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귀인이다. 현재 임아린 부녀가 곤경에 처한 만큼 도움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이번에 그가 찾아온 목적은 다름 아니라 이 틈을 타서 임아린에게 아첨하여 그녀의 환심을 사는 것이었다.게다가 그는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했다. 방금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임아린을 도와 곤경에서 벗어나 주게 했으니 과거의 안 좋았던 이미지가 쇄신되는 건 물론 임아린도 박기태를 다시 보게 되었다.“저희를 도와줄 건가요?”깜짝 놀란 임정휘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박 씨 가문은 강성시 4대 가문 중 하나로서 세력은 물론 저력까지 아주 탄탄했다. 만약 박기태와 박 씨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부녀가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거나 가문 전체를 수중에 넣는 데 훨씬 쉬워진다.“네! 아저씨,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게요.”박기태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진짜요? 정말 다행이에요. 박기태 씨가 나랑 아린을 도와 임 씨 가문에 다시 발을 들이게 할 수만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임정휘는 기쁜 마음에 큰소리로 웃었다.사실 그는 박기태가 임아린에게 잘 보이기 위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만약 예전이라면 박기태처럼 소문이 파다한 바람둥이는 안중에도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우선 이 지경까지 몰락한 부녀는 든든한 뒷배와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고, 또한 겸손하고 예의 바른 박기태가 이영걸보다는 몇백 배 나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기태는 성의까지 갖췄고, 적어도 이영걸처럼 막무가내로 횡포를 부리면서 비열한 수법까지 동원해 사람을 납치하지는 않았다.다시 말해서 박기태는 바람둥이라는 타이틀만 빼고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물론 제일 중요한 점은 박기태가 그의 딸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만약 임아린이 박기태와 함께한다면 앞으로 임아린을 잘 대해줄 게 뻔했다.딸아이의 행복과 가문의 권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임정휘는 저도 모르게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박기태를 보면 볼수록
“어쨌거나 지금 찾아가서 확실하게 물어볼게요. 혹시 아직 설득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임아린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뒤돌아서 성큼성큼 걸어갔다.“안 돼, 가지 마! 진명은 이미 떠난 사람이야. 인생을 살아가면서 앞을 바라봐야지, 현재로서는 박기태가 최선의 선택이야.”임정휘는 휠체어를 돌리면서 다급히 임아린을 가로막았다.사실 그가 임아린을 만류한 이유는 진명과 서윤정의 약혼 사실을 제외하고도 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박기태가 있었기 때문이다.비록 진명도 능력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력이 없는 고아에 불과할 뿐, 진명이 임아린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들 그가 가문으로 복귀하는 데 큰 도움은 안 되었다.하지만 박기태는 달랐다. 만약 임아린이 박기태의 마음을 받아준다면 박 씨 가문의 저력으로 자신을 도와 임 씨 가문의 실권을 되찾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아빠는 예전에 가족의 이익을 지키려고 저랑 진명 사이에 억지로 개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잖아요. 결국 전 진명한테 몇 번이고 상처를 줬는데, 지금도 자기 이익을 위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겠다는 건가요?”임정휘의 의도를 한눈에 간파한 임아린이 싸늘하게 말했다.당시 그녀는 너무 어리석은 나머지 아버지의 영향을 쉽게 받았고, 따라서 진명에게 누명을 씌우고 상처 주는 일을 되풀이했다.하지만 진명이 그녀에게 모든 걸 바친 지금 임아린도 드디어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임정휘가 아무리 훼방을 놓아도 그녀의 마음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너...!”임정휘의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딱히 반박하지는 못했다.그는 임아린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만약 그가 중간에서 방해만 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임아린과 진명이 헤어지는 일도 없었다. 더군다나 상황이 이 지경까지 악화하지 않았다.이 모든 건 그의 잘못이었다. 임아린과 자신을 해친 건 다름 아닌 그였다.“아저씨, 됐어요. 아린이가 진명을 찾아가고 싶다면 보내주세요. 나중에 현실을 깨닫고 나면 분명 마음이 바뀔 거예요.”
