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34화

작가: 배시아
그녀는 성도윤이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지 몰랐다.

‘그래서... 그래서 정말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날 원망해서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고?’

“맞아요. 개두술이죠. 설아 씨가 깨어나는 즉시 제가 말했잖아요. 수술 때문에 그는 일부 기억을 잃게 되었죠. 만약 강제로 그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면 뇌에 부담이 가중할 수 있어요. 제 생각에는... 그래서 갑자기 위험에 빠졌던 것 같아요.”

“...”

차설아는 멍하니 서 있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진의 몇 마디가 그녀의 의심을 사실로 만들었다.

성도윤은 정말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몇십 년 전 막장 드라마처럼 다른 사람은 다 기억하는데 유독 그녀만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 바로 그 원인이지. 내가 진작에 성도윤 씨를 자극하지 말라고 말했잖아. 내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 일이 이렇게 되니 만족해? 남을 해칠 줄밖에 모르는 년!”

서은아는 마침 그럴듯한 이유를 찾았고 더욱 당당하게 차설아에게 호통쳤다.

하지만 성진이 서은아를 노려보자,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 내가 너무 당돌했어.”

차설아는 허리 굽혀 사과의 인사를 했다. 항상 강인하던 그녀는 쉽게 남에게 사과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과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는 그녀가 줄곧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서은아였다. 차설아가 지금 얼마나 자책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서은아에게 사과해도 소용없죠. 목숨이 위태로운 건 어차피 서은아가 아니에요...”성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복잡한 시선으로 말했다.

“정말 자책할 거면 다시는 도윤 형님에게 접근하지 마세요. 설아 씨가 도윤 형님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형님도 위험에 처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지금 형님 마음속에는 서은아밖에 없고 그녀와 매우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어요. 그들 둘이 있으면 매우 행복할 것이에요.”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난 도윤 씨를 떠나지 않을 거야.”

차설아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뭐라고요?”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035화

    “설아 씨가 저와 도윤 씨를 도와준다고요?”서은아는 먼저 깜짝 놀랐고 마치 무슨 허튼소리를 들은 것처럼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차설아 씨, 제가 그렇게 바보처럼 보여요? 그런 거짓말을 믿을 줄 알아요?”차설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제가 서은아 씨에게 왜 그런 거짓말을 해야죠?”“뭐... 무슨 뜻이죠?”“제 말은 만약에 제가 정말로 서은아 씨와 도윤 씨를 위해서 다툰다면 서은아 씨는 어쩌면 저와 다툴 자격도 없죠. 그러니 전 이 일로 서은아 씨와 심술을 부릴 필요도 없다는 말이죠.”“이런!”서은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화가 나기는 났지만 차설아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에 서은아는 반박할 수 없었다.성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면 차갑게 물었다.“성도윤이 나아진다는 게 어느 정도 나아지는 걸 말하죠?”“이건 말하기 좀 곤란해.”차설아는 시선을 돌려 성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지금 서로 떠보는 중이었다. 차설아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적어도 그가 남에게 피해를 볼 일은 없을 정도여야 해.”서은아는 한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차설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비록 저와 차설아 씨는 적이지만 도윤 씨를 정말 낫게 하고 싶은 거라면 전 차설아 씨와 화해하겠어요.”차설아는 서은아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지만 잡을 생각은 없었고 차갑게 말했다.“화해는 됐고 서은아 씨가 좀 감정 기복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한테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아요.”서은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으나 억지로 참았다.“좋아요. 도윤 씨가 나아질 수만 있다면 전 뭐든 할 수 있어요.”두 여자가 마침내 짧은 평화를 되찾았고 병실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주치의가 밖으로 나와 느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성도윤 씨는 지금 별문제가 없어요. 그를 더 많이 쉬게 하고 기분 좋게 해주세요. 미리 말하는 데 자극해서는 절대 안 돼요.”“의사 선생님, 고마

