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설은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유서혜가 병실 문 쪽에 서서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죄송합니다..."유서혜는 밀려오는 죄책감에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설은아는 그런 그녀를 평온하게 쳐다보더니 김시우 옆에 앉아 유서혜를 향해 물었다."우리 시우가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나게 됐는지 알고 있는 거예요?"그녀는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분을 삭이지도 않았다. 그저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유서혜가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제가 연락을 받지 않아서... 저 찾겠다고... 다 저 때
심준호 매니저가 얼른 유서혜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자들 틈에서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유서혜는 자리에 멈춰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신발 쪽을 바라보며 마치 주위의 플래시가 그녀를 삼켜버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서혜 씨!"기자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심준호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유서혜의 허리를 낚아채 그대로 뒤에 있는 차에 그녀를 실었다.심준호는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그녀를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
"이런 일까지 성운 씨한테 부탁할 수는 없어요."서정원은 이딴 애들 장난을 도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궁금했다. 과연 그녀의 추측이 맞아떨어질지.그때 누군가가 서정원의 어깨를 밀쳤다."죄송합니다."귓가에 들리는 저음에 서정원은 어딘가 모를 익숙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 속에서 자신을 치고 간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최성운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그에 서정원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이상하네."서정원은 아까 부딪힌 어깨를 매만지며 혼자 중얼거
다행히 최성운은 그녀가 기자들에게 밀리지 않게 경호원을 붙여주었다. 그 덕에 서정원은 편안하게 기자들 중심에 서 있을 수 있었다."서정원 씨, 소속 연예인인 유서혜 씨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유서혜 씨와 심준호 씨는 대체 어떤 사이입니까?""현재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게시물에 올라온 내용은 사실입니까?"서정원은 눈앞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실눈을 떴다. 그렇게 기자들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연예인 사생활을 향한 도를 넘는 관심은 사절해주시면 감사
“뭐라고요?”서정원은 유서혜의 표정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면서 의문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머리를 숙이고 있는 유서혜는 아주 피곤해 보였다. 그녀의 눈시울은 빨개 있었고 목소리도 쉬어 있었다.“시우 씨 머리도 이렇게 아팠을까요... 대표님, 저 너무 아파요. 왜 이렇게 아픈 걸까요?”그녀는 서정원을 안으려고 하다가 이내 서정원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서정원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유서혜가 자신에게 따로 할 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심준호와 매니저를 보고 무언갈 말하려
서정원은 의아해하는 눈빛을 하다 드디어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이상함을 찾아냈다.그녀는 유서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김시우 씨 고백을 받아주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던게 다 이유가 있었네.’서정원은 한숨을 내쉬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그럼 심준호 씨를 질투하게 만들려고 김시우 씨 고백을 받아준 거였어요?”자신의 속셈을 알아챈 서정원을 보며 유서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심준호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김시우 씨는 알고 있나요?”그녀는 유서혜가 언제부터 심준호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저...”유서혜는 정신을 차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서정원을 바라보았다.순간,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서정원은 눈살을 찌푸렸다.‘갑자기 왜 우는 거지?’“그런데 김시우 씨 어머니께서 저보고 더 이상 김시우 씨 옆에 나타나지 말아달라고 해서...”유서혜는 울먹이면서 말했다.병원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했다. 마음이 흔들렸던 유서혜는 이내 풀이 죽었다.“김시우 씨가 직접 말한 거예요?”서정원은 미간을 짓누르며 말했다.‘왜 전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리도 복잡하다는 걸 몰랐을까?’“만약 김시우
서정원은 손가락으로 유서혜의 이마를 살짝 찍으며 나긋하게 말했다.유서혜는 눈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용서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그때 저의 유치함으로 상처 입힌 일로 사과하고 싶어요.”“일 처리 다 끝나면 알려줘요. 지금 유서혜 씨에 관한 인터넷 여론이 너무 심해요. 회사 홍보팀에서 여론을 가라앉히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별 효과가 없어서 아무래도 유서혜 씨가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할 것 같아요.”이건 서정원이 일이 생기고 나서부터 생각해 놓은 대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이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