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요?”서정원은 유서혜의 표정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면서 의문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머리를 숙이고 있는 유서혜는 아주 피곤해 보였다. 그녀의 눈시울은 빨개 있었고 목소리도 쉬어 있었다.“시우 씨 머리도 이렇게 아팠을까요... 대표님, 저 너무 아파요. 왜 이렇게 아픈 걸까요?”그녀는 서정원을 안으려고 하다가 이내 서정원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서정원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유서혜가 자신에게 따로 할 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심준호와 매니저를 보고 무언갈 말하려
서정원은 의아해하는 눈빛을 하다 드디어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이상함을 찾아냈다.그녀는 유서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김시우 씨 고백을 받아주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던게 다 이유가 있었네.’서정원은 한숨을 내쉬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그럼 심준호 씨를 질투하게 만들려고 김시우 씨 고백을 받아준 거였어요?”자신의 속셈을 알아챈 서정원을 보며 유서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심준호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김시우 씨는 알고 있나요?”그녀는 유서혜가 언제부터 심준호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저...”유서혜는 정신을 차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서정원을 바라보았다.순간,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서정원은 눈살을 찌푸렸다.‘갑자기 왜 우는 거지?’“그런데 김시우 씨 어머니께서 저보고 더 이상 김시우 씨 옆에 나타나지 말아달라고 해서...”유서혜는 울먹이면서 말했다.병원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했다. 마음이 흔들렸던 유서혜는 이내 풀이 죽었다.“김시우 씨가 직접 말한 거예요?”서정원은 미간을 짓누르며 말했다.‘왜 전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리도 복잡하다는 걸 몰랐을까?’“만약 김시우
서정원은 손가락으로 유서혜의 이마를 살짝 찍으며 나긋하게 말했다.유서혜는 눈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용서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그때 저의 유치함으로 상처 입힌 일로 사과하고 싶어요.”“일 처리 다 끝나면 알려줘요. 지금 유서혜 씨에 관한 인터넷 여론이 너무 심해요. 회사 홍보팀에서 여론을 가라앉히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별 효과가 없어서 아무래도 유서혜 씨가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할 것 같아요.”이건 서정원이 일이 생기고 나서부터 생각해 놓은 대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이
유서혜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긴장된 마음을 품고 멀리 보이는 김시우의 병실을 바라보며 손을 꽉 쥐었다.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갔다.병실에서는 설은아가 병상 옆에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 이미 깨어난 김시우는 의아한 표정을 하고 병상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가 병실로 들어올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특히는 들어온 사람이 유서혜인 걸 보고 더 놀란듯했다.유서혜도 그다지 침착하지 못했다. 그녀는 멍하니 병상에 있는 김시우를 바라보았는데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김시우
만약 설은아가 전에 미리 유서혜를 조사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그녀가 대체 무슨 속셈인지 의심했을 것이다.유서혜는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선 자리에 서 있었다.“그래서 지금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거죠?”설은아가 다시 한번 유서혜에게 물었다.병실은 침묵 속에 잠겨버렸다. 설은아는 몸을 돌려 병상에 있는 김시우를 보면서 끝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네 말대로 됐으니까 이젠 만족해?”유서혜는 설은아가 자신에게 말하는 줄 알고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김시우가 다시 고개를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유서혜는 상황을 파악하고 저도 모르게 손으로 김시우를 밀어냈다.“김시우 씨...”귀가 빨개진 유서혜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하지만 김시우는 유서혜의 이런 행동이 여전히 자신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까 했던 말도 날 속이려고 거짓말을 한 거겠지.’김시우의 눈빛이 순간 다시 씁쓸해 보였다.“깜짝 놀랐잖아요.”유서혜는 병상을 내려다보며 김시우에게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도 돼요.”김시우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고 했다.
이를 보고 있던 김시우는 유서혜를 보면서 자신의 볼을 가리켰다.“왜 그래요?”유서혜는 김시우가 상처가 아파서 그러는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볼을 살폈다.“아파요.”김시우는 나른한 목소리로 불쌍한 척하면서 애교를 부렸다.“금방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요.”유서혜가 몸을 돌려 의사 찾으러 가려고 할 때, 김시우가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유서혜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김시우는 다정하게 유서혜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말했다.“괜찮아요, 뽀뽀 한 번만 해주면 안 아파요.”“김시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