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철은 원이와 달이의 말에 수술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차성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네 뜻대로 하, 하든지!”차설아의 두 눈에 빛이 반짝였고 신이 나서 차성철을 와락 껴안았다.“오빠, 정말 수술받겠다는 거지?”“내가 거절하면 달이랑 원이를 설득해서 네 편으로 만들 거 아니야. 난 두 아이를 내 목숨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럴 때는 고집을 꺾고 네 말대로 해야 할 것 같았어.”차성철은 억울한 어조로 말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아이는 희망이자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기에 차성철은 달이와 원이를 친자식처럼 여겼고 두 아이를 끔찍이 아꼈다. 두 아이와 멀어지지 않기 위해 회복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던 것이다.“오빠, 큰 결심이었을 텐데 하겠다고 해줘서 고마워. 수술받고 나면 오빠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거야!”차설아는 너무나도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고는 성형외과 의사의 명함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오빠가 마음 바꾸기 전에 바로 예약해야겠어. 아, 내일로 하면 어때?”“네 뜻대로 해.”차성철은 손을 내저었고 차설아가 어떤 선택을 하든 간섭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차설아와 두 아이만 행복할 수 있다면 차성철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회복 수술은 다음 날 아침 10시로 예약했고 차설아와 배경윤이 함께 가기로 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바람은 무조건 같이 갈 거라고 고집부렸다.“큰 수술도 아닌데 보호자가 왜 이렇게 많아? 나 혼자 와도 된다니까 그러네.”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차성철은 평소에 보던 모습과는 달리 온순했고 편한 이웃 오빠 같았다. 이런 차성철을 보면서 누구도 사람들의 공포를 샀던 자정 살인마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이때 금테 안경을 낀 의사가 들어와서 수술에 관한 주의점을 알려주었다.“이 수술은 간단한 시술도 아니고 큰 수술도 아니에요. 제일 중요한 건 마취제인데 용량이 조금만 많아져도 환자는 이 자리에서 즉사하거나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식물인간이 될 수 있어요.
차설아는 불안한 마음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하지만...”차성철은 차설아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수술 동의서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어떤 상황이 일어나든 제가 감당할게요. 수술받고 할 일이 많으니 얼른 가시죠.”“그래요, 이쪽 수술실로 오세요.”의사가 차성철을 데리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차설아, 배경윤과 바람은 복도에서 기다렸고 차설아는 안절부절못하면서 불안에 떨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깨물더니 손을 덜덜 떨었다.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의사 선생님을 믿고 성철 오빠의 행운을 빌어줘. 믿고 싶지 않다면 사도현의 인성을 믿어. 사도현이 직접 소개한 의사니까 별문제 없이 수술 잘 끝낼 거야.”배경윤은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비록 사도현은 연애할 때 한 여자로 만족하지 못하는 남자였지만 친구한테는 의리 넘치는 사람이었다.그래서 배경윤은 사도현이 차설아한테 소개해 준 의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 시간 뒤, 차설아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내가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아. 바람 말대로 흉터 회복 수술은 간단한 수술이니까 오빠는 분명 수술 잘 받고 나올 거야.”한 시간 뒤, 수술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수술받고 나면 오빠가 잘생긴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돼.”긴장한 채 걱정하던 차설아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진작에 오빠를 설득해서 수술받게 해야 했는데, 그러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서 더 행복하게 지냈을 거야.”“좋은 의사를 만나서 수술받았으니 앞으로 행복해질 거야. 만약 수술이 잘 되면 사도현이 좋은 일 하나 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번에는 저주하지 않아도 되겠어.”배경윤이 입을 삐죽거리더니 팔짱을 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어제 서로 상처 준 뒤,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이별이었지만 미련이 남은 배경윤은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배경윤은 부재중 통화도 문자도 없는 휴대폰만 자꾸 확인했고 사도현을 저주하겠다고 결심했다.‘
