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조금 다쳤을 뿐이야.”진명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비록 임아린과 그다지 좋게 헤어진 건 아니지만 한희정 그리고 하소정과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라 두 여자를 늘 좋은 친구로 여겼다.자신을 걱정하는 한희정과 하소정 때문에 그는 괜스레 마음이 뭉클했다.“진명아, 미안해. 나만 아니면 네가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임아린이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니야. 다 내가 원해서 그랬던 건데, 뭐.”진명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사랑이란 원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늘 베푸는 것이다. 그가 임아린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이유도 자신이 좋아서 그랬을 뿐, 남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래서 무슨 이유로 날 찾아 왔어?”진명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그동안 임아린을 다정하게 부르던 호칭마저 바꿨다.이제 임아린을 향한 마음을 접고 서윤정과의 약혼을 앞둔 이상 그녀와 선을 긋고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자신을 부르는 진명의 생소한 호칭을 듣자 임아린은 가슴이 미어졌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명에게 몇 번이고 상처만 주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지경까지 전락할 일은 없었을 텐데!“진명아, 다 내 탓이야. 전에 헤어지자고 했던 일이든 우리 집에 있었던 일이든 결국 내가 널 오해했기 때문이야. 너한테 사과하려고 일부러 찾아 왔어. 혹시... 날 용서해줄 수 있어?”임아린은 입술을 꼭 깨물며 진명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진명은 이내 알아차렸다. 어쩌면 임아린이 이제 와서 사건의 진상을 알아냈을 수도 있고, 또는 마침내 모든 걸 깨닫고 그를 믿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갔는데 용서하고 안 하고가 어디 있어? 내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진명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씁쓸하면서도 뿌듯하기도 했다.당시 임 씨 가문에서 쫓겨난 순간부터 그는 꾸준히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애
이 순간 흔들리는 마음은 도무지 진정이 안 되었다. 굳건했던 신념 또한 저도 모르게 약간 동요했다.“진명아, 대답하면 안 돼.”서윤정은 창백한 얼굴로 진명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그녀는 임아린에 대한 진명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라 진명이 벌써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진명은 그녀를 떠나 임아린의 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가슴이 미어져 기분이 점점 바닥을 쳤다.속상해하는 서윤정의 표정을 본 진명은 마치 찬물을 머리에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만약 예전 같았으면 그는 아마 임아린의 재결합 제안을 받아들였을 테지만, 서윤정과 약혼하기로 약속한 지금, 심지어 방금 서윤정에게 맹세까지 했으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만약 이 시점에서 파혼한다면 서윤정에게 큰 상처를 줄 게 뻔했다.자기가 원하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면 안 되는 법이다.그는 당시 임아린과 헤어지면서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그대로 타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뼈아픈 경험이었다.본인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차마 서윤정도 느끼게 상처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게다가 임아린의 거듭된 불신과 그동안 받은 상처 때문에 그는 이미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반면 서윤정은 그가 가장 외로웠던 시기에 줄곧 곁에서 자신을 위해 묵묵히 많은 것을 희생했다.만약 서윤정을 버리고 임아린과 재결합을 한다면 그는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을 것이다.한참이 지나서야 내내 침묵을 지키던 진명이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미안하지만 난 너랑 다시 만날 수 없어.”진명은 고개를 저으며 임아린의 재결합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마치 시한폭탄 같은 그의 대답에 임아린과 서윤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특히 서윤정은 진명이 임아린과 다시 만날 거로 확신했으나 그가 자신을 위해 임아린을 거절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지금 이 순간, 감격과 기쁨으로 가득한 그녀의 마음은 가히 짐작이 갔다.“그래, 다행이야! 진명아, 난 널 정말 사랑해!”서윤정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감격
깜짝 놀란 진명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명 씨는 당연히 모르겠죠. 지난번에 언니가 진명 씨와 다시 만나려고 명정 그룹에 찾아갔는데 그만 서윤정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진명 씨가 이미 서윤정과 사귀는 줄 착각했어요.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바로 서윤정이에요. 만약 그녀가 중간에서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언니도 서윤정의 영향을 받아 진명 씨에게 거듭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을 텐데...”하소정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해주었다.이에 진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윤정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윤정 씨, 소정이 말한 게 사실이에요?”“난...”서윤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내 입맛 벙긋했을 뿐, 말문이 턱 막혔다.어찌 됐든 그녀가 저지른 일인 지라 하소정이 딱히 거짓말을 한 게 아니기에 그녀도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죠?”진명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서윤정의 반응을 통해 그는 하소정의 말이 사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진명아, 미안해. 일부러 속이려고 한 건 아닌데... 단지 네가 너무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야.”서윤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급한 나머지 당장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았다.