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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작가: 배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일주일 후.

이혼을 한 차설아는 곧 싱글 라이프에 적응하게 되었다.

낮에는 열심히 돈을 벌었고, 저녁에는 신나게 놀며 자유로운 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드디어 남우 그룹과 새로운 계약서를 체결했다.

남해진은 차설아의 요구에 흔쾌히 수락했는데 ‘천신 그룹’에 6000억 원을 개발 자금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천신 그룹은 첫 번째 연도에 수익을 10조 원을 보장해야 했는데 이를 어길 시, 천신 그룹은 계약서대로 30%의 지분을 배상금으로 양도해야 했다.

계약 조항을 본 배경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남해진이란 사람도 정말 너무하네. 우리가 얼마나 큰 선물을 줬는데 말이야. 죽은 딸을 위해서라도 성의를 보일 줄 알았는데 이 계약서에는 온통 함정이잖아. 우리한테 전혀 유리한 것 없다고.”

그는 의문스러운 얼굴로 차설아를 보며 말했는데 당장이라도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보스, 이거 완전 우리한테 굴욕적인 계약서잖아, 왜 이 계약을 체결했어? 겨우 600억 원을 누가 못 내놓을 줄 알아? 우리를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차설아는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우리가 져도 겨우 30%의 지분을 잃는 것뿐이야. 하지만 우리가 이기면 남우 그룹의 5년 연속 투자를 받는 거라고. 매년 최소 2조 원의 투자액을 받을 수 있어. 난 엄청 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남해진 사장님도 성의를 보이셨고.”

“성의를 보이긴 개뿔. 천신 그룹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회사야. 제대로 된 제품 하나 없다고. 하이 테크 분야에서 1년에 10조 수익을 내는 게 쉬운 줄 알아?”

배경수는 이마를 짚더니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전 세계의 3대 하이 테크 그룹에서도 매년 20조의 수익을 내고 있어. 우리 같은 스타트업 회사는 1년에 1조의 수익을 내도 대단한 거라고. 그런데 우리가 무슨 수로 이겨? 남우 그룹한테 작정하고 지분 30% 내주겠다는 거 아니야?”