  • 선 이혼, 후 집착   제1036화

    성진은 긴 손가락으로 서은아의 턱을 꽉 잡고 들어 올리면서 음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렸다.“이제 와서 사랑할 줄 아는 척해? 그 당시 개두술을 해서 성도윤이 차설아에 대한 기억을 삭제하려고 주장했던 사람이 너였고 차설아가 성도윤을 구했던 기억을 이식하려고 했던 사람도 너였지. 그때는 왜 성도윤이 나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난...”“너도나도 다 알다시피 개두술은 거짓에 불과했지. 성도윤이 차설아에 관한 기억을 지우는 것과 너를 그의 기억 속에 이식하는 게 바로 최종 목표였지. 넌 지금 이미 성도윤이 가장 믿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넌 아직 뭐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굳이 차설아까지 끌어들이려는 거야?”“미안해. 잘못 했어. 난...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했어.서은아는 겁에 질려 조심스럽게 사과했다.한때 서은아도 오만방자한 명문의 아가씨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성도윤 외에는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성진 앞에서 그녀는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꼈다.한편으로 그의 손에는 너무 많은 약점이 잡혀 있었기에 그가 혹시 보복할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성진이라는 남자는 너무 음흉하고 미쳤기 때문이었다.그는 개두술, 기억 이식 이런 모진 수법도 생각해 냈다. 이런 미친 사람을 건드리면 아마 바로 재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서은아는 조심스럽게 해명했다.“그 당시 상황은 너도 보았잖아.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차설아는 결코 죽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거야. 차설아가 그렇게 똑똑한데 들키면 너와 나는 모두 끝장날 거야. 그래서 내 생각에는... 차설아와 화해하는 척해서 그녀가 스스로 물러나기를 기다렸던 거야.”“어찌 됐든 성도윤은 나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조금이라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지 못할 거야. 차설아가 마음이 많이 상해서 도윤 씨의 곁을 떠나면 우리에게는 더 좋지 않아?”이 말을 듣자 성진은 찡그렸던 미간은 조금 풀어졌다. 그는 서은아를 놓아주었고 변태처럼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넌 내가 생각했

  • 선 이혼, 후 집착   제1037화

    이날 차설아는 갓 달인 한약을 들고 성도윤 병실 문을 열었다.병실 안에서는 성도윤과 서은아가 껌딱지처럼 다정하게 안고 있었다.“은아야, 내가 고민해 봤는데 이제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하면 우리 결혼하자!”성도윤은 긴 팔로 서은아의 어깨를 살짝 감싸고 턱을 그녀의 머리에 얹은 채 잘생긴 얼굴로 동경하는 표정을 지었다.“우리 결혼식이 따이띠에서 열렸으면 좋겠어. 그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푸른 해안선과 가장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있지. 네가 바다를 그렇게 좋아하니 그곳에서 우리가 결혼하면 가장 좋을 거야.”서은아는 행복한 표정 대신 의아함이 가득했다.“퇴원하고 바로 결혼 한다고? 너무... 서두른 건 아닐까?”게다가 서은아는 바다를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심지어 서은아는 바다를 가장 싫어했다. 햇볕도 쬐고 지루한 데다가 만약 태풍 날씨가 닥치면 너무 귀찮다고 생각했다.“전혀 서두르는 게 아니야.”성도윤은 엄숙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난 널 너무 사랑해서 지금이라도 당장 너랑 결혼하고 싶어. 1분 1초도 기다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너도 날 사랑하고 있잖아. 우린 함께 강도 뛰어들어서 생사를 함께 한 사이인데. 결혼을 안 한다는 건 말도 안 돼.”“네 말도 맞는 것 같아.”서은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옆에 서 있는 차설아를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원래대로라면 서은아는 지금 이미 차설아를 완전히 이겼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런 승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서은아는 성도윤이 갑자기 기억을 회복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전부 물거품이 될 것이다.“어찌 됐든 넌 내 여자니까 도망갈 생각 마!”성도윤은 패기 넘치게 말하고는 서은아의 턱을 치켜들고 키스했다.성도윤은 병실 전체의 공기마저 끓어오를 정도로 매우 다정하면서도 뜨겁게 키스했다.“...”차설아는 원래 자신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랑 뜨겁게 키스하는 장면을 보자 저도 모르게 마음이

