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똑똑한 놈들은..."도재찬은 목을 가다듬었다. 그는 말할 때 끝 음이 약간 떨리고 있었지만, 서정원은 아직도 놀란 탓에 그 부분을 알아채지 못했다."위험까지 감수하고 날 찾아온 이유가 그 부하들 때문인가?"최성운은 자신이 잡아들인 사람들이 기껏해야 조무래기인 걸 뻔히 알면서도 굳이 물었다. 그러자 도재찬이 책상을 꽉 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놈들은 내 알 바 아니야. 한 사람만 넘겨주면 돼.""호오?"최성운이 낮게 웃었다."이미 다 아는 것 같으니까 긴말은 안 할게. 송연우만 풀어주면 듣고 싶은 건 내가
"네?"설은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유서혜가 병실 문 쪽에 서서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죄송합니다..."유서혜는 밀려오는 죄책감에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설은아는 그런 그녀를 평온하게 쳐다보더니 김시우 옆에 앉아 유서혜를 향해 물었다."우리 시우가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나게 됐는지 알고 있는 거예요?"그녀는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분을 삭이지도 않았다. 그저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유서혜가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제가 연락을 받지 않아서... 저 찾겠다고... 다 저 때
심준호 매니저가 얼른 유서혜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자들 틈에서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유서혜는 자리에 멈춰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신발 쪽을 바라보며 마치 주위의 플래시가 그녀를 삼켜버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서혜 씨!"기자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심준호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유서혜의 허리를 낚아채 그대로 뒤에 있는 차에 그녀를 실었다.심준호는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그녀를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
"이런 일까지 성운 씨한테 부탁할 수는 없어요."서정원은 이딴 애들 장난을 도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궁금했다. 과연 그녀의 추측이 맞아떨어질지.그때 누군가가 서정원의 어깨를 밀쳤다."죄송합니다."귓가에 들리는 저음에 서정원은 어딘가 모를 익숙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 속에서 자신을 치고 간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최성운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그에 서정원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이상하네."서정원은 아까 부딪힌 어깨를 매만지며 혼자 중얼거
다행히 최성운은 그녀가 기자들에게 밀리지 않게 경호원을 붙여주었다. 그 덕에 서정원은 편안하게 기자들 중심에 서 있을 수 있었다."서정원 씨, 소속 연예인인 유서혜 씨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유서혜 씨와 심준호 씨는 대체 어떤 사이입니까?""현재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게시물에 올라온 내용은 사실입니까?"서정원은 눈앞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실눈을 떴다. 그렇게 기자들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연예인 사생활을 향한 도를 넘는 관심은 사절해주시면 감사
“뭐라고요?”서정원은 유서혜의 표정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면서 의문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머리를 숙이고 있는 유서혜는 아주 피곤해 보였다. 그녀의 눈시울은 빨개 있었고 목소리도 쉬어 있었다.“시우 씨 머리도 이렇게 아팠을까요... 대표님, 저 너무 아파요. 왜 이렇게 아픈 걸까요?”그녀는 서정원을 안으려고 하다가 이내 서정원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서정원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유서혜가 자신에게 따로 할 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심준호와 매니저를 보고 무언갈 말하려
서정원은 의아해하는 눈빛을 하다 드디어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이상함을 찾아냈다.그녀는 유서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김시우 씨 고백을 받아주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던게 다 이유가 있었네.’서정원은 한숨을 내쉬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그럼 심준호 씨를 질투하게 만들려고 김시우 씨 고백을 받아준 거였어요?”자신의 속셈을 알아챈 서정원을 보며 유서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심준호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김시우 씨는 알고 있나요?”그녀는 유서혜가 언제부터 심준호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저...”유서혜는 정신을 차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서정원을 바라보았다.순간,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서정원은 눈살을 찌푸렸다.‘갑자기 왜 우는 거지?’“그런데 김시우 씨 어머니께서 저보고 더 이상 김시우 씨 옆에 나타나지 말아달라고 해서...”유서혜는 울먹이면서 말했다.병원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했다. 마음이 흔들렸던 유서혜는 이내 풀이 죽었다.“김시우 씨가 직접 말한 거예요?”서정원은 미간을 짓누르며 말했다.‘왜 전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리도 복잡하다는 걸 몰랐을까?’“만약 김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