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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차설아는 성도윤과 일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소탈하게 떠났다.

민이 이모의 약은 정말 효과가 대단했다.

성도윤은 겨우 한 그릇만 마셨는데 효과가 아주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음날 깨어나 보니 상처가 덜 아팠고 정신이 아주 좋아졌다.

“도윤 씨, 물 좀 마셔.”

서은아는 성도윤에게 물 한 잔 따라주며 물컵 위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보며 조심스럽게 떠보기 시작했다.

“도윤 씨가 그날에 퇴원하면 바로 나랑 결혼하겠다는 게 사실이야?”

성도윤은 잔을 잡고 벽에서 전해지는 열기를 느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당연하지.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해?”

“며칠 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 불안해서 그러지 뭐.”

서은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며 미래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그날만을 기다려왔어. 우리 결혼식 장소는 아마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왜? 내 기억 속에는 네가 꿈꾸던 결혼식 장소는 따이띠라고 했어.”

성도윤이 왜 이토록 따이띠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의 자잘한 기억 속에서 서은아는 따이띠에서 로맨틱한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 같았다.

사실 이 기억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

다만 여자 주인공이 서은아가 아닌 차설아였을 뿐이었다.

그동안 성도윤은 차설아가 말한 그 말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계획적으로 실현하고 싶었다.

“아이고. 사람은 변하는 거잖아. 예전에는 따이띠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파리가 더 좋아. 파리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건 어때?”

서은아는 바닷가 결혼식을 원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굳이 바닷가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고집하는 성도연을 보니 기필코 그의 기억에 뭔가 착오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서은아는 그의 기억을 다시 바로잡아야 했다. 천천히 남의 기억은 지워버리고 자기 기억을 집어넣어야 했다.

“말 좀 해봐 봐. 고대 성루 같은 곳에서 결혼식을 한다면 얼마나 로맨틱하겠어. 나도 공주처럼 분장하고 오랫동안 사랑했던 왕자님과 결혼하고 싶어...”서은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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