차설아가 간호사 곁으로 다가가면서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마취제를 주입한 뒤에 차성철 씨가 갑자기 혼수 상태에 빠져서 위급상황이에요. 응급처치하는 중이고 병세 위급 통지서에 사인해야 하는데, 어느 분이 하실 거예요?”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이 세상에서 마취제에 의식을 잃을 가능성은 만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동안 여러 수술을 진행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뭐라고요?”차설아는 머리가 어질했고 간호사의 팔을 잡으면서 덜덜 떨었다.“마취제가 어쨌다고요? 병세 위급 통지서라니, 지금 장난하는 건가요? 드라마가 아닌 이상 이럴 리가 없다고요!”“차설아 씨, 죄송하지만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먼저 통지서에 사인하고 마음의 준비를...”“사인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요?”차설아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기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그러고는 수술실로 달려가면서 울부짖었다.“지금 당신들 사람을 죽인 거야! 난 살인마 따위 두렵지 않다고!”“설아야, 아직 수술이 끝나지 않았으니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먼저 진정하고...”“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데 진정하라고?”차설아는 눈시울을 붉혔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말했다.“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병세 위급 통지서가 아니라 사망통지서에 사인할까 봐 두려워...”“하, 하지만...”배경윤은 어쩔 줄 몰라서 눈물을 흘렸고 차설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배경윤은 수술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바람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미친 듯이 울부짖는 차설아를 막아서고는 차갑게 말했다.“우리 할아버지 수술을 담당한 의사한테 연락했고 지금 이곳으로 오는 중이야. 제일 대단한 외과 의사니까 걱정하지 마. 형 괜찮을 거야.”“의사고 뭐고 다 믿을 수 없어,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절대 믿을 수 없어! 우리 오빠 멀쩡
“알겠어, 그러니까 울지마. 내가 도와줄게.”바람은 차설아를 부축해서 복도 의자에 앉힌 뒤, 수술실 문을 발로 걷어찼고 문이 열렸다.“동작 그만, 지금부터 손가락 까딱했다가는 여기서 나가지 못할 줄 알아.”“살려주세요, 절대 움직이지 않을게요!”성형외과 의사와 보조 의사는 메스를 내려놓았고 두 손을 든 채 수술실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사실 흉터 회복 수술은 끝났지만 수술 부위를 봉합할 때, 수면마취 했던 차성철이 갑자기 혼수 상태에 빠질 줄 몰랐다. 수술이 중단되고 나서 몇 분 후, 바람이 연락한 의사 장태호가 허겁지겁 뛰어왔다.“도련님, 저 늦지 않았죠? 도련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기겁했어요.”바람은 인상을 찌푸린 채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장태호를 향해 말했다.“장 선생님, 이 수술은 전적으로 선생님께 맡길게요. 이 환자를 살린다면 선우 가문의 은인이나 마찬가지기에 사례금은 섭섭지 않게 드릴 테니 이렇게 부탁할게요.”“걱정하지 마세요, 무조건 살릴 수 있어요.”장태호는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뒤 수술실로 들어갔다. 차설아는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바람아, 네가 연락한 의사한테 맡겨도 되는 걸까? 오빠가 잘못되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죽어도 이 실수를 돌이킬 수 없어...”“장 선생님이 살리겠다고 했으니 믿어보자.”얼마 후, 수술실에서 나온 장태호의 표정이 굳어있었다.“장 선생님, 우리 오빠 어떻게 되었어요? 오빠 괜찮아요?”차설아는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덜덜 떨었고 겨우 용기 내어 물었다.“그게... 괜찮다고 할 수가 없네요.”장태호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만 내쉬었다.“아, 잘못된 거구나... 오빠가 나 때문에 잘못된 거라고!”차설아는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의사가 이런 표정을 하고 수술실을 나왔다는 건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차설아는 차성철이 죽은 줄 알았다.“장 선생님, 뜸 들이지 말고 알려주세요. 성철 형은 살아있어요?”바람은 장태호한테
