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별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가 불만스러운 투로 서정원에게 말했다.“미안해요.”서정원은 귀를 만지작거렸다.“뭐라고요? 잘 안 들리네요.”하은별은 어쩔 수 없이 목청을 높였다.“미안해요!”“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최성운의 차가운 목소리에서 무한한 위엄이 느껴지자 하은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최성운의 사무실에서 나온 뒤 하은별은 서정원을 노려봤다.그녀는 시골 사람인 서정원이 이렇게 똑똑할 줄은 몰랐다. 이번에는 실수로 그녀의 덫에 걸려 최성운의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하은별은 반드시
없다고?그렇다면 어릴 적 그 소녀가 서정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최성운은 금세 눈빛이 어두워졌고 그의 준수한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언뜻 스쳤다.서정원은 영문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침묵했다.'최성운은 무슨 뜻일까? 내가 납치당한 적이 있길 바라는 걸까?'두 사람은 돌아가는 길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이진숙이 최성운에게 빨간색 초대장을 건넸다.“이번 주말은 할아버지 칠순 잔치야. 잊지 마.”손혁수의 칠순 잔치는 해성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로운 호텔에서 열리는데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유명 인사들이
“그래요?”서정원이 입꼬리를 당기며 반문했다. 손윤서는 함정을 파놓아 그녀에게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씌울 생각인 듯했다. 그렇다면 손윤서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셈이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손혁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그는 최성운의 약혼녀가 물건을 훔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녀가 확신하는 듯했고 또 직접 봤다는 사람이 있으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조금 전에 윤서가 우리한테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여줄 때 서정원 씨가 마침 지나갔거든요. 서정원 씨는 이 다이아몬드 반지가 무척 마음에 드는지 한참
“이건 제 다이아몬드 반지예요!”손윤서는 매우 흥분하더니 경멸 어린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서정원 씨, 역시 당신이 훔친 거였네요! 지금 증거도 나왔고 증인도 있으니 뭐 더 할 말 있어요?”다이아몬드 반지가 본인의 가방에서 나왔으나 서정원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서정원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직원이 그녀를 손가락질했을 때부터 서정원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자기 가방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녀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 사람은 당연히 손윤서였다.“서정원 씨, 사실 조금 전에
서정원의 눈빛은 당당했다. 그런 자신감과 떳떳함은 절대 꾸며낼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최성운은 그녀를 믿고 싶었다.서정원은 웃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범인이라고 생각할 때 최성운은 그녀를 믿는다고 했다.“오빠!”최지연은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촌뜨기 서정원이 뭐가 그리 잘났단 말인가? 혹시 최성운이 정말 그녀에게 마음을 준 걸까?“서정원 씨가 가져가지 않았는데 반지가 왜 서정원 씨 가방 안에서 나온거죠?”손윤서가 눈치를 주자 백유란이 입을 열어 서정원을 몰아붙였다.서정원은
감식반 경찰은 이내 검사 결과를 얻었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검사 결과에 따르면 반지에 서정원 씨 지문이 있습니다.”서정원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의 지문이 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그녀는 분명 반지를 만진 적이 없었다.게다가 경찰은 최성운이 불렀으니 손윤서에게 매수당했을 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 손윤서가 그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 지문을 채취했다는 것뿐이었다.“서정원 씨, 검사 결과 서정원 씨가 제 반지를 훔쳤다는 게 증명됐네요. 또 뭐 할 말 있어요?”손윤서는 의기양양하게
“당신이 훔친 건데 반지는 왜 서정원 씨 가방 안에 있었죠?”손윤서는 서둘러 선을 그으며 질문했다.“사실 반지를 손에 넣은 뒤 퇴근한 후에 몰래 가져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손윤서 씨가 이렇게 빨리 반지가 사라진 걸 발견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경호원을 시켜 반지를 찾길래 혹시나 들킬까 봐 겁나서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반지를 서정원 씨 가방 안에 숨겼어요.”직원은 안색이 창백했다.“제발 절 용서해 주세요. 정말 고의는 아니었어요. 저희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수술할 돈이 급히 필요했어요. 그래서 잠깐 나쁜 마음을
호텔에서 나온 뒤 택시를 타고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더니 별안간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세상에. 이렇게 재수가 없다고?’서정원은 울고 싶었다. 그녀는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커다란 빗방울이 하늘에서 내려와 서정원의 몸에 떨어졌다. 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서정원이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색 벤틀리가 정확히 그녀의 옆에 멈춰 섰다.최성운의 차였다.차 문이 열리고 최성운의 수려한 얼굴이 서정원의 앞에 나타났다.그는 간결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타요.”서정원은 살짝 당황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