그의 가장 큰 라이벌은 바로 진명이다. 따라서 진명과 임아린이 다시 만나지 못하는 한 빈틈을 공략하여 임아린의 마음을 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를 떠올리자 그는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서씨 가문의 저택.방 안에 있는 진명은 한쪽 팔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임씨 가문 저택에서 이미 잠룡단 한 알을 먹은 탓에 기력이 제일 약할 때인지라 온몸에 힘이 별로 없었다.서윤정은 한창 침대 옆에서 진명을 살뜰히 케어해 주고 있었다. 서윤정은 기운을 회복하는 보신탕을 손에 든 채 진명에게 먹여주면서 어여쁜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사람은 모름지기 경사스러운 일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애타게 진명을 기다린 만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드디어 소원을 이룬 그녀는 진명과 함께하게 되었다.따라서 그녀가 속으로 얼마나 기뻐할지는 가히 짐작이 갔다.임씨 가문 저택에서 돌아온 이후로 그녀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싱글벙글 웃었다.이때,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밖에서 경호원이 재빨리 걸어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서윤정 씨. 밖에 임아린이라고 하는 여자가 찾아 왔는데 진명 씨를 만나고 싶다고 하네요.”경호원이 말했다.“임아린이 여긴 왜 왔대요?”서윤정은 깜짝 놀랐고, 얼굴에 웃음기가 금세 사라졌다.“그건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경호원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돌려보내요. 진명이 몸이 안 좋으니 만날 시간이 없다고 전해줘요.”서윤정이 쌀쌀맞게 말했다.비록 임아린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임아린이 이 시점에서 진명을 찾아 왔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네.”그녀의 말에 경호원이 뒤돌아서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입을 연 진명 때문에 걸음을 멈추었다.“잠깐만! 윤정 씨, 어찌 됐든 손님인데 한번 만나 봅시다.”진명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두 손으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진명아, 임아린이 너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벌써 잊었어? 끝도 없이
“괜찮아, 조금 다쳤을 뿐이야.”진명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비록 임아린과 그다지 좋게 헤어진 건 아니지만 한희정 그리고 하소정과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라 두 여자를 늘 좋은 친구로 여겼다.자신을 걱정하는 한희정과 하소정 때문에 그는 괜스레 마음이 뭉클했다.“진명아, 미안해. 나만 아니면 네가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임아린이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니야. 다 내가 원해서 그랬던 건데, 뭐.”진명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사랑이란 원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늘 베푸는 것이다. 그가 임아린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이유도 자신이 좋아서 그랬을 뿐, 남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래서 무슨 이유로 날 찾아 왔어?”진명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그동안 임아린을 다정하게 부르던 호칭마저 바꿨다.이제 임아린을 향한 마음을 접고 서윤정과의 약혼을 앞둔 이상 그녀와 선을 긋고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자신을 부르는 진명의 생소한 호칭을 듣자 임아린은 가슴이 미어졌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명에게 몇 번이고 상처만 주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지경까지 전락할 일은 없었을 텐데!“진명아, 다 내 탓이야. 전에 헤어지자고 했던 일이든 우리 집에 있었던 일이든 결국 내가 널 오해했기 때문이야. 너한테 사과하려고 일부러 찾아 왔어. 혹시... 날 용서해줄 수 있어?”임아린은 입술을 꼭 깨물며 진명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진명은 이내 알아차렸다. 어쩌면 임아린이 이제 와서 사건의 진상을 알아냈을 수도 있고, 또는 마침내 모든 걸 깨닫고 그를 믿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갔는데 용서하고 안 하고가 어디 있어? 내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진명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씁쓸하면서도 뿌듯하기도 했다.당시 임 씨 가문에서 쫓겨난 순간부터 그는 꾸준히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애
