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아직 자유로운 다른 손을 들었다. 그녀는 그가 고열이 나는 건 아닐까 이마를 짚어 볼 생각이었는데 최성운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아 내려버렸다.최성운은 고개를 숙이며 거리를 확 좁혔다. 그의 오뚝한 콧날은 당장이라도 서정원의 코끝에 닿을 듯했다.서정원은 혹시라도 최성운에게 호흡을 빼앗길까 봐 숨 쉬는 것마저 조심스러워졌다.“그...”서정원은 입꼬리를 당겼다. 그녀는 쑥스러움에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그런 일은 우리 결혼식 날 밤에 다시 얘기해요.”“그런 일이요?”최성운은 의아한 얼
서정원은 눈살을 찌푸렸다.‘최성운은 정말 두 다리가 망가진 걸까?’조금 전 병상 위로 올라올 때 그는 아주 민첩해 보였다.최성운은 서정원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오도 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는 주가영을 빤히 바라보았다.“여긴 왜 왔어?”주가영은 보온병을 들고 조심스럽게 최성운의 병실로 걸어갔다.“성운 오빠랑 서정원 씨가 다쳤다는 얘기를 듣고 병문안하러 왔죠. 일부러 두 사람을 방해한 건 아니에요.”주가영은 말하면서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개져서
주가영은 그 말을 듣자 곧바로 눈시울을 붉히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어 물었다.“서정원 씨, 절 아직도 용서하지 않은 거예요?”서정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주가영은 가련한 표정으로 최성운을 바라보았다.“성운 오빠, 제게 화가 났단 건 저도 알고 있어요. 전 정말 제가 잘못한 걸 알고 있어요. 서정원 씨를 질투해서는 안 됐어요. 서정원 씨를 모함해서도, 운성 그룹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아서도 안 됐고요. 전 병원에 오기 전에 절에 가서 자신이 한 짓들을 반성했어요.”주가영은 부적을 하나 꺼내 최성운의 앞에
“...”그는 서정원의 질투하는 모습이 귀여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유나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난 걱정돼서 그러는 거죠.”유나는 노트북과 원단을 서정원에게 건넸다.“물건은 다 챙겨왔으니까 난 이만 가볼게요.”유나는 이곳에서 괜히 방해꾼 노릇을 하고 싶지 않았다.유나가 떠난 뒤 최성운이 진지하게 자료를 보기 시작하자 서정원은 굳이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그녀는 유나가 가져온 물건들을 뒤져 펜과 스케치북을 꺼낸 뒤 자신과 최성운이 약혼식에 입을 옷들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최성운에게 약혼하자고 했을 때, 서정원의 머릿속에
서정원은 옥상 난간을 꽉 붙잡고 서 있었고 머리가 순간 하얘지게 되었다.“최성운, 제발 무사하기만 해줘!”서정원이 중얼중얼하며 혼잣말을 해댔다.그녀가 마침 임창원에게 최성운을 찾아보라고 연락하려던 순간 익숙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등 뒤로 울려 퍼졌다.“정원 씨.”‘최성운?'서정원은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휠체어에 앉아있는 최성운의 모습이었다.“성운 씨, 무사했군요!”서정원이 그에게 달려가 폭 안겼다.그녀는 몸을 굽혀 최성운의 다리에 얼굴을 묻었다.최성운은 손을 뻗어 서정원의 머리칼을 넘기면서 매력적
서정원이 웃음을 지었다.“다시 약혼하기로 했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최지연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정말로 그러기로 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서정원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자 등 뒤로 최성운의 목소리가 먼저 울려 퍼졌다.“네가 알 필요 없어.”그녀는 고개를 들고 병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최성운이 느릿하게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오빠, 할아버지께서 왜 아직도 의식이 없으신지 잊었어? 다 이 여자 때문이잖아! 그런데도 이 여자랑 결혼하
이튿날 아침, 서정원은 눈을 뜨자마자 잘생긴 최성운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정원 씨, 일어났어요?”최성운은 그윽하고 다정한 눈길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서정원은 눈썹 사이를 구기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운 씨가 왜 제 병실에 있는 거죠?”“사과하려고요. 용서 구하려고 왔어요.”최성운은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서정원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그를 째려보았다. 그녀가 입을 열려던 순간 주가영이 갑자기 나타났다.“성운 오빠, 여기 있었어요? 아까 병실로 갔는데 오빠가 없더라고요.”주가영은 가련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제
인제 보니 드디어 그때가 온 것 같았다.서정원과 최성운은 허둥지둥 최승철의 병실로 달려왔다.“할아버지, 어떠세요?”최성운은 성큼 침대 옆으로 걸어가 얼른 최승철의 손을 잡아 올리며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침대에 누워 있던 최승철은 눈만 깜박이고 있었을 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할아버지, 제가 상태를 확인해 드릴게요.”서정원은 몸을 숙이고 최승철의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할아버지께선 어때요?”최성운이 급히 물었다.서정원은 고개를 떨군 채 최승철을 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