  • 선 이혼, 후 집착   제1038화

    서은아는 서둘러 차설아를 내쫓으려 했다.아무 말도 안 하고 있던 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나랑 같은 날에 다쳤다고요?”“그게...”차설아는 표정이 굳어졌고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망했어. 잘못 말했어.’“어떻게 다쳤어요?”성도윤은 계속 추궁했다.“전... 그냥 길을 걷다가 부주의로 넘어졌어요.”차설아는 아무 이유나 말해서 재빨리 병실을 나갔다.사실 차설아는 성도윤이 자신을 알아차리는 걸 전혀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묵묵히 그의 곁에서 돌봐주다가 그가 몸이 다 나을 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떠나고 싶었다.하지만 오늘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더 이상 숨기려고 해도 아마 어려울 것 같았다...“갔어?”성도윤는 살짝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왜, 보내기 아까워? 방금 나를 너무 사랑해서 당장이라도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서은아는 속으로 아주 불안했고 그와 동시에 질투심이 가득했다.서은아는 성도윤의 목을 껴안고 적극적으로 키스를 하며 말했다.“그녀는 이미 떠났어. 이제 울 둘밖에 없다고.”“...”하지만 성도윤의 방금 열정은 이미 식어버렸고 그는 건성으로 서은아를 반겨 주었다.지금 그의 모든 생각은 약을 가져다주러 온 그 여자에게 있었다.차설아는 한약 달이는 솥 앞에 꼬박 네 시간 동안 기다린 후에야 손바닥만 한 작은 탕약 한 그릇을 만들었다.차설아는 재빨리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약 한 그릇을 들고 성도윤의 병실로 갔다.서은아는 그녀를 보자 또 강적을 만난 듯한 표정으로 차설아보고 재빨리 약을 탁자 위에 놓고 떠나가라고 손짓했다.그러자 차설아는 살금살금 걸어 들어와 약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바로 떠나려고 했다.약 냄새를 맡은 성도윤은 그녀가 온 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물었다.“이름은 뭐예요?”“...”차설아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아니. 약 바꾸는 사람 이름은 왜 물어보는 거야?”서은아는 영역표시를 하듯 성도윤의 손을 잡은 채 애교 섞인 말투로

  • 선 이혼, 후 집착   제1039화

    “...”차설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말하지 않자 성도윤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그쪽 신분이 특수하기라도 하나요? 왜 이름도 밝히지 않는가요?”그는 또 한 번 차설아에게 몰아붙이며 기필코 답안을 얻어야 말겠다고 작정했다.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또박또박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제 이름은 차설아라고 해요. 혹시 성도윤 씨가 기억하시나요?”“차설아 씨,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예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서은아는 감정이 격해지자 차설아를 밀치면서 소리쳤다.서은아는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빼앗긴 느낌이 들었고 당장이라도 차설아와 대판 싸우고 싶었다.“차설아...”성도윤 차가운 표정으로 이 세 글자를 반복하여 중얼거리면서 사소한 기억이라도 떠올리려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었다.차설아는 한편으로 허탈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성도윤 씨는 기억할 필요가 없어요. 분명히 기억할 수도 없을 거예요.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이죠. 저도 며칠 전에 병원에서 성도윤 씨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우리는 정말 모르는 사이에요?”성도윤의 차가운 얼굴에는 의심이 가득했다.그는 뇌 절제술이 아닌 개두술만 했기에 지금 심지어 이전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가 모르는 사이인 것 같지는 않게 느껴졌다.“네. 정말이에요. 저도 성도윤 씨와 함께 병원에 실려 왔어요. 저를 돌봐주던 간호사가 말하는데 성도윤 씨가 심하게 다쳐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때 저도 제가 죽을 줄 알았어요. 저세상으로 갈 때 어쩌면 성도윤 씨와 함께 갈 수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어요...”차설아는 진지한 얼굴로 허튼소리를 했다.성도윤의 팔짱을 끼고 있던 서은아는 옆에서 듣다가 속으로 짜증이 났다.‘이 여자는 정말 헛소리만 치고 있네. 입만 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야.’하지만 성도윤은 열심히 듣고 있다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040화

    차설아는 성도윤과 일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소탈하게 떠났다.민이 이모의 약은 정말 효과가 대단했다.성도윤은 겨우 한 그릇만 마셨는데 효과가 아주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음날 깨어나 보니 상처가 덜 아팠고 정신이 아주 좋아졌다.“도윤 씨, 물 좀 마셔.”서은아는 성도윤에게 물 한 잔 따라주며 물컵 위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보며 조심스럽게 떠보기 시작했다.“도윤 씨가 그날에 퇴원하면 바로 나랑 결혼하겠다는 게 사실이야?”성도윤은 잔을 잡고 벽에서 전해지는 열기를 느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당연하지.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해?”“며칠 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 불안해서 그러지 뭐.”서은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며 미래를 동경하기 시작했다.“사실 오래전부터 그날만을 기다려왔어. 우리 결혼식 장소는 아마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왜? 내 기억 속에는 네가 꿈꾸던 결혼식 장소는 따이띠라고 했어.”성도윤이 왜 이토록 따이띠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의 자잘한 기억 속에서 서은아는 따이띠에서 로맨틱한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 같았다.사실 이 기억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다만 여자 주인공이 서은아가 아닌 차설아였을 뿐이었다.그동안 성도윤은 차설아가 말한 그 말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계획적으로 실현하고 싶었다.“아이고. 사람은 변하는 거잖아. 예전에는 따이띠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파리가 더 좋아. 파리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건 어때?”서은아는 바닷가 결혼식을 원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굳이 바닷가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고집하는 성도연을 보니 기필코 그의 기억에 뭔가 착오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렇다면 서은아는 그의 기억을 다시 바로잡아야 했다. 천천히 남의 기억은 지워버리고 자기 기억을 집어넣어야 했다.“말 좀 해봐 봐. 고대 성루 같은 곳에서 결혼식을 한다면 얼마나 로맨틱하겠어. 나도 공주처럼 분장하고 오랫동안 사랑했던 왕자님과 결혼하고 싶어...”서은아는

