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소문들이 난무했지만 서정원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탕비실로 향했다. 그녀가 허리를 굽혀 커피를 내리고 있는 사이 탕비실의 문이 불쑥 열렸다.그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이내 키가 큰 남자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고 얼굴을 확인하니 최성운이었다. 그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성운 씨?”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평소에 최성운은 탕비실 같은 곳에 절대로 오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를 준비하고 물을 가져오는 것은 모두 비서의 일이었으니까. 그는 탕비실의 문을 잠그고 그녀를 향해 성큼
최성운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품에 안긴 여인이 그를 거부하며 발버둥 치자 그녀를 정복하고 싶다는 욕망이 밀려왔다. 그는 서정원에게 그와 그녀의 사이는 단지 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싸고 그녀를 품 안으로 가둬버렸다. 그의 행동에 서정원은 흠칫하더니 이내 발버둥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이거 놔요!”“싫다면요?” 그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고 순식간에 탕비실의 분위기는 굳어져 버렸다.
고요한 밤, 서정원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인터넷상에는 그녀에 대한 온갖 종류의 욕설이 다 있었다. 심지어 그녀한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는 댓글도 있었다. 사람들은 내일 생방송을 기대하고 있었고 피해자인 하은별이 악랄한 서정원의 정체를 어떻게 폭로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일? 나도 엄청 기대돼.’바로 이때, 그녀의 핸드폰 소리가 울렸고 확인해 보니 안토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에이디 누나, 누나가 말한 자료 찾았어. 메일로 보냈으니까 확인해 봐.” “그래, 알았어
하은별은 허약한 척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애를 썼고 기자들 앞에서 최지연은 하은별을 부축했다. “조심해요.”기자들은 곧바로 생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최근 운성 그룹의 직원 서정원 씨와 전 직원인 하은별 씨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있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실이 어떠한지 오늘 저희는 하은별 씨의 병실로 찾아와 당사자에게 직접 진실에 대해 들어볼 예정입니다.”기자는 먼저 최지연을 향해 물었다. “최지연 씨, 소문에 의하면 서정원 씨는 최성운 대표님의 약혼녀라고 하던데
멍하니 있던 하은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증오가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서정원, 당신은 살인자예요!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와요?”기자들은 서정원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고 뭔가 놓치기라도 할까 봐 카메라를 그녀에게로 돌렸다. 그 누구도 서정원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렇게 욕을 먹고도 이곳에 나타나다니. 지금은 숨어 있을 때가 아닌가?’하지만 기자들한테는 서정원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 더욱 좋은 일이었다. 쌍방이 대치하면 그들의 생방송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고 시청자들을 매료시
“말도 안 되는 소리! 두 가지 일을 섞어서 말하지 말아요.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이 날 물에 빠뜨린 사실은 바꿀 수가 없을 테니까.” 하은별은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서정원을 노려보았다. “하은별 씨, 언제까지 이렇게 뻔뻔하게 굴 거예요?”눈빛이 싸늘해진 서정원은 안토니가 보낸 물건을 바로 꺼냈다.“이것은 웹 브라우저에 있는 당신의 검색 기록들이에요. 감쪽같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검색해 봤더라고요. 그리고 당신이 가장 많이 검색한 건 사람을 물에 빠뜨려 죽이게 하는 방법이었어요.”“아니
“약혼녀”라는 세 글자에 서정원은 가슴이 쿵쿵 뛰었다.수많은 기자 앞에서 말했으니 전국의 모든 사람에게 그녀가 자신의 약혼녀라고 공표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녀는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내 두 달 뒤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서정원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을 지우며 나직하게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최성운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절대 누구도 서정원 씨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라고.”귀에다 대고 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다른 사람의 눈에 아
“진상은 어떤지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아니요. 최 대표님, 제 말 좀 들어주...”안색이 창백해진 하은별은 횡설수설하였다.서정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하은별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하은별 씨, 잘못한 걸 알면 먼저 스스로 뉘우칠 줄 알아야죠. 이 증거들은 이따 경찰들에게 넘길 겁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얼른 가서 자수하세요.”‘자수...’‘아니, 절대 자수할 수 없어!’‘절대 감방 가지 않을 거야!’절망적인 감정이 하은별의 온몸으로 퍼졌다.‘이 모든 건, 다 서정원 때문이야!’만약 서정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