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두 곳이 자신의 명의로 변경된 시간을 알고 나서부터 유현진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변경된 시점은 이혼 전이었고, 두 사람 사이에 이혼 얘기도 없을 때였다.이 사실을 알고나서 유현진은 뭔가 형용 못할 마음이었다.집이라는 건 명품 가방이나 옷처럼 겉치레인 것과는 달리 사람에게 안전감을 주는 존재였다.예전에 블로그에서 봤던 글귀들이 떠올랐다.[결혼한 지 5년이 됐고, 아이 둘까지 낳아 키웠는데, 남편은 여전히 저희 집을 공동 명의로 바꾸지 않으려고 해요. 저 이혼해야 할까요?][예비 남편은 자신이 집 계약금을 냈으니, 저더러 인테리어 비용을 내고, 결혼하고 나서 함께 대출을 갚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집을 두 사람의 공동 명의로 하자고 했죠. 그런데 그런 저를 보고 예비 남편은 여자가 그렇게 물질적이면 안 된대요. 이 결혼 해야 하나요?][대출을 3년이나 갚았는데, 집이 시어머니 명의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저 어떻게 해야 해요?]......유사한 블로그들을 수없이 봤다.당시 유현진도 강한서더러 자신의 명의를 등기에 추가하라고 하려고 했다.심지어 그 일 때문에 혼인법도 뒤져봤다.혼인법에 의하면 혼전에 집을 누가 샀으면 그 집은 그 사람의 소유였다. 물론 배우자가 자신의 이름을 추가하기를 원하면 별도의 규정이 있긴 했다.당시 그걸 확인하고 나서 유현진은 자신이 집 구매하는 데 일전 한 푼 돕지 않고서 이름을 추가해 달라고 하는 건 너무 염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그만뒀다.유현진은 강한서가 오래 전에 부동산 두 개를 자신의 명의로 바꾼 건 상상도 못했다.자신과 강한서가 어떻게 됐든, 이 두 개의 부동산만 갖고 있으면 여생은 돈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그런데 강한서가 진짜로 자신의 미래를 걱정했다면 어떻게 신민정이 자신에게 약을 쓰는 걸 허용했단 말인가?아이를 가지지 않을 거면 왜 자신과 논의도 없이 그런 방식을 취했는가?한편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가하면서, 또 한편으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해주고, 유현진은 강
"그건 당신 집이지 내 집이 아니잖아. 등기소가 닷시까지 운영하니까 아직 한 시간이 있어. 지금 와도 시간이 돼. 얼른 와."유현진은 심지어 자신이 언제 명의를 바꿨는지도 따지지 않고, 서둘러 자신과의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강한서는 주먹을 꽉 쥐더니 냉랭한 어투로 답했다. "시간 없어!"유현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럼 언제 시간 돼? 나 지금 집 사는 거 엄청 급해.""그럼 급하든가...웁..."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성우는 급히 와서 손으로 강한서의 입을 막았다."형수님, 저예요. 저 지금 한서랑 밖에 있어요. 요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한서가 저와 함께 현장 답사를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요즘은 시간이 안 될 거예요."강한서는 한성우를 노려보면서 손으로 한성우의 손을 치우려고 애썼다.말이 끝나고 나서 한성우는 전화를 한 손으로 막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유현진이 앞으로 다시 네 와이프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 입 함부로 놀리지마."강한서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성우를 쏘아봤지만 하던 동작을 멈췄다.유현진은 미간을 좁혔다."한 시간이면 되는데 어떻게 해서도 시간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힘들어요. 그리고 형수님의 명의 하에 집이 두 개나 있는데, 아무거나 골라서 살아요. 어차피 형수님 건데, 왜 다시 이 자식한테 돌려줘요. 형수님의 젊은 시절이 그만한 값어치도 안 하겠어요."이치가 있는 말인데, 이 말을 만약 차미주가 했더라면 유현진은 이해했을 것이다. 차미주는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니까. 그런데 한성우는 강한서의 절친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위해 말한다고?유현진은 계속해서 고집했다. "전 그이에게 아무 것도 빚지기 싫어요? 언제 시간 되는지 대신 물어봐줘요.""형수님, 그건 정말 모르겠어요. 그럼 이렇게 해요. 형수님이 지금 지낼 곳이 마땅치 않다면, 제가 한라국제에 집 한 채가 있는데, 이미 인테리어를 마친 상태에요. 우선 거기 살아요. 임대료는 안 받을 테니까, 한서가 최근 바쁜 일정이 끝나