  • 선 이혼, 후 집착   제1041화

    “뭐라고요? 이미 퇴원했다고요?”서은아는 조금 의아했고 기뻐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랐다.“이 여자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간다면 간다고 말이라도 해야지.”서은아는 차설아가 전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성도윤이 다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지금 성도윤은 전혀 낫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도망쳤으니 정말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혹시 서은아 씨에요?”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서은아예요. 무슨 일이죠?”서은아는 짜증이 난 상태였기에 눈꺼풀을 치켜들고 퉁명스럽게 물었다.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차설아가 갑자기 작별 인사도 없이 사라지자 서은아는 매우 불안했다. 왠지 이 여자가 이렇게 쉽게 물러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뭔가 큰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까 봐 두려웠다.“이 처방은 차설아 씨가 저보고 서은아 씨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성도윤 씨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뛰어나다고 했어요. 서은아 씨께서 이 처방에 따라 한약을 잘 달여주세요.”호사는 말하면서 네모나게 접힌 종이 한 장을 서은아에게 건네주었다.“저한테 준다고요?”서은아는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 차설아는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서은아는 처방을 보았지만, 지렁이처럼 생긴 글씨들이 빽빽하게 적혀있었고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었다.‘차설아가 도윤 씨를 치료하라고 이렇게 친절하게 이런 신기한 처방을 나한테 순순히 줄 리가 없을 텐데.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 처방은 분명 문제가 있을 거야. 어쩌면 독약 처방으로 일부러 날 해치려는 것일 수도 있어. 섣불리 사용해서는 절대 안 돼!’서은아는 소심한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성도윤의 병실로 돌아왔다.성도윤은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청력은 매우 예민했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그의 차갑던 얼굴은 이내 밝아졌고 기대하는 목소리로 물었다.“드디어 저에게 약을 가져다주러 온 거예요?”서은아는 그 말을 듣고 더욱 짜증이 났지만 화

  • 선 이혼, 후 집착   제1042화

    문을 열고 들어온 소영금은 이 장면을 보자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소영금의 뒤에는 그녀가 성도윤에게 직접 골라준 하녀 려윤도 있었다.갑자기 들어온 사람 때문에 로맨틱한 분위기가 깨지자 서은아는 화를 내려고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소영금과 시선이 마주치자, 서은아는 재빨리 성도윤에게서 떨어졌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아… 아주머니, 어떻게 이곳까지 오셨어요!”서은아가 성진과 힘을 합쳐 뇌신경외과 의사에게 뇌물을 줘서 성도윤에게 기억 삭제 개두술을 한 후로부터 줄곧 불안감에 사무쳤고 누구를 봐도 불안했다.“내 아들이 입원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와서 보면 안 돼?”소영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화를 내며 말했다.그는 서은아가 일 처리하는 방식에 상당히 불만족스러웠기에 바로 서은아를 나무라기 시작했다.“넌 정말 대단하구나. 내 아들이 이렇게 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 나를 일주일 동안 속이고 있었다니 말이야. 넌 내가 이 일주일 동안 미친 듯이 아들을 찾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어?”비록 지금의 성도윤은 보기에는 별로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았지만 항상 아들을 아끼던 소영금은 성도윤이 깁스도 하고 붕대도 감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자신이 중상을 입은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죄송해요. 아주머니. 저도 그때 너무 당황스러워서 많은 생각을 미처 못했어요. 게다가 아주머니가 알면 걱정하실까 봐 그래서…”“이런 변명 따위는 하지 마. 분명히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거지? 설마 네가 우리 도윤이를 이 정도로 해친 거야?”“아니에요. 전…”서은아는 소영금이 여러 번 진지하게 질문하자 어떻게 말해야 할 지도 몰랐다. 그래서 소영금은 점점 더 의심이 갔다.그러자 성도윤이 눈썹을 찡그리며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어머니, 저를 보았으면 됐잖아요. 왜 은아에게 화를 내시는 거예요.”소영금은 살짝 놀랐고 성도윤과 서은아를 엇갈아 보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도윤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네가 언제부

