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이내 최성운의 팔을 잡아당겼다.“가요. 경찰서로.”“아직 알레르기 다 낫지 않았잖아요. 그냥 집에서 쉬어요. 이따 임 실장님이 자료를 가지고 올 거예요.”최성운은 걸음을 멈추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괜찮아요.”서정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반드시 직접 경찰서로 가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뭐가 어떻게 되든, 연기를 완벽하게 해야만 상대가 속을 것이었다.그녀가 직접 경찰서에 가려는 것도 사실 배후를 더 완벽하게 속이기 위함이었다.결의에 찬 서정원의 모습을 본 최성운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서정원을 데리고
손씨 가문 본가.손윤서는 소파 위에 널브러져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서정원에 대한 악플과 부정적인 기사만 보면 순간 절로 웃음이 났다.“윤서야, 너 정말 천재구나! 굳이 우리의 힘을 쓰지 않고도 서정원의 얼굴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잖아. 괴물 같은 서정원 얼굴만 보면 정말 웃겨 죽을 것 같다니까.”손윤서 앞에 서 있던 백유란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손으로 막으며 손윤서에 잘 보이려고 했다.“흥, 정말 쌤통이야! 애초에 이렇게 해야 했어. 그동안 우리가 너무 봐준 거지!”손윤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백유란을 보면서 씩
“그게 누구예요?”유나는 놀란 어투로 물었다.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저도 아직 몰라요. 일단 제 주변엔 그런 짓을 할 말 한 사람이 몇이 되거든요.”“그 범인은 정말 더는 살고 싶지 않은가 봐요.”유나는 저도 모르게 몇 초간 범인을 측은하게 생각했다.서정원의 눈에 난 사람은 좋은 결말을 얻지 못했으니까.“아 참, 다음 달에 해마다 열리는 파리 패션 디자인 대회가 있을 거예요. 정원 씨, 이번에도 참석할 거예요?”유나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그게 다음 달이에요?”서정원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시간이 이
‘뭐?!’그의 말에 서정원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 정체가 또 들킨 거야? 최성운은 또 어떻게 내가 레오인 거 알게 된 거야!’서정원은 최성운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며 입술을 틀어 물었다.“어떻게 안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물었다는 건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최성운은 다소 더 그윽해진 두 눈으로 서정원을 보고 있었다. 그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서정원이 바로 레오였던 것이다.“아주 간단해요.”최성운은 가볍게 웃으면서 청량감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뻔한 일들은 척 보면 바로 알아맞힐 수가 있거든
그러나 지금은...그녀는 이미 눈앞에 있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았다.비록 두 사람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고 그녀는 항상 시아를 대하는 최성운의 태도를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전에 있었던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최성운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녀를 안고 낙하산을 펴고 뛰어내리는 모습에 그녀는 이미 그에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그리고 드넓은 바다에서 흉악한 대어를 만났을 때도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위험에서부터 그녀를 구해주었었다.그때부터 그녀는 이
이튿날 아침, 날씨가 아주 화창했다. 서정원은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며칠 간의 휴식으로 그녀의 알레르기는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였다.서정원은 거실로 내려왔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주방에서 바삐 아침을 만들고 있는 최성운이었다.그녀가 그에게 다가갔다.“아주머니는요?”“사정이 있으셔서 오늘 못 나오신대요.”최성운이 덤덤하게 말을 했다.서정원은 최성운을 힐끔 쳐다보았다.“제가 할게요.”사실 서정원의 음식솜씨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비록 그녀는 요리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최성운이 이미 여러 차례 그녀에게 아침을
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바로 강설희였다.강설희는 그녀의 회사 스타진 엔터의 인기 있는 배우였고 의 여주인공이기도 했다.최근 몇 년간 강설희는 인기가 급상승했고 여자 연예인 중에서도 앞자리 순위를 차지하는 배우였다. 게다가 올해는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자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었다.강설희는 심준호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연예계에서도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전에 심지어 심준호와 스캔들도 난 적이 있기도 했다.여하간에 두 사람은 모두 유명한 배우였고 커플
첫 번째 장면은 강설희와 심준호의 신이라 서정원은 옆에 서서 묵묵히 두 사람이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번 신은 강설희가 맡은 중전 민자영이 처음 입궐할 때의 모습을 담은 장면이었다. 민씨 가문은 명문 가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후궁 간택을 할 당시 그는 다른 여인들의 괴롭힘을 당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침착하게 반격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금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이번 신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민자영의 총명한 지혜와 위험에 직면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이다. 그러나 강설희의 연기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오만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