강한서는 눈썹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나쁜 남자의 수작을 떳떳하게도 말하는군."한성우는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내가 왜 나쁜 남자야. 이거 다 내 미래 아내를 위해 노하우를 비축하는 거라고. 다양한 유형의 여자를 만나 봐야 여자가 어떤 생물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지. 그래야 그들이 어떻게 하면 기뻐하는 지도 알 수 있잖아. 이건 실수의 가능성을 줄이는 유효한 수단이야. 넌 경험이 없는 게 문제야. 예전에 널 따라다니는 여자애들이 그렇게도 많았는데, 그중 몇 명이라도 사귀었으면 오늘날 현진 씨에 대해 이렇게 속수무책이지 않을 거 아냐."강한서는 한성우의 관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넌 경험이 그렇게 풍부하면서도 끝까지 간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이 말은 비수마냥 한성우의 마음에 꽂혔다.한성우도 연애할 때는 진심으로 상대방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것도 거기까지지 더 발전할 수가 없었다.물론 한성우도 똑같지만, 그가 사귀었던 여자들도 대부분 물질적인 데 관심이 많았다.유현진도 물질적이다. 강한서의 돈을 쓸 때는 절대 사정 봐주기란 없었다. 하지만 강한서를 진심으로 잘해줬다.도시락을 가져다 주는 일 하나만 보더라도, 당시 한성우는 강한서가 매일 인스타에 올리는 다양한 도시락 사진들을 보면서 입으로는 별로 부럽지 않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엄청 쓰라렸다.지금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귀한 것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귀한 시대이다.한성우와 강한서는 모두 늘 밖에서 사람을 만나다보니 음식점의 요리가 질린 지가 오래된 터라 그들에게 있어 도시락은 엄청 소중한 것이었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누군가가 자신이 잘 챙겨먹고 있는지를 걱정하고 있는 마음이 소중했다.하지만 한성우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들은 대부분 요리할 줄 몰랐다. 설령 안다 하더라도 절대 요리를 하지 않을 거라면서, 일단 한 번만 요리를 하면, 나중에 결혼한 후 주방에서 맴돌다가 아줌마로 늙어간다고 했다.한성우는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의아했다. 요리 한 번 한다고 미래가 결
당시 반급 친구들은 하나같이 집안이 빵빵했으며 한성우의 부모님은 물산으로 가업을 일으켜 한주시의 절반 이상의 호텔에 해산물을 공급했다. 하여 호텔을 운영하는 집안 아이들은 한성우가 물고기 장수의 아들이라고 놀려댔었다.일부러 패거리를 만들어 한성우를 따돌리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었다.바로 강한서와 주강운이다.두 사람은 바지 하나도 돌려 입을 수 있을 만큼 친한 사이였다.한성우가 두 사람과 친하게 된 계기도 학교 폭력 때문이다. 한성우는 재벌가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았다.그저 잘난 부모덕에 잘난 척하는 그들이 하찮아 보였다.그러던 어느 날, 운동장에서 옆 반의 일진이 일부러 강한서를 다치게 했고, 주강운은 바로 그 일진에게 덤볐다.일진은 키도 크고 덩치도 컸다. 당시 주강운은 키도 작았고 하얀 피부에 바싹 마른 몸이라 전혀 일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강운은 벽돌로 일진의 머리를 가격했고 상대는 그 자리에서 피를 흘렸으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강한서는 아픈 것을 뒤로하고 다급히 주강운이 들었던 벽돌을 빼앗아 빨리 튀라고 했다.하지만 결국, 아무도 튀지 못했다.두 사람은 모두 자기가 한 짓이라고 우겼으며 두 사람의 독기를 직접 목격한 아이들은 두려움에 아무도 진실을 얘기하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경고 처분을 받게 되었다.그 뒤로 한성우는 재벌가의 자녀에 대해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재벌가의 자녀라고 모두 쓰레기인 것이 아니라 강한서와 주강운처럼 의리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하여 한성우는 먼저 다가가 매일 껌딱지처럼 두 사람의 뒤를 따르며 친해지려고 애썼다. 한성우는 작은 동네에서 살다 보니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놀았다. 처음에 강한서는 한성우에게 아주 차갑게 대했다.하지만 고작 열 살 남짓한 아이가 차가우면 얼마나 차가울까? 점차 세 사람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그렇지만 한성우는 늘 강한서와 주강운이 더 친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두 사람이 틀어지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다."애야? 내가 자리 마련할