최신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5화

    성도윤이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넸다.“???”사도현은 남자의 말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렸다.“형, 이게 정말 형 입에서 나온 말이야?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그럼 그게 완전 ‘호구’랑 뭐가 달라? 그렇게 냉정하고 도도하던 형이 어쩌다... 이제는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한다고? 이건 형답지 않아...”사도현은 여자를 쫓아다니긴 하지만 성도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여자에게 돈을 쓰고 달콤한 말을 하긴 해도 어떤 여자도 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그의 사고를 지배할 수 없었다.어떤 여자가 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순간, 그는 단호하게 다른 여자를 찾았다.배경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의 원칙이 걸린 문제라면 절대 양보하지 않았기에 오늘도 이렇게 끝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나도 오랜 시간 고민해서 얻은 결론이야.”성도윤이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사도현에게 연애 철학을 설파했다.“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과 일들을 만나게 되지. 그 중요도를 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어. 중요한 건, 네 마음속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아는 거야.”“네가 스스로의 자아를 지키는 것이 그 여자와의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면, 그 여자를 포기하면 되는 거고.”그는 부드러운 어조로 덧붙였다.“네가 여자를 유혹하는 데 능숙한 건 알지만 결국 진정성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야. 나는 아내의 말을 듣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혹시 네가 그렇게 못하는 건, 단순히 네가 상대방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성도윤은 날카롭게 바라보며 정확한 지적을 했다.“나는...”사도현은 그런 게 아니라고 바로 반박하려 했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뱉으려 하자 말문이 막혔다.그는 다른 사람을 속일 수도 있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속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성도윤만큼은 속일 수 없었다.성도윤은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자신의 마음속 가장 솔직한 감정을 그가 단번에 꿰뚫어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형은 내가 좀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4화

    “내가 왜 경윤이한테 뭐라고 해야 하죠?”차설아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사도현에게 물었다.“만약 내가 도현 씨라면 이 일이 윤설과 관련이 있든 없든, 나는 단번에 배경윤을 위해 나섰을 거예요. 좋아하는 여자가 이렇게 큰 모욕을 당했는데 괴롭힌 사람을 찾아서 따지기는커녕 내 여자에게 참으라고 한다면, 그건 도현 씨가 그 여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겠죠.”“지금 이간질하려는 건 아니지? 사람마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무턱대고 화를 내고 일이 커지면 더 큰 소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그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사도현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떠받들던 차설아가 자기편을 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배경윤과의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아직도 이해를 못 하시네요.”차설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 일에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도현 씨의 태도예요. 그런 태도라면 어떤 여자라도 상처받을 수밖에 없어요.”“그게 아니라...”사도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좋아하는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설아야, 역시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너뿐이구나!]배경윤은 타자한 후, 서러운 마음에 바로 차설아를 껴안았다.[이런 마음은 여자만이 이해할 수 있어! 도현 씨는 그저 내가 징징거린다고만 생각하겠지!]“도현 씨, 3일 안에 경윤이한테 사과할 기회를 줄게요. 하지만 어떻게 사과할지는 도현 씨가 알아서 해야 해요. 경윤아, 우리 오늘 같이 자자. 할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아!”차설아의 말에 배경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팔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아래층에서는 두 남자가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있었다.성도윤은 왜 남의 커플 문제에 자신이 이렇게 끼어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반대로 사도현은 왜 이해심 많던 차설아가 갑자기 이렇게 고집불통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형, 우리 커플 일에 형수가 너무 과하게 간섭하는 거 아니야? 원래 하루이틀이면 해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3화