하지만 차설아는 눈썹을 치켜들더니 자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차설아가 언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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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얌전했다고?”성도윤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무심하게 서류를 읽어보더니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도대체 그 여자한테 무슨 오해가 있었던 거야?”“오해라고 할 수는 없죠.”진무열은 마음을 다잡고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몇 년 동안 사모님께서는 확실히 성실하고 본분을 다하셨습니다. 대표님에게도 일편다심이셨고요. 집안에서는 얌전히 시키는 일 다 하셨고, 밖에서도 그야말로 현모양처의 표본이셨습니다. 사모님께서 갑자기 바뀌신 건 아무래도... 대표님 때문인 것 같습니다.”성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나 때문이라고?”“물론이죠!”진무열은 해고당할 위험을 무릅쓰면서 차설아의 편을 들어줬다.“요 몇 년 동안 대표님은 사모님에게 쌀쌀맞게 구셨잖아요, 결국 불륜까지 저지르시고요. 사모님께서 얼마나 속상하셨겠습니까. 아니면 사모님은 배경수 같은 바람둥이와 어울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면 배경수와 천신 그룹을 설립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우리 성대 그룹과 대립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겠죠...”“저는 사모님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사모님은 월반하던 천재시고 물리 전자파 분야의 전문가시잖아요. 사모님은 대표님을 너무 사랑하셔서 일을 그만두시고 요리하며 청소하며 대표님을 모시기 시작하셨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은 그런 사모님을 아끼시고 사랑하시기는커녕 배경수 같은 바람둥이에게 당하고 말았죠. 정말 안타깝습니다!”성대 그룹에서 잃은 클라이언트 회사는 모두 천신 그룹과 계약했다. 심지어 성대 그룹과 다년간 합작한 남우 그룹마저 말이다.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천신 그룹은 배경수가 재미로 설립한 회사는 절대 아니었다. 천신 그룹에서 계속 이 속도로 성장하고 발전한다면 3년이나 5년 후, 하이 테크 분야에서의 점유율은 성대 그룹과 대등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하지만 사모님의 변화보다 저는 배경수 그 바람둥이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분명 해안시에서 이름난 바람둥이이잖아요. 명문가의 아가씨나 여자 연예인들과 가깝게 지내던 그였는데 사모님을 위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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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 채워진 룸 안에는 한껏 꾸민 남자들이 한 줄로 서 있었다.차설아를 본 그들 중에 눈을 찡그리며 매력적인 미소를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순진무구한 미소를 짓거나 우울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얼굴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또 차도남처럼 차가워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이, 이게 무슨 상황이지?”차설아는 뜬금없이 나타난 남자들을 보더니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전화기 너머로 뿌듯함이 담겨 있는 배경윤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룸에 도착했어? 내가 준비한 선물 어때? 다 엄청 잘생겼지?”룸 입구에 서 있던 차설아는 어안이 벙벙했다.“경윤아, 이게 다 뭐야?”“잊었어? 그날 밤에 언니 이혼하는 거 축하할 때 언니 스카이 클럽 앞에서 말했었잖아. 성도윤보다 잘생긴 남자는 널리고 널렸다고, 원하는 남자 다 가질 거라고.”“하하하, 오늘 언니를 위해 거금을 들였으니까 원하는 스타일 한 번 마음껏 골라봐. 그리고 내가 특별히 오빠도 따돌렸으니 마음 놓고 즐겨. 내가 언니 동생으로서 준비한 거니까 너무 감동하지는 마.”“배경윤, 너 너무하는 거 아니야?”차설아는 원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너 나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는 거야. 내가 어떻게 감당한다고 그래...”말하는 사이에 그녀는 룸 안에 있는 남자들을 훑어봤다.‘역시... 경윤이는 내 찐친이야. 내 취향을 참 잘 알아.’룸 안에 있는 남자들은 서로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모두 얼굴이 예술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잘생긴 얼굴에 그녀는 정신이 없었다.“됐어, 지금 바쁘니까 먼저 끊을게. 다음에 봐.”차설아는 다가올 상황이 너무 기대가 되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누나, 안녕하세요!”겨우 스무 살 되어 보이는 잘생기고 풋풋한 남자애가 차설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누나, 수고하셨어요. 제가 누나를 위해 맛있는 디저트랑 과일을 준비했으니까 얼른 들어오세요!”차설아는 남자애가 유난히 눈에 익었다.“쪼꼬미, 널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이 남자애뿐만 아니라 룸 안에 있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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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부르는데?”차설아는 남자애에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눈을 ‘차도남’에게서 뗄 수 없었다.이런 설레는 기분은 워낙 오랜만이라 차설아는 온몸이 저려왔다. 요 몇 년 동안 그녀는 이런 감정을 오직 ‘누군가’에게서만 느꼈었는데 말이다.“지훈이 형의 얼굴이 너무 잘생겼잖아요. 성대 그룹의 대표님이신 성도윤 님과 비슷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팬분들은 지훈이 형을 ‘리틀 성도윤’이라고 불러요...”“성도윤?”그 말을 들은 차설아는 흥미가 뚝 떨어졌다.‘왜 어디서나 그 사람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거야? 영혼이 나를 따라다니나?’남자애는 차설아가 성도윤을 모르는 줄 알고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누나 혹시 성도윤 님이 어떻게 생기셨는지 아세요? 모르신다면 여기에 사진이 있어요... 우리 지훈이 형이랑 많이 닮으셨죠?”차설아는 사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재수 없어! 이혼하고 겨우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남자를 만났는데 리틀 성도윤이라니, 너무 재수 없잖아!’리틀 성도윤은 예쁜 손가락으로 스위치 버튼을 누르면서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차설아에게 눈길 한 번 주질 않고는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성도윤이 누군지 아시겠지, 저분 남편이니까.”“뭐라고? 그럼 예쁜이 누나가... 성도윤 님의 아내분이셨어요?”남자애는 깜짝 놀라더니 뒤로 물러서면서 차설아와 거리를 뒀다.다른 남자들도 맹수를 피하듯 차설아와 멀리 거리를 두려고 했다.“돈 벌기 정말 쉽지 않네. 우리 아이돌들은 걸핏하면 기획사에게 손님 접대나 강요받고, 심지어 오늘은 성대 그룹 대표님의 아내분까지 모셔야 한다니, 자칫하면 앞날을 망칠 수 있다고...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못하겠어!”“나도 안 할래, 안 하겠어!”그러더니 꽃미남들은 잇달아 제복을 벗으면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차설아는 다급히 그들의 마음을 달랬다.“다들 너무 겁먹지 마. 남편이 워낙 오픈 마인드라서 괜찮아. 남편도 다른 여자랑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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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남자랑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성도윤을 빼닮은 얼굴은 무한히 확대되었다.차설아는 숨을 죽이며 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그는 성도윤과 똑같이 깊은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치 그녀의 모든 속셈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굳이 두 사람의 차이를 구별하자면 성도윤의 분위기에는 카리스마가 더해졌고, 그와 반대로 지훈은 사연이 많은 사람처럼 눈망울에 차가움과 우울함이 묻어나 있었다.‘참 신기하다니까. 사람은 정말 이상한 동물이야, 왜 항상 똑같은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지?’4년 전 그녀는 성도윤에게 첫눈에 반했었다.4년 후의 지금, 그녀는 또 성도윤과 비슷하게 생긴 남자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도대체 자신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 눈앞에 잘생긴 남자인지 성도윤인지 차설아 본인조차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무슨 생각 해요?”남자는 차설아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다.지훈의 낮은 목소리는 오래된 와인처럼 감미로웠고 매혹적이었다.“아니야, 난 이만 갈게.”차설아는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남자는 긴 팔로 손쉽게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꼭 끌어안고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저는 당신 남편을 닮은 것뿐이지, 당신 남편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저를 두려워해요?”“두려워하지 않았거든!”차설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그래, 이 녀석은 그저 도윤 씨랑 비슷하게 생긴 것뿐이야, 도윤 씨도 아닌데 내가 왜 겁을 먹었지? 다른 애들은 내가 성도윤의 아내라는 걸 알고 모두 도망갔는데 이 녀석은 도망가지 않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도발하고 있잖아? 그럼 성도윤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 점만으로도 제대로 즐겨야 하겠는걸?’이 생각에 차설아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그녀는 수줍은 자태를 거두고 오히려 당당하게 남자의 턱을 치켜들고는 입꼬리를 올렸다.“너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네가 나한테 겁을 먹을까 봐 걱정돼!

