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가 답했다. "같이 안 왔어요."정인월은 단박에 눈썹을 한껏 찌푸리면서 물었다. "현진이는 어디 갔어?"강한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정인월은 가슴이 철렁했다."너 이놈, 혹시 현진이랑 이혼했어?"강한서는 정인월의 말을 시정했다. "그 사람이 이혼하자고 했어요.""이 멍청한 놈!"정인월은 발끈했다. "그 애가 이혼하자고 한다고 이혼해? 너 돌았어?"강한서......정인월은 강한서를 별로 혼내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한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성우가 욕할 때에는 대꾸라도 했는데, 정인월이 꾸짖으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실은 강한서 자신도 내심 화가 났다. 이혼 수속 밟기 직전에 자신이 유현진에게 한 말을 생각해보니 왠지 바보 같았다. 이혼을 후회하는 건 자신밖에 없었다. 그것도 이혼한 지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 벌써부터 후회막급이었다. 정인월은 화가 나서 손이 떨렸다. "널 어쩌면 좋니? 결혼할 때는 현진이 아니면 안 된다면서 나더러 직접 찾아가서 혼담을 꺼내달라고 하더니, 이혼할 때는 나한테 묻지도 않아? 네 눈에 이 할미가 있기는 한 거야?""잠시 이혼한 것 뿐이에요."강한서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 다시 재혼할 거예요."정인월은 피식했다. "그건 너의 일방적인 생각이겠지! " 정인월은 진씨더러 사전에 조사한 내용을 강한서에게 보여주라고 했다. "네가 직접 봐. 네가 없었던 이 며칠 동안 현진이가 대체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강한서는 내용을 보자마자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안색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언제 너희 엄마랑 너희 둘 이혼한다는 사실을 말했어? 이렇게 큰 일을 나만 몰랐던 거야?"강한서는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낮은 소리로 답했다. "저 이혼한다는 얘기를 꺼낸 적 없어요. 그리고 저 현진이랑 이혼하겠다는 생각조차 한 적 없어요.""그딴 소리 집어쳐."정인월은 강한서를 째려봤다."이미 현진이랑 이혼했으면서!"강한서..
진씨가 담담하게 읇었다. "사모님과 다시 재혼하지 못하면 오지 말라고 하세요. 큰사모님이 장수하는 데 영향을 준다면서."강한서......닫혀지는 대문을 보면서 강한서는 처음 이혼으로 인해 가족에게 버림받아 고립된 느낌이 들었다.강한서는 화를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에 도착하자 안방 등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강한서는 눈썹을 찌푸렸다. 분명 도우미 아주머니더러 안방은 우선 정리하지 말라고 했는데.그는 얼굴을 굳혔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야에 정원에 세워진 유현진의 카이엔이 들어왔다. 강한서는 멈칫하다가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도우미 아주머니가 강한서를 맞았다. "대표님, 오셨어요?"강한서는 들뜬 마음을 눅잦히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 온 거죠?""사모님 윗층에 계세요. 가져갈 물건이 있다고 했어요."아주머니의 말이 끝나자 강한서는 윗층으로 달려가다가, 안방 부근에 가서야 발걸음을 늦췄다. 안방 문은 약간 열려 있어,서랍을 여는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강한서는 가볍게 문을 열었다. 유현진은 무릎 꿇고 머릿장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어서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강한서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유현진은 동작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흘끔 쳐다보고는 먼저 말을 꺼냈다. "물건 가지고 바로 갈 거야."강한서는 눈썹을 찌푸렸다."쫓을 생각 없어."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현진은 증서 같은 것들을 찾아 봉투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현진이 가려고 하자 강한서는 급히 그의 앞을 막았다. 유현진은 멈칫하다가 손에 든 봉투를 들어 보이면서 물었다. "강 대표님 혹시 제가 강씨 집안 물건을 가져가는지 검사하시려고 그러세요?"강한서는 미간을 좁히면서 말했다. "그 뜻이 아니라 그저 잠깐 얘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야."유현진은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저랑 강 대표님 할 얘기가 남았나요?"강한서는 입을 다물었다