이 순간 흔들리는 마음은 도무지 진정이 안 되었다. 굳건했던 신념 또한 저도 모르게 약간 동요했다.“진명아, 대답하면 안 돼.”서윤정은 창백한 얼굴로 진명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그녀는 임아린에 대한 진명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라 진명이 벌써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진명은 그녀를 떠나 임아린의 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가슴이 미어져 기분이 점점 바닥을 쳤다.속상해하는 서윤정의 표정을 본 진명은 마치 찬물을 머리에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만약 예전 같았으면 그는 아마 임아린의 재결합 제안을 받아들였을 테지만, 서윤정과 약혼하기로 약속한 지금, 심지어 방금 서윤정에게 맹세까지 했으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만약 이 시점에서 파혼한다면 서윤정에게 큰 상처를 줄 게 뻔했다.자기가 원하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면 안 되는 법이다.그는 당시 임아린과 헤어지면서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그대로 타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뼈아픈 경험이었다.본인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차마 서윤정도 느끼게 상처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게다가 임아린의 거듭된 불신과 그동안 받은 상처 때문에 그는 이미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반면 서윤정은 그가 가장 외로웠던 시기에 줄곧 곁에서 자신을 위해 묵묵히 많은 것을 희생했다.만약 서윤정을 버리고 임아린과 재결합을 한다면 그는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을 것이다.한참이 지나서야 내내 침묵을 지키던 진명이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미안하지만 난 너랑 다시 만날 수 없어.”진명은 고개를 저으며 임아린의 재결합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마치 시한폭탄 같은 그의 대답에 임아린과 서윤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특히 서윤정은 진명이 임아린과 다시 만날 거로 확신했으나 그가 자신을 위해 임아린을 거절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지금 이 순간, 감격과 기쁨으로 가득한 그녀의 마음은 가히 짐작이 갔다.“그래, 다행이야! 진명아, 난 널 정말 사랑해!”서윤정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감격
깜짝 놀란 진명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명 씨는 당연히 모르겠죠. 지난번에 언니가 진명 씨와 다시 만나려고 명정 그룹에 찾아갔는데 그만 서윤정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진명 씨가 이미 서윤정과 사귀는 줄 착각했어요.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바로 서윤정이에요. 만약 그녀가 중간에서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언니도 서윤정의 영향을 받아 진명 씨에게 거듭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을 텐데...”하소정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해주었다.이에 진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윤정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윤정 씨, 소정이 말한 게 사실이에요?”“난...”서윤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내 입맛 벙긋했을 뿐, 말문이 턱 막혔다.어찌 됐든 그녀가 저지른 일인 지라 하소정이 딱히 거짓말을 한 게 아니기에 그녀도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죠?”진명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서윤정의 반응을 통해 그는 하소정의 말이 사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진명아, 미안해. 일부러 속이려고 한 건 아닌데... 단지 네가 너무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야.”서윤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급한 나머지 당장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았다.“하...”진명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저도 모르게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자신을 향한 서윤정의 마음은 잘 알고 있는지라 자신과 사귀려고 떳떳하지 못한 속임수를 쓰더라도 나름 이해가 갔다.따지고 보면 결국은 임아린의 불신 때문에 비롯된 일이니 임아린이 그를 믿었다면 서윤정의 그런 어설픈 꼼수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적어도 한 번쯤은 해명할 기회를 줘야 했지만, 임아린은 딱히 그러지 않았다.“진명아, 난 정말 너 없이는 못살아...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서윤정은 진명의 손을 꼭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진명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로 인해 자칫 진명이 떠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됐어요.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사람이라면 실