  • 선 이혼, 후 집착   제113화

    차설아는 택시를 잡아 지훈과 함께 차에 올랐다.택시 기사에게 주소를 말한 후 불과 20여 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도착했으니까 내려.”차설아는 강아지를 이끌듯 남자의 넥타이를 잡으며 차에서 내렸다.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둥그런 돔 모양에 형광색 지붕의 작은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어둠 속에서 작은 집은 그윽하고 차가운 빛을 뿜어냈는데 마치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같아 꽤나 낭만적이었다.“어때? 널찍하고 예쁘지?”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지훈을 보더니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기는 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비밀 아지트야. 웬만한 사람한테는 알려주지 않는다고!”“비밀 아지트요?”지훈은 여러 개의 집을 보더니 눈썹을 치켜들며 흥미를 보였다.“재밌네요.”직원은 가까이 다가오며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차설아 님, 안녕하세요. 그전처럼 3호실을 고르실 거죠? 물건은 다 준비해 드렸습니다.”3호실은 거리가 가장 멀었지만 시설이 최고급이었고 또 조용했기에 방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차설아는 익숙한 듯이 곧바로 3호실로 향하고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들어와, 너 오늘 밤 나랑 놀아주기로 한 거다?”지훈은 이곳이 도대체 어떤 분위기의 모텔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방에 들어서자마자 어안이 벙벙했다.“여... 여기는 뭐 하는 곳이죠?”“바보야, 보면 모르겠어?”차설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방으로 달려가고는 최신형 기계식 키보드를 쓰다듬으면서 눈을 반짝였다.“이 XF 키보드는 수많은 게이머들이 2년을 꼬박 기다린 신제품이야. 키 입력할 때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아주 뚜렷하고 부드러워. 타이핑에 따라 LED 조명이 커졌다 꺼졌다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반응 속도가 정말 대박이야. 최상급 서버와 모니터만 있다면 그 어떤 게임에서도 우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지훈은 차설아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 5분이나 걸렸다.“그러니까 여기는 모텔이 아니라... PC방이에요?”“모텔?”차설아는 지훈의 이마를 툭 치며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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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기 너머로 딱딱한 통화 안내음이 울렸다.“지금 고객님께서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없는 번호?!성도윤은 애써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나 피하려고 일부러 전화번호까지 바꾸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그는 다시 차설아와의 채팅창을 열어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하지만 문자를 보낸 순간 수신이 거부되었는데 아마도 차설아는 성도윤을 차단한 듯했다.“젠장!”성도윤은 싸늘한 얼굴을 보였다.‘정말 독한 여자네. 이렇게 철저하게 연락을 끊겠다고?’그들이 이혼한 지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차설아는 벌써 성대 그룹의 클라이언트를 모두 채갔다. 그뿐만 아니라 매일 밤 여러 클럽을 누비면서 매번 다른 남자와 즐기곤 했는데 그야말로 최고로 자유로운 삶을 보내고 있었다.심지어 이제는 남자와 방까지 잡는다고 하니 ‘전 남편’은 아예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성도윤은 큰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한참 고민에 잠긴 후 곧바로 비서 진무열에게 전화를 걸었다.“30분 뒤에 해안시의 모든 호텔이나 모텔의 투숙객 정보를 알아야겠어!”진무열은 어리둥절한 채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왜 갑자기 투숙객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시는 겁니까? 혹시... 불륜을 잡으려고 하시는 겁니까?”“내가 너한테 보고해야 해?”“아닙니다,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하지만 진무열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한마디를 보탰다.“그리고... 사모님은 그냥 즐기려는 마음이 있는 것뿐이지, 다른 남자와 방을 잡지는 않았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성도윤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졌다.“닥쳐!”30분 후, 진무열은 한 묶음의 호텔 투숙객 정보를 가져왔지만 그 안에는 차설아의 체크인 기록이 없었다.“대표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얌전하고 본분을 지키시는 사모님께서 대표님을 그렇게 사랑하시는데 왜 다른 남자랑 방을 잡겠어요? 전에 클럽을 돌아다니고 젊은 남자들과 어울려서 찍힌 사진들도 아마 일부러 대표님의 질투를 유발하려고 했을 겁니다.”진무열은 방관자로서 조리 정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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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설아의 산뜻한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마치 무슨 재수 없는 것을 보기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렸다.‘내가 정말 게으른 버릇은 고쳐야 한다니까. 이미 이사를 결심했으면서 왜 아직도 집을 안 찾아보고 버티고 있었던 거야? 바로 맞은편에 살아서 아무리 애써 외면한다고 하더라도 오늘처럼 이렇게 마주하게 되잖아!’차설아는 한참 동안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은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성도윤은 긴 팔을 내밀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것을 막았다.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왜? 나 만나기 부끄러워? 즐길 것 다 즐기더니 이제 양심에 찔려?”양심에 찔린다고?그 말은 차설아의 승부욕을 자극했다.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엘리베이터를 나서더니 고개를 들고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성도윤 대표님, 장난이 지나치시네요. 즐겁게 살고 있는 게 뭐 어때서? 내가 무슨 남의 물건을 훔치기라도 했어, 아니면 뺏어오기나 했어. 내가 왜 양심에 찔려야 하는데?”“오히려 한 회사의 대표인 당신이 늦은 밤에 자지도 않고 왜 여자 혼자 살고 있는 집 앞에 서 있는 거야? 마침 나한테 들켰으니 양심에 찔려야 하는 쪽은 그쪽이 아닌가?”성도윤은 논리적인 차설아에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참 고민하더니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당신이 얼마나 막 나가는지는 모르지만 당신 신분을 명심하라고. 요 며칠 다른 남자들과 연예면 기사 난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거야?”차설아는 더 화가 나지도 않았다.‘이 남자는 정말 언제나 이렇게 오만방자하네! 내가 전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웠지, 이런 남자를 4년 동안이나 진심으로 사랑했으니 말이야. 괜히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면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랑밖에 모르는 여자로 되었잖아? 그래도 다행이지,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까. 더는 성도윤의 뜻을 따르기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거야!’