을 하고 싶은데 간호사가 못하게 하잖아! 이게 사람 사는 거야?”“안 되겠어. 퇴원할 거야! 염라대왕이 와도 난 지금 당장 퇴원해야겠어!”“그건...”강진우는 조금 걱정되었다.사도현은 타고난 고집불통이라 일단 무엇을 하기로 마음먹으면 그 누가 와도 소용이 없었다.“움직이지 말아요!”차설아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아이처럼 떼를 쓰던 사도현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멍한 표정으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차설아는 천천히 물을 한 잔 따르더니 침착하게 말했다.“도현 씨도 다 큰 성인이에요. 뭐든 멋대로 하려고 하지 마세요. 낯선 사람이 시중을 드는 게 불편하다면 앞으로 제가 할게요.”말을 마친 차설아는 자연스럽게 사도현의 입가에 물컵을 들이대며 온화하지만 강력하게 말했다.“물 좀 마셔요. 입술이 다 말랐어요.”“...”사도
“하지만 난 더...”사도현은 차설아를 바라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은 불쌍하기 그지없었다.“게임 하고 싶다고요? 절대 안 돼요.”차설아는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흥, 안 되면 안 되는 거지!”사도현은 희망이 사라지자 화가 나서 이불 속에 머리를 파묻고 쿨쿨 잠이 들었다.센 척하지만 또 겁먹은 사도현의 모습은 왠지 좀 귀여웠다.차설아와 강진우가 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얼른 이불을 벗어 던지고 물었다.“차설아. 방금 나 돌봐준다고 한 말. 진심이야?”“당연히 진심이죠.”차설아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말했다.“제 목숨을 구해줬는데,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에요?”“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전 인내심이 없어요. 아까처럼 말도 안 듣고 떼만 쓴다면 전 폭력을 사용할지도 몰라요.”“안심해. 네가 돌봐준다면 당연히 말을 잘 들어야지.”말을 마친 사도현은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강진우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표정이 좀 복잡했다.“진우 씨, 근처 슈퍼에 가서 도현 씨한테 필요한 물건 좀 사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요?”차설아는 강진우를 보며 물었다.사도현을 돌보겠다고 한 말은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사도현을 극진히 잘 보살펴서 생명의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다.“먼저 가세요. 전 도현이한테 할 말이 있어요.”“네.”차설아는 궁금해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강진우는 사도현의 침대 옆에 다가가 뒤집어쓴 이불을 벗기고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이 자식, 대체 뭐 하는 거야?”거의 잠이 들 뻔했던 사도현은 갑자기 놀라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왜 그래, 형? 아직 안 갔어?”강진우는 굳은 안색으로 차갑게 말했다.“시치미 떼지 말고 똑바로 말해. 너랑 설아 씨,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무슨 일이라니?”사도현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설아 집에 가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집에 불이 났잖아. 내가 구하려다가 다리를 다친 거야...”“그게 전부야?”“맞아! 이게 전부야.”“왜 난 네가 설아 씨를...”“아니
강진우와 사도현은 순간 말을 멈추고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습을 보였다.“형, 노크도 없이 무례하게 들어와?”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은 움직이는 빙산처럼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는 사도현의 앞에 다가가 매달린 깁스 발을 두드리며 물었다.“아파?”사도현의 이목구비는 즉시 한군데로 몰리더니 고통스럽게 외쳤다.“악, 아파. 형 나 죽이고 싶어? 내가 목숨을 바쳐서 전처를 구해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을 생각이야?”“정신이 멀쩡한 걸 보니 큰 문제는 없네. 사람을 구했다는 말, 자꾸 입에 달고 있지 마.”