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나와 최성운은 임창원의 차에 올라탔고 임창원은 이내 차에 시동을 걸어 회사로 향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싸늘한 기운만 맴돌았고 그는 앞에서 달리는 차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 차는 심준호의 차였고 서정원은 지금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저 차 뒤따라가세요.”그의 말에 임창원은 흠칫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회사로 가시지 않고요? 오늘 밤에 임원진 회의 있습니다.”“취소하세요.” “네, 알겠습니다.”그의 차가운 눈빛에 임창원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는 재빨리 심준호의 차를 뒤따라갔다. 심준호는
그가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벽에 대고 그사이에 서정원을 가두고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서정원 씨, 당신은 내 약혼녀예요. 내 앞에서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는 게 말이 됩니까?”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싸늘한 기운에 레스토랑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의 성난 눈빛을 마주하며 그녀는 당당하게 되받아쳤다.“왜요? 뭐가 문제죠? 당신은 손윤서와 하룻밤을 함께 보낼 수 있고 난 심준호 씨와 저녁 식사도 같이 못 해요?”어젯밤, 전화에서 득의양양하던 손윤서의 모습이 떠오르자 서정원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녀의 말에 최성운은
다음 날 아침, 서정원은 또다시 경찰서로 가서 어제 그 두 명의 형사한테 연인 호수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다. 두 명의 형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녀의 진술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서정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최성운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운성 그룹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때가 다 되었다. 차에서 내려 회사 로비로 들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몇명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달려와 그녀를 에워쌌다. “뭐 하는 거예요?” 그녀는 경계하며 물었고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실검이라니?’서정원은 핸드폰을 꺼내 트위터를 켰고 이내 실검 중에 ‘운성 그룹의 직원, 살인을 저지르고도 피해자 가족한테 손찌검까지 하다’ 라는 기사 타이틀을 보게 되었다. 기사에는 서정원이 고의로 하은별을 연인 호수에 빠뜨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지연과 곽천호의 증언이 있지만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밝혔다.또한 피해자의 모친이 용의자를 찾아와 따져 물었지만 거리에서 서정원한테 폭행당하고 바닥에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사진도 함께 올렸는데 사진으로 보면 서정원이 하춘화를 바닥에 뿌리치는 모습이었다. 사실은 하
“...”온갖 소문들이 난무했지만 서정원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탕비실로 향했다. 그녀가 허리를 굽혀 커피를 내리고 있는 사이 탕비실의 문이 불쑥 열렸다.그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이내 키가 큰 남자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고 얼굴을 확인하니 최성운이었다. 그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성운 씨?”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평소에 최성운은 탕비실 같은 곳에 절대로 오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를 준비하고 물을 가져오는 것은 모두 비서의 일이었으니까. 그는 탕비실의 문을 잠그고 그녀를 향해 성큼
최성운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품에 안긴 여인이 그를 거부하며 발버둥 치자 그녀를 정복하고 싶다는 욕망이 밀려왔다. 그는 서정원에게 그와 그녀의 사이는 단지 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싸고 그녀를 품 안으로 가둬버렸다. 그의 행동에 서정원은 흠칫하더니 이내 발버둥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이거 놔요!”“싫다면요?” 그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고 순식간에 탕비실의 분위기는 굳어져 버렸다.
고요한 밤, 서정원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인터넷상에는 그녀에 대한 온갖 종류의 욕설이 다 있었다. 심지어 그녀한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는 댓글도 있었다. 사람들은 내일 생방송을 기대하고 있었고 피해자인 하은별이 악랄한 서정원의 정체를 어떻게 폭로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일? 나도 엄청 기대돼.’바로 이때, 그녀의 핸드폰 소리가 울렸고 확인해 보니 안토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에이디 누나, 누나가 말한 자료 찾았어. 메일로 보냈으니까 확인해 봐.” “그래, 알았어
하은별은 허약한 척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애를 썼고 기자들 앞에서 최지연은 하은별을 부축했다. “조심해요.”기자들은 곧바로 생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최근 운성 그룹의 직원 서정원 씨와 전 직원인 하은별 씨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있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실이 어떠한지 오늘 저희는 하은별 씨의 병실로 찾아와 당사자에게 직접 진실에 대해 들어볼 예정입니다.”기자는 먼저 최지연을 향해 물었다. “최지연 씨, 소문에 의하면 서정원 씨는 최성운 대표님의 약혼녀라고 하던데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