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운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품에 안긴 여인이 그를 거부하며 발버둥 치자 그녀를 정복하고 싶다는 욕망이 밀려왔다. 그는 서정원에게 그와 그녀의 사이는 단지 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싸고 그녀를 품 안으로 가둬버렸다. 그의 행동에 서정원은 흠칫하더니 이내 발버둥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이거 놔요!”“싫다면요?” 그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고 순식간에 탕비실의 분위기는 굳어져 버렸다.
고요한 밤, 서정원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인터넷상에는 그녀에 대한 온갖 종류의 욕설이 다 있었다. 심지어 그녀한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는 댓글도 있었다. 사람들은 내일 생방송을 기대하고 있었고 피해자인 하은별이 악랄한 서정원의 정체를 어떻게 폭로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일? 나도 엄청 기대돼.’바로 이때, 그녀의 핸드폰 소리가 울렸고 확인해 보니 안토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에이디 누나, 누나가 말한 자료 찾았어. 메일로 보냈으니까 확인해 봐.” “그래, 알았어
하은별은 허약한 척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애를 썼고 기자들 앞에서 최지연은 하은별을 부축했다. “조심해요.”기자들은 곧바로 생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최근 운성 그룹의 직원 서정원 씨와 전 직원인 하은별 씨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있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실이 어떠한지 오늘 저희는 하은별 씨의 병실로 찾아와 당사자에게 직접 진실에 대해 들어볼 예정입니다.”기자는 먼저 최지연을 향해 물었다. “최지연 씨, 소문에 의하면 서정원 씨는 최성운 대표님의 약혼녀라고 하던데
멍하니 있던 하은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증오가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서정원, 당신은 살인자예요!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와요?”기자들은 서정원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고 뭔가 놓치기라도 할까 봐 카메라를 그녀에게로 돌렸다. 그 누구도 서정원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렇게 욕을 먹고도 이곳에 나타나다니. 지금은 숨어 있을 때가 아닌가?’하지만 기자들한테는 서정원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 더욱 좋은 일이었다. 쌍방이 대치하면 그들의 생방송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고 시청자들을 매료시
“말도 안 되는 소리! 두 가지 일을 섞어서 말하지 말아요.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이 날 물에 빠뜨린 사실은 바꿀 수가 없을 테니까.” 하은별은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서정원을 노려보았다. “하은별 씨, 언제까지 이렇게 뻔뻔하게 굴 거예요?”눈빛이 싸늘해진 서정원은 안토니가 보낸 물건을 바로 꺼냈다.“이것은 웹 브라우저에 있는 당신의 검색 기록들이에요. 감쪽같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검색해 봤더라고요. 그리고 당신이 가장 많이 검색한 건 사람을 물에 빠뜨려 죽이게 하는 방법이었어요.”“아니
“약혼녀”라는 세 글자에 서정원은 가슴이 쿵쿵 뛰었다.수많은 기자 앞에서 말했으니 전국의 모든 사람에게 그녀가 자신의 약혼녀라고 공표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녀는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내 두 달 뒤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서정원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을 지우며 나직하게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최성운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절대 누구도 서정원 씨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라고.”귀에다 대고 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다른 사람의 눈에 아
“진상은 어떤지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아니요. 최 대표님, 제 말 좀 들어주...”안색이 창백해진 하은별은 횡설수설하였다.서정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하은별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하은별 씨, 잘못한 걸 알면 먼저 스스로 뉘우칠 줄 알아야죠. 이 증거들은 이따 경찰들에게 넘길 겁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얼른 가서 자수하세요.”‘자수...’‘아니, 절대 자수할 수 없어!’‘절대 감방 가지 않을 거야!’절망적인 감정이 하은별의 온몸으로 퍼졌다.‘이 모든 건, 다 서정원 때문이야!’만약 서정원만
최지연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뻔뻔하게 둘러댔다.“제가... 잘못 본 거겠죠.”최성운이 꺼낸 영상은 사건 당일을 아주 명백하게 보여주었고 최지연의 증언 또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입증하였다.“잘못 봤다고요?”서정원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설마 최지연 씨와 친구분도 똑같이 잘못 본 건 아니겠죠? 제 기억엔 거짓 증언 또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하던데요. 가벼운 경우는 구치소에 들어가고, 심한 경우에는...”“아니요, 전 확실히 잘못 본 거예요.”최지연은 아주 뻔뻔하게 모른 척했고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최성운을 바라봤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