유현진은 뺨을 친 손에 혼신의 힘을 다 실었다. 강한서의 얼굴에 날카로운 손톱이 긁고 지난 흔적이 길게 남았다. 강한서는 순간 멍해졌다. 유현진이 자신에게 손을 댄 게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미움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뺨을 맞는 것은 어느 연령대라도 모욕감을 느끼는 일이다. 더욱이 강한서와 같이 오랫동안 떠받들려왔던 사람은 밀려오는 모욕감이 더 컸다. 유현진이 두 번째 뺨을 날리려고 손을 올리자, 강한서가 그의 손목을 확 잡아채더니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유현진! 그만해! 내가 너 어쩌지 못해서 가만히 있는 줄 알아?"말이 끝나자마자 강한서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는 유현진의 빨개진 눈시울과 눈물 가득 고인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유현진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드라마를 보면서 우는 모습은 봤어도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강한서는 줄곧 유현진이 생각이 없는 여자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그런 여자가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자 가슴이 찢어졌다. 강한서는 유현진의 손목을 잡았던 손에서 힘을 풀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당신을 어떻게 한 거 아니잖아."유현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한서! 내가 평생 가장 후회되는 일이 당신이랑 결혼한 거야. 다시는 당신이랑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말이 끝나자마자 유현진은 강한서의 손을 뿌리치고 물건을 가지고 떠나갔다. 강한서는 오랫동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쫓아나갔을 때는 이미 유현진이 차를 몰고 떠난 후였다. 유현진을 말리지 못한 도우미 아주머니는 아래층으로 내려온 강한서에게 감히 묻지 못하고, 몸을 돌려 방 청소 하러 갔다. 강한서가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 지난 번에 현진이가 중약을 병원에 보내달라고 했죠?"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에 보냈어요?""사모님 어머님 돌아가신 이튿날이요."강한서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다른 건
강한서는 당시 약 처방을 조하해 봤다. 하지만 확실히 여성의 자궁에 좋은 약재들이어서 신민정의 행위를 묵인했다. 하지만 사모님은 질색했고, 한약을 먹을 때마다 거부감을 호소했다. 두 사람은 임신하는 일로 자주 싸웠다. 임신만 거론되면 한약 때문에 싸우곤 했다. 대표님은 사모님의 몸조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됐고, 또 갑자기 애를 가졌다가 유산이라도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까 봐 우려되어, 지난해 연말에 아예 임신의 가능성을 단절하려고 결찰 수술을 받았다. 당시 민경하가 강한서를 픽업하러 병원에 갔을 때, 그는 깜짝 놀랐다. 결찰술이 남성 기능에 영향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걸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며, 또 여자를 위해 그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겠는가?강한서는 자신의 행위를 타인이 알면 체면이 깎일까 봐 다른 핑계를 댔다. "집 사람이 한약을 먹기 싫다는 소리에 지쳐서 한 거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마세요."이에 민경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수술하고 나서는 사모님이 한약을 복용하는 일에 대표님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최근 몇 달 동안은 사모님도 한약을 마시지 않을 텐데, 갑자기 왜 한약을 조사하라는 거지?강한서는 미간을 주무르면서 말했다. "우서 가서 조사해 봐요. 지금 머리가 좀 복잡해요. 앞으로 얼마 간 바쁠 텐데, 일이 한 단계 마무리되면 휴가 줄게요.""알겠습니다."전화를 끄려는 순간, 민경하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대표님, 사모님을 위해 예약한 목걸이를 제가 가져왔어요. 언제쯤 사모님께 드릴 건가요? 시간 날 때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강한서는 몇 초 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우선 실장님이 보관하고 있어요."민경하는 강한서의 대답이 뜻밖이어서 물었다."대표님, 사모님과 싸우신 거예요?" 강한서는 잠깐 멈칫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혼했어요.""이혼이요?!"민경하가 너무 크게 소리쳐서 강한서는 귀가 멍멍했다. "실장님도 저 나무라실 건가요?"강한서는 기분