“5년, 10년 걸릴 수 있다고요?”장태호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큰 충격으로 인해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그대로 쓰러졌다.“스파크!”바람은 차설아를 부축했고 다리를 들어 올려 품에 꼭 안았다.“설, 설아야! 괜찮아?”깜짝 놀란 배경윤은 떨리는 손으로 차설아의 손을 붙잡았다.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던 배경윤이 울먹이면서 말했다.“다 내 탓이야, 내가 괜히 수술 제안을 해서 이렇게 된 거라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성철 오빠는 혼수 상태에 빠지지도 않았을 거야. 만약 오빠가 이대로 깨어나지 못한다면 난 내 목을 직접 긋겠어! 정말 미안해...”“리스크 없는 수술은 없고 아무도 이렇게 될 줄 몰랐을 뿐이야. 너도 스파크랑 마찬가지로 진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자책하지 말고 진정해, 일단 같이 병원으로 가자.”바람은 배경윤을 위로해 주었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품에 안긴 차설아를 바라보았다.‘스파크, 어떤 일이 있어도 성철 형을 구해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바람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차성철을 해안시에서 가장 좋은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고는 장태호와 그 병원의 최고 의료진을 응급팀으로 임명했고 빠른 시간 안에 차성철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차설아가 천천히 눈을 떴고 하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일이 꿈처럼 느껴졌고 흐릿한 시야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졌다.“설아야,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설아야, 내 말 들려?”침대맡에서 간호하던 배경윤은 눈이 퉁퉁 부은 채 말했다.“난 네가 어떻게 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야.”차설아는 배경윤의 손을 잡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 큰 어른이 겁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한잠 자고 일어났을 뿐이니까 걱정하지 마.”응급팀과 회의를 마친 바람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깨어난 차설아를 보자마자 환한 미소로 반겼다.“다행이다, 네가 깨어나지 않으면 응급팀을 하나 더 만들 생각이었어.”바람은 침대
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링거 다 맞고 같이 가자.”“아니, 나 혼자 가도 돼.”“그럴 순 없지, 이번에는 내 말 들어야 해. 링거를 다 맞지 않으면 성철 형이 어느 중환자실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을 거야.”“바람아, 너...”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누웠고 간호사가 들어와서 링거 주삿바늘을 꽂아주었다. 배경윤은 멀쩡한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한시름을 놓았고 이를 악물면서 큰 결심을 한 것 같았다.“설아야, 성철 오빠가 깨어날 때까지 푹 쉬고 있어. 성철 오빠 곧 깨어날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차설아는 배경윤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평소에는 쾌활하고 밝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우중충한 분위기였기에 차설아는 그런 배경윤이 걱정되었다.“경윤아, 너 혹시 무슨 일 있어? 만약 오빠 때문에 그런 거라면 자책하지 마. 너도 오빠를 위해서 그런 제안을 한 거고 선택은 나랑 오빠가 한 거니까 그 결과도 우리가 감당해. 절대 자책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어.”“그, 그런 거 아니야!”배경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사적인 일로 가봐야 해서 그래. 내가 올 때까지 푹 쉬고 있어.”차설아가 더 묻기 전에 배경윤은 병실 문을 열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배경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차설아는 한숨만 내쉬었다.“경윤이는 내가 잘 아는데, 분명 자책했을 거야. 엉뚱한 짓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네가 다른 사람 걱정만 하니까 이런 거잖아. 걱정은 좀 집어치우고 너부터 돌보면 안 돼? 네 몸부터 돌보고 네 마음을 위로해 주라니까...”바람은 차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마음 아파했다. 바람이 알고 있는 여자들은 넝쿨처럼 큰 나무에 올라타면서 의지했다.하지만 차설아는 넝쿨이 기대는 큰 나무처럼 아무한테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그 자리에 우뚝 솟았다. 그래서 바람은 차설아가 연약한 면을 드러내길 바랐고 남자로서 차설아를 보호해 주고 돌보고 싶었다.반 시간 뒤, 링거를 다 맞은 차