2명이 죽고 1명이 다쳤는데 2억이라는 적은 보상을 받아들였다는 건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하지만 유씨 집안 기사 덕분에 승객 쪽은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기사만 입을 연다면 모든 의문을 풀 수도 있다.진전에 만족한 유현진은 이내 2차로 돈을 지급했다.오후 촬영이 끝나고 정인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현진아, 진씨가 글쎄 망고 말랭이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나 혼자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 그래서 너한테 보냈는데 맛은 봤어?"유현진은 문뜩 아침에 차미주에게서 온 카톡이 떠올랐다. 차미주가 말한 망고 말랭이 택배는 알고 보니 정인월이 보낸 것이다.유현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저 아직 집에 못 갔어요. 근데 진씨 아저씨가 말린 거면 아마 정말 맛있을 거예요.""진씨가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지."정인월은 진씨를 칭찬했다."다음 주 수요일 내 생일에도 진씨가 아주 큰 망고 케이크를 주문했다네. 한서 보낼 테니, 와서 많이 먹어."유현진은 멈칫했다."할머니, 내가 가면… 이상하지 않을까요?""이상할 거 뭐 있어? 한서와 이혼했다고 이 할미까지 모르는 척할래?""할머니, 그게 아니라요. 할머니는 영원히 제 웃어른이세요."유현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혼한 마당에 제가 참석하면 강한서도 불편할까 봐서요. 할머니 생신 전날에 제가 뵈러 가면 안 될까요?"이미 이혼한 사이니 유현진은 매정하게 강한서 핑계를 댔다."걔가 불편할 게 뭐 있어! 그렇다면 불편한 사람이 떠나야지. 난 내 생일에 내가 예뻐하는 사람의 축하를 받고 싶어."정인월은 한숨을 내쉬었다."팔순 잔치는 아마 내 생에 마지막 큰 잔치가 될 거라 원만하게 하고 싶어서 그래. 네가 정 난감하다면 어쩔 수 없지. 이 늙은이 살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생일도 대충 보내면 되지, 뭐. 진씨 말대로 너희들 난감하게 굴지 않을게."옆에 있던 진씨는 눈꼬리를 씰룩였다.'내가 말했다고?'정인월의 말에 유현진은 마음이 약해졌다."할머니 엄청 건강하시대요.
'싸우자는 거잖아!내가 어떻게 지켜온 회사인데 빼앗으려고? 꿈 깨!'백혜주는 휴대폰을 주어 테이블에 놓으며 온화하게 말했다."오빠, 화 그만 내요. 몸 상해요.""이것 좀 보고 말해."유상수는 소환장을 던지며 말했다."어쩐지 잠잠하다 했어. 뒤에서 이런 짓을 꾸미고 있을 줄이야! 그까짓 증거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백혜주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오빠, 소송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겼어요. 이 기사 가족한테서 연락이 왔었어요.""누구?"유상수는 일시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백혜주는 다시 한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 그 기사님이요."유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연락했대?""누군가 그들을 수소문하고 있대요."유상수의 표정은 미세하게 굳었다."누가?""모르죠. 하지만 오빠, 이 상황에 이 기사를 찾는 사람이 누구겠어요?"유상수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유현진이라는… 얘기야?""오빠, 유현진은 7년 전 사실을 알고 있어요. 하현주 씨가 남겨둔 증거도 가지고 있고요. 그렇다면 유현진도 그때 사고를 의심할 수밖에 없겠죠. 재산 분할 사건은 유능한 변호사만 찾으면 유현진 뜻대로 안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고에 대해 알기라도 한다면 이건 돈 문제가 아니에요."유상수는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사고 차량은 모두 폐차했고 경찰 측에서도 덮은 일이야. 증거가 없는데 뭘 어떻게 하겠어? 소송 건은 돈 몇 푼 던져주면 돼. 어차피 유현진은 돈을 원하니까."하지만 백혜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오빠, 유현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만약 유현진이 돈을 가장 중요시한다면 하현주 씨가 사망하고 바로 이혼하지 않았겠죠. 중요한 건 하현주 씨였어요.""생각해 봐요. 예전에도 유현진을 이용하기 위해 모임에 불렀잖아요? 그때도 하현주 씨 때문에 거절하지 않았어요. 유현진은 하현주 씨 손에서 컸으니 하현주 씨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겠죠. 그런데 그 사고에 문제점이 있는 걸 알았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