유현진은 그렇게 거리를 누비다가 술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술은 부정적인 정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유현진이 주량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소주, 와인, 맥주를 마구 섞어 들이부으면 탈 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는 안주도 먹지 않고 빈 속에 술을 엄청 급하게 마셨다. 술집 주인은 매상을 올리기 위해 처음에는 유현진이 요구하는 대로 줬지만, 나중에는 두려웠다. 행여나 유현진이 술 마시고 뭔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유현진이 술을 더 달라고 하자 더 이상 주지 않았다. "아가씨, 너무 많이 마셨어요. 안주라도 드세요. 우리 가게 안주가 맛이 괜찮아요.""저 배고프지 않아요."유현진은 두 볼이 발그스름해서 턱을 괴고 있었다. 술에 취한 게 분명한데 발음은 또렷했다. "저 한 병 더 따주세요.""운전해서 오신 것 같던데, 제가 대리 운전을 불러 드릴까요? 아니면 직접 부르실래요? 더 마셨다가 취하시면 어떻게 돌아가시려고요?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저 가족이 없어요."유현진은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엄마가 돌아가셔서 제가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요. 더 이상 저를 걱정해줄 사람도 없고요."가게 주인은 자신의 딸보다 몇 살 위로 보이는 유현진이 안쓰러워서 타일렀다. "그렇더라도 자신의 몸을 이렇게 혹사하면 안 돼요. 어머님이 아시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유현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가게 주인은 그에게 물 한 잔 건네주면서 말했다. "인생의 모든 고비는 넘어가기 마련이에요. 술도 마셨으니 한잠 자고 일어나서 다시 힘차게 출발하면 돼요."유현진은 더 이상 술을 요구하지 않고 천천히 물을 마셨다. 가게 주인은 유현진의 상태가 좋아지자 다른 손님들을 접대했다. 손님들이 하나 둘 떠나고 가게가 조금 조용해지자 다시 유현진에게로 와 보니 테이블에 엎드려 잠이 든 상태였다. 테이블 위에 놓은 휴대폰이 계속하여 울리는 데도 유현진은 듣지 못했고, 가게 주인이
"돈을 받았으면 최선을 다해야죠."주강운은 단추를 잠궜다."저 먼저 가볼게요. 두 분 천천히 드세요."그러고는 바로 집을 나섰다. 강민서는 거부 당한 느낌에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주강운의 어머니도 아들이 너무 대놓고 거부하는 게 눈에 보였다. 강민서가 다쳤을 당시, 주강운의 어머니는 몇 번이나 주강운더러 병문안을 가 보라고 했지만, 주강운은 일을 핑계로 가지 않았다. 강민서가 다 나을 때까지 주강운의 어머니는 병문안을 두 번 갔었다. 하지만 주강운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강민서는 매번 주강운은 왜 오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럴 때마다 주강운의 어머니는 일이 바쁘다느니, 이 물건들을 주강운이 산 거라느니 하면서 아들을 위해 핑곗거리를 만들었다. 강민서는 그 말들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몸이 나아지자 바로 주강운을 찾으러 왔다. 그런데 주강운의 태도가 이토록 차가울 줄 몰랐다.어제는 억지로라도 몇 입 먹더니 오늘은 보지도 않고 의뢰인 만나러 가 버렸다. 이 야밤에 의뢰인은 무슨 의뢰인이야? 거짓말을 하더라도 믿음이 갈 만한 걸 찾아야지."민서야, 강운이 상관 말고 우리끼리 먹어. 먹지 않는 사람이 손해인 거지."강민서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더니 잠시 후에 물었다. "강운이 오빠는 어떤 여자를 좋아해요? 예전에 사귀었던 분들은 어떤 유형이었어요?"주강운의 어머니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강운이가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면 내가 이렇게 마음이 조급하지 않지."강민서는 눈썹을 찌푸렸다. 어렸을 때 한성우가 강운이 여자친구에 대해서 말한 적 있는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아니면 기억이 잘못됐나?"민서야, 강운이를 위해 강운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바꿀 필요 없어. 너희 두 사람만 좋다면 우리 집안에서는 적극 찬성이야."강민서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주강운은 가게 주인이 보내온 주소에 따라 30분 후에 가게에 도착했다. 열 시가 되어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다. 가게 주인은 청소까지 마치고 프론트에서 수입을 맞춰