성도윤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마치 사도현이 차설아를 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은 듯했다.생명의 은인이라는 신분은 너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라면 몸을 바쳐 은혜를 갚는 경우도 있어, 성도윤은 기분이 불쾌했다.“그러게 말이야!”강진우도 기회를 타서 말했다.“이 자식 그 핑계로 설아 씨한테 병간호해달라고 하잖아. 뻔뻔하기도 하지.”“병간호를 해?”성도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곰곰이 말을 되새겼다.이때 차설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갈비 죽을 들고 말했다.“도현 씨, 일어나서 야식 먹어요. 갈비 죽이 상처 회복에 좋대요. 제가 먹여줄게요.”차설아는 병실에 들어서서야, 성도윤과 강진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당황했다.“당신들... 아직 안 갔어요?”성도윤은 차설아 손의 죽을 흘겨보고는 비꼬아 말했다.“우리가 있는 게 정상 아니야? 그러는 당신은? 한밤중에 죽까지 들고 와서, 너무 부지런하네?”차설아는 성도윤이 또 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하여, 그를 지나쳐 가버렸고,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차설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죽을 손에 들고 숟가락으로 떠서 살살 불어준 다음 사도현의 입에 대고 말했다.“뭐해요? 얼른 입 벌려요. 간호사가 그러는데, 마취가 풀려서 간단한 음식을 먹어도 된대요.”“난...”사도현은 당연히 입을 벌리고 싶었다.지금 그는 정말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었다.다만, 성도
사도현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서둘러 말했다.“병원에 전문 간병인이 있어. 그분한테 맡기면 되니까 나 신경 쓰지 마.”“진심이야. 네가 이 사람을 구했으니, 내가 뭐라도 해야 마음이 놓여. 거절하지 마!”성도윤은 경건한 태도로 말했고, 사도현을 재촉했다.“얼른 입 벌려. 죽 먹어!”사도현은 어쩔 수 없이 고분고분 그의 말대로 했다.한 입을 다 먹기도 전에 성도윤은 또 한 입 건네주며 사도현은 배가 터질 정도로 죽을 먹게 되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러고 있는 거야. 사람을 구하고, 다리까지 부러졌는데, 지금은 두 사람의 사랑싸움 도구가 되었으니. 누가 나보다 더 비참할까!’차설아는 죽을 거의 다 먹은 것을 보고, 얼른 사과를 하나 가져와 껍질을 깎고 건넸다. “밥 먹은 후에 과일을 먹으면 소화에 도움이 돼요.”성도윤은 또 재촉했다.“얼른 과일 먹어.”사도현은 할 말을 잃었다.‘두 사람 참 고맙다. 지금 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빨리 이 난리 통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사과를 다 먹고 난 후, 차설아는 또 작은 케이크를 건넸다. 역시나... 성도윤은 또 재촉했다.“얼굴에 뭐가 묻었어요. 내가...”차설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도윤은 수건 한 장을 들고 사도현의 세수를 ‘시중’하기 시작했다.성도윤은 차설아에게 그 어떤 ‘보답’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불쌍한 사도현은 돌상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성도윤이 자신의 얼굴을 씻겨주고, 몸을 닦도록 내버려 두었다... 너무 괴로웠다.강진우는 옆에서 점점 기괴해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도현아, 너 참 행복하구나. 도윤이가 이렇게 세심하게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건 처음일 테니 마음껏 즐겨.”사도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얼굴에는 살려달라는 메시지가 가득했다.드디어 모든 ‘시중’이 끝나고 차설아는 병실을 나왔고, 성도윤도 따라 나왔다.“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화를 내. 괜히 도현 씨 괴롭히지 말고!”차설아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차설아는 병원을 떠났지만,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화가 들끓었다.“저 자식 진짜 재수 없어. 자기 친구가 무슨 대단한 인물인 줄 알아? 내가 해칠까 봐 저렇게 걱정되나? 그렇게까지 날 경계할 필요 있냐고? 진짜 화가 나!”차설아는 택시를 타고 성가의 본가로 향했다.