    “그때는 그때고, 사람은 성장하는 법이잖아.”샤워를 마친 차설아가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2층에서 사도현과 배경윤이 성도윤을 둘러싸고 다투는 소리를 듣고 성도윤 대신에 반박하며 나선 것이다.세 사람은 고개를 들어 목욕 가운을 입고 나온 차설아를 보고 급하게 다가갔다.“설아야, 너 혼자 내려왔어? 움직이지 마, 잠깐만.”성도윤이 제일 먼저 달려가 아기를 돌보듯 세심하게 챙기며 말했다.배경윤과 사도현도 마치 공주를 대하듯 신중하게 행동했다.[괜찮아? 기분 나쁘거나 불편한 거 없어?]성도윤이 차설아를 거실 소파에 앉히자 배경윤이 그녀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난 괜찮아. 기분도 나쁘지 않고 아픈 곳도 없어. 내가 전에 겪은 일에 비하면 몇 명 애들이 장난친 정도인데 뭐가 대수겠어.”차설아가 배경윤의 손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안심시키려 했다.“경윤아, 네가 더 걱정이야. 기분 잡치게 하는 사람들을 마음속에 담아두지 마. 그러면 오히려 너 자신이 힘들어져. 그냥 흘려보내. 신경 쓸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배경윤은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맞아, 맞아. 어떤 사람은 정말 마음에 두지 않더라고. 그 사람 때문에 화내는 내가 진짜 등신이지.]그녀는 당연히 차설아가 말한 ‘기분을 잡치는 사람’이 사도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도현은 오히려 차설아가 배경윤에게 작은 일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더 관대해지라고 충고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들었어? 역시 형수가 마음이 넓어. 미친개한테 물렸다고 너도 같이 물려고?”사도현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사도현은 배경윤이 절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집 센 여자인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차설아의 말만큼은 예외라는 걸 알고 있었다.차설아는 배경윤의 정신적 지주이자 인간적 우상이었기 그녀의 말이면 배경윤은 무엇이든 믿었다.[도현 씨가 그 미친개라는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배경윤이 분노를 담아 타자기를 두드리며, 마치 사도현을 죽일 듯 차가운 눈빛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2화

    사도현은 배경윤이 적은 글을 보고 낮게 한숨을 쉬었다.“윤설 씨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면 더 큰 사이버 폭력이 일어날 수도 있어. 난 그냥 소란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연예인 본인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어.”[흠, 당연히 연예인 본인까지 끌어들이지 않길 바랄 거야. 그 사람들 도현 씨 팬들이잖아. 게다가 윤설 씨까지 얽혀서 그 여자가 곤란해질까 봐 그런 거지?]배경윤은 그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는 모습을 처음 봤다. 윤설이 첫 번째이자 아마 유일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를 더 용서할 수 없었다.‘이런 바람둥이!’“조금만 머리 쓰면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알 텐데.”사도현은 배경윤의 ‘모함’을 듣고 이 오명을 씻을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차갑게 말했다.“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나는 이 사건에 연예인 본인을 끌어들이는 걸 절대로 허용하지 않아.”그도 어쨌든 윈스 엔터테인먼트의 CEO였고 연예계의 돌아가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때로는 하나의 루머가 칼날처럼 되어 사람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을 수 있다.연예계에서 온라인 폭력에 의해 처참하게 망가진 스타들이 많았고 배경윤과 차설아 같은 일반인은 그 악플의 고통을 더 견디기 힘들 것이다.[헐, 이제 나를 협박하겠다는 거야? 도현 씨가 그렇게 말할수록 난 더 윤설을 찾아갈 거야. 날 어떻게 할 건데?]배경윤은 분노를 담아 빠르게 타자를 했다. 소리 없이 치는 타자 소리만으로도 그녀의 분노가 느껴졌다.성도윤은 그들 옆에서 분위기를 살피며 처음으로 연애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고 피곤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이 두 사람은 분명 서로에게 감정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상처가 되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망쳐가고 있었다.‘내가 보기엔 차설아와 내 관계가 훨씬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 같아. 내가 정말 운이 좋아.’차설아를 떠올리며 성도윤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지금 2층으로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1화

    “오늘 소란을 일으킨 사람 중에 내 팬도 있었던 거 확실해?”사도현은 사실 명성과 노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배경윤 때문이 아니라면 절대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어색한 연애 프로그램 같은 것도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이렇게 많은 팬을 얻게 된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조용한 성격이라 팬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팬들이... 오물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충격을 받았다.“믿을 수 없지?”배경윤이 오늘 자신과 차설아가 괴롭힘을 당한 영상 파일을 사도현에게 보여주었다.“봐봐, 그 팬이라는 여자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도현 씨가 잘생기고, 부유하고, 성격도 좋고, 완벽한 남자라며 윤설과 천생연분이라고 하더라. 도현 씨가 윤설의 왕자인데 내가 그 악녀가 되어 두 사람의 관계를 망쳤다고 하면서, 심지어 설아까지 모욕했어.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뭐, 우리 설아까지 욕했다고?”옆에서 무표정하게 싸움을 구경하던 성도윤은 배경윤의 말을 듣고 나서 차설아에게 더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그는 사도현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빼앗 분노에 차서 영상을 확인한 뒤 싸늘하게 말했다.“이 사람들, 이런 짓을 할 용기가 있다면 그 자만과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어떻게 할 건데?”배경윤이 성도윤에게 물었다. 이전과 달리 이제는 거부하는 태도가 없었다.“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이 사람들 다 찾아낸 뒤, 두 사람 앞에서 머리 조아려 사과하게 해야지.”성도윤이 이를 갈며 한 글자씩 뱉어냈다.이 말은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추궁할 수 있는 말이었다.“그나마 다행이네...”배경윤이 사도현을 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저것 봐, 사랑하는 여자가 괴롭힘을 당했으면 정상적인 반응은 저런 건데, 도현 씨는... 아니지. 도현 씨한테는 사랑하는 여자가 괴롭힘을 당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의 팬이 그냥 길 가던 사람을 괴롭힌 정도잖아. 이제야 왜 이렇게 무관심한지 알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0화

