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은 표절 때문에 참가 자격을 박탈당한 수잔을 보며 꼴 좋다는 듯 비웃었다. 심사단은 수잔한테 통보를 내린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고 이어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져 그녀만 덩그러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수잔은 빨간색 드레스를 보며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쁜 자태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내야 할 드레스가 이제는 그녀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었다.‘내가 이렇게 진다고?’디자이너들은 모두 수상대에 올랐고 결과는 뻔했다. 레오와 겨룰 수 있을 유일한 사람이었던 수잔이 참가 자격을 박탈당해버렸으니 이제
행복한 사람들은 항상 눈앞의 고통은 무시해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만약 이때 고통스러운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분노는 무한으로 커지게 된다.대회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을 당시 수잔은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다 서정원이 단상에 올라 트로피를 받는 장면을 보게 될 때는 어느새 분노로 바뀌어 시기와 질투가 그녀를 감쌌다. 오청연이 일을 제대로만 처리했었더라면 저 트로피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었어야 했다.‘레오, 감히 나를!’서정원과 최성운이 다정하게 대회장을 빠져나왔을 때 시계는 벌써 저녁 6시를 가리키고 있었
"고마워요."서정원은 할아버지 앞에서 괜한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아 인사치레로 짧게 대꾸를 했다. 이진숙은 서정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최승철 옆에서 재잘거렸다. 최승철이 듣는 척 마는 척해도 그녀는 굴하지 않고 꿋꿋이 들러붙었다.최성운은 이진숙이 최지연과 손을 잡고 또 최승철한테 해코지라고 할까 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쳐다봤다.본가에서의 식사 자리에서 최지연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간간이 서정원만 쳐다봤고, 최승철과 최성운은 이진숙과 최지연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온 신경을 서정원한테 쏟으며 그녀한테만 음식을 집어줬다.본가
영상을 본 손윤서는 손에 피가 나도록 손톱을 물어뜯었다. 최성운을 향한 그녀의 집착이 점점 도를 넘고 있었다. 그녀를 분노케 한 건 비단 프러포즈 영상뿐만 아니라 영상 아래 쓰인 기사도 한몫했다.〈운성 그룹 대표, 스타진 엔터 대표와 다음 달 약혼식 올리다.〉손윤서는 기사를 확인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는 신경질적으로 사이트를 꺼버린 후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손태진이 그 소리를 듣고 얼른 동생 곁으로 다가갔다.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정서가 불안정한 동생을 극진히 케어하는 것뿐이다."윤서야, 왜 그래?""오빠."손윤서
이송혜는 자신이 직접 끓인 탕을 유나와 임재민 앞에 놓았다.유나는 입술을 오므리면서 이송혜에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유나가 탕을 먹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하인이 문을 열어보니 서정원이 영양제품을 한가득 안고 웃으며 들어다.“유나 씨 보러 왔어요. 몸은 괜찮아요?”임재민은 서정원이 온 걸 보고는 얼른 다가가 웃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서정원이 가지고 온 영양제품들을 받아들고 적당한 곳을 찾아 놓아두었다.서정원은 다정하게 유나 곁에 앉아서는 유나의 불룩한 아랫배를 조심스레 만져보더니 웃으며 말했다.“4~5
“나와 유나 누나 꼭 참석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인생 선배님 약혼식인데 참석해서 미리 경험과 교훈 쌓으러 가야지.”“뭔 소리야.”유나는 쑥스럽게 웃으면서 임재민을 비난했다. 하지만 서정원은 옆에서 임재민의 맞장구를 쳐주었다. 세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장난치면서 시간을 보냈다.서정원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떠나려고 했다. 이송혜가 서정원에게 함께 점심 식사하고 가라고 요청했지만 서정원은 완곡하게 거절했다.“아니에요, 아주머니. 회사에 처리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아야 해요. 얼른 식사하세요. 다음
하지만 서정원이 코앞까지 찾아온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녀도 얼버무리지 않고 말을 꺼냈다.“손태진 씨가 말했던 제안은 고려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저의 마음에 와닿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왜 저를 그렇게도 굳게 믿고 있는 거죠? 손태진 씨도 잘 알겠지만, 저와 손윤서 씨 사이가...”서정원은 더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쯤 말하면 손태진도 자기 뜻을 알아들을 거라 믿었다.손태진은 멈칫하더니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죄송하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정원 씨, 저도 윤서가 전에 여러
서정원이 자신의 옆에 앉자마자 최성운은 입을 열었다.“다른 남자랑 이렇게 가까이 지내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해요, 알겠죠? 나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너무 질투가 나요.”서정원은 한숨을 내쉬면서 어이없다는 듯 최성운을 바라보았다.‘또 이러는 거야.’‘진짜 어이가 없다니까.’“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냥 손태진 씨랑 회사 간의 합작에 관해 얘기하려고 잠깐 만난 것뿐이에요. 성운 씨도 저의 일상적인 생활을 너무 통제하려고 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일상적인 생활을 통제하지 말라고요?”최성운은 서정원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