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해요!”서정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걸음을 내디뎠다.“유나 씨를 놔줘요. 내가 갈게요.”서정원은 서둘러 오청연의 앞에 섰고 오청연은 그제야 유나를 밀어내고 서정원을 바닥으로 밀쳤다.곧이어 오청연은 서정원의 두 손을 단단히 고정한 채 폭탄을 서정원의 허리에 묶었다.“서정원, 뻔뻔하고 천박한 년! 내가 아주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버릴 거야! 심준호가 당신 모습을 떠올릴 때 피범벅이 된 모습만 떠올리게 만들어 줄 거야, 하하! 심준호는 내 거야!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고! 서정원, 다음 해 오늘이 당신 기일이 될 거야!”폭탄
서정원은 오청연이 이렇게 힘이 셀 줄은 생각지 못했다. 오청연은 끈질기게 그녀에게 딱 달라붙었다.오청연은 서정원과 같이 죽으려고 마음먹은 건지 두 팔로 서정원을 단단히 끌어안았다. 서정원이 발버둥 쳐 보았으나 소용없었다.두려움과 익숙한 추락감에 서정원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설마 나 정말 이렇게 죽는 거야? 아니, 그럴 순 없어!’서정원은 그 순간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진정하려고 애썼다.“서정원 씨!”서정원이 추락하는 순간, 최성운의 눈빛에 여태껏 본 적 없는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서정원을 끌
서정원은 고개를 숙이고 최성운의 상처를 꼼꼼히 살폈다.그리고 이내 그가 아주 심각하게 다쳤음을 발견했다. 성한 데라고는 전혀 없었고 몇 군데는 골절상을 입었다.특히 다리의 상처를 본 순간 서정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의술을 할 줄 알았기에 얼마나 심각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최성운 씨, 일어나봐요!”서정원은 최성운의 뺨을 두드리며 그를 깨우려 했다. 그런데 손을 대자마자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큰일이네! 열이 나!’서정원은 흠칫했다. 여러 군데 보이는 상처에 염증이 생겨 파상풍 때문에 열이 나는 게
서정원은 최성운의 옆에 앉아 냉정하게 5분 동안 고민한 뒤 방법을 떠올렸다.이곳은 숲이긴 하지만 그래도 도시 바깥쪽이라 맹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정원은 야외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혼자서 이곳을 벗어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최성운은 혼수상태였고, 서정원은 그를 내버려 두고 떠날 수 없었다.그러니 이곳을 떠나려면 나무를 묶어 뗏목을 만들고 그것으로 최성운을 옮겨야 했다.다행히도 그곳은 바닥이 축축하고 미끄러웠으며 쓸 수 있는 넝쿨도 많았다.서정원은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라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주웠다.
바닥에 쓰러진 서정원은 아직도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창백한 얼굴의 최성운을 바라봤다.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절망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서정원은 건조해서 갈라진 창백한 입술을 살짝 핥으며 일어나려고 애썼다.그녀는 반드시 버텨야 한다고 끊임없이 되뇌었다.비틀거리며 일어난 서정원은 다시 한번 뗏목을 끌고 힘겹게 나아갔다.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힘겨웠다.서정원은 너무도 힘이 들었다.비몽사몽인 와중에 서정원은 누군가 자신과 최성운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다.‘환각인가? 이럴 때 나와 최성운 씨를 구할 사람이 있다고?’
“최성운 씨 어느 병실에 있어요? 날 그곳으로 데려다줘요.”서정원은 급히 말했다.그녀는 지금 당장 최성운을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알고 싶었다.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던 서정원은 발바닥이 땅에 닿는 순간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다행히도 옆에 있던 유나가 예상한 듯 그녀를 부축했다.“정원 씨, 조급해하지 마요. 내가 안내해 줄게요.”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을 돌볼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다.유나는 서정원을 부축한 뒤 고개를 돌려
“내 다리... 망가졌어요.”‘뭐라고? 망가졌다고? 최성운의 다리가 망가졌다고?’벼랑 아래, 피투성이가 되었던 최성운의 다리를 떠올린 서정원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사실 그녀는 휠체어를 보았을 때부터 이미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들었었다. 그런데 정말 그가 불구가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녀 때문이었다.“내가 볼게요.”서정원은 걱정 가득한 눈길로 말했다.최성운은 고개를 저으며 암담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뇨, 강석일 박사님이 보셨어요. 치료 못 한대요...”최성운의 모습에 서정원은 더는 고집을 부릴
최성운은 서정원이 이렇게 적극적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마디마디 분명한 큰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고 주도권을 빼앗은 뒤 더욱 깊게 키스했다.서정원은 참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그녀의 반응에 자극받은 최성운은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단단히 붙잡은 뒤 마치 태풍처럼 몰아치는 강렬한 키스를 퍼부었다.병실 안의 온도는 끊임없이 상승했다.발의 통증을 참지 못한 서정원이 헐떡거리면서 최성운을 밀어내고 나서야 끝났다.그녀는 화끈거리는 얼굴로 휠체어에 앉았다.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서정원이 휠체어에 앉고 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