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나무 밑에 얼마나 있었을까, 유서혜는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 알람을 보며 얼굴을 매만지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때 매니저도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좀 진정이 됐어요?"매니저는 팔짱을 낀 채 유서혜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까 심준호가 유서혜를 끌고 갔을 때도 계속 뒤에 따라붙고 있었다. 하지만 멀리 서 있던 탓에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던 게 맞을 것이다.유서혜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연예인일 뿐이었고 아무리 매니저라고 한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까
매니저는 그녀의 말이 심히 의심스럽긴 했지만, 그저 집에 가서는 꼭 사진을 올려야 한다는 당부만 했다.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유서혜가 힘겹게 몸을 이끌고 호텔로 걸어들어왔다.늦은 시간이었기에 호텔 프런트에는 직원이 두 명밖에 없었다. 유서혜는 프런트를 스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우연히 그녀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뉴스 봤어? 서해로에서 사고 난 거?""서해로라면 이 근처 아니야? 심각한 거야?""차 한 대가 글쎄 길가에 있던 나무를 그대로 들이박았잖아. 많이 다친 것 같던데? 다행히 구급차가 일찍
최성운의 눈빛에 서정원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그를 만지려던 손을 그대로 멈칫한 채 물었다."성운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최성운은 어떤 이상한 목소리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음을 느꼈고 이어 서정원을 제외한 주위 모든 것들이 몽롱하게 보였다.하지만 그는 지금 눈앞에 있는 서정원을...뭔가 위험한 감각이 그의 몸을 지배했다.최성운이 아무런 말이 없자 서정원이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최성운이 서정원에게로 손을 뻗어오더니 이내 그녀의 목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서정원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본능적
그곳은 창고 같은 곳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최성운에 의해 갇힌 사람이 꽤 되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갇혀있었는지 최성운을 보고는 희망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하나같이 풀어달라고 애원했다.서정원은 주위를 둘러보다 구석에 있는 한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그는 젊은 청년이었는데 몸은 빼빼 말라 있었고 길게 자란 머리카락은 그의 두 눈을 다 덮고 있었다. 그는 옆에 있는 피멍투성이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혼자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 청년은 서정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고개를 들더니 웃음을 지어 보였다.서정원은 최성운을
한참을 고민하던 서정원이 갑자기 뭔가 깨달았는지 송연우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서정원이 예상했던 대로 냄새가 더 강해졌다."갑자기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면 내가 좀 부끄러운데요."송연우의 하얀 피부 때문인지 그의 푸른 혈관들이 더 잘 보이는 듯했다. 서정원은 손을 올려 송연우의 목을 잡고는 그의 체온이 보통 사람들보다 매우 낮은 걸 확인했다.‘뱀!’"현주 씨!"서정원의 외침에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쳐들어왔다."이 사람 구강 검사 좀 해보세요. 아마 약물 같은 것이 있을 거예요."서정원이 몸을
"이래서 똑똑한 놈들은..."도재찬은 목을 가다듬었다. 그는 말할 때 끝 음이 약간 떨리고 있었지만, 서정원은 아직도 놀란 탓에 그 부분을 알아채지 못했다."위험까지 감수하고 날 찾아온 이유가 그 부하들 때문인가?"최성운은 자신이 잡아들인 사람들이 기껏해야 조무래기인 걸 뻔히 알면서도 굳이 물었다. 그러자 도재찬이 책상을 꽉 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놈들은 내 알 바 아니야. 한 사람만 넘겨주면 돼.""호오?"최성운이 낮게 웃었다."이미 다 아는 것 같으니까 긴말은 안 할게. 송연우만 풀어주면 듣고 싶은 건 내가
"네?"설은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유서혜가 병실 문 쪽에 서서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죄송합니다..."유서혜는 밀려오는 죄책감에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설은아는 그런 그녀를 평온하게 쳐다보더니 김시우 옆에 앉아 유서혜를 향해 물었다."우리 시우가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나게 됐는지 알고 있는 거예요?"그녀는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분을 삭이지도 않았다. 그저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유서혜가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제가 연락을 받지 않아서... 저 찾겠다고... 다 저 때
심준호 매니저가 얼른 유서혜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자들 틈에서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유서혜는 자리에 멈춰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신발 쪽을 바라보며 마치 주위의 플래시가 그녀를 삼켜버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서혜 씨!"기자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심준호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유서혜의 허리를 낚아채 그대로 뒤에 있는 차에 그녀를 실었다.심준호는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그녀를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