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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유치하긴.”

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 두 형제는 입맛이 완전히 달랐는데 성도윤은 쓴맛과 떫은맛을 좋아해 오리지널 라떼를 좋아했지만 성진은 우유와 설탕을 많이 넣은 캐러멜 마키아토를 좋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햇살 아래 꽃밭에서 별다른 대화 없이 모처럼의 평온을 즐겼다.

성진은 커피잔의 가장자리를 어루만지며 따뜻한 열기를 느낀 후 무심코 말했다.

“곧 그와 은아가 여기로 신혼여행을 온다고 들었어...”

차설아는 멈칫했고 한참 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만나러 가고 싶으면 가서 만나. 반년 동안 날 돌보느라 당신 고생한 거 알아. 만약 그를 만나는 것이 당신을 좀 더 기쁘게 한다면 나는 당신이 그를 만나는 것을 지지할 거야.”

성진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그가 기꺼이 성도윤을 도와 요법을 진행했지만 벌을 받은 사람이 어디 그뿐이겠는가?

그의 고통은 몸에서 오는 것이니 적어도 풀 수 있는 약이 있다.

하지만 차설아의 고통은 정신에서 오는 것이니 오랜 억압은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필요 없어.”

차설아는 거절도 시원시원했다.

“보면 뭐해, 나랑 그 사람의 인연은 반년 전에 끝났어. 이제 와서 보면 더 고통스럽겠지.”

“...내가 당신을 놓아준다면?”

성진은 이 말을 할 때 마음이 다 조여졌다.

그는 결코 대범한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거짓되고 이기적인 소인배일 뿐이다, 단지 그가 목숨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차설아를 만났기 따름이다.

“당신이 날 놓아줄 수 있다 해도 내가 당신을 놓아줄 수 없어.”

차설아는 뒤에서 남자를 껴안고 어린아이를 달래듯 말했다.

“내가 얼마 전에 점을 보러 갔었는데 우리 둘은 궁합이 잘 맞는대. 서로 의지하며 살기에 적합하니 다시는 이렇게 나를 밀어내지 마. 그렇지 않으면 정말 갈 거야. 울고 빌어도 소용없을 거야.”

성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

“당신이 나를 달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지만 정말 듣기 좋은걸?”

그전까지 그는 차설아가 그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기를 바라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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