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씨 가문 조상의 유산은 아주 광범위한데, 그중에는 인체의 잠재력을 자극하는 비법도 있다. 이러한 비법은 의술과 관련이 있으며 아주 자세한 기록이 첨부되어 있다.게다가 그의 수중에는 여분으로 보관한 진원단 몇 개가 있다.현재 두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으므로 김진성을 도와 무학병목을 돌파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진성 아저씨,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아저씨를 전왕경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확신은 못 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진명이 솔직하게 말했다.“노력한다고요? 무학병목을 돌파하는 게 함부로 시도한다고 될 일이에요? 자칫 사고라도 난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예요!”김진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제야 진명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면서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취급하려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만약 다른 일이라면 진명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을지 모르지만, 무학병목을 돌파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자칫 주화입마에 빠져 무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폐인이 되기에 십상인데 어찌 자기 목숨을 담보로 진명의 장난에 가담할 수 있겠는가.“맞아, 진명아, 수련하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야지 지름길은 결코 없어. 우리 아빠를 도와서 전왕경에 이르게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괜히 헛수고나 하지 마.”김이설은 재빨리 설득했다.전왕경의 초강자는 극히 드문 존재이다. 여태껏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전왕경에 도달한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진명이 해낼 수 있다는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이는 기적이 없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진명아, 내가 봐도 이건 말이 안 돼. 그냥 관두는 게 어때?”서윤정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평소 진명을 굳게 믿었던 그녀조차 너무 기상천외한 생각이라고 여겼다.만약 진명이 김진성을 도와 정말 전왕경에 이르게 된다면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나중에 진명이 자기 마음대로 전왕경의 초강자를 만들어 낸다면 천하무적이 따로 없지 않은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위험을 무릅쓰고 진명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가 전왕경에 도달한 이상 이태준도 함부로 덤비지는 못할 것이까.“그래요, 한번 시도해볼게요.”이태준이라는 큰 산을 떠올리자 김진성은 이를 악물고 마침내 결심을 내렸다.다만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일이라서 그는 단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답했을 뿐, 진명한테 큰 기대는 없었다.덥석 동의한 김진성을 보자 김이설과 서윤정은 말을 아꼈다.비록 두 여자 다 진명에게 김진성을 전왕경에 이르게 하는 능력이 없다고 여겼지만, 김진성의 안전만 보장해준다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좋아요!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지금 당장 훈련실에 가서 테스트를 해 봅시다.”진명은 만면에 웃음을 띄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 잠깐만요, 아직 완쾌하지도 않았을 텐데 몸이 엄청 약한 거 아니에요? 별문제는 없겠죠? 정 안 되면 무리하지 마세요. 나중에 상처가 다 나아서 다시 시도해도 늦지 않으니까.”김진성이 의혹으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이번 실험에 대해 가뜩이나 미덥지 못한 그는 기운 없는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진명을 보자 더더욱 의심이 갔다.“괜찮아요. 이번에 저는 옆에서 귀띔만 해줄 거라 직접 나설 필요가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체내에 진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거든요. 만약 실험하는 도중에 진짜 무언가 잘못된다면 제때 도움 줄 수 있으니까 별일 없을 거예요.”진명이 웃으며 말했다.“아... 그래요.”김진성은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진명 일행을 따라 서씨 가문의 훈련실로 향했다.훈련실.“진성 아저씨, 우선 비법부터 먼저 전수해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는 기억을 되짚어 인체의 잠재력을 자극할 수 있는 비법을 떠올려 김진성에게 전수해줬다.김진성은 진명이 대체 무슨 실험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진명의 가르침대로 비법을 열심히 외웠다.곧이어 진명은 세 개의 진원단을 꺼내더니 김진성에게 건넸다.“진성 아저씨, 이 진원단 세 개를 한
“진성 아저씨,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하세요. 한 눈팔지 말고 제가 가르쳐준 비법을 사용하세요!”진명이 즉시 귀띔했다.“아, 네.”김진성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내 진명의 말대로 체내의 잠재력을 자극하는 비법을 사용하여 진원단의 약효를 하나하나 흡수하기 시작했다.진원단은 아주 순수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입에 넣자마자 세 개의 진기 흐름으로 변해 김진성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초반에는 그나마 비법을 사용한 덕분에 진원단 세 개의 에너지를 겨우 감당하고 있었으나 진기 세 가닥이 서로 뒤섞이면서 충돌하더니 그는 점점 컨트롤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체내에 있던 진기마저 날뛰기 시작했다.순간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얼굴이 점점 고통스럽게 변했는데 주화입마의 징조가 슬슬 보였다.“아빠, 지금 기분이 어때요?”김진성의 컨디션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김이설은 바짝 긴장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 윽...!”김진성이 입을 떼는 순간 체내의 진기가 갑자기 날뛰는 탓에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몸서리칠 지경이다.“아빠! 왜 그러세요? 저 너무 무서워요...”깜짝 놀란 김이설은 아연실색했다. 비록 얼른 다가가 김진성을 부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수련 중에는 방해받는 걸 제일 금기시하기에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럴 리가 없는데...”진명의 얼굴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이태준의 방법을 똑같이 따라 해서 김진성을 가르쳐줬다. 이태준도 전왕경에 도달한 데 성공했는데 그가 실패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물론 진명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태준이 비법으로 동시에 세 개의 진원단을 흡수한 건 사실이지만, 당시 흡수와 수련에 용이하도록 진원단 세 개를 한데 응축하여 커다란 진원단으로 만들었다. 반면 진명의 방법은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거치지 않은 탓에 세 개의 진기 에너지가 김진성의 체내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주화입마에 빠질 뻔한 지경까지 간
