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연인 호수 쪽으로 와서 멈춰 섰고 차에서 형사 두 명이 내려왔다. 형사들을 보고 최지연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가 서정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자예요. 바로 저 여자가 하은별을 호수에 빠뜨렸어요.”그녀의 말에 형사들은 고개를 돌렸고 이내 무릎을 꿇은 채 열심히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서정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쪽으로 가보죠.” 그중 나이가 많은 남자 형사가 입을 열었다. “네, 왕 형사님.”옆에 있던 여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왕 형사의 뒤를 따라갔다. “무슨 일인가요?”왕
어젯밤, 술에 취해 끊임없이 시아라는 이름을 외치는 최성운을 보며 손윤서는 시아가 누구인지 되게 궁금했다.그의 말투로 보면 그가 시아라는 여자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손윤서는 즉시 사람을 시켜 시아에 대해 알아봤다. 알고 보니 시아라는 여자는 어렸을 때 최성운과 함께 납치당한 적이 있었고 그가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는 여자였다. 그걸 알게 된 손윤서는 왠지 모르게 기뻤다. 사실 그녀는 최성운이 서정원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그가 계속 잊지 못하고 있던 여자는 시아였고 지금 그 시아라
최성운이 입을 열자 경찰서 로비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해성시에서 최성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해성시 최고의 재벌가 최씨 가문의 주인이자 운성 그룹의 대표, 최성운은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의 말에 임창원은 조사실 쪽을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지금 최지연 씨와 사건 진술 중입니다.”‘평소에는 늘 태연하고 침착하시던 분이 이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건 또 처음보네. 서정원 씨가 대표님한테 정말 중요한 분이구나.’“저쪽으로 가보자.”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고 한편, 옆에 있던 손윤서는 마
경찰서에 나와 최성운은 임창원의 차에 올라탔고 임창원은 이내 차에 시동을 걸어 회사로 향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싸늘한 기운만 맴돌았고 그는 앞에서 달리는 차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 차는 심준호의 차였고 서정원은 지금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저 차 뒤따라가세요.”그의 말에 임창원은 흠칫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회사로 가시지 않고요? 오늘 밤에 임원진 회의 있습니다.”“취소하세요.” “네, 알겠습니다.”그의 차가운 눈빛에 임창원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는 재빨리 심준호의 차를 뒤따라갔다. 심준호는
그가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벽에 대고 그사이에 서정원을 가두고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서정원 씨, 당신은 내 약혼녀예요. 내 앞에서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는 게 말이 됩니까?”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싸늘한 기운에 레스토랑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의 성난 눈빛을 마주하며 그녀는 당당하게 되받아쳤다.“왜요? 뭐가 문제죠? 당신은 손윤서와 하룻밤을 함께 보낼 수 있고 난 심준호 씨와 저녁 식사도 같이 못 해요?”어젯밤, 전화에서 득의양양하던 손윤서의 모습이 떠오르자 서정원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녀의 말에 최성운은
다음 날 아침, 서정원은 또다시 경찰서로 가서 어제 그 두 명의 형사한테 연인 호수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다. 두 명의 형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녀의 진술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서정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최성운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운성 그룹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때가 다 되었다. 차에서 내려 회사 로비로 들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몇명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달려와 그녀를 에워쌌다. “뭐 하는 거예요?” 그녀는 경계하며 물었고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실검이라니?’서정원은 핸드폰을 꺼내 트위터를 켰고 이내 실검 중에 ‘운성 그룹의 직원, 살인을 저지르고도 피해자 가족한테 손찌검까지 하다’ 라는 기사 타이틀을 보게 되었다. 기사에는 서정원이 고의로 하은별을 연인 호수에 빠뜨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지연과 곽천호의 증언이 있지만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밝혔다.또한 피해자의 모친이 용의자를 찾아와 따져 물었지만 거리에서 서정원한테 폭행당하고 바닥에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사진도 함께 올렸는데 사진으로 보면 서정원이 하춘화를 바닥에 뿌리치는 모습이었다. 사실은 하
“...”온갖 소문들이 난무했지만 서정원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탕비실로 향했다. 그녀가 허리를 굽혀 커피를 내리고 있는 사이 탕비실의 문이 불쑥 열렸다.그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이내 키가 큰 남자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고 얼굴을 확인하니 최성운이었다. 그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성운 씨?”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평소에 최성운은 탕비실 같은 곳에 절대로 오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를 준비하고 물을 가져오는 것은 모두 비서의 일이었으니까. 그는 탕비실의 문을 잠그고 그녀를 향해 성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