차설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남자를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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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도윤은 눈을 떴다. 깊은 눈동자에는 의아함이 비쳤고, 약간의 짜증과 함께 차갑게 말했다.“튕기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적당하면 귀엽지만, 도를 넘으면 재미가 없지.” 말을 마친 후, 성도윤은 더욱 강한 카리스마로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성도윤은 당연히 차설아도 원하면서 그의 소유욕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튕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에 차설아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런 마음이 어떻게 금방 사라질 수 있겠는가?급해 난 차설아는 핸드폰을 꺼내 잘생긴 남자의 차가운 얼굴에 들이밀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성도윤, 당신 정말 미쳤어!”“내가 연예계 뉴스에 올라서 당신 망신을 줬지?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면 내일 법률 뉴스에 오르게 될 거야!”성도윤은 허리를 곧게 세웠고,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뭘 하려는 거야?”차설아는 대답하지 않고 사진을 찍은 뒤, 112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훌쩍이며 우는 목소리로 말했다.“경찰이죠? 살려주세요. 여기 샘천 레지던스인데요, 어떤 변태가 쫓아와서 저한테 나쁜 짓을 하려고 해요. 빨리 와서 저 좀 구해주세요!”성도윤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부부 싸움이니 경찰에게 상관하지 말라고 하려 했지만, 갑자기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래서 법적으로 지금 성도윤의 행동은 성추행에 속하기에 충분했다.성도윤이 멈칫하는 모습을 본 차설아는 자신감을 갖고 말을 이어갔다.“이봐요. 성 대표님, 여기서 2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파출소가 있답니다. 만약 경찰이 올 때까지 계속 이러고 계신다면, 옛정이고 뭐고 난 당신을 감옥에 넣을 거예요.”차설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성우에게서 배운 법조를 읽었다.“형법 237조에 근거, 여성을 추행한 정도가 엄중한 자는 징역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성우는 이 방면의 사건을 다루는 전문가야. 한번 직접 확인해 볼래?”성도윤의 눈은 점점 차가워지더니, 마치 잠복해 있는 맹수처럼 위험한 기운을 드러내고 있었다.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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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그림자는 다름 아닌 서씨 가문 서은아였다. 서은아는 그동안 차설아를 감시하고 있었다. 차설아가 식당에 밥 먹으러 간 사이에 차성철이 있는 병실을 책임지는 간호사에게 돈을 쥐여주었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수술을 마친 뒤, 침대에 누워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차성철은 살짝 다쳐도 부서질 것처럼 나약해 보였다. 서은아는 병실 침대 앞에 서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작은 물건을 차성철 베개 옆에 올려놓고는 산소마스크를 벗겼다.“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안해. 당신이 식물인간이 되면 당신 여동생도 기가 죽어서 나대지 못할 거라고 믿었어. 그런데 박성훈이 와서 당신을 살렸지 뭐야? 성도윤이 박성훈한테 부탁한 거라면서? 정말 어이가 없더라. 보나 마나 차설아가 성도윤한테 부탁한 거겠지. 뻔뻔스러운 년이...”서은아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날 탓하지 마. 탓하려면 그 못난 여동생을 탓해. 차설아는 내가 성도윤과 약혼한 사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 성도윤한테 달라붙으면서 날 괴롭혔어. 동생이 저지른 잘못은 오빠인 당신이 책임져야지. 안 그래?”서은아는 말을 마친 뒤, 감시 카메라를 피해 조용히 병원을 나섰다. 식당에 앉아 있던 차설아는 바람이 포장한 음식을 보면서도 어쩐지 불안해서 먹고 싶지 않았다.“설아야, 네가 제일 좋아하는 탕수육이야. 다른 식당에서 하는 건 눅눅해서 맛없지만 이 식당에서 하는 건 바삭하잖아. 바람 씨가 널 위해서 사 온 건데, 한 입이라도 먹어 봐.”배경윤은 불안해하는 차설아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바람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이 식당에 줄을 서려고 아침 일찍 깨어났어. 하지만 스파크가 좋아하는 거라면 눈이 오든 비가 내리든 사러 가야지.”바람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피식 웃었다. 그동안 차설아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해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쯧쯧. 바람 씨한테 설아를 맡겼다가는 뚱보가 되겠어. 한 달 안에 10킬로 찐다는 것에 내 머리카락을 걸겠어.”“스파크는 살이 쪄도 예뻐서 괜찮아. 지금처럼 귀여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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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윤은 박성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박성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도윤이 데려온 의사라는 말에 성도윤처럼 나쁜 사람인 줄 알고 경계했다.“경윤아, 그러지 마. 박 선생님은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오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준 분이야. 오빠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차씨 가문의 은인이 될 분이거든.”차설아는 다시 일어나더니 박성훈한테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박 선생님, 죄송해요. 경윤이는 늘 저를 아껴주고 보호해 주는 사람이라 이런 일에서는 예민하게 굴거든요.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병원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죠. 만나본 보호자 중에서 제일 정상적인 반응이거든요. 저는 이해해요.”박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저 말고 성 대표님께 고맙다고 해야죠. 저는 수술할 생각이 없었는데 성 대표님이 간절하게 부탁했고 제가 좋아하는 바다낚시까지 같이 해주셔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바다낚시 내기에서도 졌으니 성 대표님 말대로 수술해야 했어요.”“성도윤이 어렵게 모신 분인 건 알고 있었어요. 나중에 오빠가 깨어나면 인사하려고요.”“잘 생각했어요.”박성훈이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말을 이었다.“생각이 많으면 마음이 힘들 거예요. 사실 생각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일은 없으니 마음 편안하게 먹고 환자분이 깨어나길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박성훈은 사무실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오후 4시라서 박성훈이 말한 시간까지는 아직도 4시간이나 남아있었다. 배경윤은 차설아가 또 쓰러질까 봐 걱정되었다.“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밥부터 먹자.”“괜찮아. 난 배고프지 않아. 오빠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오빠가 일어나야 내 마음도 편해질 것 같아.”차설아는 병실 밖에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차성철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이러다가 또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오빠도 네가 이러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배경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9화