    [무슨 소리야, 그건 옛날얘기지. 지금은 완전히 아니라고! 나도 한때 도현 씨를 내 ‘남신’이라고 했었잖아? 그런데 그 결과가 어땠어?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형편없더라!]배경윤이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두 사람, 완전 끼리끼리야. 나랑 설아는 이제 두 사람이랑 거리를 둬야 해. 안 그러면 우리도 불행해질 거야. 봐, 오늘 내가 이렇게 재수 없는 일을 겪은 것도 다 네 탓이야.]“아니, 이게 왜 또 내 탓이야?”사도현은 어이없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그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죄인처럼 배경윤의 분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당연히 도현 씨 탓이지! 오늘 나랑 설아에게 똥물을 뿌린 사람들이 누구인 줄 알아?]배경윤이 팔짱을 끼고 사도현을 노려봤다.“누군데?”사도현이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아무리 세상이 험악해졌다고 해도 앞을 못 보는 여자랑 말을 못 하는 여자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할 정도면 정말 제정신 아닌 인간들 아니야?’[한쪽은 도현 씨 팬들이고, 다른 한쪽은 윤설의 광적인 팬들이야.]“뭐?”사도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내가 도현 씨를 알지 않았으면 윤설이랑 엮일 일도 없었을 거고, 그 여자의 팬들에게 이런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당신 팬들도 마찬가지야. 윤설 팬들이랑 다를 게 뭐야? 둘 다 극성맞고 정신 나간 사람들뿐이야. 그러니까 이 모든 게 도현 씨 탓이라고!]배경윤은 흥분해서 글을 계속해서 쳐냈다. 사도현은 그녀가 쓴 긴 글을 읽고 머리가 핑 돌 지경이었다. 글에는 온통 그에 대한 비난이 가득했다.사도현은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근데 말이야, 팬들이 한 행동을 내가 어떻게 책임져? 사람마다 다 성격이 다르고 수천, 수만 명의 팬을 내가 어떻게 다 통제해?”[핑계 대지 마!]배경윤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팬들의 행동은 결국 본인이 책임지는 거야. 팬덤 문화 몰라? ‘팬들의 행동은 본인이 책임진다.’ 이게 기본 원칙이야! 팬들이 왜 그렇게 극성인지 알아? 그건 본인이

  • 선 이혼, 후 집착   제1549화

    성도윤은 묵묵히 참다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배경윤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너는 아무것도 몰라. 나랑 차설아의 관계는 너 같은 외부인이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리는 지금 행복해. 네가 보기 불편하면 그냥 나가면 되잖아.”“...”배경윤이 성도윤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손목이 붙잡히자 이번엔 발을 들어 그를 걷어차려 했다.성도윤은 체격이 크고 힘도 센 편이었지만 배경윤의 저돌적인 공격에 살짝 밀리는 기분이 들어 결국 긴 팔을 뻗어 그녀의 목을 단단히 옭아맸다.“형, 지금 뭐 하는 거야?”바로 그 순간, 사도현이 들어와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상황이라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성도윤과 배경윤도 순간 굳어버렸다.“오해하지 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성도윤이 가볍게 헛기침하며 배경윤을 놓아주었고 배경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도윤의 발을 힘껏 밟았다.“너 진짜 끝까지 이럴 거야?!”성도윤은 발끝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이를 악물었지만 차설아를 떠올리며 꾹 참았다.차설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했는데 그녀의 절친인 배경윤까지 보니 정말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그리고 슬쩍 사도현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너, 보험 많이 들어둬.”“무슨 뜻이야?”사도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뜻이긴? 저 호랑이 같은 여자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고.”성도윤이 배경윤에게 얻어맞은 부위를 문지르며 투덜댔다.그러자 사도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지, 우리 경윤이는 원래 이렇게 폭력적인 애가 아니야. 분명 형이 선을 넘었으니까 그런 거겠지.”그는 중요한 순간에 배경윤 편을 들기로 했다.사실 예전에는 서로 의견이 다를 때마다 배경윤과 말다툼이 잦았다.배경윤은 성도윤을 두고 철저히 쓰레기라고 욕했고 사도현은 차설아가 너무 까다롭다고 반박하며 두 사람은 끝없는 논쟁을 벌이곤 했다.하지만 이

