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는 거야!”이사라는 상대를 주먹으로 콩콩 치면서 발버둥을 쳤다.“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진상현은 그녀를 침대 위로 내려놓고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그가 입을 맞추려고 하자 이사라는 그를 밀어내면서 머리핀에 관해 물었다.“너 이거 아직 나한테 대답 안 했어. 이거 뭐야? 이거 어디서 난 거야?”진상현은 나직하게 웃으면서 머리핀을 가져와 그녀의 머리에 꽂아주었다.“담배 사러 갔을 때 사장님이 잔돈이 없다고 하셔서 내가 대충 아무거나 집은 거야.”말을 마친 그는 이사라의 턱을 잡아 올리더니 그녀의 모습을 훑어보면서 미소를 지었다.“잘 어울리네.”이사라는 머리핀을 빼고 한참이나 보았다. 그녀는 이내 입술을 한자리에 모은 채로 삐죽거리며 옆으로 휙 던졌다.“촌스럽고 하나도 안 예뻐.”그녀는 이내 진상현의 목에 팔을 두르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비자가 곧 발급될 거야. 너한테 가려면 아마 반년쯤 걸리게 될 거야. 반년만 지나면 내가 바로 비행기 타고 너한테 갈게.”“반년이라고...”진상현은 시선을 떨구고 그녀를 보았다.“너무 길지 않아?”“한 학기잖아. 금방 지나갈 거야.”이사라는 뜸을 들이며 느릿하게 말했다.“보니까 그 나라 여자애들은 예쁘고, 피부도 하얗고, 키도 크다던데.”“그래?”진상현은 그녀의 말투를 따라 하며 말했다.“그럼 그때 가서 자세히 구경해 봐야겠네.”이사라는 그의 어깨를 살짝 내리치면서 그를 째려보았다.“보기만 해봐!”진상현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안 그럴게.”그리고 그는 그녀의 턱을 잡더니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다. 그러자 “쿵”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반사판이 침대 위로 떨어졌고 하마터면 한열의 손을 다치게 할 뻔했다.순조롭게 촬영을 이어가던 도중에 갑자기 흐름이 끊기게 되었으니 안창수는 바로 화를 냈다.“어떻게 된 거야? 반사판 하나도 제대로 못 들어?”반사판을 들고 있던 스태프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어떻게 된 일인지 갑자기 무언가가 자신의
한성우는 그럴듯한 말을 했지만, 안창수가 믿을지 아닐지는 몰랐다. 어차피 그는 안창수에게 묻지도 않았으니까.한열은 아직도 감정이 잡혀있던 상태였다. 그는 유현진만 보면 귀가 빨갛게 물들었고 이내 나직하게 말했다.“혹시 아까 제가 너무 세게 내려놓은 건 아니죠?”한열은 그녀를 침대 위로 휙 내려놓은 일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가 침대 위로 유현진을 내려놓을 때 그녀는 침대맡에 머리를 살짝 부딪친 것 같았고 그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한열은 부딪치는 소리를 얼핏 들었던 것 같았다. 다만 유현진은 아프다고 소리를 내지 않았기에 그는 계속 연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아, 괜찮아요. 별로 안 아파요.”유현진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정말로 아팠으면 아까 제가 소리를 냈을 거예요.”한열은 연극배우 출신이 아니었지만 마치 배우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그와 진상현이라는 캐릭터는 아주 찰떡이었고 방금 촬영에서도 그에게서 전혀 아이돌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머리를 내리고 뿔테안경을 쓴 그는 마치 지적인 대학생 같아 보였고 성격도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였다.그의 대사와 신경은 온통 진상현이라는 캐릭터에 몰두해 있었기에 그녀의 연기를 받아칠 수 있었다.유현진은 비록 천생 배우감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봐온 재능있는 배우들은 기본 연기에 대한 이론적인 수업을 받지 않고 감정 표현에 대한 훈련을 받지 않아도 이내 빨리 극 중의 캐릭터의 특징을 캐치하고 바로 연기에 몰입하였다. 물론 살짝 어색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만약 정말로 좋은 연기 선생님과 감독님을 만나 지적과 배움을 얻게 된다면 아주 훌륭한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었다.유현진은 항상 스스로 노력을 95%까지 끌어올리는 사람이었고 부족한 나머지 5%는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타고난 재능이었다.그러나 한열은 바로 그녀의 95%의 노력을 5%의 타고난 재능으로 커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솔직히 말해 아주 살짝 부러웠다.한열은 숨을 내쉬었다. 그는 손에든 키위주스를 유현진에게 건넸다.
