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서정원은 또다시 경찰서로 가서 어제 그 두 명의 형사한테 연인 호수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다. 두 명의 형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녀의 진술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서정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최성운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운성 그룹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때가 다 되었다. 차에서 내려 회사 로비로 들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몇명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달려와 그녀를 에워쌌다. “뭐 하는 거예요?” 그녀는 경계하며 물었고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실검이라니?’서정원은 핸드폰을 꺼내 트위터를 켰고 이내 실검 중에 ‘운성 그룹의 직원, 살인을 저지르고도 피해자 가족한테 손찌검까지 하다’ 라는 기사 타이틀을 보게 되었다. 기사에는 서정원이 고의로 하은별을 연인 호수에 빠뜨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지연과 곽천호의 증언이 있지만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밝혔다.또한 피해자의 모친이 용의자를 찾아와 따져 물었지만 거리에서 서정원한테 폭행당하고 바닥에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사진도 함께 올렸는데 사진으로 보면 서정원이 하춘화를 바닥에 뿌리치는 모습이었다. 사실은 하
“...”온갖 소문들이 난무했지만 서정원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탕비실로 향했다. 그녀가 허리를 굽혀 커피를 내리고 있는 사이 탕비실의 문이 불쑥 열렸다.그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이내 키가 큰 남자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고 얼굴을 확인하니 최성운이었다. 그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성운 씨?”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평소에 최성운은 탕비실 같은 곳에 절대로 오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를 준비하고 물을 가져오는 것은 모두 비서의 일이었으니까. 그는 탕비실의 문을 잠그고 그녀를 향해 성큼
최성운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품에 안긴 여인이 그를 거부하며 발버둥 치자 그녀를 정복하고 싶다는 욕망이 밀려왔다. 그는 서정원에게 그와 그녀의 사이는 단지 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싸고 그녀를 품 안으로 가둬버렸다. 그의 행동에 서정원은 흠칫하더니 이내 발버둥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이거 놔요!”“싫다면요?” 그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고 순식간에 탕비실의 분위기는 굳어져 버렸다.
고요한 밤, 서정원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인터넷상에는 그녀에 대한 온갖 종류의 욕설이 다 있었다. 심지어 그녀한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는 댓글도 있었다. 사람들은 내일 생방송을 기대하고 있었고 피해자인 하은별이 악랄한 서정원의 정체를 어떻게 폭로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일? 나도 엄청 기대돼.’바로 이때, 그녀의 핸드폰 소리가 울렸고 확인해 보니 안토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에이디 누나, 누나가 말한 자료 찾았어. 메일로 보냈으니까 확인해 봐.” “그래, 알았어
하은별은 허약한 척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애를 썼고 기자들 앞에서 최지연은 하은별을 부축했다. “조심해요.”기자들은 곧바로 생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최근 운성 그룹의 직원 서정원 씨와 전 직원인 하은별 씨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있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실이 어떠한지 오늘 저희는 하은별 씨의 병실로 찾아와 당사자에게 직접 진실에 대해 들어볼 예정입니다.”기자는 먼저 최지연을 향해 물었다. “최지연 씨, 소문에 의하면 서정원 씨는 최성운 대표님의 약혼녀라고 하던데
멍하니 있던 하은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증오가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서정원, 당신은 살인자예요!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와요?”기자들은 서정원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고 뭔가 놓치기라도 할까 봐 카메라를 그녀에게로 돌렸다. 그 누구도 서정원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렇게 욕을 먹고도 이곳에 나타나다니. 지금은 숨어 있을 때가 아닌가?’하지만 기자들한테는 서정원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 더욱 좋은 일이었다. 쌍방이 대치하면 그들의 생방송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고 시청자들을 매료시
“말도 안 되는 소리! 두 가지 일을 섞어서 말하지 말아요.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이 날 물에 빠뜨린 사실은 바꿀 수가 없을 테니까.” 하은별은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서정원을 노려보았다. “하은별 씨, 언제까지 이렇게 뻔뻔하게 굴 거예요?”눈빛이 싸늘해진 서정원은 안토니가 보낸 물건을 바로 꺼냈다.“이것은 웹 브라우저에 있는 당신의 검색 기록들이에요. 감쪽같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검색해 봤더라고요. 그리고 당신이 가장 많이 검색한 건 사람을 물에 빠뜨려 죽이게 하는 방법이었어요.”“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