“하...”진명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저도 모르게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자신을 향한 서윤정의 마음은 잘 알고 있는지라 자신과 사귀려고 떳떳하지 못한 속임수를 쓰더라도 나름 이해가 갔다.따지고 보면 결국은 임아린의 불신 때문에 비롯된 일이니 임아린이 그를 믿었다면 서윤정의 그런 어설픈 꼼수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적어도 한 번쯤은 해명할 기회를 줘야 했지만, 임아린은 딱히 그러지 않았다.“진명아, 난 정말 너 없이는 못살아...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서윤정은 진명의 손을 꼭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진명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로 인해 자칫 진명이 떠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됐어요.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사람이라면 실
이제 그의 마음은 상처투성이는 물론 이미 지칠 대로 지쳤기에 임아린을 완전히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따라서 어찌 임아린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너 정말 나한테 이렇게 매정하게 대할 거야?”임아린은 입술을 꼭 깨물고 상처받은 얼굴로 진명을 바라보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매정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인연이 여기까지가 끝이야. 네가 원한다면 앞으로도 친구로 지낼 수 있지만, 연인 사이가 되기는 글렀어.”진명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래, 네가 한 말이니까 후회하지마.”임아린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진명의 매정함과 쌀쌀맞음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용기가 나지 않아 비틀거리며 자리를 떴다.다만 그녀가 뒤돌아서는 순간, 두 줄기의 영롱한 눈물이 뺨을 타고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이 나쁜 놈아!”화가 머리끝까지 난 하소정은 진명을 힘껏 째려보더니 서둘러 임아린이 떠난 방향을 따라 쫓아갔다.“진명 씨가 어디 한번 알아서 해봐요.”한희정은 착잡한 얼굴로 진명을 바라보더니 하소정과 함께 임아린의 뒤를 쫓았다.멀어져가는 세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명은 괴로운 나머지 눈을 질끈 감았다.비록 임아린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데 다시 만나자는 그녀의 제안을 직접 거절했으니 마음이 아픈 건 매한가지였다.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게 바로 인생이다. 서윤정과 이미 약혼하기로 한 이상 서윤정을 실망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면 안 되었다.이는 남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진명아, 괜찮아?”진명의 씁쓸함을 느낀 서윤정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괜찮아요, 돌아가요.”진명은 심호흡하면서 임아린을 향한 감정을 애써 억누른 채 서윤정에게 쉬고 싶으니까 방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이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고급 승용차 두 대가 멀리서부터 다가와 그들 앞에 멈춰 섰다.곧이어 차 문이 열리고 남 왕 김진성과 김이설 부녀가 부하 몇 명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진성 아저씨,
원래 이태준의 실력은 그와 비슷했고, 둘 다 반보 전왕 지경이라서 서로에게 딱히 위협이 안됐다.하지만 이제 이태준은 그를 훨씬 능가했기에 앞으로 이태준과 계속 맞서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따라서 그는 강한 위기감을 느꼈지만 뾰족한 수가 따로 없었다.“아마도 운이 좋았나 보죠.”진명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무언가를 어렴풋이 깨달은 듯싶었다.당시 임 씨 가문 저택에 있을 때 그는 이미 이태준이 손쉽게 무학병목을 돌파할 거로 예상한 바가 있었다. 이는 정우를 납치한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컸는데, 아니면 이태준이 고작 진원단 세 개 때문에 정 씨 가문이라는 강적을 만드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이제 와서 지난날을 돌이켜보자 그는 문득 깨달은 점이 있었다. 아마도 이태준은 이 진원단 세 개를 이용하여 우연히 왕의 경지에 도달했을 것이다.물론 요점은 이게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가 진원단을 만든 사람으로서 그 누구보다 진원단의 약효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태준마저 진원단을 통해 전왕경의 초강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자신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이에 진명은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이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김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진성 아저씨도 전왕경에 도달하고 싶으신가요?”“당연하죠. 평생 꿈꿔온 일입니다.”김진성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전왕경은 모든 무사가 꿈속에서도 바라는 경지이다. 물론 김진성도 예외는 아니었고, 여태껏 가장 큰 소원이 바로 전왕경에 도달하는 것이다.다만 아쉽게도 전왕경에 도달하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수년간의 고된 수행 없이 전왕경에 발을 들이는 건 헛된 꿈과 마찬가지였다.“저한테 진성 아저씨를 전왕경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 있거든요!”진명이 진지하게 말했다.이태준은 어디까지나 그의 적이다. 따라서 이태준이 승승장구하는 꼴을 마냥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만약 이태준의 방법을 똑같이 따라 해서 김진성을 전왕경에 이른 강자로 만들
