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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이번처럼 일에만 집중하는 거야. 남자는 무슨. 애초에 내 감정을 소모할 자격도 없는 것들이잖아!’

“어쨌든 오늘 고마웠어. 나중에 꼭 갚을게. 그럼 잘 있어.”

배경윤은 말이 끝나자마자 길가로 걸어가 택시를 잡았다.

그녀가 사도현을 떠나려는 건, 그가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너무 못났고 쉽게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 배경윤은 사도현을 잊어야만 했다.

“고맙다면 그냥 간단하고 직설적으로만 해. 나중에 갚겠다는 건 성의 없어 보여.”

사도현은 베경윤의 앞을 가로막고 마치 억지를 부리듯 그녀가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배경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지금 나한텐 돈도 없어.”

“돈이 없어도 시간이 있잖아. 나 배고파. 같이 야식 먹으러 가자.”

사도현은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

“너 같은 바람둥이는 전화 한 통이면 여자를 차에 가득 채울 수 있을 텐데 굳이 나랑 같이 가야겠어?”

“응. 너랑 같이 가야 돼. 같이 갈 거야, 말 거야?”

“갈게!”

배경윤은 한순간에 마음이 약해져 바로 승낙했다.

“어쩔 수 없지. 너한테 빚진 게 있으니까.”

“그럼 차에 타.”

사도현은 더 밝게 웃으며 배경윤을 위해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이 즐거움은 예쁜 여자들 수십 명이 있어도 바꾸지 않을 감정이었다.

차는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서 천천히 주행했다.

도로에는 행인도 차량도 사라져 막힘없이 달릴 수 있었다.

둘 다 아무 말 없이 경쾌한 음악을 틀어놓고 묘한 감정이 서서히 퍼져가는 걸 느꼈다.

마침내 차는 도심 한복판의 고급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

배경윤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긴장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야식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 어디로 가는 거야?”

“내 집.”

사도현은 차를 전용 주차 공간에 집중해서 세우며 한 손으로 핸들을 돌려 깔끔하게 주차를 마쳤다.

“왜 또 네 집이야? 너... 너 뭐 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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