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청하의 어머니는 또 강진우에게 말했다.“진우야, 어서 청하를 병원으로 보내.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가는 산 채로 맞아 죽게 생겼어!”강진우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네, 어머님. 하지만 저도 오늘 사람들 앞에서 공표할 사안이 있어요. 오늘 저랑 청하의 결혼식은 취소되었고, 우리의 연인 관계도 오늘로 끝났음을 밝힙니다. 여러분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아서 대단히 죄송하고, 앞으로 저희 가문에서는 여러분의 손실을 전부 보상해 드릴 겁니다.”현장은 떠들썩해졌다.“형, 그게 무슨 헛소리야? 이 상황에 결혼식을 취소하고, 청하 누나랑 헤어진다니?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농담으로 분위기 띄우려고 하는 거 맞지?”사도현은 흥분한 채로 상황을 모면하려 애썼다.강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청하를 안고 자리를 떠났다.일행은 그들의 뒤를 따라 함께 자리를 떠났다.모래사장에는 성도윤, 차설아 그리고 스타 조여빈만 남았다.조여빈은 가식적으로 말했다.“설아 씨, 방금 저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설마 저를 원망하는 건 아니죠?”차설아는 냉소를 지었다.“아주 좋은 ‘차용 살인’이네요. 여빈 씨는 제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나 봐요. 어때요? 지금은 기쁘세요? 하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저랑 여빈 씨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저를 계속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거죠?”조여빈은 가슴을 움켜쥔 채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설아 씨, 오해예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에 제가 사실을 말한 것도 잘못인가요?”차설아는 조여빈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고 단박에 그녀의 가식을 폭로했다.“여빈 씨는 그래도 잘나가는 스타잖아요. 제 전남편에게 관심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직진하세요. 이런 음흉한 수법을 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저를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당신의 우세를 이용해서 저를 이기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차설아는 조여빈은 위아래로 훑어본 후 피식 웃었다.“비주얼이랑 몸매가 아주 훌륭하네요. 특히 그 작은 허리는 아주 가늘어요. 우리 성대표님은 그런 개미
차설아는 차갑게 웃었고, 순간 섭섭함이 극도로 몰려왔다.이런 어이없는 문제는 성도윤이 묻지 않을 줄 알았다.성도윤이 물었으니, 그가 믿든 안 믿든 간에, 그들 사이에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장벽이 생겼다...“설명할 것도 없어. 만약 당신이 날 믿는다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믿겠지. 당신이 날 믿지 않는다면 내가 밤새도록 설명하고 내 마음을 꺼내서 보여도 날 믿지 않을 테니까.”차설아는 자신의 손을 힘껏 빼냈고, 덤덤한 얼굴로 개의치 않는 표정을 보였다.“당신 좋을 대로 생각해!”말을 마친 그녀는 조금의 미련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성도윤의 눈에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남을지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나를 악랄한 살인자라고 생각해도 좋아. 어차피 저 사람 마음속에 난 이미 엉망인 사람일 테니까. 망가질 이미지가 더 있냐고?’여자의 제멋대로인 모습에 성도윤은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이 분노의 절반은 허청하가 의외로 사고를 당해서 생긴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통제 불능으로 인한 좌절감에서 비롯되었다.지금까지 성도윤은 모든 것을 쉽게 통제할 수 있었지만, 지금 차설아를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차설아가 진짜 허청하를 바다로 밀었는지는 고사하고, 아예 아무런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차설아의 모습에, 성도윤은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태양은 조금씩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사방에는 황혼이 깃들었다.모래사장에는 성도윤과 조여빈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조여빈은 은근히 기뻐하며, 자신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대표님, 혹시 시간 되세요? 저랑 얘기 나누셔야 할 것 같은데요?”조여빈은 용기를 내어 성도윤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성도윤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건성으로 대답했다.“우리가 아는 사이인가요?”성도윤은 종래로 연예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당연히 현재 가장 핫한 신인배우이고,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있는 조여빈
