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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1화

반년 후.

E 주의 어느 작은 마을, 마치 동화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 뾰족한 오두막집이 구름 위로 솟은 산속에 널려 있다.

가장 아름다운 오두막집은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큰 뜰에는 양지꽃이 가득 심겨 있고 따뜻한 햇볕 아래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꽃밭 한가운데는 잘생긴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들고 빛이 뺨에 떨어지는 것을 만끽하며 꽃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목마르지 않아, 물 좀 마실래?”

차설아는 성진의 무릎 위에 담요를 덮어주며 부드럽게 물었다.

“당신이 내린 커피를 마시고 싶어.”

“그래, 햇볕 좀 쬐고 있어, 내가 커피 내려줄게.”

여자가 떠나기 전에 그의 이마에 키스했다.

“고마워, 자기야.”

여자의 손을 잡은 성진의 목소리에는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애교가 가득했다.

어느덧 벌써 반년이 지났다.

비록 성진이 '방혈훈골요법'을 마친 후 그의 다리는 이미 몸을 지탱할 수 없었고 눈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호흡조차 예전보다 힘에 부치는 등 세속의 폐인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한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

자신을 희생하고 사랑을 얻었으니 그는 매우 가치 있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차설아는 부엌에서 커피를 손으로 갈았는데 예전 성도윤에게 만들어 줄 때와 똑같은 정도로 집중했다.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깊은 자책 속에 있었고 하루도 후회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녀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성도윤을 낫게 하려고 파렴치하게 성진를 모험하게 했다.

그녀가 성진의 인생을 망친 것이나 다름없으니 이번 생은 평생 성진의 수발을 들어도 만회할 수 없었다.

거실의 텔레비전에서는 국제 뉴스를 방송하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성대 그룹 회장 성도윤 씨는 약혼녀 서은아 씨와 함께 3개월간의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며 첫 방문지는 E 주라고 합니다...”

'꽈당' 하는 소리와 함께 커피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차설아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는데 그전까지 그녀는 너무 억압적이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기에 오랫동안 광란의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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