  • 선 이혼, 후 집착   제1548화

    “그만 좀 해요, 너무 닭살 돋아요.”차설아는 예전 같았으면 이런 사랑 고백을 들으면 쑥스러웠지만, 이제는 쑥스럽기보다 오히려 닭살이 돋아 참을 수가 없었다.처음엔 성도윤이 차갑고 말수가 적은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전부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꾸민 모습이었고 실제로는 입만 열면 온갖 달콤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었다.성도윤이 손으로 물 온도를 확인한 뒤 말했다.“물 받아놨어. 들어가서 몸 좀 풀고 와.”“좋긴 한데... 좀 나가주겠어요?”차설아가 고개를 푹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건 안 되지. 당신이 미끄러지거나 수건이 필요하거나 옷을 입어야 할 때 누가 도와줘?”“괜찮아요,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잠깐만 나가 있어 줘요. 도윤 씨가 여기 있으면 부담스러워서 못 하겠어요.”차설아는 아직 성도윤과 그렇게까지 오픈된 관계는 아니었다.게다가 자신만 벗고 그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니. 상상만 해도 얼굴이 뜨거워졌다.“알겠어. 그럼 욕조까지만 데려 줄게. 다 끝나면 전화해.”성도윤이 한발 물러나며 휴대폰을 욕조 옆 선반에 올려놨다.“여기 핸드폰 놔뒀어. 손만 뻗으면 닿을 거야.”“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제 제발 가요!”차설아가 손을 휘저으며 성도윤을 재촉했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 차설아는 그가 정말 나갔다고 확신하고서야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차설아는 원래 몸매가 좋은 편이었다.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졌고 피부는 우유처럼 부드럽고 하얬다. 실루엣만 봐도 누구든 넋을 놓을 정도였다.그런데, 옷을 벗다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거칠고 낮은 숨소리가 문가에서 들려오자 차설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도윤 씨, 변태예요?!”“들켰네.”성도윤의 목소리가 낮고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그는 아쉬운 듯 차설아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불만 지르고... 알겠어, 나 간다.”그는 투덜거리며 재빨리 문을 닫고 나갔다.더 있다가는 차설아가 진짜로 그를 때려눕힐지도 몰랐다.성도윤은 자

  • 선 이혼, 후 집착   제1547화

    “와, 대박! 이런 주제에 감히 남자를 뺏으려고 했다고?”그 여자들은 비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차설아와 배경윤을 마구 찍어댔다. 조롱과 비아냥이 섞인 웃음소리가 이어졌다.“으...”배경윤은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한편으로는 차설아를 보호해야 했고 동시에 그 여자들과 맞서야 해서 허둥지둥했다.“꺼져!”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성도윤이 험상꿎은 얼굴로 난동을 부리던 여자 하나를 단숨에 잡아채 거침없이 밀쳐버렸다. “설아야!”그는 온몸에 더러운 물을 뒤집어쓴 채 힘없이 서 있는 차설아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주저 없이 배경윤을 밀어내고 차설아를 와락 끌어안았다.“도윤 씨?”차설아가 손을 더듬어 그의 손을 잡았다가 순간 움찔하며 한 발짝 물러났다.“가까이 오지 마요. 나 더러워요.”“상관없어.”성도윤은 단호하게 대답하며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아 두 손을 꼭 쥐고는 후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너무 늦게 왔지. 혼자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그 모습을 본 여자들은 겁에 질려 황급히 도망쳤다.하지만 이 장면은 누군가에 의해 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퍼졌고 각종 편집과 조롱으로 도배되었다.온라인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세상에 공평한 법은 있구나. 이게 바로 업보지!][아무리 그래도 팬들이 너무 폭력적이야.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그리고 바로 이 영상을 통해 차설아가 실명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한편, 성진의 차 안.성진은 무료한 듯 핸드폰을 스크롤내리며 영상을 보고 있었다.최근 권력 싸움에서 그는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허전했다. 승리를 코앞에 두고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그러다 우연히 영상 속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선글라스를 낀 채,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쓰고 초라하게 서 있는 차설아.그 순간, 그의 심장이 조여들었다.“설아의 눈이...”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졌다.그가 가지고 있는 이 눈은 바로 차설아가 준 것이었다.여러 감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