“거짓말이 허점 투성이네요.”성도윤은 날카로운 눈으로 차갑게 말했다.“나를 오랫동안 존경해왔다면서, 설아가 전처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아...”조여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연예계에 오래 머물면서 그녀는 거짓말을 일삼아 왔었다.성도윤이 바로 그녀의 말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알아차릴 줄은 몰랐고, 그녀는 아주 난처해졌다.조여빈은 뻔뻔하게 말을 보탰다.“그러니까... 제 말은 차설아 씨와 일면식이 없었다는 뜻이에요. 알기는 당연히 알고 있죠. 두 분 ‘차성 커플’로 인터넷에서 얼마나 유명한데요. 연예계 사람들도 두 분 팬이 있어요.”“날 오랫동안 좋아해서, 설아랑 내 사이를 질투해서,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그런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사진을 찍은 거죠? 설아가 청하를 바다로 밀었다고 사람들이 오해하게끔 유도한 거죠?”성도윤은 차갑게 조여빈을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순간 조여빈은 얼굴빛이 상기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전 그런 뜻이 없었어요.”톱스타 반열에 오른 여배우로서, 그동안 많은 일을 겪고, 큰 인물도 많이 만나 봤지만, 이렇게 쩔쩔매기는 처음이었다.성도윤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했고, 두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그녀의 모든 거짓말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설아가 없으면 당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성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차설아가 없어도, 당신처럼 꿍꿍이가 많은 여자는 절대 내 눈에 들어올 수 없으니 허튼 수고 하지 마세요.”그동안 그의 품에 달려든 여자는 셀 수 없이 많았으니, 성도윤은 여자들의 온갖 수단과 방법을 경험해왔다.조여빈은 확실히 미모가 뛰어났지만, 그녀의 야망이 미모를 가리고 있었다.그녀의 눈에는 욕망이 너무 많이 배어있어 순수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성도윤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은 모두 눈빛에 욕망이 배어있었다.유독 차설아만이, 욕망도, 욕심도 없
이 사건은 이미 실타래처럼 성도윤의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당사자인 허청하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결정했다.허청하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처치를 받았고, 이미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난 상황이었다. 하객들은 모두 돌아갔고, 병원에는 허청하의 부모님, 강진우와 사도현만 남아 있었다.그들은 모두 병실 밖에 서 있었고, 왠지 무거운 분위기였다.허청하의 어머니는 손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강진우를 바라보며 다소 어색한 듯 입을 열었다.“진우야, 아까는 사람이 많아서 내가 더 물어보기 곤란했어. 지금은 우리끼리 있으니 너랑 청하 얘기를 하는 게 어떻겠어?”강진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침착하게 말했다.“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시죠?”“너도 알다시피, 우리 청하는 늘 우유부단하고 제멋대로인 아이야. 엄마인 내 눈에도 아직 도윤이를 잊지 못하는 게 보였어...”“당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허청하의 아버지는 얼굴을 찡그리며, 허청하의 어머니를 노려보고는 강진우를 보며 아첨하듯 말했다.“진우야, 만약 결혼식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지금쯤 난 아마 네가 준 차를 마시며 우리 사위라고 부르고 있었겠지. 이 사람 말 신경 쓰지 마. 청하는 도윤이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워낙 착한 아이라 도윤이에게 상처를 준 일로 계속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어. 청하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진우 너야. 그러니 너도 허튼 생각하지 말고, 청하가 나으면 다시 좋은 날 잡아서 결혼식 올리면 돼.”“그래, 맞아. 네 장인어른 말이 맞아. 내가 말이 헛나왔어. 청하가 아직 도윤이에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거야. 너에 대한 감정은 누구보다도 진심이고 깊으니, 이 일로 두 사람 사이에 금이 생겨서는 안 돼.”두 사람은 모두 총명했다. 강진우가 해안에서의 지위를 알고 있었고, 이는 허청하에게 과분한 혼처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강진우의 잘생긴 얼굴에는 종잡을