김이설은 다급한 나머지 진명의 멱살을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따귀를 날리고 싶었다.“진명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서윤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그녀마저 침착함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설이 누나,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봐.”진명이 머뭇거리며 말했다.회생침은 억제하고 유도하는 효능이 있다. 이제 에너지를 잠재우는 것은 물 건너간 듯하여 오로지 은침으로 김진성의 몸속에 있는 에너지를 체외로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렇게 해야만 김진성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하지만 진원단의 에너지를 유도해서 빼낸다면 이 기회를 빌려 전왕경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때가 되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이 될 게 뻔했다.한 마디로 진명은 김진성의 안전을 보장할 능력은 있지만, 이미 이 상황까지 온 이상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기다리라고? 우리 아빠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더 기다렸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져 핏덩이로 변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김이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설이 누나, 나만 믿어. 내가 있는 한 진성 아저씨는 무사할 거야.”진명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비록 김진성은 현재 위험천만한 상황에 부닥쳤지만, 체내의 기운이 끊임없이 강해지는 느낌이 뚜렷하게 전해졌다. 만약 김진성이 버텨낼 수만 있다면 단숨에 전왕경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컸다.다만 아쉽게도 회생침은 김진성의 체내에서 날뛰는 난폭한 에너지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며 김진성이 어떻게 끝까지 버텨낼지가 제일 큰 난제였다.“널 믿으라고? 아까 우리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믿어줘서 아빠가 이 지경까지 된 거잖아!”김이설은 울분을 토해내며 쏘아붙였다.뻔한 사실 앞에서 대체 무슨 수로 진명을 믿는단 말인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불가능했다.반면 진명은 지나치게 차분했다.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진성 아저씨, 지금 복마결이라는 공법을 전수해줄 테니까 복마결을 사용하여 진원단의 에너지를 흡수하세요. 이렇게 하면 전왕경까지 순조롭게 도달할 수
“서윤정 씨, 진명이 제정신이 아닌 건 그렇다 쳐도 왜 윤정 씨마저 그를 따라 헛소리하는 거예요?”김이설은 경악한 나머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윤정을 바라보았다. 머리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진명의 편에 서서 터무니없는 말이나 하다니!“진성 아저씨, 잘 들어요. 지금 당장 복마결을 가르쳐줄게요!”시간이 촉박한 탓에 진명은 김진성과 김이설 부녀에게 설명할 겨를도 없이 복마결의 심법을 읊기 시작했다.이 지경에 이른 이상 김진성도 두손 두발을 든지라 복마결의 심법을 묵묵히 외우더니 복마결을 이용해 진원단의 에너지를 지속해서 흡수하고 정제하는 수련을 진행했다.복마결의 작용과 더불어 회생침의 억제까지 더해 기적이 나타났다!김진성의 체내에서 날뛰던 난폭한 에너지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그뿐만 아니라 현계 상품 공법보다 복마결의 수련 속도가 몇 배나 빠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복마결은 적어도 지계중품 급의 최상위 공법일 것이다.“이게 지계중품 공법이라니?! 그럴 리가!”깜짝 놀란 김진성은 마음속에서 거센 파도가 일렁거렸다.천계공법이 사라진 지 오래된 지금, 지계공법만 하더라도 매우 희귀하고 보기 드문 정상급 공법에 속했다.특히 지계중품과 지계상품의 공법은 바란다고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모든 무사가 꿈에도 그리는 보물과 다름없었다.진명이 가르쳐주겠다는 복마결이 쓰레기 공법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알고 보니 이처럼 귀한 지계중품 공법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 순간 그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는 가히 짐작이 갔다.“지계중품 공법이요?”엉겁결에 내뱉은 아버지의 말을 듣자 김이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명이 가르쳐준 복마결이 지계중품의 최상위 공법일 줄이야...”김진성은 가슴이 벅차올랐고, 설레는 마음은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남왕으로서 아무리 큰 풍파를 겪어봤어도 지계 공법 앞에서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기 힘들었다.“뭐라고요?”김이설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명을 바라보며 여전히 의심으로 가