이제 그의 마음은 상처투성이는 물론 이미 지칠 대로 지쳤기에 임아린을 완전히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따라서 어찌 임아린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너 정말 나한테 이렇게 매정하게 대할 거야?”임아린은 입술을 꼭 깨물고 상처받은 얼굴로 진명을 바라보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매정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인연이 여기까지가 끝이야. 네가 원한다면 앞으로도 친구로 지낼 수 있지만, 연인 사이가 되기는 글렀어.”진명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래, 네가 한 말이니까 후회하지마.”임아린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진명의 매정함과 쌀쌀맞음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용기가 나지 않아 비틀거리며 자리를 떴다.다만 그녀가 뒤돌아서는 순간, 두 줄기의 영롱한 눈물이 뺨을 타고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이 나쁜 놈아!”화가 머리끝까지 난 하소정은 진명을 힘껏 째려보더니 서둘러 임아린이 떠난 방향을 따라 쫓아갔다.“진명 씨가 어디 한번 알아서 해봐요.”한희정은 착잡한 얼굴로 진명을 바라보더니 하소정과 함께 임아린의 뒤를 쫓았다.멀어져가는 세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명은 괴로운 나머지 눈을 질끈 감았다.비록 임아린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데 다시 만나자는 그녀의 제안을 직접 거절했으니 마음이 아픈 건 매한가지였다.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게 바로 인생이다. 서윤정과 이미 약혼하기로 한 이상 서윤정을 실망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면 안 되었다.이는 남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진명아, 괜찮아?”진명의 씁쓸함을 느낀 서윤정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괜찮아요, 돌아가요.”진명은 심호흡하면서 임아린을 향한 감정을 애써 억누른 채 서윤정에게 쉬고 싶으니까 방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이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고급 승용차 두 대가 멀리서부터 다가와 그들 앞에 멈춰 섰다.곧이어 차 문이 열리고 남 왕 김진성과 김이설 부녀가 부하 몇 명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진성 아저씨,
원래 이태준의 실력은 그와 비슷했고, 둘 다 반보 전왕 지경이라서 서로에게 딱히 위협이 안됐다.하지만 이제 이태준은 그를 훨씬 능가했기에 앞으로 이태준과 계속 맞서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따라서 그는 강한 위기감을 느꼈지만 뾰족한 수가 따로 없었다.“아마도 운이 좋았나 보죠.”진명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무언가를 어렴풋이 깨달은 듯싶었다.당시 임 씨 가문 저택에 있을 때 그는 이미 이태준이 손쉽게 무학병목을 돌파할 거로 예상한 바가 있었다. 이는 정우를 납치한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컸는데, 아니면 이태준이 고작 진원단 세 개 때문에 정 씨 가문이라는 강적을 만드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이제 와서 지난날을 돌이켜보자 그는 문득 깨달은 점이 있었다. 아마도 이태준은 이 진원단 세 개를 이용하여 우연히 왕의 경지에 도달했을 것이다.물론 요점은 이게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가 진원단을 만든 사람으로서 그 누구보다 진원단의 약효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태준마저 진원단을 통해 전왕경의 초강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자신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이에 진명은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이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김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진성 아저씨도 전왕경에 도달하고 싶으신가요?”“당연하죠. 평생 꿈꿔온 일입니다.”김진성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전왕경은 모든 무사가 꿈속에서도 바라는 경지이다. 물론 김진성도 예외는 아니었고, 여태껏 가장 큰 소원이 바로 전왕경에 도달하는 것이다.다만 아쉽게도 전왕경에 도달하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수년간의 고된 수행 없이 전왕경에 발을 들이는 건 헛된 꿈과 마찬가지였다.“저한테 진성 아저씨를 전왕경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 있거든요!”진명이 진지하게 말했다.이태준은 어디까지나 그의 적이다. 따라서 이태준이 승승장구하는 꼴을 마냥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만약 이태준의 방법을 똑같이 따라 해서 김진성을 전왕경에 이른 강자로 만들