사도현은 불끈 쥔 주먹을 결국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만약 주먹을 휘두른다면, 어렵게 다시 만난 삼 형제는 또 뿔뿔이 흩어질지도 모른다.“됐어. 세 사람 사이의 몇 년 동안 얽히고설킨 인연, 보기만 해도 복잡하고 피곤해. 난 상관 안 해. 하고 싶은 대로 해!”사도현은 말을 마치고 화를 내며 떠났다.사도현은 자기 코가 석 자였다. 아버지가 이미 이번 주가 마지막 자유일이라고 명령했다.만약 형사 소송에서 패소하면, 방에 가두어 처음부터 끝까지 사도현을 다시 개조할 것이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도현을 도와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것이었다.여러 곳을 찾아다녔지만, 역시 성우가 가장 적합했다. 하지만 오늘 차설아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성우는 또 차설아의 사람이니... 사도현은 눈앞이 캄캄했다.“어머님, 아버님. 이 일은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른 방법으로 만회할 테니, 지금은 청하가 편히 쉬면서 마음을 추스르도록 살펴주세요. 다른 일이 없으면 전 먼저 물러가겠습니다.”강진우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듣기에는 성의가 가득한 말이었지만, 극도로 냉담했다.허청하의 어머니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울음을 터뜨리며 강진우의 팔을 잡고 말했다.“진우야, 우리 청하랑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이렇게 쉽게 끝을 내? 우리 두 집안도 알고 지낸 세월이 있지. 결혼 적령기인 너희가 작은 에피소드로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필요가 있어? 청하에 대한 감정이 식었다고 해도, 서로 사이는 좋잖아... 결혼은 말이야, 사랑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잘 맞느냐가 더 중요해. 서로 죽을 만큼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도 잘 살지는 못해.”강진우는 웃어 보였다.“어머님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전 더 이상 좋은 아들, 좋은 친구, 좋은 남자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요. 모든 것을 규칙대로 이어가고 싶지 않으니 이해해주세요. 청하도 절 이해해주기를 바라요. 아마... 청하도 이 결과를 원하고 있을 거예요.”강진우는 말을 마치고
모두 어리둥절했다.눈치 빠른 허청하의 어머니는 강진우를 잃게 되니 얼른 성도윤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말했다.“도윤아, 드디어 왔구나. 우리 청하가 네 얘기를 얼마나 많이 했다고. 너희 둘 사이에는 오해가 너무 많아. 오늘 깨끗이 오해를 풀도록 해.”“사실 그때 우리 청하는 너무 어려서...”“엄마, 내가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허청하는 어쩔 수 없는 얼굴로 말을 끊었고, 몸 둘 바를 몰랐다.한때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또 동시에 버림받았다. 이것은 한 여자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허청하의 어머니가 아첨하는 모습은, 허청하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이에 강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고 성도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농담하듯 말했다.“여긴 너한테 맡길게. 네가 잘 처리할 거라고 믿어.”강진우의 덤덤하고 쿨한 모습은 마치 성도윤이야말로 신부에게 바람맞은 불쌍한 신랑인 것 같았다.성도윤은 바로 허청하에게 말했다.“단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괜찮아?”허청하는 입술을 깨물고 대답했다.“너랑 얘기하는데 당연히 괜찮지.”두 사람은 나란히 병실에 들어섰고, 방문은 성도윤에 의해 닫혔다.그들이 거리는 원래 가까웠다.허청하가 자신에게 다가서자 성도윤은 뒤로 크게 물러서며 말했다.“물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누워서 휴식해!”허청하는 조금 어색해하며 고분고분 병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남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뜨겁게 타올랐다.“겉으로만 나한테 차갑게 굴고 있지. 사실은 아직도 날 걱정하고 있는 거지? 맞지?”성도윤은 부인하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너는 내가 사랑했던 여자이고, 또 친한 친구였으니, 걱정하는 건 당연하잖아.”“사랑했던?”허청하는 씁쓸하게 웃었고, 아름다운 얼굴은 극도로 슬픔에 빠졌다.“네가 나를 애초부터 사랑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거야.”사랑받았던 느낌이 너무 행복해서, 버려진 느낌이 더욱 고통스러웠다.그 고통을 지금 또 느끼고 있다!성도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독립적이고 낙
