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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괜찮아, 조금 다쳤을 뿐이야.”

진명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비록 임아린과 그다지 좋게 헤어진 건 아니지만 한희정 그리고 하소정과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라 두 여자를 늘 좋은 친구로 여겼다.

자신을 걱정하는 한희정과 하소정 때문에 그는 괜스레 마음이 뭉클했다.

“진명아, 미안해. 나만 아니면 네가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임아린이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야. 다 내가 원해서 그랬던 건데, 뭐.”

진명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사랑이란 원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늘 베푸는 것이다. 그가 임아린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이유도 자신이 좋아서 그랬을 뿐, 남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무슨 이유로 날 찾아 왔어?”

진명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그동안 임아린을 다정하게 부르던 호칭마저 바꿨다.

이제 임아린을 향한 마음을 접고 서윤정과의 약혼을 앞둔 이상 그녀와 선을 긋고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부르는 진명의 생소한 호칭을 듣자 임아린은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명에게 몇 번이고 상처만 주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지경까지 전락할 일은 없었을 텐데!

“진명아, 다 내 탓이야. 전에 헤어지자고 했던 일이든 우리 집에 있었던 일이든 결국 내가 널 오해했기 때문이야. 너한테 사과하려고 일부러 찾아 왔어. 혹시... 날 용서해줄 수 있어?”

임아린은 입술을 꼭 깨물며 진명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진명은 이내 알아차렸다. 어쩌면 임아린이 이제 와서 사건의 진상을 알아냈을 수도 있고, 또는 마침내 모든 걸 깨닫고 그를 믿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갔는데 용서하고 안 하고가 어디 있어? 내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진명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씁쓸하면서도 뿌듯하기도 했다.

당시 임 씨 가문에서 쫓겨난 순간부터 그는 꾸준히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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