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어진 다음 순간, 최성운은 싸늘해진 목소리로 손윤서에게 말했다.“손윤서, 너보고 나가라고 한 거야.”“성운아...”손윤서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아랫입술을 물었다.“나 아직 기획안도 너에게 설명 안 했어!”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잔뜩 짜증 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거기 놓고 가.”“하지만, 오빠가 너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라고 했단 말이야...”손윤서는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최성운이 서정원 앞에서 그녀의 체면도 고려하지 않고 내쫓고 있었다.예전부터 비록 최성운이 그녀에게 차갑게 대하긴
회의에 참여한 인원엔 하은별과 백아영, 그리고 이번 프랑스 레이디 패션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를 맡게 된 이은진이 있었다.서정원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일제히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다음 회의엔 지각하지 마세요.”최성운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정원을 보더니 이내 앉으라고 했다.‘지각했다고?’‘애초에 누구도 회의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잖아.’말하지 않아도 하은별의 짓임을 알아챌 수가 있었다.서정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대충 자리를 찾아 앉았다.회의가 시작되고 하은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프랑스 레이디 패션 협력 프로젝트
서정원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어서, 제가 여러분께 프랑스 레이디 패션 프로젝트에 관한 구체적인 상황과 진척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그녀는 펜을 들고 화이트보드에 프로젝트의 상황에 관한 도표를 그리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목소리도 또렷하고, 말도 조리 있어 아주 알아듣기 쉬웠다.하은별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서정원을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를 아무리 꼬집어 보아도 믿기지 않았다.‘말도 안 돼!’서정원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주 또렷하고 조리 정연하게 프로젝
서정원의 말에 이은진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러나 서정원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통속적으로 말하면 속물 같아 보이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디자이너가 완벽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려면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에요. 디자인에 영혼을 주입하고 유일무이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거죠.”서정원의 말에 백아영의 표정도 변해갔다.비록 이번 시즌의 메인 디자이너는 이은진이었지만 백아영은 주얼리 디자인팀의 부장으로서 이은진에게 적잖은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그녀가 최성운에게 보여줄 디자인으로 통과시켜 준 것이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예상보다 조용하고 빠르게 흘러갔다.손윤서는 그날 이후로 더 이상 운성 그룹에 나타나지 않았고 하은별도 이상하리만큼 서정원을 찾아와 귀찮게 하지 않았다.그러나 서정원은 절대 간단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폭풍이 일어나기 전에도 항상 고요했기 때문이다.오늘은 레이디 패션 프랑스 본부의 회사 대표인 브루스가 운성 그룹으로 방문하는 날이었다.레이디 패션 프로젝트의 담당자로서 서정원은 공항으로 마중 나가야 했다.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서정원은 오후에 있을 레이디 패션에 관한 회의 자료들을 꼼꼼하게 살펴봤다.아무
“하이, 미스터 최!”최성운을 발견한 브루스가 열정적인 인사와 함께 포옹하였다.“오랜만이네요.”최성운은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서정원은 사무적인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 프랑스어로 인사를 나누었다.“브루스 씨, 안녕하세요!”“아름다운 아가씨는 누구죠?”브루스는 활짝 웃으며 푸른 보석 같은 눈을 반짝이며 서정원에게 물었다.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브루스에게 소개했다.“이분은 서정원 씨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담당자죠.”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서정원의 모습에 최성운은 또 한 번 놀랐다.그
‘디자인 도면을 잃어버려? 심지어 도면 대신 백지가 몇 장 들어있다고?’최성운은 서정원이 이런 저급한 실수를 저지를 리 없다고 생각해 그녀의 설명을 들어볼 생각이었다.그러나 서정원은 해명할 생각이 없는 건지 평온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했다.“일단 이 일은 논의하지 않겠어요.”서정원은 백아영을 바라보며 물었다.“도면 백업했나요?”백아영은 이내 시큰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서정원 비서, 우리 주얼리 디자인 도면은 전부 손으로 그린다는 걸 모르는 거예요? 손으로 그린 건데 어떻게 백업해요? 서정원 비서는 그 정도 상식도 없
반지, 목걸이, 팔찌, 세 개 도면이 생생하게 반짝이고 있었다.더 놀라웠던 건, 서정원이 그린 도면이 디자이너팀의 손으로 그린 도면과 몇 군데 살짝 다른데, 오히려 달라진 점들이 얼음과 불 시리즈 주얼리에 영혼을 불어넣어 사람들을 푹 빠지게 만든다는 점이었다.주얼리 디자인팀의 수석 디자이너도 하지 못한 일을 서정원이 해낸 것이다.시골에서 올라온 그의 약혼녀 서정원은 대체 그에게 얼마나 더 많은 놀라움을 안겨주려는 걸까?하은별은 서정원이 그린 디자인 도면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봤다.이럴 수가!‘서정원은 대체 어떻게 겨우 한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