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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저도 진짜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솔직하게 말했다.

“아까 저도 도윤 씨를 위해 사정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저에게 말을 할 기회도 주지 않으셨어요. 제가 한 마디만 더 하면 도윤 씨랑 같이 벌을 받게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저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요.”

차설아는 전처로서 이미 할 만큼 했다.

그렇다고 쓰레기 전 남편을 위해 자기까지 희생할 생각은 없었다. 성도윤을 향한 그녀의 감정은 그 정도로 깊지 않았으니.

차설아가 마음이 약해진 것 같자 집사는 마음이 조금 놓였고 이내 서둘러 말했다.

“어르신께 사정하실 필요 없어요. 사모님은 그냥 도련님을 잠깐 도와주시면 됩니다.”

“어떻게요?”

“그러니까 우리 도련님을 몰래 돌봐주시겠어요? 이건 사모님밖에 할 수 없어요. 이 일이 어르신께 들켰더라고 해도 어르신은 사모님을 예뻐하시니 벌을 내리시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집사는 미리 준비해둔 약과 저녁이 담긴 바구니를 차설아에게 건네고는 말을 이었다.

“사모님, 도련님께서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는 모두 사모님에게 달렸습니다. 제가 먼저 성씨 집안 대신 감사의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네? 이건 좀...”

차설아는 거절해야 할 걸 알면서도 손은 다른 사람에게 통제된 것처럼 저도 모르게 바구니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두 다리도 저절로 집사를 따라 성씨 가문의 사당으로 향했다.

이게 바로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인다는 증거가 아닐까?

‘정말 못 났어, 나 자신!’

깊은 밤.

사당은 성씨 가문의 본가 옆에 지어졌는데 하나의 독립된 건물이었다.

낮에는 청소를 책임지는 청소부가 있었는데 저녁에는 오직 켜진 흰 등불 두 개만 있었다. 그래서 유난히 한산하고 음산해 보였다.

차설아는 멀리서 허리를 곧게 펴고 성씨 가문 사당 중앙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성도윤을 발견했다.

흰 셔츠는 피로 물들여졌는데 집사가 찍은 사진보다 고통이 더 생생히 전해졌다.

“바보 아니야? 그걸 진짜 다 맞은 거야? 허리는 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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