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그저 오빠가 의식을 되찾으면 돼.”차설아는 이번 일을 통해 겉모습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예쁘든 못생기든 상관없이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네가 기운을 차려야 형도 깨어날 거 아니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돼. 의사가 곧 깨어난다고 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다리면 되잖아.”바람이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해 주었다. 바람의 신분과 지위로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아부에 익숙해졌지만 바람이 누군가를 위로해 주기는 처음이었다.그래서 위로에 관한 단어와 말도 점점 소진되었고 차설아가 계속 속상해하면서 운다면 바람은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이때 차설아가 심호흡하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이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 위로해 주지 않아도 돼. 네가 애쓰는 모습이 자꾸 보여서 괜히 미안해지잖아. 나 힘낼게, 너도 고생했어.”“아, 그걸 언제 눈치챈 거지? 결국 들켰네.”바람은 머쓱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다른 사람을 위로해 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더라고... 계속 위로하다가는 괜히 너한테 장난쳐서 화나게 할까 봐 사실 좀 겁났어.”“괜찮아, 네 말이 큰 위로가 되었어. 네 덕분에 오빠가 이렇게 치료받을 수 있는 거잖아. 의사 선생님도 의학계에서 유명한 것 같던데, 그분 실력이라면 우리 오빠를 살려낼 수 있을 거야.”“그럼 내가 오늘 한 일들을 따져보면 네 마음을 얼마나 얻은 건지 알려줄 수 있어? 난 네 마음을 전부 얻고 싶거든.”바람은 침을 꿀꺽 삼켰고 잔뜩 긴장한 채 차설아의 대답을 기다렸다.“너 진짜 웃기는 놈이구나? 위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장난질이지? 너도 참 너답다니까.”차설아는 바람의 말에 깜짝 놀랐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바람을 비난했다.“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지 말고 단순히 네 대답이 듣고 싶어. 나도 네 생각보다 더 강
바람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차설아가 물었다.“상을 달라고? 어떤 걸 말하는 거지?”“그, 그냥 너를 안아보고 싶어. 네가 나무처럼 혼자서 버티고 있지만 나한테 기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거든.”바람은 솔직하게 말했다. 예전에 이런 말을 꺼냈다면 바람은 차설아한테 진작에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차설아의 마음을 3퍼센트나 얻었으니 차설아를 안고 싶다고 하면 허락할 수도 있었다. “그래.”차설아를 고개를 끄덕였고 두 팔을 벌렸다.“이리와, 안아줄게.”차설아는 바람이 기특해서 이런 요구쯤은 들어줄 수 있다고 여겼다. 예전에 바람을 마구 때린 것이 마음에 걸렸고 이 포옹은 사과의 뜻도 있었다. “이게 아닌데...”바람은 차설아가 아들을 안으려는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투덜거렸다.“나는 네가 나한테 기대길 바라서 안으려는 건데, 이 박력 넘치는 자세는 뭔데? 누가 보면 내가 위로받는 줄 알겠어. 그러니까 자세 바꿔줘.”“포옹이 원래 이렇지, 뭔 자세를 바꿔? 우리 원이는 내가 팔을 벌리면 좋아서 뛰어오던걸?”바람은 어이가 없었다.“아니, 난 네 아들이 아니잖아!”“잔말 말고 이리와, 아니면 포옹하지 않을 생각이야? 나 팔이 슬슬 아프거든, 쭈뼛거리면 또 예전처럼 때릴 거야.”“그래, 아들이든 뭐든 너한테 안기면 된 거지.”바람은 입을 삐죽 내밀면서 차설아의 품에 안겼고 여두목이 먹여 살리는 남자 친구 같았다. 오늘따라 바람의 뒷모습이 가냘파 보였다.“바람이 착하지, 앞으로 사고 치지 않으면 누나가 사탕 사줄게.”차설아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바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일부러 바람을 놀렸다.큰 나무처럼 아무한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돈을 많이 벌면 잘생긴 남자 친구를 열 명 정도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 사이에 분홍색 기류가 흐르고 있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에서 정장 차림을 한 성도윤이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안고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고 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