유현진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그녀가 얼른 입을 열었다.“안 감독님, 그래도 전문적인 스태프가 들고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안창수가 말을 하기도 전에 한성우가 끼어들었다.“반사판 하나 들고 있는데 어떤 전문적인 행동이 필요해요? 그냥 힘만 세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제 운전기사도 다른 재주는 없고 힘만 세거든요.”원래 반사판을 책임지던 스태프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자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안창수가 입을 열었다.“그럼 일단 그렇게 하세요. 이 작가, 얼른 저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알려주고 촬영 시작하지.”“...”유현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다들 각자가 맡은 일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유현진만은 표정이 굳어있었다.애매한 침대 위치 때문에 반사판은 무조건 사람이 들고 있어야 했고 마침 그녀가 침대에 누우면 바로 반사판을 들고 있는 강한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속으로 강한서를 벽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그리고 강한서를 무시한 채 한열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시 연기에 집중했다.“거기 여자들이 다들 예쁘고, 피부도 하얗고, 키도 크다던데.”한열은 유현진을 내려다보면서 입꼬리를 끌어당겼다.“그래? 그럼 이제 잘 관찰해야겠네.”유현진은 그를 째려보았다.“하기만 해봐!”한열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안 해.”대사를 마친 유현진은 원래 연기에 몰입한 상태였지만 고개를 들자마자 그녀의 시야에 강한서가 들어왔다.그는 시선을 내리깔고 그녀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어 그의 표정이 어떤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상처 입은 눈빛만 봐도 유현진은 순간 무언가가 켕기는 것 같았다.그래서 한열이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고 하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런 그녀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한열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유현진은 황급히 사과를 했다.“아,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감독님, 한 번만 다시 찍어도 될까요? 제가 방금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제대로 못 했네요.”안창수는 아주 의외라는
이사라는 기독교를 믿지 않았지만, 그녀의 집안이 대대로 기독교를 믿고 있었다. 그녀가 집안에서의 이미지는 착하고, 공부 잘하고, 어른들의 말씀도 잘 듣는 이미지였다.그러나 이사라의 실제 성격은 반항적인 사람이었다. 그녀가 로사리오를 벗어 던지고 진상현과 뜨거운 키스를 나눈 것은 이미 기독교의 혼전순결 사항을 어긴 셈이었고 마침 이사라의 반항적인 이미지와 맞물렸다.그랬기에 안창수는 이런 디테일한 애드리브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심지어 그녀를 칭찬했다.“애드리브가 좋네요. 아주 좋았어요. 전에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게 로사리오일 줄은 몰랐네요. 현진 씨, 정말 너무 디테일까지 완벽했어요.”“...”유현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전남편이 보고 있는 앞에서 절대 키스를 할 수가 없어 이런 애드리브를 생각해 냈다고는 절대 말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하하, 저도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옆에 앉아 있던 한열은 다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사실 촬영 시작할 때부터 그의 머릿속엔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았다. 유현진의 완벽한 연기와 완벽한 대사에 그는 바로 진상현에 몰입할 수 있었고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는 유현진이 바로 진상현의 죽마고우이자 연인인 이사라로 느껴졌다.그러나 연기가 끝나면 바로 그가 2, 3년 동안이나 덕질한 여신 선셋 스타로 보였고 그녀의 배우 생활 첫 키스 상대 또한 그였기에 팬으로서 기대 안 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키스신은 결국 찍지 못했고 그는 팬으로서 당연히 다소 실망감이 느껴졌다.한성우는 “쯧” 소리를 냈다. 한열과 유현진이 키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강한서를 촬영장으로 부른 것도 사실 두 사람의 키스신을 보며 질투에 휩싸여 화를 내는 강한서의 모습을 보기 위함이었다.그는 유현진이 강한서의 눈빛에 쫄아 키스를 못 하게 될 줄은 몰랐다.그 후로 촬영이 계속 이어지고 강한서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지만 키스신이 없었기에
