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일은 절묘한 손놀림과 깔끔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 일련의 움직임은 마치 물이 흘러가듯 막힘없이 자연스러워 서정원은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정원아, 똑똑히 보았니?”강석일은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고개를 들어 서정원을 힐긋 보았다.“네.”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강석일의 손놀림을 기억해 뒀다.그렇게 삼십 분이 흘렀고 강석일은 최승철의 가슴에서 은침들을 하나하나 뽑아내어 다시 약상자에 넣었다.“아저씨, 다 되었나요?”서정원은 여전히 조금 전 강석일이 보여줬던 엄청난 침구술을 골몰하고 있었다.“그래.”강석일
강석일은 눈살을 찌푸렸다.“정원아, 난 먼저 가볼게.”최씨 가문 사람들은 엉망진창이었고 강석일은 그곳에서 괜히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강석일은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나섰다.“아저씨, 제가 배웅해 드릴게요.”서정원이 다급히 따라갔다.강석일은 우뚝 멈춰서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정원을 보았다.“정원아, 날 바래다줄 필요는 없어. 여기서 몸 잘 챙겨.”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떠났다.서정원은 두말하지 않는 강석일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강석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작게
심준호는 차를 운전해서 서정원을 청담 빌리지로 바래다주었다.서정원은 무척 피곤했기에 가는 길 내내 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쉬었고 그러다가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차를 멈춰 세운 뒤 심준호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김은 잠에 빠져든 서정원을 주시했다.어두운 조명이 서정원의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피부가 유난히 하얬고, 긴 속눈썹은 뺨 위에 부채꼴 모양의 그림자를 만들었다.그녀의 얼굴에서 약간의 피로와 고단함이 보였지만 그런데도 서정원은 빛나고 매력적이었으며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그는 서정원을 넋 놓고 몇 분간 바라보았다. 심
“네가 아직 최성운을 사랑하니까?”심준호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서정원은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이랑은 상관없어요.”말을 마친 뒤 서정원은 슬퍼하는 심준호를 내버려 두고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문 앞에 도착한 서정원은 가방 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그가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문을 닫으려던 순간, 갑자기 어두운 비상 출구 쪽에 크고 건장한 검은 형체가 보였다.그는 큰 손을 뻗어 닫히려던 문을 잡고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서정원은 깜짝 놀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누구시죠?”남자는 차
갑작스러운 키스는 서정원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그녀는 몸이 굳고 머릿속이 하얘졌다.몇 초 뒤에야 서정원은 뒤늦게 반응했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그들은 이미 파혼했고 두 사람은 이제 아무 사이 아니었다.‘그런데 최성운이 무슨 자격으로 날 침범하는 거야?’서정원은 마음을 굳게 먹고 최성운의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입술에서 통증이 느껴지자 최성운은 본능적으로 서정원을 놓아주었다.서정원은 가슴팍이 거칠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녀는 수치스럽고 또 화가 난 표정으로 헐떡이면서 입을 열었다.“최성
‘문자?’서정원은 당황했다.‘최성운이 언제 나한테 문자를 보냈다는 거지?’“난 문자를 받은 적이 없어요.”서정원이 비아냥대며 말했다.최성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날 그는 휴대폰이 배터리가 없어서 시아에게 대신 문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했었다.그런데 서정원이 문자를 받지 못했다니, 중간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최성운이 침묵하자 서정원은 차갑게 물었다.“최성운 씨, 당신은 시아 씨를 오랫동안 사랑했잖아요, 아닌가요? 당신이 지금까지 그리워하던 사람은 시아 씨 아니었나요?”“서정원 씨, 시아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건
최성운은 직접 운전해서 빠르게 달려 주가영의 집에 도착했다.“시아야, 시아야!”그는 문을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애타게 그녀를 불렀다.안에서 주가영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이거 놔요. 이 변태, 놔달라고요!”곧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빌어먹을, 내가 널 마음에 들어 하는 건 네 복이야. 그런데 도망쳐? 어디로 도망치나 보자!”최성운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문을 박차고 나갔다.방 안은 엉망진창이었고 주가영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옷차림이 흐트러진 채로 방 안에서 튀어나왔다.그녀의 뒤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남자가
뼈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부드러운 주가영의 두 손이 물풀처럼 최성운의 목을 꽉 감쌌다. 그녀의 애정 어린 눈동자는 그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주가영은 최성운의 검은 양복 아래 건장하고 단단한 몸을 상상하며 황홀경에 빠졌다.그녀는 약간 건조하고 뜨거운 입술을 핥았다. 심장 박동이 얼마나 빠른지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주가영은 오늘 밤 최성운과 함께 잊지 못할 밤을 보낼 거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최성운의 여자가 되어, 그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최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상상까지 했다.그런 생각에 주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