민이 이모는 이미 오래 기다리고 있었고, 줄곧 초조한 얼굴로 손을 비비고 있었다.차설아가 돌아오자 멀리서 달려왔다.“아가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제가 장을 보러 간 사이에 집에 불이 나고, 저더러 성가네 집에서 기다리고 한 건, 또 무슨 뜻이죠?”차설아는 민이 이모를 보고 코끝이 찡해 났고, 오래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마치 어린아이처럼 민이 이모의 품에 안겨 울었다.“이모, 왜 이제야 왔어요. 집이 없어졌어요. 우리 집이, 없어졌다고요!”“울지 마세요. 아가씨 울지 말아요!”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괜찮아요. 아가씨가 있고, 제가 있는 이상 우리 집은 사라지지 않아요. 타버리면 어때요, 다시 지으면 되죠. 울지 말아요!”“진짜 없어졌어요...”차설아는 눈물 콧물 범벅으로 흐느껴 울었다.“집은 확실히 다시 지을 수 있지만, 할아버지,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았던 흔적은 다시 지을 수 없잖아요. 풀이며 나무며 벽돌 하나까지 전부 없어졌어요!”“아니에요. 불에 타버렸다고 해도 우리 마음속에 늘 존재하고 있잖아요. 아가씨 진정하세요. 재건하면 되니까, 별로 큰일이 아니에요. 우리 강한 아가씨, 절대 이런 일에 좌절해서는 안 돼요!”“맞아요, 난 좌절해서는 안 돼요!”차설아는 뭔가 생각난 듯, 울음을 그쳤다.할아버지는 눈물은 패배자의 전유물이고, 강자는 눈물을 동력으로 삼는다고 말했었다.지금 좌절하기보다는 분발하여 가문을 다시 부흥시키는 것이 우선이다!“이모, 전 절대 무너질 수 없어요. 전보다 더 큰 힘을 가져야 해요. 지금은 일단 이 집에서 머무르고, 차씨 저택을 재건하는 일은 천천히 방법을 생각해요. 다시 태어난 차씨 저택은 반드시 온 해
차설아는 예쁜 얼굴로 살가운 태도가 아닌, 당장이라도 싸움을 걸려는 모습이었다.지금은 예전과 달리 소영금의 체면을 살려 줄 필요도 없으니, 만약 소영금이 트집을 잡는다면 차설아는 얼마든지 반격할 수 있었다.하지만 차설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소영금은 뜻밖에도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내가 내 며느리를 보러 왔는데 뭔 이유가 필요하겠어?”“네?”차설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어이가 턱 막혔다.소영금이 약을 잘못 먹었는가? 늘 굳은 얼굴로 차설아를 재수탱이라고 말하던 소영금이 지금 대체 왜...민이 이모는 열정적으로 말했다.“아가씨, 사모님이 선물까지 갖고 오셨어요. 한번 뜯어보시겠어요?”“그건...”차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민이 이모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뜯었다.“와, 사파이어 목걸이네요. 아주 예쁘고 고급스러워 보여요.”민이 이모는 소영금의 성의를 칭찬하고, 또 목걸이가 차설아에게 어울린다며, 역시 고부지간에 텔레파시가 통한다며 분위기를 한껏 끓어 올렸다.차설아는 마음속으로 의문이 가득했다.‘뭐지? 민이 이모는 내가 시어머니랑 앙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소영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별로 비싼 건 아니고, 그저 몇천만 원 정도야.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사 왔어.”소영금의 말에는 여전히 재벌가 사모님의 우월감이 깃들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딴사람처럼 느껴졌다.차설아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차설아는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공포스러워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여사님, 그냥 하던 대로 하세요. 차라리 저를 재수탱이라고 부르시는 게 더 친근감 있어요. 그리고 용건이 있으시면 바로 말하세요, 사람 놀라게 하지 말고.”“너!”소영금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녀의 금쪽같은 아들의 행복을 생각하며 애써 화를 억누르고 뻔뻔하게 말했다.“넌 내 며느리야. 딸이나 다름없는 너한테 선물을 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니?”“필요 없어요!”차설아는 거절의 손짓을 하며 휴대폰을 꺼내더니 말했다.“여사님