“지영 씨, 저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요...”임아린이 침대 옆으로 다가와 진심으로 맹지영에게 감사를 표했다. 천면성 분신의 손에서 자신을 구해준 맹지영에게 목숨을 빚진 셈이었다.이것이 바로 그녀가 혼자서 방 안에 남은 주된 이유였다.“아린 씨, 정말로 나에게 감사하다면, 제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나요...”맹지영은 입술을 깨물며, 마치 어떤 결심을 내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어떤 부탁인가요?”임아린은 무언가를 어렴풋이 눈치채며 물었다.“저도 진 대표님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요. 앞으로 아린 씨와 진 대표님과 함께하고 싶어요...”맹지영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이전에 그녀는 임아린과 서윤정 두 여자와 진명을 두고 경쟁하려고 했었다.하지만 이번 생사를 넘기면서 그녀는 생각이 달라졌다.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면 차라리 진명의 곁에 머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이것도 나름대로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었다.“그건...”임아린은 난처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다른 여자와 함께 진명을 공유하는 것은 원치 않았지만, 맹지영은 자신에게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맹지영의 부탁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지영 씨, 이 일은 잘 생각해 보셔야 해요. 진명이가 이 일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임아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상관없어요! 진 대표님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윤정 씨처럼 저도 그냥 기다릴게요. 진명 씨가 제 부탁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리면 돼요! 어쨌든, 아린 씨만 동의해 주면 돼요.”맹지영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이건... 알겠어요.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반대하지 않을게요.”맹지영의 결심이 확고한 것을 보고, 임아린은 어쩔 수 없이 이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아린 언니, 고마워요...”임아린이 동의한 것을 듣고, 맹지영은 너무 기뻐하며 임아린을 와락 안아 버렸다. 맹지영의 얼굴에는 기쁨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임아린을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어!”“늙은이, 이제 모든 것이 끝났어. 죽어라!” “내 황천권을 받아라!”진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적 씨 가문 노인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고, 자신의 최강 필살기인 천계 공법인 황천권을 날렸다. 주먹에는 막을 수 없는 강력한 기세가 실렸고, 곧바로 적 씨 가문 노인을 향해 맹렬히 날아갔다. 그는 이 한 방으로 적 씨 가문 노인을 완전히 쓰러뜨려, 이 싸움을 빨리 끝내려고 했다.“안 돼!”황천권의 엄청난 위력을 느낀 적 씨 가문 노인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려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진명의 실력은 적 씨 가문 노인보다 훨씬 뛰어났고, 황천권은 최상급 천계 영기 기술로서 그 위력이 무시무시했다. 결국, 적 씨 가문 노인이 막 도망치려 할 때, 그의 몸은 황천권에 의해 관통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그의 죄악 가득한 생은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되었다.“이... 이게...”진명이 한 방에 성경에 도달한 적 씨 가문 노인을 소멸시킨 것을 본 사람들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누구도 진명이 성경에 도달한 후 이렇게까지 강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동급의 적 씨 가문 노인이 진명의 한 방을 막지 못하고 단숨에 목숨을 잃었다니, 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만약 이 광경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잘했어! 정말 대단하군… 역시 진 선생이야!”“진 선생, 정말 강하시군요!”충격에서 깨어난 공 씨 어르신과 강 씨 어르신 등은 기쁨에 가득 차 소리쳤다! 비록 그들이 진명이 어떻게 적 씨 가문 노인을 쓰러뜨렸는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았다. 방금까지는 그들의 패배가 기정사실처럼 보였고, 모두가 거의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 진명이 기적처럼 마지막 순간에 적 씨 가문 노인을 처치하며 그들의 패배를 뒤집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었
“드디어 내 수위가 돌파됐구나!”“좋아, 이제 늙은이, 이제 내 차례야!”진명은 두 눈을 번쩍 뜨며 날카로운 살기를 띤 눈빛을 적 씨 가문 노인에게 날렸다. 그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처럼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이 녀석,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군!” “네가 운 좋게 수위를 돌파해 성경에 도달했다고 해서 어쩌겠느냐?”“네 수위가 방금 돌파된 만큼 아직 경지가 굳어지지 않았겠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다!”“어쨌든, 넌 내 손에 죽게 되어있어! 죽어라!”적 씨 가문 노인은 코웃음을 치며 진명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말할 기분이 아니었고, 손바닥을 휘둘러 강력한 기세로 진명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진명이 경지를 굳히기 전에 그를 죽여버리려는 것이었다. “그래, 설령 수위를 돌파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적 씨 노인의 말을 듣고 적 씨 가문의 사람들은 한결 안심했다. 