    배경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그 나쁜 놈은 아니겠지? 아니라고 말해.”차설아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그래도 도움받았잖아.”“아...”배경윤은 주먹을 꽉 쥔 채 머뭇거렸다. 차설아한테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고는 목적, 증언, 사건 발생 시간으로 보았을 때 성도윤이 배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 성도윤을 범인으로 몰아갈 수 없었다. 만약 이 말을 꺼냈다가 차설아와 성도윤이 싸우게 된다면 손해 보는 건 차설아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성도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설아야, 그저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성도윤을 너무 믿지 마. 성도윤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진심을 드러내지 말고 계속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알겠지?”배경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했다.“나도 알아. 지금까지 성도윤을 용서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오빠 얼굴에 남은 흉터를 볼 때마다 성도윤이 떠올라서 화가 솟구쳐 오르거든... 성도윤이랑 잘 해볼 생각이 아니라 그저 좋은 의사를 데려와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차설아는 수술실을 바라보면서 말했고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눈에 핏줄이 가득 서렸지만 차성철이 나올 때까지 쉴 수 없었다. 성도윤에 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차설아의 마음이 아팠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았고 애매모호한 선을 넘지 않았다. 지금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더 마주치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을 위한 일이었다.“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더 이상 그 사람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건 알지만 항상 경계해야 해. 그 사람이 얼마나...”“알겠어. 곧 수술이 끝날 테니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오빠가 무사히 나오기를 바라면서 기다리자.”차설아는 배경윤의 말을 끊었다.“그래. 같이 기다려보자.”배경윤은 슬픔이 가득 서려 있는 차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8화