소영금은 자신이 이미 자세를 충분히 낮췄으니 차설아는 반드시 눈물을 흘리며 승낙하리라 생각했다.전에 성가에 빌붙기 위해 비굴하기 그지없었던 차설아였기에...차설아는 대답 대신 함박웃음을 짓기 시작했고,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해안에서 고귀한 신분으로 늘 오만하게 살아오던 소영금에게 이렇게 웃긴 모습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영금의 안색은 어두워지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무례하게 말했다.“뭘 계속 웃어? 그래서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어른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차설아는 애써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고, 구부러진 눈은 점점 차가워지더니 똑같이 무례하게 말했다.“여사님, 제가 아드님을 차버린 이상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아드님이 무릎을 꿇고 저에게 빌어도 불가능해요. 게다가 저한테 새엄마 노릇까지 하라고 하다니!”“너... 진심이냐?”소영금은 차설아가 거절할 줄은 몰랐다.보아하니 성도윤의 말대로, 차설아는 이미 성도윤을 내려놓았고,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소영금이 질색하던 며느리가 진짜 도망가게 생겼으니, 성도윤은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소영금은 갑자기 당황해서, 당장이라도 밧줄로 차설아를 묶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좀 더 생각해 봐. 네가 우리 도윤이를 얼마나 사랑했어? 그런 마음이 쉽게 사라지겠어? 지금 홧김에 거절한 거지?”소영금은 참을성 있게 차설아를 향해 물었다.“그래, 넌 내 반쪽 딸이나 다름없으니, 솔직하게 말해 봐. 혹시 우리 도윤이처럼 차가운 스타일의 남자를 이제는 싫어하는 거야?”“지금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해? 자상한 남자? 지적인 남자? 아니면 방탕한 남자? 사실 우리 도윤이는 성격이 다양해서 어떤 스타일로도 전형할 수 있어. 내가 도윤이한테 네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고치라고 말할게.”차설아는 차갑게 말했다.“괜히 헛수고하지 마세요. 제가 도윤 씨를 좋아할 때는 그 사람이 인간쓰레기라고 도 좋아했고, 좋
차설아는 자신의 전 시어머니와 민이 이모가 같은 편에 서서 전남편과의 재혼을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차설아는 이 상황이 어이없어 주방에 가서 만들어 놓은 레몬 닭발을 꺼내 먹으려 했다.닭발을 식탁에 올리자마자 시큼한 냄새가 사방에 풍겼고, 소영금까지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냄새가 참 좋네, 네가 한 거냐?”소영금은 저도 모르게 식탁 앞에 와서, 맛있게 생긴 닭발을 보며 놀랐다.“하나 드셔보겠어요?”차설아는 이미 닭발을 먹기 시작했다.그녀는 최근 신 음식이 너무 땡겨 조금도 기다릴 수 없었다.소영금은 거절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느새 손을 뻗어 닭발을 받고 있었다.한 입 먹어본 소영금은 눈이 세 배로 커졌다.“이거... 진짜 네가 만든 거냐? 너무 맛있구나!”순간, 소영금은 재벌가 사모님의 고귀한 이미지를 돌볼 겨를도 없이 연신 닭발을 입에 쑤셔 넣었다.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어본 소영금이었지만, 차설아가 만든 레몬 닭발은 맛이 일품이었다.“네가 만든 닭발이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더라면, 절대 도윤이와 이혼하게 하지 않았을 거야. 왜 진작에 손재주가 좋다고 말하지 않았어?”소영금은 차설아의 닭발 한 접시를 다 먹어버릴 기세였다.차설아도 평소에 상대하기 어려운 시어머니가 평범한 레몬 닭발 한 접시에 마음을 빼앗길 줄은 몰랐다.아쉽게도, 모든 것은 너무 늦어버렸다...“이거 남은 거 더 있어? 도윤이한테 갖다 주고 싶어.” 소영금은 진지하게 물었다.“조금 더 있어요. 원하시면 담아드릴게요.”차설아는 통쾌하게 말했다.자신이 만든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은 원래 행복한 일이고, 더구나 그 상대가 예전에 잘 보이려고 애를 쓰던 시어머니라니, 차설아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소영금은 포장한 레몬 닭발을 들고 기분 좋게 떠났다. 하지만 나가던 중, 마침 잘생긴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소영금은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결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누구 찾으러 오셨어요?”소영금은 남자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