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자꾸 어디로 혼자 다니는 거야. 내가 6호 대합실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여자는 애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예뻤다.그녀는 서정원과 같은 컬러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남자아이가 오해할 만도 했다.“엄마, 우리 3호 대합실이야, 6호 대합실이 아니라. 엄마가 잘못 찾은 거야.”남자아이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아주 태연자약했다.여자는 자신이 잘못 찾아갔다는 게 믿기지 않는 듯 의아해하면서 눈을 깜빡였다. 갈팡질팡해 하는 그녀의 모습은 담담한 태도의 남자아이와 비겼을 때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옆에서 보고 있던 서정
그녀는 입술 오므리면서 방문을 나서려는 순간, 최성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최성운은 서정원이 자신의 통화 소리에 깬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왜 일어났어요? 혹시 내 통화 소리에 깬 거예요?”“어디 갔어요?”서정원은 최성운의 허리를 둘러안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회사에 처리 할 일이 있어서요.”최성운은 미간을 짓누르며 말했다. 서정원과 보름 정도 휴가를 보내려면 부득이 회사 일을 미리미리 처리해두어야 했다.“우리 최 대표님 바쁜 몸이시네요.”서정원은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배고픔이 몰려
“성격이 좀 까칠하네.”중년남성은 음탕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는 서정원에게 아주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꺼져.”서정원은 차가운 얼굴빛을 하고 떠나려고 했지만, 중년남성과 함께 온 사람들이 그녀를 막았다.“두 사람 다 데리고 가!”중년남성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선 자리에서 시름을 놓고 있던 여자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하면서 고개를 쳐들었다.“이 여자 나보다 예쁘게 생겼잖아요! 이 여자만 데려가면 되잖아요!”여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고래고래 소지를 질렀다. 서정원은 그런 여자를 보면서 역겨워 났다
최성운은 헛웃음을 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 의사는 그의 이러한 태도가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 더는 말하지 않고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최성운은 고개를 숙이고 침대에 있는 서정원을 보면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깼어요? 어디 아프다거나 불편한 곳은 없어요?”서정원은 그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그녀의 기억은 누군가에게 팔이 잡힌 장면에서 멈추었다.“나... 머리가 아파요...”서정원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방금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두려웠다.“이젠 괜찮아요.”최성운은 서정원을 끌
촬영현장.유서혜의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심준호 쪽은 그렇지 못했다. NG를 내는 상황이 빈번하게 생겼다.“준호 씨, 요 며칠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요즘 촬영상태가 말이 아니네요.”매니저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심준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물었다.“미안해요, 요 며칠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먼저 호텔로 돌아가서 쉴게요.”심준호는 애써 웃어 보이며 혼자 촬영장을 떠났다.옆에서 모든 걸 보고 있던 유서혜는 조용히 심준호를 뒤따라 갔다.아니나 다를까, 유서혜는 심준호가 바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그녀는
유서혜는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듯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심준호의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심준호 씨, 나 서정원 씨 아니에요. 나 유서혜라고요! 지금 취했어요! 정신 좀 차려봐요!”심준호는 유서혜의 손을 잡고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고는 미련과 부드러움으로 가득찬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그거 알아? 네가 최성운이랑 약혼하는 걸 본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그러면 준호 선배가 서정원 대표님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는 알아요?”유서혜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고민 끝에
이른 아침.눈을 뜬 서정원은 베란다에 앉아 신문을 보는 최성운을 보았다.엊그제보다 덜 눈부신 햇빛이 최성운의 얼굴을 비추었는데 움직이는 그의 눈초리는 마치 날개를 펴고 날아 예는 나비와도 같았다.서정원은 문뜩 최성운처럼 잘생긴 사람이 연예인을 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심준호와 비겼을 때 최성운이 훨씬 더 잘생겼다.서정원의 시선을 느낀 최성운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정원은 황급히 얼굴을 이불속에 숨기고 자는 척했다.최성운은 신물을 내려놓고 일어나 침대로 걸어갔다. 그는 이불속에서
최성운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돌려 서정원을 보았다. 서정원은 그의 표정을 보면서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서정원은 불안해졌다.“설마 전에 그 사람들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에요?”“뒷배경이 조금 복잡할 뿐이에요.”최성운은 그 일에 더는 서정원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저 육지와 다르게 바다에 가면 더 위험하지 않을지 걱정될 뿐이었다.“우리 최 대표님도 무서워할 때가 있었어요?”서정원은 최성운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최성운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