“하하하!”허청하는 계속 웃었고, 한참 만에 숨을 돌리고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네가 너무 웃기잖아!”“내가 너랑 설아 씨 관계를 높이 평가했어. 이제 보니 이 정도 시련도 견뎌내지 못하잖아. 두 사람은 예전의 우리 사이에 비해 아직 멀었어... 나보다 설아 씨를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성도윤은 차가운 얼굴로 더욱 불쾌한 말투로 부인했다.“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그렇구나!”허청하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순간 기분이 좋아져 옅은 미소를 지었다.“만약 진짜 설아 씨를 사랑한다면, 이 문제는 당연히 물어볼 필요도 없지. 네가 나한테 이 질문을 했다는 건, 아직 설아 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지... 그게 아니라면 아직 그 여자에 대해 잘 모르거나.”“진짜 날 밀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아는 설아 씨는 진짜 날 밀어버릴 수 있는 사람일까?”“...”성도윤은 침묵했다.허청하의 말에 그는 생각에 잠긴 듯 주먹을 꽉 쥐었다.“내가 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직 기회는 있네.”허청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 뒤 그대로 드러누워 두 눈을 감고 말했다.“나 피곤해, 쉬고 싶어. 네가 원하는 답은 주지 않을 테니 알아서 판단해.”성도윤은 결연한 태도로 허청하를 바라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병실을 나갔다.비록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허청하가 그를 일깨워줬다.어쩌면, 성도윤은 차설아를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일시적인 소유욕 때문일 것이다.진짜 좋아했다면, 의심의 여지도 없이 무조건 차설아를 믿었을 것이다.‘성도윤, 정신 차려!’이튿날.차설아는 어젯밤 성도윤과의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꿀잠을 잤다.한때 그녀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고,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던 그 남자는 더 이상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다른 사람에 의해 감정이 휘둘리지 않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아가씨, 깼어요? 잠은 잘 잤어요?”민이 이모는
차설아와 민이 이모는 전에 자주 갔던 개인 산부인과 병원에 갔다.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손을 잡고 자세히 맥을 짚더니 말했다.“맥박은 정상이에요. 태아는 별문제 없을 거예요. 꿈자리 때문에 괜히 겁먹지 마세요. 나쁜 꿈은 털어놓으면 그만이니.”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저도 두 아이가 괜찮을 거라고 확신해요. 제가 체질 하나는 좋잖아요. 다만, 자꾸 뭔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퉤. 말이 씨가 된다고. 자꾸 그런 말을 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우리 집안의 의술은 믿어야 해요. 아무리 큰 병이라도 제가 약을 두세 첩 처방하면 돼요. 그러니 안심하세요.”“맞네요. 든든한 신의가 지키고 있는데 제가 걱정할 게 뭐 있겠어요?”차설아는 마침내 마음을 다잡고 검사실로 들어갔다.검사 결과, 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잘 커가고 있었다.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생명력이 아주 강한 아이들이었다.“설아 씨, 1주일만 있으면 임신 3개월이에요. 임신 중기에 곧 접어들게 되는 거죠. 임신 중기는 임신 기간 중 가장 편안한 단계에요. 입덧 현상도 사라질 것이고 식욕이나 컨디션도 전에 비해 훨씬 나아질 거예요. 태아의 생명력이 강해지면서 몸집도 커지니 헐렁하고 편안한 옷을 입고, 칼슘 보충과 수면에 주의하세요.”의사는 말을 마치고 차설아에게 칼슘과 영양제를 처방해주고 다음 환자를 불렀다.차설아는 검사지를 들고 진료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이 이모에게 기쁘게 손을 흔들었다.“이모, 이모 말대로 진짜 괜찮대요. 제가 괜히 생각이 많았어요.”“그럼 다행이에요. 다행이에요.”민이 이모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었다.무너진 차씨 가문이 점점 생기를 되찾는 모습에 민이 이모는 아주 흐뭇했다. 한을 품고 돌아가신 차설아의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위해 진심으로 기뻐했다.두 사람은 병원을 떠나 길가에 서서 차를 기다렸다.예민한 차설아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고, 계속 뒤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