    사도현은 턱을 쳐들더니 거만하게 말했다.“내가 바로 배경윤 남자 친구예요.”사도현의 말에 같이 식사하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회사 대표가 당당하게 공개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뭐?”배경윤은 어이가 없었다. 사도현이 미친 짓을 저지를 줄 예상 못했는지 사도현을 향해 부르짖었다.“사도현, 너 정말 미친 거야?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헤어진 지 얼마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남자 친구라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찬영 오빠 앞에서 공개하다니...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구나. 내 미래의 남자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사람한테 알려주려고 작정한 거야!’“내 말이 틀렸어? 우리 사귀는 사이 맞잖아.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온 첫 번째 날에 어떻게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잤겠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사도현이 피식 웃더니 부르짖는 배경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배경윤의 시선을 느끼면서 이제야 자신의 것을 되찾은 것 같았다.“그, 그건...”배경윤은 말문이 막혔다. 설명하면 할수록 말려드는 것 같아서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때 진찬영이 입술을 깨물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만약 두 사람이 한방에 들어가는 것이 사귄다는 증거라면, 사도현 씨는 배경윤 씨가 아니라 윤설 씨의 남자 친구인 것 같은데요? 윤설 씨 곁을 떠난 적이 없잖아요. 도대체 두 분 중에서 누구의 남자 친구인지 헷갈리네요. 아니면 두 분을 속여서 양다리를 걸친 게 아닐까 싶어요.”진찬영의 말을 들은 배경윤은 반격할 수 있는 틈을 찾았다. 그러고는 도덕적인 면에서 사도현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맞아요! 같은 방을 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날에 남은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랬어요. 우리 두 사람 모두 외양간에서 자기 싫었거든요. 그날 밤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윤설 씨랑 사도현 씨 사이는 각별했어요. 정성을 다해서 보살핀 여자랑 사귀는 것 같은데 왜 나를 언급하고 난리야! 난 너처럼 미친놈이랑 사귈 바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7화