진 씨 가문 조상의 유산은 아주 광범위한데, 그중에는 인체의 잠재력을 자극하는 비법도 있다. 이러한 비법은 의술과 관련이 있으며 아주 자세한 기록이 첨부되어 있다.게다가 그의 수중에는 여분으로 보관한 진원단 몇 개가 있다.현재 두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으므로 김진성을 도와 무학병목을 돌파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진성 아저씨,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아저씨를 전왕경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확신은 못 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진명이 솔직하게 말했다.“노력한다고요? 무학병목을 돌파하는 게 함부로 시도한다고 될 일이에요? 자칫 사고라도 난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예요!”김진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제야 진명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면서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취급하려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만약 다른 일이라면 진명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을지 모르지만, 무학병목을 돌파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자칫 주화입마에 빠져 무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폐인이 되기에 십상인데 어찌 자기 목숨을 담보로 진명의 장난에 가담할 수 있겠는가.“맞아, 진명아, 수련하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야지 지름길은 결코 없어. 우리 아빠를 도와서 전왕경에 이르게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괜히 헛수고나 하지 마.”김이설은 재빨리 설득했다.전왕경의 초강자는 극히 드문 존재이다. 여태껏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전왕경에 도달한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진명이 해낼 수 있다는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이는 기적이 없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진명아, 내가 봐도 이건 말이 안 돼. 그냥 관두는 게 어때?”서윤정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평소 진명을 굳게 믿었던 그녀조차 너무 기상천외한 생각이라고 여겼다.만약 진명이 김진성을 도와 정말 전왕경에 이르게 된다면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나중에 진명이 자기 마음대로 전왕경의 초강자를 만들어 낸다면 천하무적이 따로 없지 않은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위험을 무릅쓰고 진명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가 전왕경에 도달한 이상 이태준도 함부로 덤비지는 못할 것이까.“그래요, 한번 시도해볼게요.”이태준이라는 큰 산을 떠올리자 김진성은 이를 악물고 마침내 결심을 내렸다.다만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일이라서 그는 단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답했을 뿐, 진명한테 큰 기대는 없었다.덥석 동의한 김진성을 보자 김이설과 서윤정은 말을 아꼈다.비록 두 여자 다 진명에게 김진성을 전왕경에 이르게 하는 능력이 없다고 여겼지만, 김진성의 안전만 보장해준다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좋아요!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지금 당장 훈련실에 가서 테스트를 해 봅시다.”진명은 만면에 웃음을 띄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 잠깐만요, 아직 완쾌하지도 않았을 텐데 몸이 엄청 약한 거 아니에요? 별문제는 없겠죠? 정 안 되면 무리하지 마세요. 나중에 상처가 다 나아서 다시 시도해도 늦지 않으니까.”김진성이 의혹으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이번 실험에 대해 가뜩이나 미덥지 못한 그는 기운 없는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진명을 보자 더더욱 의심이 갔다.“괜찮아요. 이번에 저는 옆에서 귀띔만 해줄 거라 직접 나설 필요가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체내에 진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거든요. 만약 실험하는 도중에 진짜 무언가 잘못된다면 제때 도움 줄 수 있으니까 별일 없을 거예요.”진명이 웃으며 말했다.“아... 그래요.”김진성은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진명 일행을 따라 서씨 가문의 훈련실로 향했다.훈련실.“진성 아저씨, 우선 비법부터 먼저 전수해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는 기억을 되짚어 인체의 잠재력을 자극할 수 있는 비법을 떠올려 김진성에게 전수해줬다.김진성은 진명이 대체 무슨 실험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진명의 가르침대로 비법을 열심히 외웠다.곧이어 진명은 세 개의 진원단을 꺼내더니 김진성에게 건넸다.“진성 아저씨, 이 진원단 세 개를 한
“진성 아저씨,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하세요. 한 눈팔지 말고 제가 가르쳐준 비법을 사용하세요!”진명이 즉시 귀띔했다.“아, 네.”김진성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내 진명의 말대로 체내의 잠재력을 자극하는 비법을 사용하여 진원단의 약효를 하나하나 흡수하기 시작했다.진원단은 아주 순수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입에 넣자마자 세 개의 진기 흐름으로 변해 김진성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초반에는 그나마 비법을 사용한 덕분에 진원단 세 개의 에너지를 겨우 감당하고 있었으나 진기 세 가닥이 서로 뒤섞이면서 충돌하더니 그는 점점 컨트롤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체내에 있던 진기마저 날뛰기 시작했다.순간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얼굴이 점점 고통스럽게 변했는데 주화입마의 징조가 슬슬 보였다.“아빠, 지금 기분이 어때요?”김진성의 컨디션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김이설은 바짝 긴장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 윽...!”김진성이 입을 떼는 순간 체내의 진기가 갑자기 날뛰는 탓에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몸서리칠 지경이다.“아빠! 왜 그러세요? 저 너무 무서워요...”깜짝 놀란 김이설은 아연실색했다. 비록 얼른 다가가 김진성을 부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수련 중에는 방해받는 걸 제일 금기시하기에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럴 리가 없는데...”진명의 얼굴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이태준의 방법을 똑같이 따라 해서 김진성을 가르쳐줬다. 이태준도 전왕경에 도달한 데 성공했는데 그가 실패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물론 진명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태준이 비법으로 동시에 세 개의 진원단을 흡수한 건 사실이지만, 당시 흡수와 수련에 용이하도록 진원단 세 개를 한데 응축하여 커다란 진원단으로 만들었다. 반면 진명의 방법은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거치지 않은 탓에 세 개의 진기 에너지가 김진성의 체내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주화입마에 빠질 뻔한 지경까지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