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뒤 서정원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유나가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쥔 채로 눈물을 글썽이는 게 보였다.“왜 그래요?”서정원이 걱정스레 물었다.유나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면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황찬성이... 날 차단했어요.”‘차단이라니!’서정원은 어이가 없었다.‘황찬성 이 인간 대체 뭐야?’헤어진다고 해도 유나를 차단할 정도로 매정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그는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유나를 차단해 버렸다.참 어이없는 일이었다.“난 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믿을 수 없어요.”
“뭐라고요? 날 내쫓는 거예요?”서정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최성운 씨, 이거 먹버예요! 잊지 말아요. 누가 할아버지를 치료했는지! 내가 없었으면 할아버지가 이렇게 빨리 나아서 오늘 퇴원할 수 있었겠어요?”“그래요? 당신이 없었다면 할아버지는 쓰러지지 않았을 텐데요.”최성운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빨리 안 가고 뭐 해요?”“그러니까 오늘은 내연녀 주가영 씨를 꼭 지키겠다 이거죠?”서정원의 아름다운 두 눈이 분노로 가득 찼다.최승철의 퇴원은 중요한 일이었고 병원 밖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
“성운 오빠가 좋아하는 건 저예요. 제 집안 형편과는 상관없어요. 사랑에 어떻게 다른 것들이 섞일 수가 있죠?”주가영은 입술을 달싹이며 마음속 질투를 감쪽같이 감췄다.‘집안이 평범하면 뭐? 최성운과 결혼해서 최씨 집안의 안주인이 된다면 난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여자가 될 텐데 겨우 서정원 따위가 뭐라고.’기자들은 계속해 다음 질문을 했다.“참, 주가영 씨. 죽을병에 걸리셨다던데 지금 주가영 씨 상태로는 최성운 대표님 곁에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죠?”“현대 의학은 아주 발달했어요. 전 제가 꼭 나을 거라고 믿어요. 전 성운
“할아버지, 저 할아버지랑 조금 더 있을게요.”최성운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최승철이 아픈 뒤로 그는 줄곧 후회했었다.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할아버지를 많이 관심해 주지 못한 걸 말이다.지금 다행히도 할아버지는 무사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최대한 시간을 많이 비워서 할아버지와 함께 할 생각이었다.손자가 자신을 걱정하자 최승철은 기분이 좋아져 최성운의 손을 잡고 활짝 웃어 보였다.“그래, 그래.”최씨 저택.“이모, 저것 좀 보세요. 오빠 서정원 그 여자랑 틀어진 것 같은데요?”휴대전화를 보던 최지연은 최성운이 최
“성운아, 일 너무 열심히 하지는 말고. 건강 조심해.”“네.”최성운은 덤덤히 대답한 뒤 돌아서서 나갔다.최성운의 차가 멀어지는 걸 바라보며 최승철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워커홀릭인 그의 손자가 자주 시간을 내서 그와 함께 있어 주니, 최승철은 아주 흐뭇했다.“어르신, 일찍 쉬세요.”여진구가 최승철을 부축해 방으로 돌아갔다.최승철이 방으로 들어가자 휴대전화가 울렸다.고개를 숙인 그는 그것이 이진숙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발견했다.최승철은 단번에 눈살을 찌푸렸다.그의 며느리는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최지연과 협력해 그에
“그러고 보면 제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과부 생활을 해 온 것도 전부 아버님 덕분이네요!”이진숙이 최승철의 가슴을 후벼팠다.“그리고 최씨 집안의 그 일들을 제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아버님이 왜 임동석을 입양했는지 전 대충 짐작이 가요.”최승철은 그 말을 듣자 옛일들이 연이어 떠올랐다.휴대전화를 든 그의 손이 떨렸다.“뭘 어쩌고 싶은 거냐?”“아버님, 전 뭘 어쩌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최지연은 최승철의 긴장을 알아채고는 점점 더 득의양양해졌다.“저와 지연이는 단지 갇혀있는 게 싫을 뿐이에요. 성운이에게
최성운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 저를 찾으셨어요?”“성운아,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낮게 깔린 최승철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아니에요. 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최성운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아, 별일은 아니다.”최성운이 일부러 태연한 척 말했다.“그냥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전화했단다. 넌 앞으로 네 엄마와 최지연을 어떻게 처리할 셈이냐?”“할아버지, 두 사람은 이미 할아버지를 그렇게 해쳤어요. 전 절대 그냥 넘어갈 생각도 없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이건 최승철의 일 처리 방식이 아니었다.‘혹시 정말로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약해지신 건가?'그러나 최성운도 따르겠다고 말했으니 서정원은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여하간에 이건 그들 최씨 가문의 일이었으니까.한편, 태윤 그룹.한껏 꾸민 손윤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제일 꼭대기 층인 대표이사 사무실로 갔다.그녀는 손을 뻗어 노크했다. 그러자 안에서 손태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요.”손윤서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오빠!”손태진은 고개를 들었다.“윤서? 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손윤서는 손태진 앞에 서서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