공 씨 어르신과 강 씨 어르신 등은 진명의 수위 돌파에 잠시 희망을 가졌으나, 적 씨 가문 노인의 말이 그들에게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깊은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적 씨 가문 노인이 말했듯, 진명의 수위가 방금 돌파된 만큼 아직 경지가 안정되지 않았다. 이는 절대 적 씨 가문 노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성경에 도달한 공 씨 어르신조차 적 씨 가문 노인에게 패배했는데, 진명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설령 진명이 성경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운명은 공 씨 어르신과 같을 것이며, 큰 반격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들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마음속에는 여전히 절망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의 절망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가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죽을 준비나 해!” 적 씨 가문 노인의 공격이 날아오자, 진명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소매를 휘둘렀다. 강력한 영기가 퍼져 나가면서 적 씨 가문 노인에게 엄청난 기세로 밀려들었다. 쾅! 진명의 공격과 적
“하하하……”“드디어 끝났군!”공 씨 어르신이 치명상을 입고 더 이상 저항할 수 없게 되자, 적 씨 가문 노인은 기뻐하며 하늘을 향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상대방에서 가장 강한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네 명 모두를 쓰러뜨렸으니, 남아 있는 진명이든, 강 씨 어르신과 소 씨 어르신이든, 그야말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개미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로써, 적 씨 가문 일족은 마침내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는 마음속 깊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인 최고……”“대인 최고……”“대인 최고……”…… 기쁜 것은 적 씨 가문 노인만이 아니었다. 적 씨 어르신과 나머지 적 씨 가문의 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뜨거운 환호성을 질렀다. “끝났군……”“이제 우리 모두 죽을 수밖에 없어……”적 씨 가문 노인과 적 씨 가문 무리의 반응과는 대조적으로, 강 씨 어르신과 소 씨 어르신 등은 절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하였다. 그들의 마음은 한순간 얼음장처럼 얼어붙고 말았다.비록 이 세 개의 세력은 많은 인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적 씨 어르신은 성경의 성급 강자였다. 이는 그들이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변이 없는 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었고, 누구도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 외에는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 이 생각이 들자, 그들의 얼굴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전례 없는 절망감이 그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물론, 절망하는 사람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네 명은 더욱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그들은 중부 무용팀의 수뇌부로서 무계의 질서와 안정을 책임지고, 악한 놈들을 제거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악인 명단 1위에 오른 천면성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후 천면성이 권력을 잡으면, 더 많은 학살과 악행이 발생할 것이고, 수많은 무인들과 백성들이 희생될 것이었다. 이 순간, 그들의 마음속에 밀려드는 절망
꿀꺽! 이 기회를 틈타, 진명은 곧바로 성령단을 꺼내 삼켰다. 원래 그는 백효해독제를 꺼내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네 명에게 나눠주어 해독하려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공 씨 어르신이 적 씨 가문 노인에 의해 큰 부상을 입게 되었고, 담 씨 어르신과 다른 두 명의 반성 경지 중부 무용팀 고수들도 중상을 입어 전투력을 잃은 상태였다. 설령 그가 해독을 해준다고 해도, 그들의 패배는 불가피했다.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무학의 병목이 풀린 이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렇게 그는 성령단을 통해 도법의 경계를 돌파하거나 수위를 대승경으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승산이 생길지도 모른다! “진 선생, 청산이 남아 있으면 장작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내가 천면성을 최대한 막을 테니, 자넨 빨리 도망가도록 해!” “도망간 뒤에 우리 중부 무용팀의 복수를 꼭 도모해 줘야 하네……꼭…” 이때 공 씨 어르신은 몸의 부상과 독을 억누르며 일어섰고, 죽음을 각오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상황이 이 정도까지 왔으니, 그들의 패배는 확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들 모두 적 씨 가문 노인에게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컸다.