“...”유현진은 비록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너 입에 발린 소리 그만해. 네가 일부러 방해하고 있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강한서가 되물었다.“만약 내가 다른 여자한테 키스했으면, 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거야?”유현진의 미간이 저절로 구겨 들어갔다. 상상만 해도 그녀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고 여전히 강한서를 설득하려고 했다.“그거랑 이건 다르잖아! 난 직업상 어쩔 수 없는 거고 모두 다 연기잖아.”“나도 알아.”강한서는 시선을 내리깔고 그녀를 지그시 보았다.“하지만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건 사실이야.”유현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강한서는 그녀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고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촬영하는데 무조건 키스신 찍어야 해? 안 찍으면 안 돼?”유현진은 쉽게 마음이 약해지는 사람이었고 잔뜩 풀이 죽은 강한서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누그러졌다.“그건... 아마 대본에 따라 다를 거야. 하지만 감독님들은 이것저것 안 된다고 하는 배우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을 거야.”“그건 그 감독이 실력이 안 되는 거야. 실력이 안 되니까 괜히 선정적인 장면을 넣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는 거잖아.”“...”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 바로 감독님을 실력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네.'“모든 감독님이 다 그러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장르가 로맨스인데 어떻게 그런 신이 없겠어?”“로맨스라고 해서 무조건 그런 신을 찍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네가 전에 유하나라는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에도 그런 선정적인 내용은 없다고 했잖아. 그것처럼 네가 찍는 드라마에도 똑같이 없애면 안 돼?”유현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그거랑 같아? 게다가 그 작가가 안 쓰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그런 내용을 쓰면 바로 윗분들에게 불려 가니까 그런 거 아니야.”강한서가 나직하게 말했다.“이치가 같아. 솔직히 내가 이기적인 건 인정해. 하지만 그래도 사회에서는 여성 직장인에 대한 엄격
그녀가 막 입을 열려던 찰나에 휴대폰 알림이 떴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유상수가 그녀에게 1000만 원을 입금한 것이었다. 그리고 문자도 함께 보내왔다.「좋은 거 먹고 다녀, 필요한 거 있으면 아빠한테 말하고.」‘??? 유상수가 뭘 잘못 먹었나?'그녀가 결혼한 후에 유상수는 더는 그녀에게 용돈을 준 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돈을 썼던 기억은 주얼리 전시회에서 사람들의 분위기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가치가 2억이나 하는 팔찌를 사주게 된 것이었다.“왜 그래?”유현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에 강한서가 물었다.정신을 차린 유현진이 말했다.“유상수가 나한테 1000만 원을 입금했어.”강한서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그 사람이 너한테 돈을 줬다고?”“응, 전에도 나한테 전화 온 적이 있었거든. 날 수양딸로 받아들이고 싶다고.”유상수의 위선적인 말에 유현진은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돈으로 지금 끊어졌던 연줄을 이으려고 하네. 정말 ‘통도 크셔라'.”강한서는 눈썹 사이를 찌푸렸다.“그래서 넌 하겠다고 했어?”“그럴 리가 있겠어?”유현진은 바로 눈을 번뜩이었다.“난 바보가 아니야. 그 사람이 나한테 돈을 쓴다는 건 우리 둘이 다시 재혼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리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계속 한성 그룹의 이득을 보려는 속셈이고. 그 사람은 내가 지금 사생아 신분이니까 다시 너랑 결혼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그럴싸한 신분을 나한테 만들어 주려고 나보고 수양딸 하라는 거고. 나에게 유씨 가문의 아가씨 신분을 주면 내가 분명 거절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웃기지 않아? 지금도 내가 얼른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고 있을걸. 그런 엿 같은 신분 그냥 줘도 안 가져. 결혼 못 하면 안 하면 되잖아. 누가 그런 신분이 필요하대?!”강한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입술을 말아 물고 말했다.“그래도 결혼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법적으로 보장도 받을 수 있잖아.”“... 난 지금 진지해