    그 말을 들은 장윤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장윤태가 다급히 뜯어말렸다.“집에 갈 정도로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죠! 그런 설정을 할 생각도 없었어요. 찬영이도 커플 설정을 원하지 않을 테니 강요할 수 없었거든요. 다들 장난치는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장윤태는 게스트들이 말하는 커플 중 한 쌍이 진찬영과 배경윤임을 확신했다. 옆에 앉아 있던 사도현은 굳은 표정으로 진찬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장 감독님,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배경윤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개인적인 일로 해안시에 다시 돌아가야 해요. 프로그램 촬영하는 동안 정말 재밌었어요. 게다가 찬영 오빠랑 커플로 촬영할 수 있다고 하면 더 행복했을 거예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해요.”“잘생긴 남자라면 다 좋아하나 보지?”말을 마친 사도현은 혼자서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장윤태는 배경윤을 설득하지 못하자 재빨리 다른 제안을 했다.“급한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곧 연애 예능 촬영이 있는데 그때 시간이 되면 우리 찬영이랑 같이 게스트로 출연하지 않을래요?”“좋아요!”배경윤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진찬영과 함께 촬영할 수 있다면 무슨 프로그램이든지 무조건 출연할 것이다. 진찬영과 떨어지려니 아쉬웠지만 돌아가서 차설아의 곁을 지켜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작별 인사를 했다.“배경윤 씨랑 같이 출연한다면 저도 좋아요.”진찬영은 배경윤을 향해 말했다. 애초에 진찬영은 배경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이 마을까지 달려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배경윤이 있는 곳에 꼭 따라갈 것이다.“그럼 두 사람이 사인한 계약서 말고 다른 계약서를 준비할 테니 이제 만나서 얘기해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으면 이 프로그램 계약서대로 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장윤태는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너무 기쁜 나머지 술을 마시면서 껄껄 웃었다.“안 돼요.”사도현이 차갑게 말했다.“배경윤은 너무 바빠서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할 시간이 없을 거예요.”배경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6화

    사도현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누가 진찬영을 밀어주든지 상관없이 배경윤에게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재벌가 아가씨의 마음을 얻으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윤설 씨가 사도현 씨한테 빌붙어서 드라마 여주인공 역만 맡는 것처럼요?”진찬영이 말을 이었다.“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도 사도현 씨랑 같은 줄 알고 섣불리 판단할 수밖에 없겠죠. 더 이상 의미 없는 대화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진찬영이 가마뚜껑을 열어보자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추어탕 안에 청양고추를 넣으니 배경윤이 좋아하는 매콤한 추어탕이 완성되었다. 사도현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할 때, 진찬영이 추어탕을 옮겨 담고는 주방을 나섰다. 사도현은 불을 피우면서 흘러나오는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두 남자의 대결은 사도현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여러분, 오늘 메뉴는 추어탕이에요! 어서 드셔보세요!”진찬영은 환하게 웃으면서 쉬고 있던 게스트들을 불렀다. 배경윤은 터벅터벅 걸어 나와서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 진찬영이 해준 밥을 먹어서 기쁘긴 했지만 웃을 힘조차 없었다.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진찬영은 직접 국을 떠주면서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고 다시 생각해요. 배경윤 씨를 위해 만든 건데, 한 입도 먹지 않으면 좀 속상할 것 같거든요.”“아, 죄송해요. 생각할 게 많아서 신경 쓰지 못했어요.”배경윤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추어탕을 먹기 시작했다.“먹어봤던 추어탕 중에서 제일 맛있어요!”“당연히 그렇겠죠. 추어탕에 진찬영 씨의 사랑이 가득 들어갔으니 맛없을 리가 없잖아요. 우리 같은 구경꾼들은 배경윤 씨가 부러워 죽겠다니까요!”“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분이 누군가를 위해서 직접 미꾸라지를 손질했다니깐요. 보통 정성이 아니에요! 그 여자 덕분에 저희도 이렇게 맛있는 추어탕을 먹어보네요.”추어탕을 맛보던 게스트들이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진찬영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들으면서 배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5화

    윤설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나는 그렇다고 한 적 없어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 더 알려줄 것도 없고요. 정말 궁금하다면 의심 가는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보세요.”배경윤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이미 배후가 밝혀진 마당에 더 캐묻는 건 멍청한 사람이나 할 짓이었다. “그리고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새겨들어요. 도현 씨랑 성도윤은 생사를 함께 겪은 형제이니 도현 씨를 멀리하는 게 좋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도현 씨는 성도윤 편을 들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차성철이 수술했다는 것을 성도윤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게다가 성형외과 의사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윤설은 배경윤의 반응을 지켜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사실 성도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성도윤이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연관된 일이긴 하지만 그게 결국 성도윤의 일이 되는 거지. 난 사실만 말했으니 아무 잘못도 없어. 배경윤, 이제는 도현 씨 곁에서 떨어져!’“난 성도윤이 그런 일을 벌일 줄 알았어요! 천하의 나쁜 놈 같으니라고...”윤설의 말을 들은 배경윤은 모든 것이 성도윤과 연관된 일이라고 확신했고 사도현이 성도윤을 도와주었다고 여겼다. ‘계속 여기에 남아있어서는 안 돼. 얼른 해안시로 돌아가서 설아한테 알려줘야지. 그놈 때문에 또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어! 설아야, 조금만 기다려줘!’주방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은 두 남자의 대결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진찬영은 앞치마를 두르고 소매를 올린 채 두부를 썰었다. 집중하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있어서 여자든 남자든 진찬영에게 반하고 말 것이다.하지만 부뚜막 앞에 앉아 불을 피우고 있는 사도현은 진찬영을 노려보기에 바빴다. 사도현은 장작을 진찬영의 팔이라고 생각하면서 두 토막으로 끊이고 불 속에 집어넣더니 차갑게 말했다.“우리 둘밖에 없으니 솔직하게 말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예요? 돈 때문이라면 원하는 만큼 줄 테니 말해봐요. 얼마면 되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4화