자신은 나이가 많으니, 무용팀을 위해 전사하는 것이 오히려 영광스러운 일이라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진명만은 죽어선 안 되었다. 진명은 아직 젊고, 이미 반성 경지에 도달한 상태로,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진명이 살아남아 성경에 도달할 수 있다면, 적 씨 가문 노인을 죽이고 그들에게 복수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을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공 씨 어르신, 잠시만 적 씨 가문 노인을 막아주세요…조…조금만…시간을 조금만 벌어주세요……” 진명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지체 없이 눈을 감고 도법의 병목을 돌파하고 성령단을 체내에
“죽고 싶어?”뒤에서 진명의 강력한 공격을 감지하고, 중성이 진명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본 적 씨 가문 노인은 크게 격노했다. 그는 곧바로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네 명을 추격하는 것을 포기하고, 강력한 위력을 담은 손바닥을 휘둘러 진명의 황천권을 향해 맞섰다. 퍽! 진명의 황천권과 적 씨 가문 노인의 공격이 세차게 충돌하자, 곧이어 적 씨 가문 노인의 공격은 압도적인 기세로 황천권을 무너뜨리고, 남은 기세가 진명에게로 몰아쳤다. “안 돼!”진명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는 급히 몸을 피하며 후퇴하려 했지만, 적 씨 가문 노인은 이미 성경에 도달한 강자로서 실력이 진명보다 훨씬 뛰어났다.진명은 아무리 피하고 후퇴해도 적 씨 가문 노인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그의 몸은 적 씨 가문 노인의 진기 잔여 힘에 의해 날아가 땅에 세게 떨어졌다. 퍽퍽! 땅에 떨어진 진명의 가슴에서 극심한 통증이 전해져왔다. 그는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피를 두 번이나 토했으며, 내상이 상당히 심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심경이라는 초강력 방어 보물이 있었기에, 적 씨 가문 노인의 공격이 그를 다치게 했을 뿐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이 녀석, 죽고 싶다면 내가 이루어 주마!”진명의 공격에 분노한 적 씨 가문 노인은 즉시 또 한 번 강력한 위력을 담은 손바닥을 휘둘러 진명에게 날렸다. 진명을 먼저 제거한 후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네 명을 처리하는 것이 더 늦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끝났어......”적 씨 가문 노인의 강력한 공격을 감지한 진명은 마음속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방금 적 씨 가문 노인에게 공격당해 부상을 입은 그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또한, 적 씨 가문 노인의 레벨이 너무 높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진명은 눈앞에서 다가오는 적 씨 가문 노인의 공격을 지켜보며 절망감에 휩싸였다. 후! 그때, 절망에 빠져 있던 진명은 자신의 도법 경지가 미세하게 풀리는 느낌
후! 장 씨 어르신과 소 씨 어르신이 무거운 마음을 가진 것과 달리, 진명은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과거 독수는 그의 손에 죽었고, 그때 독수를 상대하기 위해 그는 일부러 독수의 오독 연근산을 해독할 수 있는 해독 성약인 백효해독제를 제조했었다. 현재 그의 몸에는 아직도 백효해독제가 수십 개 남아 있었다. 비록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등 네 명이 오독 연근산에 중독되었지만, 그가 제때 백효해독제를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에게 건네 그들의 독을 풀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이 생각에 그는 지체하지 않고 중성과의 싸움을 멈추고, 몸을 날려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네 명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들에게 해독약을 빨리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진명, 도망치려는 거야?”“그렇게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느냐!” 중성은 진명이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보고 혼자 도망가려 한다고 착각했다. 그와 진명 사이의 원한을 생각하면, 그가 진명을 놓아줄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날려 진명을 가로막았고, 다시 한 번 그를 저지했다. 지금 적 씨 가문 노인은 이미 전세를 역전시키고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네 명을 연달아 밀어붙이며 위험에 빠뜨리고 있었다. 이로 인해 전세는 완전히 그들 편으로 기울어졌다! 그는 계속해서 진명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면, 적 씨 가문 노인이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네 명을 처리한 뒤, 진명을 상대해줄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러면 그들은 손쉽게 진명을 죽여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 생각에 그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뻐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승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웃음을 멈추기도 전에, 그를 충격에 빠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비켜라!”“내 황천권을 받아라!”진명은 격노했다. 중성은 계속 그를 방해하며 그를 화나게 했다. 그는 지금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네 명의 해