며칠이 지나고 어느새 월요일이 되었다.주강운은 직접 운전해 유현진을 데리러 왔다.마침 차미주도 쉬는 날이라 그들과 함께 갔다.이번 소송은 명예권 소송처럼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연루되지 않다 보니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이번에는 재산분할 사건이라 아주 조용했으며 법원에 도착했을 때, 사람도 몇 명 보이지 않았다.차미주가 물었다."주 변호사님. 승소 확률 높아요?"주강운은 주차하며 말했다."가능성은 아주 높죠. 유상수의 분할 방식은 확실히 문제점이 많으니까요. 유씨 그룹 창립 자금의 절반 이상은 하현주 여사님이 지원했어요. 게다가 하현주 여사님은 회사 운영에도 힘쓰셨고요. 아무리 유상수가 수단을 써서 주식을 자기 명의로 돌렸다 해도 하현주 여사님이 누워있을 때 서명한 거라 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해요."차미주는 씩씩거리며 말했다."유상수 이 뻔뻔한 인간. 주 변호사님, 어떻게든 현진이한테 많이 차려지게 해주세요. 그 돈 버리더라도 쓰레기 같은 유씨 집안에 줄 수 없어요."주강운은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현진 씨 권익을 최대한으로 쟁취할 거예요. 더군다나 현진 씨는 지금 내 사장님이잖아요."주강운은 부드러운 눈길로 유현진을 바라보았다.유현진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제가 드린 쥐꼬리 마한 변호사 비용으로는 차 기름값도 안 나와요. 장난하지 마세요."차미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주 변호사님 현진이한테 호감 있네. 저 눈빛 좀 봐…근데 현진이는 아주 목석이야!'세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송민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이 시간에 웬일이지?'유현진은 어리둥절하며 전화를 받았다."송 대표님, 무슨 일로?"송민준은 결과지를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유현진, 너 어디야?"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송 대표님 왜 이래? 반말할 사이는 아닌데?'유현진은 갑자기 박해서의 말이 떠올랐다.머릿속에서 "암묵적인 규칙"이라는 말이 맴돌았다. 그녀는 애써 정서를 가다듬고 말했다."저 지금 법원인데요. 소송이 있어요."유현진은
주강운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광고비 받을 건 아니죠?""특별히 공짜로 해드리죠."오늘도 역시나 공개 재판이지만 방청객은 지난번보다 훨씬 적었으며현장에는 기자들도 별로 없었다.송민준은 재판이 열리기 몇 분 전에 법원에 도착해 지난번 강한서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마치 원고의 가족처럼 말이다.피고 쪽 자리에는 백혜주와 유현아, 그리고 6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남자아이는 백혜주를 쏙 빼닮은 것이 보기만 해도 비호감이다.그 아이가 바로 유상수와 백혜주의 아들 유현우이다.현아, 현우.하현주의 금고를 열지 않았더라면 유상수가 이런 서프라이즈를 둘씩이나 준비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세 사람은 번지르르한 차림으로 앉아있었다. 백혜주는 순종적인 모습을 벗어던지고 간지나는 큰 웨이브에 값비싼 옷을 걸쳤다.유현진은 쌀쌀한 눈빛으로 피고석을 바라보았다.유상수도 번지르르한 차림새를 하고 컨디션도 아주 좋아 보였다. 심지어 그사이 살도 붙었다.'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우리 엄마의 피땀으로 호의호식하다니.'유현진은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오늘, 반드시 내가 이겨야 해!'주강운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더니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진정해요."유현진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시선을 내렸다.재판이 시작됐다.양측 변호사는 사건을 중심으로 대치하기 시작했다.그들은 각자 다른 주장을 하며 각각 다른 증거를 제시했다.유상수는 하현주의 병원비를 물고 늘어졌다.그는 하현주에게 사고가 생긴 뒤, 줄곧 본인이 거액의 치료비를 냈으며 하현주를 보살폈다고 주장했다.죽은 사람은 말을 못 한다고, 유상수는 하현주가 자기의 불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하현주가 자발적으로 아이를 책임진다고 했다며 거짓말을 했다.또 하현주에게 교통사고가 난 뒤에야 지금의 아내와 함께 살게 되었으며 재산 전이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뻔뻔한 인간인 줄 알았지만 유현진은 유상수의 뻔뻔스러움에 또 한 번 놀랐다.다행히도 주강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