    배경윤은 윤설이 단둘이 얘기하자는 말에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하지만 이 일은 차설아 친오빠의 목숨과 연관된 일이었기에 윤설의 의도를 알면서도 함정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내 방으로 가서 단둘이 얘기해요.”배경윤은 앞장서서 사도현과 지냈던 방으로 들어갔다. 박지영은 윤설을 방까지 부축한 뒤, 재빨리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윤설은 울퉁불퉁한 방바닥, 구멍이 난 천장과 낡아서 당장이라도 망가질 것 같은 침대를 보면서 말문이 막혔다.윤설은 미묘한 감정이 들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현 씨랑 이런 방에서 같이 지낸 거예요?”“네. 침대도 푹신하고 공기가 좋아서 잘 잤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배경윤은 윤설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말을 먼저 꺼낼 줄 몰랐다. 사도현은 배경윤과 같은 침대에서 잤지만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윤설 곁을 지켰다.‘이런 것까지 질투하는 건가?’“쓰레기 소각장 같은 곳에서 도현 씨가 지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요. 도현 씨는 결벽증 때문에 이런 곳에서 자지 못했을 거라고요.”“쓰레기 소각장이라고요?”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방이 아니면 외양간에서 소랑 같이 자야 하거든요. 이 정도면 꽤 좋은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윤설 씨가 결벽증인 것 같아요.”“도현 씨가 배경윤 씨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맞네요. 배경윤 씨를 위해서 이런 누추한 방에서 자고 더러운 진흙으로 들어가 배경윤 씨를 안아 들다니... 내가 배경윤 씨를 얕잡아 봤네요.”윤설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배경윤은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입을 열었다.“본론만 얘기하세요. 배후가 누구기에 성형외과 의사한테 전화하게 된 거죠?”“말해도 배경윤 씨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걸요?”윤설은 차갑게 웃더니 거만한 눈빛을 하고서 배경윤을 훑어보았다. 배경윤이 목을 치려고 하는 배후는 손을 뻗을 수도 없을 만큼 높은 곳에 있었다.“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하더라도 알 건 알아야겠어요. 더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 배후가 누구인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3화

    게스트들은 사도현의 표정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불을 피우러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이러 가는 것 같은데요?”옆에서 듣고 있던 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네가 불을 피운다고?”그러고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너처럼 귀하게 자란 도련님들은 장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불을 피우다니, 네가 듣기에도 웃기지 않아?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주방에서 나오는 게 도움이 되겠어.”배경윤은 불을 피우고 진찬영이 요리할 때 옆에서 도와주려고 했다. 그런데 사도현이 갑자기 끼어들어서 몹시 당황했다.‘사도현은 왜 자꾸 끼어들려고 하는 거야! 찬영 오빠랑 같이 경운기를 타려고 할 때, 찬영 오빠랑 미꾸라지를 잡을 때, 찬영 오빠랑 같이 요리하려고 할 때 계속 방해만 하잖아. 명색이 엔터테인먼트 대표라는 놈이 이렇게 한가해도 되는 거야?’“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불 피우는 건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아니면 여자가 옆에 있어야 요리할 수 있다는 건가? 세상에 그런 바보가 있을 리가 없잖아.”사도현은 팔짱을 낀 채 진찬영을 쳐다보면서 배경윤한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사도현의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사도현은 일부러 진찬영을 저격했다.“너 자꾸 함부로 말할 거야?”배경윤은 화가 나서 사도현을 노려보았다. 팬으로서 누군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여우 같은 놈, 여자가 없으면 요리를 못하는 놈이라고 욕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괜찮아요.”진찬영이 피식 웃더니 배경윤의 팔목을 잡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는 배경윤 씨가 옆에서 보고 있어야 안심이 되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혼자 하겠다고 설치다가 일을 망치던데요?”진찬영은 사도현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사도현 씨께서 불을 잘 피울 수 있다고 하셨으니 믿어야죠. 다들 쉬고 계세요. 다 되면 알려드릴게요.”진찬영과 사도현은 주방으로 들어가서 아무 말 없이 각자 할 일을 했다. 마당에 앉아 있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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