도석문이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자신의 스폰서를 발견한 방이진은 바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이 사람이 멍청하게 뜨거운 물을 가져다주잖아요.”“넌 왜 이 더운 여름날에 얘한테 뜨거운 물을 가져다줘?”방이진은 당연히 자신이 일부러 매니저에게 뜨거운 물을 가져다 달라고 시켰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었다.“제가 생리 왔거든요. 그래서 차가운 거 먹으면 이상하게 생리통이 느껴지거든요.”도석문이 그녀를 찾아온 이유는 당연히 그런 일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생리한다는 말에 순간 흥미가 싹 사라지고 말았다.“그럼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까 푹 쉬어. 내가 며칠 후에 다시 찾아올게.”방이진은 당연히 그를 못 가게 막았다. 그가 그녀에게서 떠나자마자 바로 다른 여자를 찾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금 먹고 있는 것, 입고 있는 것, 쓰고 있는 것은 모두 눈앞에 있는 뚱뚱한 남자가 준 것이었기에 그녀는 당연히 그를 잘 대접해 줘야 했고 다른 여자에게 넘겨줄 생각도 없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스르륵 안겼다. 손으로 그의 허리를 쓸면서 야릇하게 말했다.“비록 제가 지금 몸이 안 좋은 상태지만 오빠까지 몸이 안 좋으면 안 되잖아요.”도석문의 호흡이 살짝 거칠어지고 눈빛도 야릇해졌다.매니저는 바로 분위기를 파악하고 방에서 나가 문까지 꼭 닫아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서는 낯 뜨거운 소리가 들려왔다.드디어 소리가 멈추고 남자는 잔뜩 기분 좋은 얼굴로 손가락으로 그녀의 어깨를 쓸면서 물었다.“누가 또 널 화나게 했어? 누구 때문에 매니저한테 화풀이하고 있었던 거야?”“이건 다 유현진 그년 때문이에요!”유현진을 떠올린 방이진은 순간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과장하여 그에게 들려주었다.“걔가 바닥에 쓰러지면서 피를 토하는 데 내가 때려서 그런 거라고 말하잖아요. 만약 정말 제가 때려서 피가 난 거라면 저도 인정했을 거예요. 하
여자는 어안이 벙벙하였다.“네, 맞는데요. 누구시죠?”민경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희 대표님께서 최연서 씨를 찾으십니다. 혹시 시간 됩니까?”최연서는 다소 경계하는 듯했다.“그쪽 대표님이 누군데요?”민경하가 답했다.“오늘 점심, 유 대표님이 메일을 보낸 상대가 바로 우리 회사 대표님이십니다. 들어는 보셨겠죠?”최연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전 그쪽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요.”말을 마친 그녀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민경하는 운전을 천천히 하며 그녀를 따라잡았다.“최연서 씨, 23세 맞으시죠? 인하공업대학교 나오셨고 지난해에 명성대 대학원에 합격하셨네요. 하지만 입학 신청을 하지 않고 바로 취업을 선택하셨죠. 최연서 씨 동생 최연지 씨가 여름 방학에 누군가에게 성추행을 당하던 도중에 실수로 상대를 찔러서 다치게 했다면서요? 듣자 하니 상대가 합의금 6억을 내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하던데, 당신은 동생을 감방에 보내지 않기 위해 유상수에게 본인을 파셨죠. 그래서 대학원 가는 것도 포기한 거 아닌가요?”최연서는 걸음을 멈추고 창백해진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민경하를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뭘 원하시는 거죠?”민경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타세요. 최연서 씨. 어쩌면 우리 회사 대표님께서 최연서 씨의 상황을 해결해 주고 다시 학교로 갈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이미 상대에게 모든 걸 들킨 최연서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차 문을 열었다. 뒷좌석에는 듬직한 남자가 앉아 있었고 얼굴도 아주 잘생겼다. 그러나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보니 다소 차가운 오로라가 느껴졌다.강한서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타세요.”얼른 차에 탄 최연서는 문 쪽으로 바짝 기대어 앉았다.민경하는 차를 돌려 다시 출발하였다. 강한서는 눈앞에 있는 여자를 훑어보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이 익숙하게 느껴졌고 그녀는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해 황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