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내심 놀랐다. 오늘 기자가 회사 안으로 잠입한 건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그런데 서정원은 그 일을 깜빡하고 있었다.그녀는 허탈하게 미간을 주무르며 투덜댔다.전화 건너편에서 듣고 있던 최성운은 서정원의 표정을 예상한 건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요. 아직 시간 있으니까 같이 선물 고르러 가요.”최성운이 서정원을 데리러 왔을 때 서정원은 아직도 어떤 선물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최성운은 그 모습을 보더니 그녀의 손을 자기 손바닥 위로 올려놓으며 말했다.“정원 씨가 고른 거면 뭐든 좋아하
휴대전화가 울리자 유서혜는 아차 싶었다. 매니저가 하필 지금 이때 온 것이다.그러나 이미 늦었다. 유서혜는 자신의 앞에 있던 두 사람이 소리를 듣고 자신이 있는 쪽을 향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유서혜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한시라도 망설일 수 없었기에 곧장 밖으로 달려갔다.“저 여자 잡아!”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서혜는 헐떡대면서 매니저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유서혜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해 답답해하던 매니저는 미처 고개를 들기도 전에 누군가 자신의 차를 퍽 내리치는 걸 듣고 화들짝 놀랐다.“얼른 가요!”
송경훈의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가 굳었다. 그는 들고 있던 잔을 흔들거리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최 대표님, 전 지금 최 대표님과 차분히 얘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최성운은 송경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서정원을 바라보았다.“한 번 해볼래요?”그는 줄곧 서정원을 신경 쓰고 있었다. 서정원을 이곳에 데리고 온 최성운은 서정원이 한 번 시도해 보길 원했다.“당연하죠. 전 옥석 경매장에 처음 와본다고요.”서정원의 눈빛이 일렁였다. 최성운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놀라더니 이내 못 말린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
“내가요?”서정원은 당황했다.최성운은 서정원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네. 난 옥석 가리기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요.”그 말을 듣자 서정원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 그녀는 최성운이 먼저 옥석 가리기 내기를 하자고 말하길래 이길 수 있는 비결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정말로 그냥 도박해 볼 셈인 듯했다.“혹시 서정원 씨도 옥석 가리기에 일가견이 있으신가요?”송경훈은 시선을 들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보았다.고개를 돌려 송경훈을 바라본 서정원은 일부러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손을 뻗어 턱을 괴며 입
심아영은 순간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서정원이 이런 요구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서정원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면서 그녀의 손톱이 심아영의 피부를 파고들었다.“당신...”심아영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 그녀는 두려움이 들었다.심아영과 달리 서정원의 표정은 한없이 편안해 보였다.“왜요? 두렵나요? 아까는 판돈을 더 올리자고 하지 않았나요?”심아영의 치아가 살짝 떨렸다. 그녀가 입을 열어 서정원의 말에 대답하려고 할 때, 서정원이 갑자기 그녀를 놓아줬다.서정원은 손에 묻은 화장을 털어내며 말했다.“판돈 올릴 생각 따
서정원이 커다란 옥석을 들고 왔다. 누가 보면 그녀가 벼랑에서 캐온 것일 줄 알 것이다.큰 옥석일수록 가격이 높았고 좋은 것이 나올 확률도 높았다. 물론 체적 또한 상대적으로 더 컸다.그러나 그것도 소수일 뿐, 큰 옥석을 선택한 사람도 결국엔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였다.옥석 가리기 같은 일로 단번에 부자가 될 수도, 거리에 나앉게 될 수도 있었다.그렇기에 자신감이 없다면 다들 그렇게 큰 옥석을 고르지 못했다.사람들은 다들 놀란 표정이었는데 서정원은 전혀 개의치 쓰지 않고 평온한 얼굴로 옥석을 내려놓았다
“이건...”옥석을 자른 남자의 표정이 미묘했다. 옥석을 끝까지 잘랐는데도 그냥 옥석일 뿐, 녹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역시나 그냥 옥석이네요.”심아영이 깔보듯 말했다. 그녀는 처음엔 조금 긴장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본인이 멍청했던 것 같았다.“역시 옥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답네요.”“그러게요. 저렇게 큰 옥석을 고르다니,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네요.”“돈을 많이 썼을 것 같아요.”주변의 의논 소리가 점점 더 커졌지만 서정원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턱을 매만지면서 그 옥석을 찬찬히 살폈다.“잘못 찍
심아영은 경악한 표정으로 걸어가서 옥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탁자 위에 놓인 그녀의 손가락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옥석 안에서 저렇게 큰 비취가 나온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됐던 옥석 안에서 더욱 값비싼 보물이 들어있었던 것이다.심아영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했지만 이런 일은 본 적이 없었다.서정원은 옥석 가리기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했었다. 그런데 운이 왜 이렇게 좋은 것일까?설마 서정원이 처음부터 실력을 숨긴 건 아닐까?“어때요? 운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