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씨? 서정원 씨는 그만두지 않았나요?”주가영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서정원이 자신의 앞에 서 있자 그녀는 일부러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의아하게 물었다.“사직서를 낸 건 맞지만 최성운 씨가 허락하지 않아서요.”서정원은 최성운을 힐끗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그러니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성운 오빠, 그래요?”주가영은 억울한 표정으로 최성운을 바라봤고 최성운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시아야, 그 자리는 서정원 씨 자리야. 네 자리는 내가 다시 마련해줄게.”그 말에 주가영은 일어나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서정원은 주가영을 무시하고 침착하게 걸음을 내디뎌 대표이사실로 향했다.하지만 마음은 가시에 찔린 듯 콕콕 쑤셔왔다.‘주가영은 밑도 끝도 없이 도발하는데 대체 그 목적이 뭘까? 주가영은 이미 최성운과 만나고 있는 거 아닌가? 왜 최성운을 잃을까 봐,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봐 저렇게 두려워하는 거지?’만약 주가영이 진짜 시아라면 그녀는 최성운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했다.지금처럼 전전긍긍하지 않고 말이다.‘주가영은 대체 뭐가 두려운 거지?’서정원은 고민하다가 안토니에게 문자를 보냈다.「안토
“날 찾은 이유가 단지 업무 때문인가요?”최성운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정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서정원은 저항해도 소용없자 입꼬리를 당기며 반문했다.“그렇지 않으면요?”‘단지 업무 때문이라니...’최성운은 얇은 입술이 일자가 되도록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굳은 표정이 현재 그가 얼마나 불쾌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대표이사실 분위기가 살짝 얼어붙었다.잠시 침묵하던 최성운이 다시 입을 열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서정원 씨, 나한테 다른 할 말은 없어요?”“없어요.”서정원은 덤덤히 대꾸했다.“어젯밤
“BPL?”최성운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어 물었다.“그 회사 자료 있어요?”최성운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임창원은 들고 있던 서류를 뒤진 뒤 최성운에게 보고했다.“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를 보면 BPL은 최근 몇 년간 설립된 회사로 경영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 부동산, 주얼리, 화장품, 의류 등 여러 가지 업종에 걸쳐 있으며 회사가 설립된 이후 빠르게 발전하여 규모가 아주 커졌고 실력도 만만치 않습니다.”임창원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리고 BPL 배후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고, 하.’그날 일을 떠올린 서정원은 잠시 넋을 놓았다.바로 그때, 주가영이 커피 한 잔을 들고 대표이사실로 들어오며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성운 오빠, 어제 밤새 자지 못했을 텐데 피곤하죠? 커피 마시고 잠 좀 깨요.”서정원은 주가영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주가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서정원이 듣기에는 귀에 무척이나 거슬렸다.‘밤새 자지 못해서 피곤하다고...’두 사람이 어젯밤 뭘 했는지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성운 오빠, 이것 좀 마셔봐요. 이건 제가 직접
주가영은 멀어져가는 서정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동자가 음험하게 빛났다.‘일부러 못 들은 척한 거야!’주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질투와 증오를 거두어들인 뒤 눈을 접어 웃으면서 최성운을 바라봤다.“성운 오빠, 조금 전에 서정원 씨가 말한 북해 프로젝트는 뭐예요?”“최근 운성 그룹에서 하려고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야.”최성운은 건성으로 대답했다.사실 서정원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길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당장 ‘얼음과 불’ 프로젝트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서정원의 냉담한 태도와 공적인 일만 얘기하겠다는 말에 최
‘벌써 심준호의 생일이라고?’서정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진짜인 듯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머리가 아팠다.매년 생일 때마다 심준호는 그녀에게 고백했었다.비록 매번 에둘러 거절했었지만 그래도 뜻은 명확했다. 하지만 심준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정원아?”서정원의 침묵에 심준호는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정원아, 왜 그래? 듣고 있어?”“듣고 있어요. 참석할게요.”서정원은 덤덤히 말했다.“때가 되면 내가 좋은 소식을 하나 알려줄게.”이틀 뒤면 서정원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준호의 입가가 저도 모
“몰라요.”“저 사람 정원 씨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던데요?”유나는 고개를 돌려 남자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쩐지 이상한 사람이었다.서정원은 어깨를 으쓱였다.“누가 알아요? 상관하지 마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전 화제를 이어갔다.“정원 씨, 사실 최성운 씨 정도면 진짜 보기 드문 좋은 남자예요.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내가 언제 포기한다고 했어요?”서정원은 손을 뻗어 이마에 드리워진 앞머리를 정리하며 눈빛이 차가워졌다.사실 그녀의 마음은 모순적이었다.최성운은 그가 오랫동안 사랑했던 시아를 찾았고, 도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