“공 노인, 이건 바로 너희 중부 무용팀이 나를 괴롭힌 결과야!”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봐주지 않겠어!” “너희 모두 죽어라!” 적 씨 가문 고수들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자 적 씨 가문 노인은 얼굴빛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는 이 전투를 빨리 끝내야만 적 씨 가문의 자손들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두 소매를 휘저으며 두 덩어리의 하얀 안개를 뿜어냈다. 그 안개는 순식간에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일행 넷을 향해 몰려가며 하늘을 뒤덮었다. 그 하얀 안개는 곧 수많은 가루로 변해 마치 천녀가 꽃을 흩뿌리듯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 넷을 순식간에 덮었다. “이건... 이건 뭐지?” “안 돼, 독이야!” 하얀 가루의 이상함을 느낀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은 크게 놀랐다. 그들은 즉시 숨을 멈추고 빠르게 몸을 뒤로 물리며 그 가루와 안개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그 가루와 안개는 모든 틈새를 파고들었고, 그들은 적 씨 가문 노인과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양을 흡입했다. “망했어. 이건 아마 독수의 오독 연근산인 것 같군...” 공 씨 어르신과 담 씨 어르신은 얼굴빛이 일순간 변했다. 독수는 악인 순위에서 여덟 명 중 하나로, 그의 유명한 독약인 오독 연근산은 매우 강력했다. 비록 그들은 독수와 그의 독약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중부 무용팀의 최고 인물들로서 악인 순위에 오른 여덟 명의 정보를 잘 알고 있었고, 오독 연근산의 특성도 알고 있었다. 적 씨 가문 노인이 뿌린 하얀 가루와 안개는 오독 연근산과 매우 비슷했다. 그들은 약간만 흡입했음에도 체내 진기가 즉시 억제되고 수련의 힘이 반 가까이 감소했다. “하하하...” 적 씨 가문 노인은 크게 웃었다.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여덟 악인 중 수장인 천면성으로, 보통 악인들은 그에게 충성을 바쳤다. 독수의 독약에 흥미를 느껴 그로부터
“고작 패배자 주제에 감히 날뛰다니!”“목숨이 아깝지 않구나!”진명은 경멸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중성은 전에 두 번이나 진명과 맞붙었으나, 매번 패배하고 도망을 쳤다.중성의 공격 따위는 진명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손가락을 뻗어 지계 중급 공법인 겁지법을 사용했다. 그의 손끝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와 중성의 공격을 향해 나아갔다.“퍽!”거센 충돌 소리와 함께 진명의 겁지법은 중성의 식혼천심수와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진명의 겁지법은 중성의 공격을 뚫지 못하고 오히려 중성의 공격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그뿐만 아니라, 잠룡단의 약효가 아직 완전히 발휘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성의 공격이 그의 겁지법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말았다. 남은 충격으로 인해 진명은 세 네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 겨우 몸을 가눌 수 있었다.“중성, 네가 불과 이틀 만에 수련을 돌파했을 줄이야!”“그래서 나한테 당당히 덤비는 거였군!”진명은 크게 놀랐고, 중성이 반성의 경지를 돌파한 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이것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방심한 탓에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이놈, 다시 한 번 받아라!”한 차례 진명을 물러나게 한 중성은 그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기세를 몰아 다시 한 번 진명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물론 중성은 전투 경험을 통해 진명의 실력이 반성급 중에서도 뛰어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수련이 갓 반성 경지에 도달한 데다, 그가 가진 반성급 법보의 사용 횟수도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 최근 며칠간은 부상을 치료하느라 법보를 재정비할 시간도 없었다. 아무리 그가 전력을 다한다 해도 진명을 이길 수는 없을 터였다.하지만 전존과 반성의 차이는 엄청나다. 둘은 동등하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중성의 수련이 반성 경지에 도달함에 따라 그의 공력과 속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비록 그가 진명의 상대는 아니지만, 이전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