“하하, 내가 돌파를 했어. 내 레벨이 전왕경으로 돌파를 했다고!!”김진성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웃었다.김진성은 처음에 진명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줄 알았다. 특히 방금 전 위험에 빠졌을 때는 진명이 그를 해하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진명이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진명은 혼자의 힘으로 김진성이 전왕경으로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꿈을 손쉽게 이뤘으니 그가 흥분을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기쁨에 겨운 김진성과 달리 진명은 안색이 창백한 채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탈진이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너 왜 그래? 괜찮아?”서윤정은 깜짝 놀라며 진명을 부축해서 휠체어에 앉혔다.“괜찮아요. 그냥 힘이 좀 빠져서...”진명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약간 진정된 후에야 억지 미소를 지으며 김진성에게 축하해 줬다.“전왕경으로 돌파한 걸 축하해요, 아저씨.”김진성은 바로 진명을 향해 풀썩 무릎을 꿇었다.“아저씨, 왜 이러세요?”진명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진성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진명 씨,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저를 도와 전왕경으로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지계중품의 레벨이 이렇게 높은 공법까지 가르쳐 주시다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김진성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면서 진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친구 사이에 격식 차릴 필요도 없고요.”진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아, 아니에요! 앞으로 진명 씨의 부탁이라면 제가 이 한 몸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을 맹세할게요”김진성은 진지하게 맹세를 했다.“아빠가 진짜... 전왕경으로 돌파했다고요? 너무 대단해요!”김이설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는 김진성과 진명을 번갈아 쳐다보며 꿈을 꾸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서윤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진명이 김진성을 도와 전왕경으로 돌파
진명은 이 틈을 타서 초대를 했다.“그래요? 너무 축하해요! 저희도 꼭 참석할게요!”김진성은 호탕하게 말했다.“약혼식?”반면 김이설은 약간 주저하면서 애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얼마 전부터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어오고 나니 김이설의 마음속에는 진명에 대한 말 못 할 호감이 싹트고 있었다. 하지만 진명은 김욱의 친구이니 그녀는 계속 동생처럼 대하려고 했고 진명 역시 그녀를 누나처럼 대했다.게다가 김이설은 진명과 서씨 가문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고 서윤정이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사람이니 두 사람이 약혼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둘이 너무 잘 어울리네. 약혼을 진심으로 축하해!”김이설은 마음속의 씁쓸함을 애써 억누르며 두 사람에게 축하를 전했다.뒤이어 김진성과 김이설은 서씨 가문의 저택에서 나왔고 서윤정은 진명과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강성더힐.서씨 가문의 저택에서 나온 임아린은 막연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뒤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의 하소정과 한희정이 있었다.“아린아, 돌아왔어? 진명이랑 얘기는 해 봤어? 너랑 다시 만나겠대?”임정휘가 물었다.“아니요...”임아린은 눈가가 빨개진 채로 머리 한 번 들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그것 참 다행이군!”드디어 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된 임정휘는 기쁜 기색이었다.이성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가문에서의 권력을 되찾으려면 박기태가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딸이 박기태와 결혼했으면 했다. 그러니 진명의 거절은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언니가 속상해하고 있는데 위로해 주지는 못할망정 기뻐하다니요!”하소정은 발을 동동 구르며 불만을 토로했다.“내가 언제 기뻐했다고 그러냐. 나는 충분히 아쉬워하고 있어...”임정휘는 마른 기침을 하며 미소를 거뒀다. 속으로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말해 뭐해요.”하소정은 화난 말투로 말했다. 그녀는 한희정과 함께 임아린의 방 안으로
“언니, 너무 슬퍼하지 마. 이 세상에 남자가 진명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진명이 언니를 거절한 건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 거니까 속상해할 가치도 없어. 더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친구를 찾으면 되지!”하소정이 위로를 했다. 그녀는 진명의 이름만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소정은 진명과 꽤 돈독한 사이였다. 임아린이 그를 믿지 못할 때 편을 들어준 적도 있을 정도로 말하다. 하지만 진명이 임아린을 거절한 순간 호감도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아니,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임아린은 진명과 함께 하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며 슬픔을 억누르고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하소정은 멈칫하면서 물었다.“진명이 곧 서윤정과 약혼하는 마당에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둘이 약혼식만 올리지 못한다면 나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잖아!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기회를 놓쳐버렸어. 그래서 이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임아린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명과 서윤정의 약혼식은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도 있었다. 둘이 약혼식을 정식으로 올리는 순간 임아린은 완전히 포기를 해야 하는 셈이었다.“언니... 설마 약혼식을 망쳐버리려고 하는 건 아니지?”하소정은 임아린의 뜻을 대충 알 것 같았다.“맞아. 나는 약혼식장에서 진명이 나랑 서윤정 사이에서 선택을 하도록 할 거야!”임아린은 머리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진명을 다시 붙잡기 위해 그녀는 끝까지 도전해 볼 심산이었다.만약 진명이 약혼식에서도 서윤정을 선택한다면 임아린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아린아, 네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일을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지 않아?”한희정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남의 혼사일에 훼방을 놓는 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임아린처럼 오만하던 사람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들 보는 자리에서 약혼식을 망쳐버리려고 한다는 것은 진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는 소리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