이를 지켜보던 가게 주인이 옆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여자친구가 참 재밌네요."주강운은 귀가 빨개졌다. 그는 가게 주인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저 가게 주인에게 유현진의 차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주강운은 유현진을 조수석에 앉히고, 자신은 운전석에 앉았다. 유현진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려고 가까이 가자 유현진의 술향이 섞인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주강운은 갑자기 더워졌다. 고개를 돌려 유현진의 눈매를 보자 그의 눈빛은 차츰 평온해졌다. 주강운은 자신의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 중도에 유현진은 깨더니 눈을 거슴츠레 뜨고 물었다."지금 어디 가는 거야?"주강운이 물었다."어디 가고 싶어요?"유현진은 운전석에 누군지도 모르고 유리창에 기대어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해변가로 가."말하고는 또 잠이 들었다. 주강운은 운전하여 해변가로 갔다. 해변가에 도착해서 주강운이 창을 내리자 찬 바람을 맞은 유현진은 잠에서 깨어났다. "추워."주강운이 답했다. "밤의 해변가는 추워요."그러면서 옷을 벗어 유현진에게 걸쳐 주었다. 유현진은 자신의 몸에 걸쳐진 옷을 보다가 한참 후에 낮은 소리로 물었다. "강한서, 당신 영혼이 체인지 됐지? 어떻게 나한테 옷을 걸쳐줘? 내 치마를 빼앗아 당신이 입어야 정상 아냐?"주강운......술이 덜 깬 유현진은 옆에 강한서가 있는 줄 알았다. 알코올은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 유현진은 자신이 누구 때문에 슬펐는지도 까먹었다. 그는 주강운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더니 가까이 가져와서 실눈으로 쳐다보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주강운이 얼굴을 가져가려고 하자 유현진은 주강운의 턱을 잡아 다시 가까이로 가져왔다. "움직이지마."유현진은 화난 표정을 짓고는 두 손으로 주강운의 얼굴을 받쳐들고 멀뚱멀뚱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다가 훅 밀어버리고는 말했다."영혼 체인지면 어때? 내가 반했던 건 어차피 당신 몸이니까."주강운......술 취하면 이렇게 저돌적으로 변하는 거야?주강
주강운은 갑자기 유현진과 결혼한 강한서도 보통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잘못을 일일이 끄집어내다가 갑자기 하현주의 생각에 눈물을 왈칵 흘렸다.주강운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유현진은 울다 지쳐 훌쩍이며 잠에 들었다.주강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먼 곳의 바다를 바라보며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쇄골 아래에는 커다란 화상이 보였다.다음날, 유현진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비몽사몽한 표정으로 눈을 뜬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태양혈을 지끈 눌렀다. 어떻게 호텔에 들어왔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노크 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왔다."잠깐만요."그녀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주 변호사님?"주강운이 깔끔한 옷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유현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갈아입을 옷 좀 가져왔어요."유현진은 반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변호사님이 데려다주신 거예요?""기억 안 나요?"주강운이 말했다."어제 명예권 사건으로 얘기 좀 나누려고 전화했었는데 술집 사장님이 전화를 대신 받으셨어요. 현진 씨가 많이 취했으니 데리러 좀 와달라고요."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강운의 설명에 유현진은 언뜻 기억이 떠올랐다. 바다를 간 기억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생각나지 않고 주강운의 뺨을 때린 것이 희미하게 떠올랐다.…..."기억이…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해요."유현진은 마른기침하며 말했다."술주정 부리며 뺨 때렸어요?"주강운은 멈칫하다가 말했다."하나도 기억 안 나요?"유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더 심한 것도 했어요?""내 옷에 콧물을 닦기는 했는데, 심한 거 맞아요?"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땅으로 꺼지고 싶었다.'강한서가 술만 마시면 날 귀찮게 한다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나도 술 마시고 다른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정말 생각 안 나요. 옷은 제가 세탁해 드릴게요."주강운은 환히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